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115

감동을 주는 숙소, '제주 스테이 비우다'를 아세요?

예전에는 여행에서 '숙소'의 의미를 과소평가했다. '숙소=잠' 정도의 개념만 갖고 있었다. 그저 '잠만 자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새벽부터 일정을 잡아 숙소를 나섰고, 밤이 깊어질 무렵에야 돌아왔다. 지친 몸을 누일 수 있으면 됐다. 여행을 거듭할수록 숙소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됐다. 의미가 격상됐다. 잠만 자고자 했던 곳에서 호되게 당하기도 했고, 여행의 의미 혹은 여행을 향유하는 태도와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확실히 숙소는 여행 과정에서 일종의 '베이스 캠프'의 개념을 지닌다.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의 일정을 계획하는 곳. 여행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하는 곳. 예상치 못한 부상을 보듬는 곳. 현실과 달리 근사한 여유를 즐기는 곳. 심지어 어떤 여행은 숙..

[4월 꽃구경] 제주 녹산로에서 안양천, 그리고 선유도 공원까지..

3월 말, 제주도 녹산로에서 올해 첫 벚꽃을 만났는데, 어느덧 벚꽃과 작별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네요. 수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예고되어 있는 만큼 서둘러 '안양천'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산책길이죠. 화창한 날씨가 보이시죠? 안양천 벚꽃길은 하천 양쪽으로 굉장히 긴 구간에 걸쳐 있는데요. 저희는 목동교→양천교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벚꽃은 이미 만개(滿開)를 지나 '벚꽃비'를 내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안양천 산책을 마치고 아쉬운 마음에 선유도(仙遊島)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봄 기운 완연한 선유도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강공원 양화지구에 주차(1시간에 1,600원으로 저렴한 편)를 하고, 선유교를 건넜습니다. 한강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선유도는 한강에서 밤섬, 노들섬 다음으로 큰 섬..

강원도 고성에서 즐기는 호캉스, '르네블루 바이 워커힐'의 오션뷰에 빠지다

지난 10월, 강원도 고성을 찾았습니다.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다소 늦은 휴가였죠. 북적이는 게 싫어서, 조금 느긋하게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부러 일정을 늦췄습니다. 덕분에 가을 휴가가 됐죠. 사실 콕 집어 고성을 고집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면 좋겠다 싶었고, 바다가 있으면 더할나위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속초, 양양, 강릉 등 강원도의 유명한 여행지들이 떠올랐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라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먼저, 숙소부터 찾다가 오션뷰(바다 전망)로만 이뤄진 호텔이 있다는 정보를 습득했죠. 바로 고성에 있는 르네블루 바이 워커힐 호텔(RENE BLUE by WALKERHILL)입니다. 여긴 뭐지? 별천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뷰 하나..

덕수궁, 가을과 작별하기 좋은 곳(feat. 박수근)

'잎이 꽃보다 화려해지는 시간' 누군가는 가을을 두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라 멋드러지게 표현했지만, 사실 마뜩지는 않습니다. 가을을 봄에 빗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을에는 가을에 가산점을 주고 싶은데요. 다시 봄이 되면 태세 전환할지라도 말이죠. 그래서 '잎이 꽃보다 화려해지는 시간'이라는 표현에 좀더 마음이 가나 봅니다. 그 화려함을 만끽하기에 짧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죠. 가을의 끝자락, 떠나가는 계절이 아쉬워 '덕수궁(德壽宮)'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치 단풍이 비단길을 놓은 듯합니다. 덕수궁은 원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月山大君)의 집이 있던 곳입니다. 임진왜란 후 선조가 서울로 돌아와서 그 곳을 임시거처로 사용하게 되죠. 그때부터 '궁'으로 격상됩니다. 당시에는 '정릉동 행궁..

단풍이 아름다운 창경궁 춘당지, 지베르니를 잊게 만들었다.

어느덧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죠? 그 말은 곧 단풍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얘기겠죠. 다들 단풍 구경 많이 하셨나요? 저는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창경궁(昌慶宮)으로 발걸음을 옮겨봤습니다. 창경궁은 세종이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1418년에 지은 수강궁을 전신으로 합니다. 1483년 수강궁 자리에 별궁인 창경궁이 건립됐습니다. 창경궁은 임진왜란 때 전소되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에는 동물원과 식물원(1909년)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다. 또, 1911년에는 원래의 이름을 잃고 창경원으로 격화됐죠. 이처럼 창경궁은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은 곳입니다. 1987년부터 복원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는데요. 일제의 잔재를 없애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 셈이죠. 창경궁은 그리 넓지 않아서 한바퀴 둘..

