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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했던 김문수의 습격, <외부자들> 다시는 그러지 말자

너의길을가라 2017. 3. 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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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끔찍했다. 오랜만에 채널A <외부자들>을 시청했는데, 하필이면 김문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전 경기도지사)이 나올 게 뭐란 말인가. tvN <썰전>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선 주자들을 차례차례 섭외하는 데 비해, 후발주자인 <외부자들>은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이런 말을 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혼이 날지도 모르겠지만)한 정치인을 데려다 놓는 것만 봐도 <외부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시민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변수 안 됨" 정도라고 해야 할까. 


사실 중요한 건 '당선 가능성'이 아니다.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의 지지율은 중요한 지표이기는 하나, 방송에서 어떤 정치인을 섭외했다면 그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느냐가 더욱 핵심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JTBC <뉴스룸>에서 심상정 후보를 섭외했던 이유는, 지지율과 별개로 특정 이슈에 대해 그가 해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자들>은 도대체 김문수 위원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얻고자 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해보자. '끔찍했다'는 말에서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안타깝게도 김문수 위원에게는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다. 그저 탄핵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과거 자신의 잘못을 변호하는 데 바빴고, 과거로부터의 '변심'을 정당화하기 급급했다. 그는 시대를 이해하지 못했고, 민심을 읽지 못했다. 당연했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 자가 어찌 '시대'와 '민심'을 직시할 수 있겠는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상대를 '종북'이라 규정짓는 폭력도 여전했다. 정치인으로서 '최악'의 '종합선물세트'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119에 왜 그렇게 하셨어요?"


6년 전 119사건을 언급한 남희석의 질문은 '가볍게'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했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제가 잘했다고 본다"는 김문수 위원의 대답은 보는 사람들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촌각을 다투는 긴급전화로 전화를 걸어 "나는 도지사 김문수입니다"라며 '관등성명'을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잘했다'고 생각한다니. 당시 이 전화를 '장난 전화'라 여겼던(당연한 것 아닌가?) 119 상황실 근무자 2명은 전보 조처가 됐다가 논란이 일자 원대 복귀하기도 했다. 


"119 총책임자가 도지사다. 제복 공무원은 반드시 관등성명을 옷에 붙인다. 전화할 때는 이게 안 보이니까 반드시 관등성명을 댄 후 말해야 한다. 장난전화라도 그래야 한다."면서 당시 소방관들을 '기본적인 것을 안 하는' 불량한 공무원으로 만들고, 자신을 원리원칙주의자로 포장하는 저 아스트랄함이라니. 정치인 김문수에 대한 판단은 이미 '첫 질문'에서 결판이 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더 들어서 무엇하겠냐마는 김문수 위원의 엽기적인 발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건 대통령인데..", 

"청와대 바로 앞에, 100m까지 이런 식으로 잔인무도한 시위가 있는 건 용납할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김문수 위원은 태극기 집회를 '우국충정의 마음'이라 표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허접하기 짝이 없었고, 급기야 한때 동료였던 전여옥 전 의원으로부터 "비리와 민심이반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고, 오히려 "자유한국당에서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외쳤어야 하지 않았냐"는 타박을 받기에 이른다. 또, 과거의 열혈 청년 김문수로부터 너무나 달라진 지금의 김문수를 지켜보는 게 괴롭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래도 꿋꿋하게 "박근혜 대통령이 비리 · 부정의 정치인이 아니"라고 발언하다 전 전 의원으로부터 다시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았다. 이쯤되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로 두뇌 회로가 망가졌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을 반대하는 이유로 문 전 대표가 '종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실소를 자아냈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이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만나러 간다"고 했기 때문이란다. 또, "대북 관계, 대미 관계에서도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만 되풀이 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미국 등 관련국과 협의를 거쳐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곡해한 것이며, 단순히 '북한을 먼저 방문할 수도 있다'는 발언만으로 누군가를 '종북'으로 규정하는 단세포적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수준 이하였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두말 하면 잔소리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또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어느 쪽을 먼저 방문할지 결정하는 문제는 그것과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어느 쪽을 '먼저' 방문하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겠지만)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대통령이 되면 무조건 미국부터 가야 해'라는 발상이야말로 일그러진 사대주의이자 굴종적 외교관이 아닐까. 미국(뿐이겠는가)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듯이, 우리도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스탠스를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자주적 사고가 상실된 어떤 정치인에게 "동네에서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화를 위해서 깡패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봉주 전 의원), "깡패를 만나면 조폭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진중권 교수)는 비유는 그저 '궤변'일 뿐이다.



놀라지 마시라. 김문수 위원의 <외부자들> 출연 분량 중에서 가장 끔찍했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OOO은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라는 MBC <무한도전> 유재석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정봉주 전 의원은 "탄핵이 인용이 되면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정치권을 은퇴하고 시민사회 운동을 하면 어떨지.."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그런데 김문수 위원은 "정치는 가능하면 제가 죽을 때까지 (하겠다)"며 끝내 소름을 돋게 만들어버렸다. 


죽을 때까지 정치를 해서 대한민국 정치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그에게 이런 말을 돌려주고 싶다. '당신 같은 정치인이 은퇴를 하지 않아서 대한민국 정치가 발전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나는 젊었을 때는 심한 좌파였고 지금은 우파에 와 있다. 좌우를 다 안다."고 말하는 그에게 '당신은 좌파도 아니었고, 우파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좌우를 전혀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다. 더불어 <외부자들>에게도 한마디 하자면, 김문수 위원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면 그 목적은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전파 낭비를 계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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