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공허한 땅 위에 내린 흑임은 깊고 무거웠다. 그때 창조자는 ‘빛이 있으라’ 명했고, 세상은 낮과 밤으로 구분지어졌다. 정말 신이 ‘빛’을 창조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태양의 유무에 따라 삶을 살아왔다. 빛은 생활을 의미했고, 어둠은 수면을 뜻했다. 불이 사라지면 무력한 인간으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모닥불은 최소한의 방편일 뿐이었다.


어둠은 순응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또, 극복의 대상이었다. 시야를 잃은 인간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어둠을 정복했다. 밤이 내린 도시는 더 이상 어둡지 않다. 흑암은 얕고 가볍다. 빛은 차고 넘친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신이 ‘낮의 도시’를 창조했다면, 인간은 ‘밤의 도시’를 창조한 셈이다. 


파리 에펠탑 


신의 창조물만 경이로운 건 아니었다. 2016년 파리의 에펠탑에 올라간 후 넋을 잃었고, 인간의 발명품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불빛 따위가 뭐가 멋있다고 야단법석이야’라고 무시했던 과거를 반성했다. 서울이나 도쿄, 홍콩의 야경(도 감탄을 자아냈지만)과는 다른 ‘낭만’이 있었다. 그건 단순한 불빛이 아니었다. 대도시의 야경의 온도가 차갑기만 하다면, 파리의 그것은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터키 이스탄불, 벨기에 브뤼셀을 여행하면서 그 생각은 확고해졌다. 낮의 도시와 밤의 도시는 확연히 달랐고, 그 차이를 경험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야경은 여행의 꽃이었고, 은은함을 간직한 유럽 도시들의 밤은 특히 아름다웠다. 밤의 도시를 둘러보고, 그 야경을 감상하는 건 여행 일정 중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프라하의 야경 


부다페스트의 야경 


그동안의 여행지 가운데 ‘밤의 도시’가 가장 낭만적이었던 곳을 꼽으라면 역시 파리와 프라하, 부다페스트가 삼대장이다. 더 이상 순위를 매기는 건 불가능한데, 세 곳은 그마다 분명한 특색이 있었다. 파리는 ‘에펠탑’ 때문인지 몰라도 강렬하면서 낭만적인 느낌이었고, 프라하는 프라하성과 카를교의 조명 때문에 은은하고 감미로웠다. 부다페스트는 발광하는 국회의사당의 풍족한 빛 때문에 풍만감을 줬다. 


한편, 브뤼셀의 야경도 그에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뽐냈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 이어 마그리트 미술관까지 빠르게 둘러봤다. 그날이 일요일이라 18:00까지 개관하지 않았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그 이후부터는 오히려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파리와 몽생미셸에서도 경험했다시피 하절기의 유럽은 해가 늦게 진다. 늦어도 너무 늦다. 오후 10시가 지나야 겨우 어둑어둑해진다. 맙소사!


늦은 일몰 시각은 여행자의 입장에서 좋은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고생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여행 일정을 넉넉하게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여유로웠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어두워지지 않자 오히려 당황스러워졌다. 시간을 보내고 또 보내도, 아직 밖은 밝기만 했다. 여행에서 마지막 일정은 대개 야경을 보는 것으로 마감하기 마련인데, 밤이 되지 않으니 난감했다. 체력은 고갈돼 갔고, 결국 버티기 모드로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브뤼셀의 경우에는 숙소와 '(야경을 봐야 할 장소인) 그랑플라스'가 도보로 5~10분 거리였다. 그 말인즉슨 재정비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우선, 벨기에로 떠나기 전에 미리 검색해뒀던 맛집 '르 비스트로(Le Bistro), Porte de Hal Boulevard de Waterloo 138, 1000 Bruxelles'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왕립 미술관에서 애매하게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 택시를 탔다.