베트남(푸꾸옥) 여행 취소, 비행기 및 호텔비(리조트) 전액 환불 받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새로운 여행 계획을 수립하기 불가능한 시점이죠. 무엇보다 일찌감치 여행 일정을 세워두고, 비행기와 숙소까지 예약을 해둔 상황이라면 그 답답함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일반적으로 여행은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하기 마련이니까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상황이 호전기대하며 버텼던 분들이 꽤 많을 텐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짧은 시간 내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취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다가오기 마련인데요. 역시 관심의 초점은 '항공료와 ..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15. 파리에서 공동묘지(페르 라셰즈)를 찾아간 까닭?

- 페르 라셰즈의 입구 - "전 여행 가면 그 도시의 묘지를 꼭 한번씩 가봐요." "왜요?" "일단 조용해요. 고요합니다. 산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 어느덧 파리가 세 번째(2016년 11월, 2018월 5월, 2019년 9월)다. 같은 장소를 세 차례나 여행한 건 파리가 유일하다. 이번에 파리에 와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페르 라셰즈(Père Lachaise Cemetery)'였다. 파리 20구에 위치한 페르 라셰즈는 공동묘지이다. 굳이 여행까지 가서 묘지에 왜 가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익숙한 관점에서 생각하면 공동묘지란 '전설의 고향'의 우스스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 격리되고 배제돼야 마땅한 곳이니까. 페르 라셰즈는 파리에 있는 공동묘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클 뿐더러..

[버락킴의 구라시키 여행기] 4. 오하라 미술관, 소도시에서 찾은 의외의 발견!

"이런 곳에 이런 퀄리티의 미술관이 있다고?" 위의 감탄사에 등장하는 '이런 곳'은 (이번 여행기의 주인공인) 구라시키[倉敷, Kurashiki]를 지칭하는데, 결코 비하의 뉘앙스가 아니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니,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해야 할까? 구라시키는 면적 355.63㎢, 인구 47만 6,073명(2018 기준)의 (중)소도시가 아닌가. 게다가 미관지구는 인구가 밀집된 시내로부터 떨어진 곳이었다. 이런 사이즈의 동네에 미술관이 있다는 만으로도 반가운 일인데, '이런 퀄리티'라니..! '이런 퀄리티' 역시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의미이다.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등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

[버락킴의 구라시키 여행기] 3. 어떻게 찾아가고, 어디에서 묵을 것인가.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밤 풍경 아무래도 '구라시키 여행'에 대한 간단한 정보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의 순서로는 이 글이 '2'여야 할 것 것 같지만,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면 이 순서가 맞다는 생각도 든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구라시키(倉敷, Kurashiki)'를 알고 있(거나 알게 됐)다는 뜻이고, 그곳을 알았다면 당연히 가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을 것이다. 어쩌면 구라시키로 떠나겠다고 의지를 굳힌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좀더 실질적이고 자세한 정보들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건 아마도 '이동 수단'과 '숙소'일 것이다. 갈 곳을 정했으면 찾아가야 하고, 당일치기가 아니라면 머물러야 한다. 거의 모든 여행지가 그렇듯이 구..

[버락킴의 구라시키 여행기] 2. 절반의 실패, 그 속에서 찾은 여유

여행을 여러 차례 하다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구축된다. 한두 번만으로 이뤄지긴 어렵고, 누적된 경험을 통해 시나브로 완성된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완성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변화는 필연과도 같아서 '사람'이 변하든지, '환경'과 '여건'이 변하면 스타일도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미 형성된 큰 틀 안에서 작은 변화들이 가미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가 하면 틀마저도 뿌리채 바뀌는 경우도 있다.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여행을 기획할 수도 있다. 나에게 여행은 '탐구'에 가까웠다. ('탐험'은 아니다.) 미지의 세계가 궁금했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그 세상을 알기 위해 걸었다. 여행을 가면, 목적지에 도착하면 부지런히 걸어다닌다. (물론 대중교통도 적절히 이용한다.) 조금 고생스럽긴 하지만, 걸음으로..

