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추석이다. 명절만 되면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조상 덕 본 사람들은 공항에 가서 줄을 서 있다’는 말이다. 고향을 방문해 제사를 지내느라 발이 꽁꽁 묶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연휴 기간을 활용해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팔자가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특히 제삿상에 오를 음식을 비롯해 가족 친지들이 먹을 요리 등을 준비해야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명절은 정말 끔찍하게 다가온다.

공항에 줄을 설 만큼 조상의 덕을 보진 못했지만, 제사라는 전통에서 자유로운 만큼 명절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 편이다. 사실 제사가 없으면 명절은 그저 ‘빨간날’이다. 굉장히 길고 즐거운 빨간날 말이다. 그렇다고 음식을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가족끼리 먹을 명절 음식을 간단히 준비한다. 엄마가 기초적인 틀을 잡으면 아빠와 함께 대형 프라이팬을 전담마크하고 전을 부친다. 함께 하면 과정이 재미있고, 결과도 행복하다.


"이렇게 가족들이 다 모이고, 전통 우리나라 추석인데.. 주부님들 설, 추석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그거 치르고 나서 이혼율이 높아진데요."

일본으로 날아가서 교포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하고 다시 한국으로 복귀한 tvN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가 추석 명절을 맞아 추석상에 올릴 음식을 선보였다. 갈비찜과 잡채 그리고 전이다. 본격적으로 음식을 준비하기에 앞서 송편을 짚어 먹던 김수미는 “주부님들, 추석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고 입을 뗀다. “올 추석은 즐겁게 하세요. 갈비찜만 하나 하시고, 전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물론 주부들에게 선택권이 있는 일은 아니(라는 점에 분노해야 하)지만, ‘엄마’를 대표하는 김수미의 따뜻한 한마디는 명절을 앞두고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을 주부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 게다. 김수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동민은 “그럼 추석을 없애야겠네.”라고 거들고 나섰다. 모르긴 몰라도 그것이야말로 이 땅의 주부들이 수없이 외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명절 후에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김수미의 말은 사실이다. 2012년부터 2015년 설까지 총 7번의 명절을 지낸 다음달 법원에 접수된 협의이혼 건수는 명절이 포함된 달보다 평균 15.5% 증가했다고 한다. (서울가정법원 등의 집계)그것이 반드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명절이 촉매제 역할을 했거나 기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지난 19일 방송된 <수미네 반찬>은 김수미의 제자인 ‘요리하는 남자(셰프)’들이 자신의 가족 및 지인들을 불러 모아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여경래 셰프는 자신의 아들 여민 셰프를, 최현석 셰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조내진 매니저를, 미카엘 셰프는 아버지 스파스 아쉬미노프를 초대했다. 이들은 서로 어우러져 요리를 했다. 명절 음식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은 기획이었다.


함께 요리를 하기 때문일까.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모든 요리가 끝나고 큰 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맛보는 자리에서 최현석 셰프는 "오늘 이렇게 가족들하고 지인을 불러서 같이 했잖아요. 잔치는 이렇게 준비하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고, 명절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자세에 대해 “누군 하고 누군 안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준비하고 같이 만끽하.”자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수미도 한마디 거들며 일갈했다. ”우리 세대만 해도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그랬어. 근데 지금은 (아니야) 아저씨들! 부엌에 들어가세요." 일전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tvN <수요미식회>에서 “전통대로라면 제사는 남자의 일이고, 음식 역시 남자가 다 장만해야 했다. 그래서 전 부치는 것도 남자의 일이다. 우리 집에선 전통대로 하기 위해 내가 전을 담당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 황교익이 언급한 시절이 있었고, 여성에게 전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굳이 누구의 일이라 못박을 일이 아니라 ‘함께’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란다. 물론 가장 좋은 건 공항에 줄을 서는 것일 테지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연예인 홍보대사'는 윈윈(win win) 전략인 동시에 양날의 검이다. 정부 부처의 입장에서는 '잘 나가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임명함으로써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추전하는 정책을 수월히 홍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은 얻는 게 뭘까? 그건 역시 이미지다. 정부 부처와 손을 잡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동시에 공익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해당 연예인이 비행(非行)과 일탈을 저지를 경우 그 타격이 고스란히 정부 부처로 돌아온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물론 이는 모델을 기용하는 기업 광고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일이므로 '연예인 홍보대사'만의 특별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뜨거운 화두는 '모델료'가 아닐까. 공익적인 일에 모델료가 웬말인가 싶지만, 실제로 그 금액이 상당히 고액인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이노근 의원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연예인 홍보대사에 지급한 모델료가 70억 3380만 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홍보대사(2010년~2011년)를 맡았던 가수 이승기는 5억 7000만 원을 받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배우 임현식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4억 8000만 원을 받았다. 


