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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작에 파묻힌 <미씽나인>, 그래도 진실은 포기하지 마!

너의길을가라 2017. 1. 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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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나인>은 여러 가지가 녹아있는 거대한 작품이다. 9명의 인물에 많은 사건들로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마디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최병길 PD)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과 회사 대표, 매니저, 신입 스타일리스트를 태운 비행기가 기상 악화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모두 죽었을 거라 예단하고 있을 무렵, 한 명의 생존자가 나타난다. 바로 신입 스타일리스트 라봉희(백진희)였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9명의 생존자가 있었고, 무인도에 표류됐었다고 증언한다. 사건의 진상은 '무인도 생존기'로 급반전된다. 이제 당황스러운 건 정부다. '전원 사망'은 간단한 일이었지만, 생존자가 나타나면서 또 다시 '진상 파악'이라는 골치 아픈(?) 일을 떠안게 된 것이다. 



서준오(정경호) : 밴드 그룹 드리머즈의 리더, 한물 간 스타

최태호(최태준) : 밴드 그룹 드리머즈의 멤버, 주목받고 있는 배우

이열(박찬열) : 밴드 그룹 드리머즈의 멤버

윤소희(류원) : 탑 여배우이자 한류여신

하지아(이선빈) : 탑 클래스로 뜨기 시작하는 여배우

황제국(김상호) :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대표

태호항(태항호) :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실장

정기준(오정세) : 준오의 매니저

라봉희(백진희) : 서준오의 스타일리스트, 유일한 생존자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조희경(송옥숙)을 필두로 진상 파악이 이뤄진다. 하지만 조희경의 목적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찾아 온 기자의 비아냥에 "사람들은 진상 규명 철저히 해서 사건의 실제적인 일을 파헤쳐 밝히는 게 내 일일 거라 생각하는데, 그런 거 내 일 아니야내 일은 사람들이 이 일을 빨리 잊게 만드는 거. 연예인 애들 죽은 거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거 그게 내 일이야"라며 깔끔하게 제압해버린다. 그의 태도와 입장이 낯설지 않은 건 왜일까? 


라봉희는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왔지만, 무인도에서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생존을 궁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모든 걸 털어놔. 기억해 내!'라는 정부 측의 압박과 함께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한 무인도에서의 기억들은 라봉희 자신을 괴롭힌다. 최면 치료를 받던 중 윤소희(류원)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이 소희를 죽였다고 자백하면서 라봉희의 위치는 또 다시 격량에 휩쓸리게 된다. 소희의 친오빠인 검사 윤태영(양동근)의 접근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진실을 추구하는 윤태영은 결국 라봉희를 돕게 되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니 말이다.



MBC <미씽나인>은 분명 기존의 드라마들이 걷지 않았던 길을 걷고 있다. 무인도 표류기라니! 그래서 색다르고 신선하다. 현실의 다소 무거운 분위기와 무인도에서의 생존기가 교차로 편집되면서 드라마는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미디가 배어 있는데,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장르적 이질감을 충분히 커버한다. 이 상황에서 웃겨버리다니, 하며 빠져드는 식이다. 특히 정경호는 한물 간 스타 서준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데, 뛰어난 순발력과 애드리브는 그야말로 발군이다.


관건은 9명의 생존자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고, 쉽게 풀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과연 무인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윤소희가 목격한 최태호의 '살인'의 진실은 무엇일까. 밴드 그룹 드리머즈의 멤버였던 신재현(연제욱)의 죽음을 둘러싼 서준오와 최태호의 갈등은 해소 됐을까. 정말 라봉희는 그의 자백처럼 윤소희를 죽였을까. (어쩌면 이 세 가지 의문은 한 가지 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 4회에 등장한 '도둑' 부기장이 말한 '4명만 탈 수 있는 구명보트'는 어떤 변화를 이끌어 올 것인가.



"라봉이 걔, 생존자 만들꺼야, 살인자로 만들꺼야?"

"아직 살인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온 게 아니니까.."

"오 조사관, 내가 지금 증거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 뭐가 우리한데 유리한 거 같냐고, 생존자 살인자 이 둘 중에서"

"정무적인 판단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거 하라고 우리한테 비싼 세금으로 월급 주는 거야"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조희경과 오 조사관(민성욱) 간의 대화


시청자들이 갖기 시작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미씽나인>은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까. 또, 현실에서 라봉희를 둘러싼 정부와 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검사 윤태영 간의 갈등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가. 극단의 상황에 놓이게 된 각 인물들의 반응과 대응,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민낯을 보여줄 <미씽나인>은 2017년 새해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이미 떡밥은 잔뜩 뿌려졌다. 얼마나 내실 있게 거둬들일 것인가는 오로지 <미씽나인> 제작진의 역량에 달려있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미씽나인>의 사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출발한 SBS <사임당, 빛의 일기>는 15.6%(2회 시청률)로 멀찌감치 달아나버렸고, 또 하나의 기대작이었던 KBS2 <김과장>은 '역대급 웃음'이라는 찬사와 함께 7.2%를 기록하며 조금 앞서 나갔다. 비록 경쟁작들에 밀려 시청률은 '표류'하고 있지만(4회 시청률은 5.3%), 부디 지금의 참신함을 끝까지 잘 마무리지어 '웰메이드 미스터리'로 큰 족적을 남기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감춰진 진실을 반드시 '구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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