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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의 마법, 시청자들은 기꺼이 미칠 준비가 돼 있다

너의길을가라 2018. 12.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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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1시간이 순삭(순간 삭제)됐다. 도대체 송재정 작가는 무슨 마법을 부리고 있는 걸까? 그리고 송 작가의 '꿍꿍이'에 적극 공조하고 있는 현빈과 박신혜의 연기력은 탁월하기까지 하다.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만들어 놓은 AR(증강현실)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이제 드라마가 하나의 게임이 돼 버렸다. 놀라운 상상력과 경이로운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유진우(현빈)는 경악스러운 상황 앞에 좌절했다. 렌즈를 착용하지 않았는데도 게임이 실행됐기 때문이다. 렌즈는 현실과 게임을 연결하는 매개이자 통로였다. 보니따 호텔에서 NPC(Non Player Character)가 된 차형석(박훈)의 공격을 받고, 5층 아래로 떨어져 병원에 실려온 유진우는 충격에 빠졌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게임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고통은 또렷했고, 부상도 실제였다. 이쯤되니 자신이 미친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깥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지만, 유진우에겐 도무지 현실감이 없었다. 이미 게임 속에서 현실과 분간되지 않는 가상의 비를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병문안을 와 있던 정민주(이레)에게 거듭 확인한 후에야 자신이 현실에 발 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분명 게임 속에서의 대결이었고, 게임 속에서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차형석은 현실에서도 죽음을 맞이했다. 외면에 아무런 상흔이 없는데도, 사인은 과다출혈로 밝혀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시간은 유진우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상황은 해일마냥 몰려와 그를 순식간에 덮쳐 버렸다. 


NPC가 된 차형석은 병원에까지 나타나 유진우를 향해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마치 유진우를 죽이도록, 아니 '복수'를 하도록 프로그래밍 됐다고 해야 할까. 현실과 게임은 더 이상 그 시공의 경계가 사라져 버렸다. 차형석이 휘둘른 검에 베인 상처에선 피가 흘러 나왔고, 고통은 선명했다. 더 이상 외면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었다. 설령 그것이 자신에게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음에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에 분명히 깨달았다. 차형석의 죽음은 타살이다. 차형석은 살해당했다. 내 검에 난도질 당해 과다출혈로 죽은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내가 차형석을 죽였다. 그 증명으로 나도 지금 같은 방식으로 죽게 될 참이었다. 우리의 죽음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되겠지만, 우리는 안다. 우리는 서로를 죽여 복수했다. 매일 염원했던 진심대로."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가 본격적인 2막을 맞았다. AR 게임을 만든 천재 프로게이머 정세주(찬열)와의 계약을 따내려 그라나다로 날아온 유진우는 현실감 넘치는 게임에 푹 빠져 버렸고, 어느덧 게임 속에 매몰돼 버렸다.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차형석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게임 속에서 현실에서 못다한 대결을 펼쳤고, 결과는 죽음으로 나타났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계속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드라마는 미궁 속에 잠겨 있다. 이제 겨우 2막이 시작됐을 뿐이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이유, 렌즈를 착용하지 않았는데도 게임이 제멋대로 실행되는 이유에 대한 실마리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또, 희주의 존재에 대한 의문도 미스터리다.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찬열의 행방도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물론 6회 마지막에서 그라나다 역에서 쓰러진 채 나타났지만, 누군가에게 발견된 것은 아니었다. 


송재정 작가의 상상력과 이를 실현시킨 안길호 PD의 연출, 배우들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력은 완벽한 합을 이루면서 시청자들을 짜릿한 마법의 세계로 이끌었다. 정말이지 매혹적인 드라마다. 다만, '어렵다'는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의도적으로 진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는데, 조금만 스피디한 진행으로 몰아붙인다면 어떨까라는 아쉬움은 남았다. 이미 시청자들은 다양한 추리를 내놓으며 송 작가를 압박(?)하고 있으니 말이다. 



"같이 미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정세주, 그 애가 왜 안 오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세주가 뭘 두려워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세주도 나처럼 쫓기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 애 눈에만 보이는 누군가에게. 세주는 그때 죽었을까, 아니면.."


극중 유진우의 대사처럼, 송재정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같이 미쳐' 주길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AR 게임을 드라마에 접목시키는 놀라운 상상력을 발뤼한 송 작가는 드라마가 최고의 놀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내고 있다. 주저할 이유가 있을까. 시청자들은 송재정과 함께 기꺼이 미칠 준비가 돼 있다. 부디 이 놀이의 쫄깃함이 쉬이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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