좀더 나열해 보도록 하자. 기획재정부는 2009년~2014년 김장훈(2억 7500만 원), 박보영(1억 6500만 원), 이상윤(1억 6500만 원)에게, 농식품부는 2009년~2013년 카라(2억 5000만 원), 슈퍼주니어(2억 원), 비(1악 원) 등에게, 통계청은 2010년~2011년 김장훈(1억 원), 지진희(1억 8000만 원) 등에게 고액의 모델로를 지불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조재현에게 2009년부터 2014년까지 4억 9500만 원을 지불했다. 


아무리 공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무작정 재능 기부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공익적 이미지라는 무형의 이득을 취하는 만큼 기업의 광고를 찍듯 고액의 모델료를 받는 건 과하다는 게 보편적인 여론이다. 홍보대사의 모델료가 결국 국민의 세금인지라 국민적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꾸준히 지적되던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17년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17년 1월 2일 기획재정부는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를 각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 내용에는 '정책 홍보대사는 가급적 무보수나 실비의 사례금만 지급할 것'이란는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홍보대사 '고액 모델료'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부적절한 관행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과연 잘 지켜지고 있었을까?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서 받은 정부부처 홍보대사 예산 자료를 공개했다. 단단히 벼른듯 보였던 그는 2017년 중앙선관위가 AOA 설현에게 1억 4300만 원의 활동비(TV광고, 라디오 광고, 포스터 인쇄 등의 명목)를 지급했고, 행정안전부가 소녀시대 윤아와 엑소의 유닛그룹 첸백시(EXO-CBX. 첸, 백현, 시우민)에게 실비 명목으로 1500만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보건복지부의 사례(가수 김태우, 배우 최여진, 소녀시대 수영)를 들면서 예산이 투입된 것에 비해 홍보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홍문표 의원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지침마저 어겼다고 꼬집으면서 "국민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국가 예산이 실효성 없이 집행되는 정부홍보대사 위촉은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다음날 행정안전부는 홍문표 의원의 지적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홍 의원이 언급한 1500만 원은 홍보대사 활동비가 아니라 "홍보 영상 및 포스터 촬영 등에 소요되는 실비"였다면서 "분장비, 의상비, 차량운행비, 촬영스태프 인건비 등으로 쓰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1500만 원이라는 액수는 윤아와 엑소 첸백시의 모델료라고 하기에는 단가가 맞지 않아 보인다.


6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홍보대사 위촉식


결국 홍문표 의원이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물론 설현의 경우에는 중앙선관위 측의 해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김태우, 최여진, 수영의 경우에도 홍보 효과가 약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실효성 등을 따져 개선할 부분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무분별한 모델료를 지급하던 상황과는 분명히 달라진 분위기가 엿보인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대표인 홍 의원이 정부의 자료를 통해 비판의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또, 그 1차적인 타깃이 어찌됐든 정부(와 각 부처)라는 점은 잘 알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이 표적이 되는 만큼 좀더 신중한 '폭로'가 요구된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도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못다한 이야기는 보이스 시즌3 <공범들의 도시>에서 계속됩니다.'