식당 1층은 벌써부터 사람들이 제법 들어차 있었다. 남은 자리도 대부분 예약석이라 2층으로 안내 받았다. 안내를 하던 직원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농담을 하면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애를 썼다. 잔뜩 흐리고 차가운 날씨 덕에 굳어있던 얼굴이 덕분에 한결 편해졌다. 메뉴판을 받아들었지만, 차분히 단어를 번역해가며 주문을 하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검색해 홍합탕을 보여주고, 파스타는 감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감자튀김도 빼베드포드 호텔놓을 수 없었다. 홍합은 벨기에의 대표적인 음식이라 꼭 먹어보고 싶었다. 또, 싸늘한 날씨에 위축된 몸을 녹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감자튀김(프렌치 프라이)는 그 이름 때문에 프랑스가 원조라 알려져 있지만, 벨기에의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여왔다는 설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그들만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벨기에의 감자튀김을 워낙 높이 쳐주는 터라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홍합탕은 C, 파스타는 B, 감자튀김은 A였다. 홍합탕은 좀 짠 편이었는데, 해감의 문제인지 짠맛을 강조하는 유럽식 조리법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국물이 따뜻하긴 했지만, 그 음식을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감자튀김은 확실히 달랐다. 풍성한 식감이 우리네 것과는 차이가 뚜렷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숙소(베드포드 호텔, Bedford Hotel)로 돌아왔다. 소화도 시킬 겸 브뤼셀 시내를 걸었는데, 방안으로 들어오니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후 7시나 됐을까. 아직 해가 지려면 3시간이나 남아 있으니,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뒤척이기라도 했을 텐데,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단계였다. 여행은 숙면과 동의어라 해도 틀릴 게 없다.





얼마나 잤을까. 알람소리에 겨우 눈을 뜨고, 커튼은 젖혀 시야를 확보했다. '와, 드디어 밤이구나!' 빛이 사라져 있었다. 브뤼셀의 밤은 어떨지 궁금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그랑플라스로 향했다. 그랑플라스로 가는 길은 조금 음침했지만, 점차 강렬한 빛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을 뗐을 때,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동반사와 같은 감탄이었다.


밤의 그랑플라스는, 밤의 브뤼셀은, 밤의 벨기에는 낮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건물들로 둘러싸인 직사각형의 광장은 온통 빛으로 가득했다. 마치 빛을 내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스스로 발광(發光)하고 있다고 할까. 찬란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분명했다.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광장은 사람들의 반응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그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웃으며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양인이 신기했던 걸까. 그들은 자신들이 '안도라'라는 나라에서 왔다며 그곳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고, 그들은 또 한번 신기해 했다. 그리고 이내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만의 세계로 돌아갔다.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었다. 걷고 또 걸었다.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았다. 눈 속에, 발걸음 속에 차곡차곡 기억하고 싶었다. 그랑플라스의 풍만한 빛이 주는 느낌은 그 전에 봐왔던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 밤을 잊을 수 없다. 인간이 창조한 '밤의 도시'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설거지까지 다 하시네요?"


남편 제이블랙은 아내 마리보다 일찍 일어난다. 간단히 씻고 나서 곧바로 주방으로 직행해 아침을 준비한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MC들은 "(남편이) 음식을 하시네요?",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라며 의아해 한다. 그러나 마리는 담담히 말한다. "평소예요." 제이블랙은 마리가 좋아하는 차돌박이를 하면서 신이 나 있다. 아내가 자신이 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해진 것이다. 


한편, 마리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에야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 노래를 듣고 있다. 그리고 음식이 다 준비됐을 무렵 거실로 나온다. "공주님이 깨셨어요~" 제이블랙은 마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마리가 가스레인지 근처로 다가오자 "위험해, 위험해."라며 접근을 막는다. 제이블랙은 차돌박이에 마리가 좋아하는 고수를 듬뿍 넣고, 서둘러 상을 차린 후 마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난 후, 제이블랙은 자연스럽게 설거지까지 하기 시작한다. MC 이지혜는 이 장면이 낯선 모양이다. '주방일은 아내의 몫인데, 설거지는 아내가 하겠지'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모양이다. 마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렇게 일상적인 집안일은 신랑이 해주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을 뒤집어서 정리하고 반찬을 만들어 놓고 하는 건 제가 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가 행복한 방법으로, 이 부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진짜 시댁 갈 때 저거 입고 가요?"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며느리'들은 마리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보라색 레게 머리의 비주얼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일반적 기준에서 단정하지 않아 보이는) 주황색 원피스를 입고 시댁에 간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마리는 시어머니와의 통화도 그리 어려워하지 않고, 시어머니가 주방에 들어간 뒤에도 거실에서 편안하게 다과를 즐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런 마리를 '상상 그 이상의 며느리'라 이름 붙여 놓았다.


