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61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81)

외로움이란 사랑, 기쁨, 행복, 평안 등의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힘세고 질기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하는 연애는 결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사랑을 받아도 사랑 받는 줄 모르며,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내 속에 든 외로움의 크기를 재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함께 있어도 늘 외롭다고 느끼는 건 인간은 원래 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라는 섬이 나라는 섬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까. 얼마 전, 또 한 번의 실연 후 다짐했다. 외로움을 핑계로 연애하지 않겠다고. 외로워서, 로 시작된 연애는 여전히 외롭다, 를 심감하는 것으로 끝나버리니까. - 김신회 · 김기호, 『그래도 연애는 해야 하니까』-

버락킴's 오래된 공책 (73)

공감(共感)이란, 서양에선 compassion [共苦] 이라고 하듯 고통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타자의 고통에 지나치게 공감하면 자신의 존재가 위협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단계에서 공감의 스위치를 끄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자발적 둔감성 때문에 어리석은 짓이나 참사가 되풀이된다면,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타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 서경식, 『디아스포라의 눈』-

버락킴's 오래된 공책 (72)

왜 저렇게 섞이고 싶어하는 걸까? 같은 용액에 잠겨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에게 용해되어버리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것일까? 난 '나머지 인간'도 싫지만, '그룹'에 끼는 건 더더욱 싫다. 그룹의 일원이 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나를 꾸며대지 않으면 안 되는, 아무 의미 없는 노력을 해야 하니까. - 와타야 리사,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中에서 -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9)

"조종사의 일은 조종간을 지키는 것이다.""아닙니다. 조종사의 일은 생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매뉴얼이나 규칙도 물론 중요하지만 비행기에는 여러 사람이 타고 여러 곳을 비행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뭐랄까, 생각지도 않은 곳을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반대로 생각하지 못한 문재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조종사는 단지 정해진, 정해져 있는 대로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승객과 동료 전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키겠다는 신념에 의해 그때 그때 자신이 확실히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정말 하늘을 나는 인간의 책임이라고,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드 중에서 -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8)

물리학자, 화학자, 그리고 경제학자 세 명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다. 아무런 먹을거리도 없던 그들 앞에 파도를 타고 캔 수프가 떠내려 왔다. 이것을 본 물리학자, "어서 돌멩이로 내려쳐서 이 캔을 땁시다." 이 말을 들은 화학자,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불을 지펴서 캔을 가열하면 될 걸 가지고..."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는 어떻게 말하였을까? "음, 여기 캔따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날 밤 경제학자는 수프를 먹었다고 가정하고 잠을 자야 했다. - 도모노 노리오, 『행동 경제학』-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7)

뉴스는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건들에 대한 보도로 가득 차게 마련이다. 그래서 뉴스가 끝났을 때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대부분 심각하거나 무거운 심리적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 상태는 무의식적으로 뉴스 다음에 광고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를 형성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코카콜라는 뉴스 이후에는 광고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코카콜라의 즐거움이라는 이미지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니콜라 게겐,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6)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잘못된 견해들을 참된 것인 양 받아들였고, 그렇게 불안정한 원칙들을 근거로 해서 내가 쌓아올린 것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학문에서 어떤 확고부동한 것을 이룩하려고 한다면,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견해를 벗어나 아주 기초부터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 깨달았다. - 데카르트, 『방법서설』-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3)

기억은 세포를 바꾼다. 경험은 세포의 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키고 세포 사이 연결 방식을 송두리째 흔들어 새롭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경험이 끔찍할수록 세포는 미세한 부분까지 전부 기억한다. 기억이 마음에 남는 것이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다. 세포의 변화가 곧 기억이다. - 김탁환 · 정재승, 『눈 먼 시계공』-

버락킴's 오래된 공책 (62)

내가 정말 화해할 수 없는 것은 자기 자신이 선하고 도덕적이라고 확신하는 자들이에요. 그런 인간들과는 화해할 수도 없고, 그런 인간들을 난 경멸해요. 난 나 자신이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확신이 없어요. 이것은 내가 부도덕하게 살아왔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건 좀 다른 얘기죠. 칸트나 공자가 말한 도덕성에 도달한 인간이냐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거야. 조마조마 위태로운 지경에 사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확신을 가진 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안 되어 있는 놈들이라는 겁니다. - 김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