이 찜찜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것을 의도했다면 대성공이다. 시즌3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이런 식의 과격한(?) 엔딩은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충격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연성에 큰 빈틈을 남겼다는 점이 아쉽다. 치밀한 구성이 생명인 범죄수사물 장르인 만큼 뭔가 서둘러 마무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 건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도강우(이진욱)가 방제수(권율)를 '홀로' 쫓아가 혈투를 벌이는 사이 남다른 청력의 소유자인 강권주(이하나)는 "갇혀서 나갈 수 없어요."라는 아이의 음성을 듣는다. 그리고 '홀로' 고시원으로 달려간다. 도대체 경찰들은 왜 이리도 단독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걸까? tvN <라이브>를 통해 2인 1조가 원칙이라는 걸 선행학습했던 시청자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워낙 급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소리가 나는 곳으로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강권주가 도착한 곳에 아이는 없었다. 대신 아이의 목소리를 녹음한 녹음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방제수가 쳐 놓은 '얕은' 함정이었다. "아무 것도 건드리지 마!" 위험을 감지한 도강우가 다급히 무전기에 대고 외쳐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강권주가 녹음기를 집어들었고, 그에 맞춰 폭탄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강권주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하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의 소리까지 정확히 감지하고, 세밀히 분석할 수 있는 강권주가 아닌가. 그의 뛰어난 능력은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이미 증명됐다. 그런데 그가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온 소리, 다시 말해 '기계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역시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뒷맛이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히려 더 이상한 쪽은 방제수다. 그는 마치 신(神)에 가까운 지능과 위력을 지닌 캐릭터였다. 사람들의 분노를 마음대로 조종했고, 이를 통해 혐오범죄를 조장했다. 수많은 조력자를 둔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성취할 수 있었다. (과할 정도로) 온갖 곳에 설치된 도청 장치는 그의 완벽한 귀가 됐다. 무엇보다 방제수는 치밀했다. 매사에 신중했고 철저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에 벌인 행동들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녹음기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라 계속 언급할 수밖에 없다. 이해를 바란다. 정말 방제수는 강권주가 속을 거라 100% 확신했을까? 녹음기 소리를 알아채고 낚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았을까? 역시 방제수라면 그런 얕은 수가 들통날 수 있다는 생각에 좀더 확실한 함정을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방제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이코패스니까 말이다.


결국 남은 건 '강권주는 살아 남았을까?'라는 의문이다. 그 외에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도강우(=코우스케)가 악으로 변했는가?', '모든 일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본인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궁금증도 있지만, 역시 주인공이 교체될지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 논점으로 남았다. 이건 좋지 않다. <보이스2>가 그동안 했던 이야기들(가령, '혐오범죄'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가려질 우려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시즌3를 염두에 두고 기획됐고, 그래서 16부작이 아니라 12부작으로 출발했다. 압축적인 이야기 전개를 통해 화력을 쏟아붓고, 시즌3로 곧바로 넘어가겠다는 의도였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7.086%(유료플랫폼 전국 기준)까지 치솟았다. OCN 역대 최고 시청률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시즌제의 정착이라는 큰 수확도 거뒀다. 이처럼 <보이스>는 대한민국 드라마 제작에 있어 큰 화두를 던졌다. 


외면적 성공과 달리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시즌3로 넘어가는 데 필요한 화제성은 확보했지만, 뿌려놓은 떡밥을 회수하지 않은 채 끝을 내버린 탓에 시즌2의 이야기가 시즌3를 위한 '과정'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중반 이후 '도강우 대 방제수'의 구도로 극을 몰아간 것까진 이해하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주인공의 생사를 걸어버렸으니 시청자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무진혁(장혁)은 도강우(이진욱)가, 모태구(김재욱)은 방제수(권율)가 대신할 수 있었지만, 강권주는 누가,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보이스>를 향한 이하나의 열의나, 드라마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강권주의 죽음은 쉬이 상상하기 어렵다. 시즌3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겠다고 선언을 했으니, 과연 이러한 떡밥들이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다만, 시즌3를 마냥 기뻐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별책부록이라기보다 완벽한 번외편이다. 기획의도부터 탑 셰프들 섭외까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백종원)


올리브 <한식대첩-고수외전>을 보면서 솔직히 놀랐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종원의 말처럼 '기획'부터 '섭외'까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동안 <한식대첩>에 출연했던 국내 고수들과 해외 각국에서 온 유명 셰프들이 팀을 이뤄 한식을 전수하고 배운다. 탑 셰프들은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각 지역의 대표적인 한식을 습득해 이를 통해 치열한 대결을 펼치게 된다. 


