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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01 반성문과 함께 돌아온 <전참시>, 아직 마음놓긴 이르다



'저희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4. 16세월호참사 가족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지난 5월 5일 방송으로 여러분의 가슴에 또 한 번 상처를 남겼습니다. 비난받아 마땅한 잘못에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저희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웃음 대신 공분을 불러일으킨 저희 잘못을 마음 깊이 자각하고 반성합니다.'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이 '반성문'과 함께 돌아왔다. (교체된)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시청자에게 사과했고, MC들은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전현무)라고 운을 뗀 후, "그동안 기다려주신 시청자들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이영자)라고 고개 숙였다.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기존의 촬영분이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던 5월 5일 방송이 있은 지 8주 만의 컴백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 당시 <전참시>는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을 뉴스 보도 형태로 편집(해 웃음을 주고자)했는데, 그 과정에서 '굳이' 세월호 참사 특보 화면을 사용했다. 아무리 모자이크로 지웠다고 한들 어찌 그 장면을 잊겠는가. 시청자들은 극심한 충격에 빠졌고,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어묵(오뎅)'으로 비하해 왔다. 바다에 빠져 생을 달리했던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며 낄낄댔다. 이영자가 매니저와 함께 어묵을 먹는 장면을 세월호 참사와 연결짓는 건 전형적인 일베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앞서 '굳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수없이 많은 뉴스 영상 가운데 세월호 참사 당시의 것을 가져온 건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충격에 빠진 이영자는 방송 녹화에 불참을 선언했다. 자신의 선의가 왜곡된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진 것이다. 누구보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상처와 아픔에 공감했던 이영자였다. 그런 그가 아무런 '대책'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스튜디오에 나가 웃으며 방송을 할 순 없었으리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책임자를 가려내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최승호 사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MBC는 자체적으로 사태 파악에 나섰다. 프로그램의 존폐를 넘어 MBC라는 방송국에 대한 신뢰를 고심해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동안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던 방송사들이 유야무야 넘어갔던 전례에 비하면 확실히 달라진 태도였다. 핵심부터 이야기하자.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린 결론은 '고의가 아니다'였다. 



오동운 홍보심의국 부장은 "조연출의 잘못으로 인해 시작된" 일이라면서 "조연출은 장면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뉴스 속보처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고, 세월호 관련 영상을 삽입한 것에 대해서는 배경을 흐리게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고, 문제가 있다면 시사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 시사에서 문제의 영상이 걸러지지 않으면서 결국 지금의 사태로 번지게 된 것이다.


물론 석연치 않은 점은 남아있다. 일단, 조연출은 의식적으로 세월호 관련 영상을 삽입한 것으로 보인다. 왜 그랬을까? 꼭 그랬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배경을 흐리게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여겼고, 연출과 담당PD, CP와 작가들이 참여하는 시사 과정이 남아 있어 문제점이 있다면 걸러지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사 과정에선 문제점이 아예 발견조차 되지 않았다. 5초 가량의 영상은 그렇게 세상으로 나왔다.


만약 조연출이 시사 과정에 앞서 해당 영상이 세월호 관련 영상이라 설명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래도 최종 시사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연출이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묵'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휴대폰 메시지나 SNS를 조사했지만 정치적 활동이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아 극우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명쾌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자체적인 진상 조사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 그러나 MBC가 섣불리 방송 재개를 시도하기보다 차분히 진상 규명에 힘쓴 점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또, 인사위원회에서 제작진을 징계 조치(권석 예능본부장 감봉 6개월, 최윤정 CP 감봉 2개월, 강성아 PD 감봉 3개월, 조연출 정직 1개월)한 부분도 더 이상의 재발을 막겠다는 MBC 측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분노가 다 가신 것도 아니고, 불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MBC의 제작 윤리, MBC 구성원들의 윤리 의식, MBC 내에 잔존하고 있는 관행은 여전히 변화와 타파의 대상이다. 돌아온 <전참시>는 여전히 재미있었고, 이영자의 먹방은 분명 유쾌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청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또,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제작진은 이를 계기로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부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길 바란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