지난 27일 정규 편성 후 첫 방송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제이블랙-마리 부부를 통해 새로운 토론의 장을 열어젖혔다. 그 토론의 주제는 통념(通念)과 고정관념이었다. '왜 대개 짐은 여자가 쌀까?', '왜 집안일은 아내의 몫인 걸까?', '왜 며느리는 시댁에만 가면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일까?', '왜 며느리는 시댁에 갈 때 단정한 옷차림을 해야 하는가?', '왜 시댁에 연락하는 건 며느리 몫일까?'



우리가 질문 없이, 당연히 받아들였던 관념들이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생각들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들어왔던, 혹은 익히 봐왔던 풍경들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 굳어버려 더 이상 변하지 않는, 바꿀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세상은 점차 변하고 있지만, 아직 강고한 최면같이 뿌리내린 '시댁'이라는 세계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갈등은 누적되고 상처가 곪아가고 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긴 어려운 법이다.


제이블랙-마리 부부의 일상이 민지영-김형균 부부와 김재욱-박세미 부부의 중간에 배치되자 그 차이가 확연히 보였다. 김재욱은 "사람들이 아빠보고 고구마래! 답답하다고"라며 자책했지만, 아직까지 그가 왜 '고구마'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깨달은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김형균도 파일럿 방송의 말미에서 '좀더 도와줘야 했는데'라며 반성했지만, 여전히 가사 노동을 아내의 몫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제이블랙-마리 부부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그들은 서로 존댓말을 쓰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 서로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 줬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예민할 부분일 수 있는 가사 노동에 있어서도 성숙한 태도를 보여줬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집안일을 분담했다.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 이상적인 부부였다.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부부들의 눈에 제이블랙과 마리의 일상은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왜 제이블랙-마리라는 '이상한 부부'를 부각시켜 보여준 것일까. 답을 찾긴 어렵지 않았다. 시댁에 도착한 마리의 행동, 마리를 대하는 시부모들의 태도에 그 답이 있었다. 마리의 방석은 '가시방석'이 아니었다. 결국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부부'였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편의 역할은 무엇이고, 아내의 역할은 무엇이다'와 같은 성고정관념, '며느리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통념,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제이블랙-마리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부부 관계가 이상적으로 정립되니 '이상한 나라'도 존재하지 않았고, '며느리'로서의 고충도 없었다. 제이블랙-마리 부부야말로 우리 세대들이 원하는 새로운 이상향이자 끝없이 찾아헤맸던 하나의 답이 아닐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tvN <라이브>는 경찰들의 애환을 인간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최고 시청률 7.73%(닐슨코리아 유료가구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탐정: 리턴즈>은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형 시리즈물의 자존심을 세웠다. JTBC <미스 함무라비>는 평균 4~5%를 넘나드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판사판 밀착형 법정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 호평 일색이다. 


<라이브>, <탐정: 리턴즈>, <미스 함무라비> 세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을 찾는 게 어렵진 않았을 텐데, 바로 ‘배우 성동일’이다. 성동일은 <라이브>에서 정의감과 사명감을 가진 지구대장 기한솔 역을 맡아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탐정: 리턴즈>에선 ‘전설의 식인상어’ 베테랑 형사 노태수로 분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또, <미스 함무라비>에선 부장판사 한세상으로 변신해 합의부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 중이다. 



성동일은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배우로서 28년간 쉼없이 달려왔다. 끈기와 꾸준함은 지금의 성동일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자신만의 개성 있는 연기를 완성시키고, 연기자로서 높은 단계의 경지에 오른 성동일은 이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배우가 됐다. 성동일 없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쯤되면 그에게 ‘연기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당연해 보인다.


감독, 배우, 시청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장인이건만, 성동일은 여전히 겸손하다. 그는 스스로를 ‘생계형 배우’라 칭한다. 주저없이 돈이 연기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연기라는 작업에 숭고함를 불어넣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현실에서 결코 쉽지 않은 고백이다. 가난이 싫어서 연기를 시작했고, 가지고 싶은 게 많았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말을 허투루 넘기기 힘들가. 핵심은 ‘진솔함’과 ‘절실함’일 것이다. 