[버락킴의 구라시키 여행기] 1. 당신이 구라시키에 가야 하는 이유

"구라시키.""뭐? 구라시키?" 최근 몇 년동안 틈만 나면 여행을 다녔더니, 요즘엔 만나는 사람마다 '이번엔 어디로 여행을 가냐'는 질문이 인사처럼 따라붙는다. 어김없는 안부 인사에 정직하게(?) 대답을 했더니, 다들 장난치는 거 아니냐는 얼굴로 쳐다보는 게 아닌가. 무심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체 '묘한' 이름 때문이었을까. 예외없이 말장난을 걸어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도 아니었고, 그 반응이 재미있어서 흔쾌히 맞받아치곤 했다. "하하, '구라' 아니라니까?" 부연 설명을 곁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카야마 현(어차피 이 지명도 생소할 테지만)에 있는 소도시(인구 47만의 도시를 소도시라 말하긴 애매하지만)야.", "'구라시키 미관지구'라고 일본의 옛 정취를 잘 보존한 곳이야." 열심히 떠들..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5) 베르사유 궁전 두 번째

​ 기대보다 실망스러운(워낙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다) 베르사유 궁전 탐방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역시 ‘거울의 방(La galerie des Glaces)’이다. 무려 578개의 거울이 이 넓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 거울도 거울이지만, 높은 천장에 매달린 화려한 크리스털 샹드리에에 먼저 눈이 간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셔터를 누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최고급의 황금 촛대와 화병 등의 장식품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 만약 당신이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했을 때, 날씨가 화창하자면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라 생각해도 좋다. 진심이다. 르 노트르(André Le Nôtre)가 1668년에 완성한 베르사유 정원을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흐린 날(이 아니라 심지어 비가 와)도 그 나름대의 운치가 ..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4) 베르사유 궁전 첫 번째

오랜만에 사진첩을 다시 들여다봤다. 여행 기간 동안 찍어둔 사진들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더라. (진짜 먼지가 쌓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중 몇 장을 꺼내 사진전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봤다. ​​​ 이미 여행기로도 쓴 적이 있듯이, 베르사유 궁전은 두 번째였다. 한번은 겨울 초입 무렵의 잔뜩 흐린 날씨였고, 이번에는 봄기운이 창연한 아주 맑은 날씨였다. 베르사유 궁전을 통해 날씨에 따라 특정 장소가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 여실히 깨달았다. 역시 맑은 날, 해가 짱짱한 날 가는 게 최고다. 한번 갔던 곳인데도 이상하게 사진을 계속 찍게 된다. 그러다보니 사진이 제법 많아 한번에 담지 못하고 나눠서 싣게 된 점을 양해 바란다. ​​​​​​​ ​​​​​​​ 사실 베르사유 궁전은 그 이름이 갖는 아우..

[버락킴의 벨기에 여행기] 2. 잊을 수 없는 브뤼셀의 밤, 그랑플라스의 야경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공허한 땅 위에 내린 흑임은 깊고 무거웠다. 그때 창조자는 ‘빛이 있으라’ 명했고, 세상은 낮과 밤으로 구분지어졌다. 정말 신이 ‘빛’을 창조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태양의 유무에 따라 삶을 살아왔다. 빛은 생활을 의미했고, 어둠은 수면을 뜻했다. 불이 사라지면 무력한 인간으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모닥불은 최소한의 방편일 뿐이었다. 어둠은 순응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또, 극복의 대상이었다. 시야를 잃은 인간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어둠을 정복했다. 밤이 내린 도시는 더 이상 어둡지 않다. 흑암은 얕고 가볍다. 빛은 차고 넘친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3) 에트르타 · 옹프뢰르

에트르타(Etretat)와 옹플뢰르(Honfleur)는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14. 천공의 수도원 몽생미셸, 꿈엔들 잊으리오!’ 편에서 소개했다시피 몽생미셸 투어의 세트로 묶인다. 여행 일정은 파리에서 출발해 에트르타 > 옹플뢰르 > 몽생미셸을 거쳐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식이다. ​ 에트르타로 가는 길에 들린 휴게소의 폴(Paul) 빵집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 노르망디 지역의 해안도시인 에트르타는 알바트르 해안(Cote d'Albatre)을 끼고 있는 절벽(팔레즈 다발과 팔레즈 다몽)으로 유명하다. 모파상(Maupassant)은 팔레즈 다발(왼쪽 절벽)을 코끼리에 비유했는데, 이 ‘코끼리 바위’는 에트르타의 명소가 됐다. ​​​​ 지금에 와서 팔레즈 다발은 어른 코끼리라 불리고, 팔레즈 ..

