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 23

[버락킴의 벨기에 여행기] 2. 잊을 수 없는 브뤼셀의 밤, 그랑플라스의 야경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공허한 땅 위에 내린 흑임은 깊고 무거웠다. 그때 창조자는 ‘빛이 있으라’ 명했고, 세상은 낮과 밤으로 구분지어졌다. 정말 신이 ‘빛’을 창조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태양의 유무에 따라 삶을 살아왔다. 빛은 생활을 의미했고, 어둠은 수면을 뜻했다. 불이 사라지면 무력한 인간으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모닥불은 최소한의 방편일 뿐이었다. 어둠은 순응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또, 극복의 대상이었다. 시야를 잃은 인간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어둠을 정복했다. 밤이 내린 도시는 더 이상 어둡지 않다. 흑암은 얕고 가볍다. 빛은 차고 넘친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

답답했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깨운 제이블랙-마리 부부

"설거지까지 다 하시네요?" 남편 제이블랙은 아내 마리보다 일찍 일어난다. 간단히 씻고 나서 곧바로 주방으로 직행해 아침을 준비한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MC들은 "(남편이) 음식을 하시네요?",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라며 의아해 한다. 그러나 마리는 담담히 말한다. "평소예요." 제이블랙은 마리가 좋아하는 차돌박이를 하면서 신이 나 있다. 아내가 자신이 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해진 것이다. 한편, 마리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에야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 노래를 듣고 있다. 그리고 음식이 다 준비됐을 무렵 거실로 나온다. "공주님이 깨셨어요~" 제이블랙은 마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마리가 가스레인지 근처로 다가오자 "위험해, 위험해."라며 접근을 막는다. 제이블랙은 차돌박이에..

성동일의 전성시대, 이 시대의 가장을 연기하는 생계형 배우

tvN 는 경찰들의 애환을 인간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 시청률 7.73%(닐슨코리아 유료가구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은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형 시리즈물의 자존심을 세웠다. JTBC 는 평균 4~5%를 넘나드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판사판 밀착형 법정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 호평 일색이다. , , 세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을 찾는 게 어렵진 않았을 텐데, 바로 ‘배우 성동일’이다. 성동일은 에서 정의감과 사명감을 가진 지구대장 기한솔 역을 맡아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에선 ‘전설의 식인상어’ 베테랑 형사 노태수로 분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또, 에선 부장판사 한세상으로 변신해 합의부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 ..

TV + 연예 2018.06.25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3) 에트르타 · 옹프뢰르

에트르타(Etretat)와 옹플뢰르(Honfleur)는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14. 천공의 수도원 몽생미셸, 꿈엔들 잊으리오!’ 편에서 소개했다시피 몽생미셸 투어의 세트로 묶인다. 여행 일정은 파리에서 출발해 에트르타 > 옹플뢰르 > 몽생미셸을 거쳐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식이다. ​ 에트르타로 가는 길에 들린 휴게소의 폴(Paul) 빵집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 노르망디 지역의 해안도시인 에트르타는 알바트르 해안(Cote d'Albatre)을 끼고 있는 절벽(팔레즈 다발과 팔레즈 다몽)으로 유명하다. 모파상(Maupassant)은 팔레즈 다발(왼쪽 절벽)을 코끼리에 비유했는데, 이 ‘코끼리 바위’는 에트르타의 명소가 됐다. ​​​​ 지금에 와서 팔레즈 다발은 어른 코끼리라 불리고, 팔레즈 ..

언니들이 뭉친 <밥블레스유>, 여성 예능의 가능성을 열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언니들'이 뭉쳤다.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뷔페를 위한 의상(쫄쫄이)이 따로 있을 만큼 '먹는 것'을 사랑하는 최화정은 어떤 음식이라도 이탈리아 요리를 먹듯 우아하게 먹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 '밥 맛 없어'라는 말을 최악의 욕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영자의 음식 사랑은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그의 찰진 맛 평가는 입안에 침이 저절로 고이게 만들 만큼 일품이다. 2017년 10월, 김숙이 SNS에 올렸던 한 장의 사진. 4인방의 먹방 인증샷에 쏟아진 열렬한 반응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추진한 '새싹 PD' 송은이의 기획력은 정말 놀랍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캐치하는 그의 감각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정상에 ..

