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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에 무릎꿇은 염정아, ‘SKY 캐슬’이 말하는 욕망

너의길을가라 2018. 12. 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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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은 얼마나 ‘강인’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불구덩이를 향해 뛰어드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무분별함’은 놀랍기만 하다. 그것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인간의 ‘집요함’은 경이로울 따름이다.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만드는가. 무엇이 인간을 ‘악마’와 손잡게 만드는가. 그건 다름 아니라 ‘욕망 그 자체’가 아닐까.

JTBC <SKY 캐슬>(스카이 캐슬)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렬한 ‘욕망’을 그려내고 있다. 그건 바로 ‘교육’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대학) 입시’일 것이다. 자신의 자녀를 이른바 ‘SKY’로 대변되는 최상위 대학교에 진학시키고, 의대나 법대 등 성공과 미래가 열려있는 직종에 안착시키려는 (부모의) 열망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뿌리깊은 욕망이 아닐까. 교육이야말로 부와 명예를 적법히 대물림할 수 있는 방법이니 말이다.

사법고시 수석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던 차민혁(김병철)이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꿈을 상실한 후, 쌍둥이 아들을 사육하듯 교육시키고, 끊임없이 닦달해 피라미드의 꼭대기까지 오르게 만들려는 건 그 때문이다. 교육(입시)에 대한 욕망, 자신의 자녀를 ‘성공’시키겠다는 열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단지, 부유층은 보다 노골적으로 행동할 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저 부러워할 뿐이다.


“저를 살인교사범이라 몰아세우셨는데,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겨도 다 김수하시겠단 뜻이십니까? 혹 영재네 같은 비극이 생겨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까? 다 감수하시겠다는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
“감수할게요. 감수하고 말고요.”

그들만의 성(城) 안에 자신의 둥지를 구축한 저 콧대 높은 한서진(염정아)이 입시 코디네이더 김주영(김서형)에게 무릎을 꿇었다. 자존심을 완전히 내던졌다. 그만큼 절실했다. 김주영이 차민혁-노승혜(윤세아)의 집에 방문하는 동시에 한서진이 보냈던 ‘금괴’를 돌려보내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제 여유를 부리고 있을 틈이 없어졌다. 잘못하면 입시 코디를 저 얄미운 이웃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

서진에게 주영은 동아줄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영이야말로 딸 예서(김혜윤)를 서울 의대에 진학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내장, 선지 잡배나 팔던 술주정뱅이의 딸 곽미향’이 아니라 한서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을 며느리로 인정하고 않고 멸시하는 시어머니에게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서를 의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서진은 거기에 모든 걸 걸었다.


“아갈 머리를 찢어버릴라!”

이수임(이태란)은 서진의 입버릇 같은 욕설을 듣고, 그가 학창 시절의 친구 곽미향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 “변한 게 없구나?” 수임은 그런 서진을 비난했지만,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서진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많은 시청자들이 수임의 생각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심정적으로 서진에게 감정이입 하고 그의 외줄타기 같은 삶을 응원하게 되는 건 서진의 욕망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서진은 악마와 손을 잡고야 만다. 주영이 영재네 가족을 파멸로 이끌고, 이명주(김정난)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뻔히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와 거래를 하고야 만다. 자신은 명주와 다르고, 예서는 영재와 다르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말이다. 과연 서진은 파국을 피할 수 있을까? 서진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어. 그래야 내 딸들도 최소한 나만큼은 살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주영의 진짜 속셈(욕망)은 무엇일까. 그가 원하는 게 돈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개인의 명예를 추구하는 것 같지도 않다. 입시 교육에 뜻이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어 보인다. ‘파멸’일까? 그렇다면 무엇의 몰락일까. 흥미로운 건 서진이 주영을 갈구하는 만큼, 주영도 서진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주영은 애초부터 민혁의 쌍둥이 아들을 코디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서진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봐야 한다. 서진을 무릎 꿇리고 그 입에서 기어코 “감수할게요. 감수하고 말고요.”라는 대답을 얻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주영과 ‘악마의 계약’을 승인한 명주네 가족과 서진네 가족의 공통점은 ‘의사 가문’이라는 것인데, 어쩌면 거기에 힌트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닐까? 만약 주영의 가족이 의료사고의 피해자였다면 지금의 ‘복수’는 충분한 개연성을 얻게 될 것이다.

극본, 연출, 연기 등 3박자가 딱 떨어진 <스카이 캐슬>이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1회 1.727%였던 시청률은 2회 4.373%, 3회 5.186%, 4회 7.496%로 급상승했다. <스카이 캐슬>이 각광받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노골적인 욕망과 그로 인한 폐해를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도 입시 지옥 속에 빠져있지 않던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현미 작가는 ‘이 드라마로 한 가정이라도 살렸으면 하는 마음’이라 말했다는데, 꼭 그리되길 바란다.

아, 욕망에 무릎 꿇은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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