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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까지 잡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돈가스 끝판왕이 나오길!

너의길을가라 2018. 11. 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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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솔직한 얘기로 주방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요. 여기 주방은 안 들어가겠습니다."


그건 찬사(讚辭)였다. 더할나위 없는 칭찬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주방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위생 상태와 조리 방식의 문제점 등을 꼬집어내야 했다. 음식점에서 주방은 알파이자 오메가였으니까. 그러나 돈가스의 높은 퀄리티에 반한 백종원은 주방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정도의 품질과 맛이라면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건 인정이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존중이었다. 멋모르고 요식업에 뛰어든 서툰 아마추어들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그동안 '주방 검사'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중요한 의식(?)이자 재미 요소이기도 했다. 따라서 주방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건, 백종원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상찬(賞讚)이었던 셈이다. 돈가스집 사장님은 그런 대우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지난 7일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홍은동(弘恩洞) 포방터 시장을 찾았다. 홍은동은 전원 정취가 가득한, 한마디로 서울 같지 않은 서울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서울 구석구석을 누볐던 백종원조차 한번도 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만큼 외진 느낌이 강했다. 70년대 랜드마크였던 '유진상가'로 더 유명할 만큼 포방터 시장은 인지도가 없었다. 게다가 교통이 불편해 유동인구가 적은 탓에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이었다. 


이쯤되면 답이 나온 것 아닌가. 방송을 보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번엔 얼마나 두들겨 맞을까?', '어떤 식당이 또 나의 혈압을 높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첫 번째 식당부터 분위기가 남달랐다. 노부부의 알콩달콩한 금슬이 돋보였던 막창집은 막창의 완성도 역시 높았다. 백종원은 "소스만 잘 만들면 되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번째 식당인 돈가스집도 (젊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무뚝뚝한 부부는 별다른 대화도 없이 각자의 일에만 몰두했다. 남편은 주방에서 음식을 했고, 아내는 홀을 지켰다. 조금은 냉랭한 공기였다. 그러나 돈가스의 맛만큼은 일품이었다. 일본식 돈가스보다 경양식 돈가스가 더 취향에 맞다는 백종원은 "이 정도라면 제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장님 인정! 여긴 솔루션 할 게 없겠는데?"


백종원의 역대급 칭찬에 김성주와 조보아도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방송된 이래 이 정도의 평가를 받은 식당은 없었다. 백종원은 오히려 가격을 1,000원 올려도 무방할 정도의 맛과 퀄리티라며 칭찬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면서 "6,500원이면 장담하는데, 우리나라 돈가스 끝판왕"이라며 "우리 골목식당에서 끝판왕 한번 나왔으면 좋겠"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상황실에서 앉아 잔뜩 긴장한 채 지켜보고 있던 사장님은 그제서야 활짝 웃었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돈가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사장님의 진정성이 인정받은 순간인데 어찌 감격스럽지 않았겠는가. 그때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 사람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라며 남편을 토닥토닥했다. 그러자 남편이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아내 역시 눈물을 훔쳤다.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제가 우울증이 너무 심해지니까 저를 데리고 시골을 가려고 한 거예요. 너무 미안했어요.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데 저 때문에 시골을 내려가면 포기해야 되니까.. 돈가스라도 한번 해보자고 했어요. 제가 좀더 참아보겠다고, 견뎌보겠다고 하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제가 조금 덜 미안해요."


"저는 어쨌든 요리를 오래 하긴 했지만 요리는 언제라도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아내부터, 사람이 먼저니까요. 그래서 시골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죠. (아내가) 괜찮아지면 다시 하려고는 했습니다. 버릴 수가 없어서 제 마음속에서.."



돈가스집의 부부의 이야기를 듣는 데 눈물이 핑 돌았다. 도대체 감동까지 주면 어떡하란 말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존재 의의란 무엇일까. (일개 방송과 한 명의 요식업자에게 너무 많은 짐을 안겨주고 싶진 않지만) 죽어버린 골목상권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또, 요식업의 교과서(혹은 경고등)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역량이 부족했던 중식집이나 분식집(국숫집) 사장님을 돕는 데도 분명 의의가 있다. 그러나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음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 음식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어떻게든 좀더 좋은 재료로 손님들에게 양질의 요리를 제공하려는 사람,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는 걸 발굴해 내는 것이야말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진짜 존재의의가 아닐까.


한결같이 기본에 충실하고, 처음의 소신을 꿋꿋하게 지키는 식당. 돈가스집 사장님은 요식업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확인시켜 줬다. 그가 대한민국 돈가스 끝판왕이 되길 바란다. 아마 방송을 지켜본 수많은 시청자들도 한마음 한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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