TV + 연예 2018.06.23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27. 더도 말고 유지태 · 김효진 부부만 같아라

결혼이라는 제도 혹은 관계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결혼을 당연시 했던 과거와 달리 비혼(非婚)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필수적인 단계라 생각하는 관점도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이 필요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지금까지 (저마다의) 수많은 답이 존재했지만, 그 끝없는 문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좀더 간단히 생각을 해보자. 위의 철학적 질문들은 상당히 골치가 아프지만, '모범적인 모델'을 마주하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바뀌게 된다. '저런 남편이라면..', '저런 아내라면..' 또는 'OOO과 OOO 부부처럼 산다면야..' 연예계에서 OOO에 해당하는 이름을 찾아보면 어떨까..

강기영과 황보라, <김 비서가 왜 그럴까>에 맛깔스러움을 더하다

레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썼다. 소름끼치는 분석이다. 이 통찰을 드라마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잘 되는 드라마는 대개 엇비슷하다. 연출, 극본, 연기의 3박자가 안정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달라붙는다. 바로 조연 배우들의 탁월한 감초 연기 말이다. 신스틸러의 활약은 잘 나가는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힘이다. MBC 에서 미워할 수 없었던 임현식의 존재감을 떠올려 보라. 그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드라마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 tvN 의 얄미웠던 이모 염혜란은 또 어떠한가. '콩쥐 엄마'를 연상케 하는 악독한 연기는 드라마의 감칠맛을 더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연 배우들의 개성..

TV + 연예 2018.06.21

[버락킴의 벨기에 여행기] 1. 벨기에를 왜 가냐고 묻는다면..

브뤼셀, 예술의 언덕 “벨기에는 그냥 거쳐가는 나라 아니에요?”“하루면 충분하지 않아요? 이틀은 많지 않나?” 벨기에를 간다고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일관된 리액션이었다. 7박 8일의 여행 일정 가운데 고작 이틀이라고 설명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차라리 그 이틀을 파리에서 더 보내는 게 낫지 않아?”였다. 질 수 없었다. 벨기에 때문이 아니라 내 여행을 수호하기 위해서. “벨기에도 볼 게 많은데, 왜 그래?” 도대체 뭐가 있냐는 반문, 나도 가봐서 아는데 별 게 없다는 확신 앞에 몇 가지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브뤼셀에 가면 오줌싸개 동상도 있고, 왕립미술관에는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이 전시돼 있어. 또, 마그리트 미술관도 있는데, 거기도 꼭 갈 거야.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

연애 예능의 전성시대, 차별화에 성공한 <선다방>의 고민

방송은 판타지를 추구한다. 드라마나 예능은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의 비루함까지 따라하진 않는다. 방송은 철저히 대리만족을 지향한다. 고된 회사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해 대신 요리를 만들고, 대신 여행을 떠난다. 시청자들은 TV가 구현하는 판타지를 통해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난다. 그리고 이번엔 TV가 '연애'에 빠졌다. '연애 포기 선언'을 한 N포세대의 판타지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채널A (15일 종영), SBS , tvN , JTBC 등 비(非)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애 예능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XtvN은 공개 구혼을 테마로 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을 준비 중이다. 역시 비연예인들의 '짝짓기'를 보여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 ..

TV + 연예 2018.06.20

뒤통수 때린 악마의 편집, <하트 시그널2>의 제작진만 웃었다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건 놀림받을 바보짓일지 모르지만, 연애를 TV를 보고 배우는 건 앞으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 방영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은 웬만한 로맨틱 드라마보다 가슴 설레고, 실제를 방불케 할 만큼의 리얼리티가 있다. 그뿐인가. 보는 이들의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감정에 (격렬히) 공감하고, 그들의 상황에 (과)몰입한다. 지난 15일 종영한 채널A (이하 )에서 김현우가 오영주가 아닌 임현주를 선택했을 때 수많은 시청자들이 '뜨악'했다. 김현우와 오영주가 최종 커플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커플 여행이 만들어 낸 극적 반전(이거나 악마의 편집)이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에 얼빠진 ..