[버락킴의 벨기에 여행기] 1. 벨기에를 왜 가냐고 묻는다면..

브뤼셀, 예술의 언덕 “벨기에는 그냥 거쳐가는 나라 아니에요?”“하루면 충분하지 않아요? 이틀은 많지 않나?” 벨기에를 간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일관된 리액션이었다. 7박 8일의 여행 일정 가운데 고작 이틀이라고 설명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라리 그 이틀을 파리에서 더 보내는 게 낫지 않아?”였다. 질 수 없었다. 벨기에 때문이 아니라 내 여행을 수호하기 위해서. “벨기에도 볼 게 많은데, 왜 그래?” 도대체 뭐가 있냐는 반문, 나도 가봐서 아는데 별 게 없다는 확신 앞에 몇 가지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브뤼셀에 가면 오줌싸개 동상도 있고, 왕립미술관에는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이 전시돼 있어. 또, 마그리트 미술관도 있는데, 거기도 꼭 갈 거야.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2) 피카소 미술관 그 두 번째

​​나는 왜 미술관(박물관)을 찾는가. 가끔 그런 질문이 들 때가 있다. 대한민국에 있을 때도 가끔 각종 전시를 찾는 편이지만, 유독 해외를 나가게 되면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미술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다. 그림을 잘 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하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굳이 답을 하라면 말 그대로 '그냥 좋다'는 것인데,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라든지 그 공기의 질감, 무게가 좋다. 혹은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라고 할까. 열심히 설명을 하는 도슨트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그림 앞에서 열심히 스케치를 하는 열혈 미술학도의 모습들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렇다면 왜, 특히, 해외의 미술관인가. 그건 자유로움 ..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1) 피카소 미술관 그 첫 번째

여행을 가면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는 편이다. 이번 파리 여행(두 번째 방문이었음에도)에서도 약 2,500장을 가뿐히 넘었다. 여행기를 쓰면 (사진을 최대한 많이 집어 넣으려 하지만) 아무래도 글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찍어둔 사진들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부록'이라고 할까. '사진전'이라고 할까.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소개하고, 그 느낌을 공유하는 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하나에 약 30~40장의 사진을 넣고,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가벼운 형식이 될 것이다. 첫 번째 페이지는 '피카소 미술관'이다. ​​ 피카소 미술관(Musée Picasso)은 마레 지구(Quatier du Marais)에 위치해 있다. 본격적인 미술관 투어에 나서기 전에 배를 든든히 채워 두..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14. 천공의 수도원 몽생미셸, 꿈엔들 잊으리오!

몽생미셸(Mont-Saint-Michel),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곳은 프랑스 어딘가에 붙어 있는 미지의 땅이었다. 여행 책자를 뒤적이면서 ‘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구나..’라며 감탄하면서도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섬 전체가 수도원으로 이뤄져 있는 독특한 구조, 역시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을 만큼 아름답고 유서 깊은 곳. 보는 이들을 전율하게 만드는 야경, 그곳에 가본 사람들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여전히 몽생미셸은 상상의 영역이었다. 일단 (파리에서) 너무 멀었다. 차로 이동해도 4시간 30분~5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쉬지 않고 달려야 그 정도였다. 렌트를 하긴 버거우니 결국 기차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얼마나 걸릴 지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피로도를 산출..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13. 지베르니, 당신이 꼭 가봐야 할 최고의 풍경

솔직히 '파리 여행기'를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고,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이상한 고집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번 갔던 여행지를 다시 들리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경제적 사정이나 일정 등 이런저런 조건이 갖춰지고,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떠날 수 있는 해외여행인지라 굳이 갔던 곳을 또 갈 여유가 없었다. 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한 여행끈 짧은 여행자에 불과하니까. 2016년 11월에 처음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으니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파리에 가게 됐다. 그 사이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한번에 묶어 다녀왔고,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터키 이스탄불을 다녀왔다. 이번엔 내심 이탈리아 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