한식의 글로벌화를 노리겠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무엇보다 탑 셰프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캐나다에서 온 데일 맥케이는 2011년 '탑 셰프 캐나다'의 우승자로 퓨전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경쟁을 경험해 봤기 때문인지 매사에 자신감이 넘친다. 멕시코 대표 세르히오 메자는 27살의 젊은 셰프이지만, 놀라운 창의력을 발판으로 1년 만에 라틴 아메리카 레스토랑 순위에서 40위에 올랐다.



매우 섬세하고 현대적인 요리를 만드는 벨기에의 마셸로 발라딘은 미슐랭 별 하나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인정받고 있는 셰프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대표인 파브리치오 페라리는 한식 콘테스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경력자다. 캘리포니아에서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 아말 산타나는 연 매출 80~100억 원을 자랑한다. 다들 한가락(한 칼질이라 해야 할까?)하는 최고의 셰프들을 모아놓은 셈이다. 


"저런 분을 저희가 가르치는 거예요?"


이쯤되면 한식 고수들이 기가 죽을 만도 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탑 셰프들의 프로필이 워낙 화려하고 경력이 다채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탑 셰프들이 그들이 도전해야 할 종목은 다름 아니라 '한식'이 아닌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는 탑 셰프들이라 할지라도 '한식' 앞에서는 '제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정말 흥미로운 양상이 아닐 수 없다.


1회에서는 서로의 '짝'이 정해졌다. 아말 산타나의 스승은 시즌3 준우승자인 전라도 김혜숙 고수였고, 파브리치오 페라리는 시즌2 우승자인 충청도 이영숙 고수에게 한식을 전수받게 됐다. 데일 맥케이는 시즌3 우승자 서울 임성근 고수의 제자가 됐고, 마셀로 발라딘은 시즌4 우승자인 경상도 최정민 고수와 짝을 이루게 됐다. 마지막으로 세르히오 메자의 스승은 강원도 권영원 고수로 결정됐다.



지난 2013년에 닻을 올린 <한식대첩>은 쿡방(요리하는 방송)의 원조답게 우후죽순 생겨난 기존의 쿡방들과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한식의 글로벌화'라는 기치(旗幟) 아래 세계 각국의 유명 셰프들을 불러 서바이벌을 개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것이다. 한식으로 대결을 펼치는 외국 셰프들이라니! 익숙함과 낯섦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할까? '도대체 언제적 쿡방이야?'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없게끔 만들어 버렸다. 


9주에 걸쳐 펼쳐질 <한식대첩-고수외전>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의 스승으로부터 한식을 배운 탑 셰프들이 얼마나 창의적으로 '한식'을 변모시킬 수 있을지가 첫 번째다. 그건 아마도 '한식의 변신'일 것이다. 두 번째는 '음식'과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고수들과 탑 셰프들의 훈훈한 모습이다. 그들의 끈끈한 관계는 하나의 드라마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와는 별개로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탑 셰프들의 도전 정신이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는 세계적 셰프들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배움이란 끝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가게 문을 닫고 한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까지 달려온 저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꺼이 제자가 되겠다는 저들의 뜨거운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그 자체가 큰 가르침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자극적이지 않고 진짜 딱 집밥 같아요. 식당 밥 같지 않고." 

"그럼 집밥이야. 그걸 내가 해드리려고."