TV + 연예 2018.06.19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2) 피카소 미술관 그 두 번째

​​나는 왜 미술관(박물관)을 찾는가. 가끔 그런 질문이 들 때가 있다. 대한민국에 있을 때도 가끔 각종 전시를 찾는 편이지만, 유독 해외를 나가게 되면 더욱 그런 경향이 짙다. 미술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다. 그림을 잘 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하라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굳이 답을 하라면 말 그대로 '그냥 좋다'는 것인데,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라든지 그 공기의 질감, 무게가 좋다. 혹은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라고 할까. 열심히 설명을 하는 도슨트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그림 앞에서 열심히 스케치를 하는 열혈 미술학도의 모습들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렇다면 왜, 특히, 해외의 미술관인가. 그건 자유로움 ..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사진전(1) 피카소 미술관 그 첫 번째

여행을 가면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는 편이다. 이번 파리 여행(두 번째 방문이었음에도)에서도 약 2,500장을 가뿐히 넘었다. 여행기를 쓰면 (사진을 최대한 많이 집어 넣으려 하지만) 아무래도 글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찍어둔 사진들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부록'이라고 할까. '사진전'이라고 할까.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소개하고, 그 느낌을 공유하는 페이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하나에 약 30~40장의 사진을 넣고,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가벼운 형식이 될 것이다. 첫 번째 페이지는 '피카소 미술관'이다. ​​ 피카소 미술관(Musée Picasso)은 마레 지구(Quatier du Marais)에 위치해 있다. 본격적인 미술관 투어에 나서기 전에 배를 든든히 채워 두..

김수미의 구수한 손맛, <수미네 반찬>에 반할 수밖에!

"후추! 조금 눈둥만둥. 눈둥만둥 뿌려! 네, 그게 내 레시피입니다~" 오로지 '김수미의 힘'이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내로라하는 전문 셰프들을 제자로 거느리고, 그들을 '맛'으로 감동시키는 능력이라니! 이건 신개념 쿡방이라 불릴만 하다. 김수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엉뚱함으로 출연자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를 쥐락펴락한다. 구도 자체가 신선하다보니 눈길이 가고, 무려 40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정감 있는 반찬들에 시선이 꽂힌다. '엄마의 맛'을 만들어 내는 김수미를 앞세운 tvN 은 첫회만에 3.526%(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2회에서는 4.504%로 껑충 뛰어 올랐다.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쿡방인 JTBC (이하 )의 4.196%를 뛰어넘는 시청률이..

TV + 연예 2018.06.15

이토록 쌈박한 수사물이라니! 정경호의<라이프 온 마스>에 꽂혔다

여성들을 살해하고서 손톱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발라 놓는 연쇄살인범 김민석(최승윤). 헤어진 약혼자 정서현 검사(전혜빈)로부터 부탁을 받고 수사에 참여했던 과학수사대 한태주 형사(정경호)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지만, 일부 증거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고 법정에서 이를 진술한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용의자는 풀려나게 됐고, 정서현은 갑자기 실종된다.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용의자를 추적하던 한태주는 공범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상대가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다.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곧 차에 치이며 의식을 잃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뜬 한태주는 1988년 인성시의 풍경과 마주한다. 거리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민방위 대..

TV + 연예 2018.06.14

잘 만난 박서준과 박민영, 잘 나가는<김비서가 왜 그럴까>

"눈부시지 않나? 나한테서 나오는 아우라""사람이 어떻게 무능할 수가 있지? 노력하고 쟁취한다. 대체 왜 못하는 거지?"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남자주인공, 재력과 외모, 능력까지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다. 모든 것을 갖춘 그는 기고만장하기까지 하고, 잘난척이 하늘을 찌른다. 게다가 오글거리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댄다. 상상을 초월하는 밥맛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웬만하면 짜증이 났을 텐데, 저 경악스러운 대사를 듣는데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빠져든다. 그제서야 실감했다. 이 드라마 제대로다. 보통이 아니다. 물론 불편한 눈으로 보자면 껄끄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자 주인공은 젊은 나이에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고, 그 비서는 어김없이 연하의 여성이다. 이 뻔..

TV + 연예 2018.06.10

<숲속의 작은집>의 시청률이 저조했던 진짜 이유가 뭘까?