"최대한 나를 낮추고, 멋있는 말 찾으려고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티브이데일리, '탐정:리턴즈' 성동일은 단 한 번도 허투루 연기한 적 없다 [인터뷰]


데뷔 이래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성동일이지만, 대중들은 그의 잦은 출연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상하리만치 피로감이 없다. 오히려 많은 작품에서 연달아 성동일을 만나는 일을 반기고 있다. 성동일에 대한 신뢰는 무한에 가깝다. 성동일만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일까? 경찰, 형사, 판사, 교도관(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배역의 직업을 끊임없이 바꾸고 있지만, 캐릭터의 차별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 또래를 많이 아니까 그중에 누구를 연기할까 하면서 쉽게 잡는다.” 성동일의 비법은 ‘지인 찬스’였다. 자신의 지인을 대입함으로써 캐릭터를 잡아나간다는 것이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자칫 어설픈 흉내내기에 그치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섬세한 관찰력과 뛰어난 응용력, 연기의 무게 중심이 있기에 가능한 비법이다. 



매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성동일이지만, 그 캐릭터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결이 분명 존재한다. 바로 인간미, 사람 냄새다. 성동일의 연기에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있고, 대중들은 그 온기에 마음을 의탁한다. 비록 걸핏하면 고함을 질러대고, 무신경한듯 보일지라도 그 밑바닥에는 정(情)이 담겨 있다. 왜 그런 걸까? 그건 아마도 성동일에게서 이 시대의 ‘아빠’, 혹은 ‘가장(家長)’을 발견하기 때문은 아닐까?


<응답하라>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라이브>, <탐정: 리턴즈>, <미스 함무라비>에서 성동일은 아빠이자 가장이다. 그가 연기하는 가장의 이미지는 거의 비슷비슷하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어쩌면 우리 가정의 아빠의 모습이랄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짊어진 채 소처럼 일만 했던 세대의 아빠,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세례를 받았지만, 그에 저항하는 세대와의 충돌에 직면한 세대의 아빠 말이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서글픈 아빠다. 공식적인 서열과 달리 사실상 집안 내에서 서열은 가장 낮다. 세련되지 못한, 어쩌면 투박하기까지 가장의 모습을 성동일은 연기한다. 그런데 성동일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어설프지만 가족들과 계속해서 교감을 시도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소통을 시도한다. 거기엔 어김없이 웃음이 동반되고, 짠한 감동이 묻어난다. 그것이 성동일이 연기하는 가장의 모습이다. 



"원고, 아이들은 이미 자기 세계 속에서 자기 꿈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고 훌쩍 먼저 커 버리죠. 원고, 미안합니다. 원고 자신의 고통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마저 잃어버린 것 같군요. 지금 법이 원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저 법보다 훨씬 더 현명한 시간의 힘으로 이 가정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그래서 일까. 성동일의 연기는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빠가 필요없을 정도로 훌쩍 자란 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미스 함무라비> 속 한세상은 이혼 부부의 친권 양육권 항소심에서 원고(아빠)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넨다. 고아로 자란 원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돈을 모았지만, 정작 가족들은 아빠의 부재 속에 방치된 삶을 살아야 했다. 아내는 외도를 저질렀고, 결국 양육권 소송까지 진행된 것이다.



처음에 한세상은 "아무 잘못도 없는 남편이 왜 애를 빼앗겨야 하냐"고 분개했지만, '시골에 가서 살겠다'는 원고의 꿈이 아이들의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난 뒤에는 판결의 방향을 고쳐잡는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들의 마음이고, 아이들의 꿈이었으니 말이다. 성동일의 현실감 있고 진정성 있는 연기가 만들어 낸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성동일은 이런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할 뿐 아니라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힘을 지녔다.


성동일은 '꼰대'를 연기하고, 그리 될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세대를 연민한다.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이해나 공가을 요구하지 않는다. 교감과 소통을 시도한다. 대체로 외골수에 괴짜인 경우가 많지만, 중심을 잡고 옳고 그름에 대해 분명한 선을 갖고 있다. 특유의 리얼리티는 현실감을 불어 넣는다. 또, 인간적인 따뜻함도 잃지 않는다. 그만큼 성동일은 다채로운 배우다. 아직 그가 더 궁금하고, 그의 연기가 더 보고 싶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에트르타(Etretat)와 옹플뢰르(Honfleur)는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14. 천공의 수도원 몽생미셸, 꿈엔들 잊으리오!’ 편에서 소개했다시피 몽생미셸 투어의 세트로 묶인다. 여행 일정은 파리에서 출발해 에트르타 > 옹플뢰르 > 몽생미셸을 거쳐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식이다.