김수미는 요리를 하면서 엄마를 떠올린다고 했다. 식재료를 준비하고 손질하면서, 조리를 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하여 구현된 맛을 음미하며 엄마를 추억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음식을 '미각'과 연결짓곤 하는데, 실제로는 시각 · 청각 · 후각 · 촉각까지 포함된 오감(五感)으로 하는 체험이다.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당시의 분위기와 기분이 어땠는지 등 모든 것이 음식 속에 축적된다. 그만큼 음식은 강렬하고 절절한 기억이다. 


tvN <수미네 반찬>이 일본에서 반찬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이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절묘한 신의 한 수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맛' 혹은 '고국의 맛'을 그리워하고 있을 수많은 재일 교포들을 위한 큰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건 김수미니까 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지금 이 시대에 '엄마가 반찬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캐릭터가 아닌가. 프로그램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아니나 다를까. 반찬 코너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묵은지볶음, 코다리조림, 고사리 굴비 조림, 꽈리고추 멸치볶음, 묵은지 목살찜, 꽃새우 마늘종 볶음 등 수북이 쌓아놓은 반찬들은 금세 동이 났다. 이틀에 걸쳐 무려 1500개의 반찬통이 팔린 것이다. 결국 김수미는 1인 반찬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맛을 보게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김수미는 더운 날씨에도 차례를 기다리느라 몇 시간째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급기야 대기줄이 다음 골목까지 이어지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던지 교통정리에 나섰다. "여기는 왜 이렇게 오래 먹어! 빨리 먹고 나가!" 애타는 김수미의 마음을 아는지라 손님들도 조금씩 서둘렀다. 그러자 장동민도 "셋 셀 테니까 그 안에 드세요"라고 거들고 나섰다. 가게 안은 웃음꽃이 피어 났다.


워낙 손님들이 많았던 터라 막판에 음식이 다 떨어졌고, 2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던 손님들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젠 순발력과 기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셰프들은 현지에서도 식재료 공급이 가능한 콩나물탕 백반을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뭔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제육볶음 백반을 급조했다. 손님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다는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한국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맛이야."

"치료받았어요 마음이..."


수미네 반찬가게를 찾았던 손님들은 모두 진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들의 흡족함이 TV 화면을 통해 분명히 전해졌다. 정말 오랫만에 한국의 맛을 경험한 교민들은 어릴적 기억들을 더듬으며 행복감에 잠겼다. 해외여행을 가서 고작 며칠을 먹지 못해도 그리운 것이 집밥이 아니던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얼마나 고대(苦待)했을까.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김수미의 정성 가득한 음식은 그리움에 허기진 마음들을 꽉 채워넣었다.



그래서 였을까. 장동민, 그리고 셰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했다. 최현석 · 여경래 · 미카엘 셰프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물밀듯 몰려오는 주문에 몸은 이미 지쳤지만,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드려야 한다는 정성과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전문가답게 위기 상황에서도 여유있게 대처했다. 프로의식이 돋보였다. 장동민은 특유의 넉살로 웃음을 줬고, 주방과 홀을 오가며 부지런히 일했다. 


손님들도 한없이 너그러웠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합석에도 기꺼이 응했고, 맛이라도 보라며 자신의 음식을 상대방에게 기꺼이 권했다. 다들 함께 잔치 분위기를 내며 그 시간을 만끽했다. 물론 카메라가 돌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집밥'이라는 개념이 주는 푸근함이 공간 자체에 잔뜩 배어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그것이 어쩌면 한국(인)의 정(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고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는 피곤하지만 제일교포들에게 큰 꿈도 주고, 반찬으로 정신적으로 치유도 한 것 같아서 '너 참 잘했다'라고 제가 저한테 칭찬하고 싶어요."


'굳이 일본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삐딱한 의문에 tvN <수미네 반찬>은 분명한 답을 보여줬다. 필요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야만 했다. 가능하다면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다른 지역에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LA, 괌, 토론토 등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또 다른 해외 편이 기획되리라 짐작된다. 