실험이 끝났다. '행복 실험'이라 붙여진 과감한 도전이었다. 피실험자 A(박신혜)와 B(소지섭)는 '당신은 행복은 무엇입니까?'라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질문을 마주했고, 매순간 자신의 행복에 대해 고민했다. 9주의 시간동안 조금씩 자신만의 답에 접근해 갔고, 결국 그들은 실마리를 풀어냈다. 시청자들은 피실험자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응원했고, 공감했고, 감격했다. tvN 잔잔히 우리를 웃고 울렸다. 프로그램이 주는 울림과 의미, 가치와는 달리 시청률은 상당히 저조했다. 의 감독판(10회) 시청률은 1.145%에 그쳤는데, 일반적으로 감독판의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실질적인 마지막 회인 9회의 시청률도 1.411%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4.706%를 찍은 첫..

TV + 연예 2018.06.09

<숲속의 작은집>이 던진 질문, 박신혜와 소지섭이 찾아낸 행복

"행복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 같아요.""행복은 모르겠고, 감사해요. 감사는 있어요. 그런데 행복..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9주에 걸친 실험이 모두 끝났다. 지난 8일, tvN 의 피실험자A 박신혜, 피실험자B 소지섭은 그동안 자신들이 수행했던 미션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박신혜는 '한번에 한 가지 행동하기, 새들의 소리를 찾아서, 한가지 반찬에 밥 먹기, 6시 이후에 휴대폰을 꺼보세요'를 언급했고, 소지섭은 '3시간 동안 식사하기'라 말하면서 절대 따라하지 말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주도에 위치한 '숲속의 작은집'으로 떠나기 전만 해도 '행복하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며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던 그들이었지만, 방송이 끝나가는 시점에 그들의 얼굴은 한결 ..

TV + 연예 2018.06.09

당찬 서예지는 어디로? 잘 나가는 <무법 변호사>의 옥의 티

tvN 의 기세가 무섭다. 바야흐로 '기성'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봉상필 변호사(이준기)는 살인의 누명을 쓰고 경찰에 체포됐고, 골칫덩어리를 제거한 차문숙 판사(이혜영)와 안오주 회장(최민수)판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과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는 시청률 6.085%(닐슨 코리아 기준)로 순항 중이다. 극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 는 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조건들을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두루 갖추고 있다. '어머니의 복수'라는 사적 복수와 '기성의 정의'라는 공적 복수가 절묘히 조합을 이룬 이야기의 쫄깃함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조금 촌스러운 구석이 있지만, 연출도 군더더기가 없는 편이다. ..

TV + 연예 2018.06.05

예쁘지 않으면 구타유발죄? <코미디 빅 리그>의 한심한 개그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게 된 지 오래 됐다. 가장 큰 이유는 '재미'다. 언젠가부터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그 치열함을 잃어갔고,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다. 전성기 시절의 KBS2 는 시청률 27.9%를 찍을 만큼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 두 자릿수 시청률은 꿈도 꿀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후발주자로 제법 인기를 끌었던 tvN (이하 )의 처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단지 치열함의 문제는 아니다. 개그 프로그램들이 재미가 없어진 이유 말이다. 오히려 '불편함'이 더 핵심적이다. 옛날에는 신체와 외모의 차이를 희화하하더라도 웃어 넘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비하가 포함돼 있더라도 쉽게 눈치채지 못했고, 설령 그런 부분이 있어도 '웃기면 되지'라는 대전제 앞에 모른 ..

TV + 연예 2018.06.05

<미스 함무라비>의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뜨겁게 하는가?

"제가 존경하는 여성 대법관님이 계십니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퇴임하실 때 히말라야를 혼자 오른 어느 등산가의 이야기를 인용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싸워서 이긴 만큼만 나아갈 수 있었고, 이길 수 없을 때 울면서 철수했다. 우리는 웃으면서 철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많은 분들이 첫발을 내디뎠으니까요." 성공충(차순배) 부장판사의 무리한 업무 지시로 인해 유산까지 하게 된 홍은지(차수연) 판사를 위한 전체판사회의가 소집됐다. 젊은 판사 박차오름(고아라)과 임바른(김면수)은 법원 내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현실과 부딪쳤다. 그들의 패기 있는 도전은 무모해 보였지만, 결국 동료 판사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과반수 이상의 출석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회의는 열리지..

TV + 연예 201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