예능은 웃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재미'가 우선순위가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공익성'이라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방송은 공공재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크로스오버가 이뤄지고 있듯이 예능은 모든 영역과의 교류가 가능하다. 통섭(統攝)을 추구하는 데 유리하다. 그만큼 유연하다. 


tvN <수미네 반찬>은 예능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 웃음과 공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 어려운 걸 해내고 음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내고 있는 셈이다. 어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으랴. 이 글을 쓰는 내내 김수미의 묵은지 목살찜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자꾸만 침이 꼴깍 넘어간다. 아, 혹독한 밤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시작은 무모하나 그 끝은 행복하리라! 잃어버린 인생의 반쪽을 '무확행(무모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채우겠다' 


먼저 도착해 있던 3명의 남자는 저마다 얼굴에 '저는 불행합니다'라고 써붙인듯 낯빛이 어둡다. 애써 '어색함'을 연기하는 그들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다. 서장훈(불행 약력 : 2012년 이혼, 지병 : 무릎연골 없음. 결벽증), 이상민(불행 약력 : 2005년 이혼, 70억 빚으로 부도, 지병 : 공황장애, 내장비만, 커피중독), 김준호(불행 약력 : 2018년 이혼, 요식업 및 기획사 사업 실패, 지병 : 당뇨, 구강 악취)가 그 주인공들이다. 정말 칙칙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불행한 거지?' 그들은 자신들의 공통점을 찾는다. 그건 '이혼 경험'이다. 아예 대놓고 '불행 약력'이라 광고한다. 한국 남자들 아니랄까봐 나이순으로 족보를 정리하더니, 그 다음에는 '돌아온 날'을 기준으로 또 하나의 족보를 만든다. 돌싱 5개월차인 김준호는 6년차의 서장훈과 13년차의 이상민에게 바로 깨갱한다. 이상민은 "별 거 없어. 이러다보면 5년 가요. 금방 가, 시간이."라고 조언(?)을 건넨다. 


산전수전 다 겪은 예능인들끼리 구도를 잡아놓은 상태에서 한 명의 남자가 더 들어온다. 참 식상한 설정이다. 그는 배우 이상엽(불행 약력 : 3년간의 공개열애 마침표)이다. 예능인들의 틈에 배우 등 다른 직종의 예상밖 인물을 추가하는 뻔한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공개연애가 끝난 후의 아픔을 꺼내놓으며 자신의 '불행 약력'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저는 법적인 이별은 아니"라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SBS의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무확행>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엉망진창이었다. 2018년 최악의 기획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한심스러웠다. 4명의 남자들은 스스로를 '애잔하다'고 포장했다. 허나 그건 지나친 자기 연민이다. 아무리 좋게 봐도 '꼴값'에 지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방송이, 그것도 지상파 방송이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나 싶다. 


물론 요즘에 와서 이혼 경력은 결코 흠이 아니다. 과거처럼 쉬쉬하던 시절도 지났다.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불가피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돌싱'이라는 호의적인 신조어도 생겨나지 않았나. 서로 맞지 않는데 괴로워하며 불행히 함께 지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다시 혼자로 돌아가는 선택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면 어찌 그 결정을 매도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무확행>이 '이혼'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다만, <무확행>의 성급함은 '이혼 경험'을 '불행'과 동치(同値)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혼에 대한 무지(無知)이자 수많은 돌싱들에 대한 무례일 수 있다. 게다가 출연자들 역시 캐릭터를 소화하려는 의지만 엿보였을 뿐,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정말 그들은 불행한 걸까? 불행을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게다가 여행은 난데없다. 또, 굳이 포르투갈로 가야 했을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왜 굳이 비싼 출연료를 줘가면서 저들을 위해 여행까지 보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행복요정단(이라는 이름도 끔찍하다)'을 위해 준비된 캠핑카에서 탁재훈이 '행복 요정'으로 등장한 순간 TV를 꺼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정말 캐스팅을 막한다 싶었다. 시청자들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일까?


어김없이 <무확행>은 출연자 구성이 모두 남성으로만 꾸려졌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예능계의 남성 편중에 대한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은 뚝심있는(?) 캐스팅이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도 불행하고 이혼도 불행하다면서 꾀죄죄한 자신을 '애잔하다'고 연민할 수 있는 존재들은 대개 남성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철없는' 돌싱남이 아니면 출연하기 어렵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큰 경험을 한 후에도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존재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이건 '미운 우리 새끼'들의 동반 여행 버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첫회 2.9%(유료플랫폼 전국 기준)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청률이 되길 바란다. 이건 정말 유해(有害)하다. 정말 행복을 찾고 싶다면 카메라 없이 할 일이다. 이런 '짠내'는 보고 싶지 않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면서 사색에 잠겼다. 가사를 입안에서 오랫동안 음미(吟味)하면서 그 맛을 느꼈다. 입안을 맴돌던 가사는 머릿속을 유영(游泳)했고, 어느새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창밖의 먼곳을 바라보다 이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과거의 나를 기억하고 반추했다. 곱씹고 또 곱씹었다. 그 대상이 노래인지, 나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본 적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소년(혹은 청년)은 ‘끝없이 날이 서 있’었다. 한없이 ‘뾰족했던’ 소년은 멋도 모른 채 이리저리 찌르고 다녔다. 한동안 그런 후에야 깨달았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상처를 입었음을. 소년의 소원은 ‘어른이 빨리 되는 것’이었다. 그에게 어른은 ‘뭐든 괜찮아지는’ 존재였다. 자신의 ‘몸에 돋은 가시들’을 어떻게든 ‘털어내고’ 싶었다. ‘혼자서 그럭저럭 괜찮은 그런 나이가 되면 불쑥 짐을 꾸려 세상 끝 어디로 떠나려 했’다. 


시간이 흘렀고,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이제 ‘웬만한 일엔 꿈쩍도 않을 수 있게 돼버렸’다. 마침내 어른이 된 것이다. 감정의 혼돈을 겪지 않고 무심히 살아갈 수 있었다. 하루가 그리 지나갔고, 세월이 쌓여갔다. 그런데 문득 ‘무난한 하루 끝에 ‘‘뾰족했던 나’의 그 ‘반짝임’이 그리워졌다.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제였었던가. 살아 있다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지난 11일 김동률이 디지털 싱글 ‘노래’를 발매했다. 지난 1월 발표했던 앨범 ‘답장’의 마지막 트랙으로 유력했던 곡이었지만, 고심 끝에 싣지 않고 따로 공개한 것이라고 한다. ‘답장’은 어느새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진 김동률이 가요계 후배들에게 전하는 답가(答歌)였다. 앞만 보고 나아가던 그가 잠시 멈춰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고 성찰한 끝에 나온 곡이었다. ‘노래’ 역시 그와 비슷한 결을 가진 곡이다. 


당시 앨범에 실었어도 메시지의 연결상 맵시가 있었겠지만, 감수성이 영글어가는 가을 무렵에 그의 신곡을 만나게 되니 그저 반갑기만 하다. 게다가 지금 이 계절과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김동률의 목소리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 ‘노래’는 각종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는데, 오로지 노래의 힘만으로 이뤄낸 성과라 놀랍기만 하다. 



김동률은 사실상 가요계에 남아있는 유일한 낭만주의자이자 로맨티스트다. 그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동료들의 절반은 자취를 감췄고, 나머지 절반은 ‘방송’이라는 매개체와 타협했다. 타협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어감으로 들린다면 시대적 흐름에 부응했다고 새겨도 좋다. 김동률은 여전히 오로지 ‘노래’의 힘만으로 대중들과 소통한다. 수많은 팬들이 TV에 좀 나와달라 성화지만, 그의 생각을 꺾긴 어려워 보인다. 


솔직히 김동률을 예능을 비롯한 방송을 통해 좀더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그만큼은 지금의 단호한 고집을 계속 부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오로지 ‘노래의 힘’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뮤지션, 그 낭만적 가치를 김동률이라면 지켜갈 수 있지 않을까? 또, 첫 소절을 듣자마자 ‘이건 김동률 노래다!’라고 느낄 수 있는 그만의 음악 스타일과 틀을 지켜갔으면 한다. 노래의 시적인 구성과 에세이 느낌의 가사, 특유의 서정성 말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김동률이 찾아낸 답은 무엇이었을까. ‘내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삼키지 않고 악을 쓰듯 노랠 부른다’ 김동률은 더 이상 ‘삼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수인 김동률은 ‘악을 쓰듯 노랠 부’르겠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둥글게 되지 말라고 울퉁불퉁했던 나를 사랑했던 너’를 떠올리며 용기를 보내자. 무엇이든 한번 해보자.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