에트르타로 가는 길에 들린 휴게소의 폴(Paul) 빵집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노르망디 지역의 해안도시인 에트르타는 알바트르 해안(Cote d'Albatre)을 끼고 있는 절벽(팔레즈 다발과 팔레즈 다몽)으로 유명하다. 모파상(Maupassant)은 팔레즈 다발(왼쪽 절벽)을 코끼리에 비유했는데, 이 ‘코끼리 바위’는 에트르타의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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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팔레즈 다발은 어른 코끼리라 불리고, 팔레즈 다몽 쪽은 아기 코끼리라 불린다. 마을의 큰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해안이 나오는데, 양쪽으로 코끼리를 쏙 빼닮은 절벽이 신기하기만 하다. 자, 이제 팔레즈 다몽의 등산로(라고 하기엔 밋밋한 언덕길)를 따라 올라가보도록 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우산을 쓰고 움직이자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만만하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커서 살짝 애를 먹었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뒤를 돌아보는 순간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노트르담 드 라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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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는 ‘노트르담 드 라 가르(Chapelle Notre-Dame de la Garde)라는 작은 교회가 위치해 있고, 그 뒤편으로 프랑스 비행사를 기념하는 뾰족탑도 설치돼 있다. 비 오는 날의 바다는 왠지 모를 쓸쓸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맑은 날의 에트르타는 어땠을까, 궁금증을 뒤로 한 채 에트르타를 떠나야 했다.



항구도시 옹플뢰르를 정말 아름다웠다. 몽생미셸 투어의 주(主)는 몽생미셸이지만, 오히려 더 마음을 빼앗겼던 곳은 옹플뢰르였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과 노르망디 분위기 있는 목조 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생트카트린 교회


교회 맞은 편의 종탑



생트카트린 교회 내부 모습

마을 중앙에 위치한 생트카트린 교회는 15세기에 건립된 고딕 양식인데,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교회라고 한다. 때마침 교회 주변에서 장(場)이 열리고 있었는데, 어느 곳이나 시장의 부산스러우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는 똑같았다. 안타깝게도 비가 더 내리는 바람에 일찍 접고 말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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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카트린 교회를 중심으로 골목들이 얼키설키 뻗어 있는데, 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갤러리들이야말로 옹플뢰르의 진정한 자산이다. 다양한 색깔로 디자인된 갤러리들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는데, 그 안에 전시된 개성 넘치는 작품들은 발길을 계속 붙잡았다.




‘하루’를 꼬박 쓸 수밖에 없는 몽생미셸 투어를 또 갈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그렇다고 실망했다거나 별볼일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번이면 족하다’에 가깝다. 하지만 옹플뢰르에 다시 갈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YES’다. 맑은 날 한번 더 가보고 싶다. 하루쯤 묵고 싶기도 하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언니들'이 뭉쳤다.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다. 뷔페를 위한 의상(쫄쫄이)이 따로 있을 만큼 '먹는 것'을 사랑하는 최화정은 어떤 음식이라도 이탈리아 요리를 먹듯 우아하게 먹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 '밥 맛 없어'라는 말을 최악의 욕으로 여긴다고 한다. 이영자의 음식 사랑은 굳이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그의 찰진 맛 평가는 입안에 침이 저절로 고이게 만들 만큼 일품이다. 


2017년 10월, 김숙이 SNS에 올렸던 한 장의 사진. 4인방의 먹방 인증샷에 쏟아진 열렬한 반응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추진한 '새싹 PD' 송은이의 기획력은 정말 놀랍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캐치하는 그의 감각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정상에 서 있는 개그우먼 김숙의 에너지와 센스가 한 데 어우러졌으니 이 '먹방'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올리브 <밥블레스유>는 잘 차린 밥상이다. 



첫 방송은 간단한 몸풀기 정도였다. '밥블레스유 비긴즈'라고 할까?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비화에서부터 간단한 먹방이 벌어졌던 첫 회의 장면, 그리고 유쾌한 포스터 촬영 현장, 그 이후의 간식(?) 타임까지 조촐하지만 알찬 구성은 <밥블레스유>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편집에 있어 산만한 부분이 있었지만, 첫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첫 회 시청률은 0.564%(닐슨코리아 유료가구플랫폼 기준)에 그쳤지만, 아무래도 '올리브'라고 하는 변방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시청률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애초에 '비보TV'라는 유투브 채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에서의 뜨거운 반응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 이거 먹지마, 상했어!"

"웃기고 있네. 어디서 사기를 쳐."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상했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는 최화정과 그 거짓말을 꿰뚫어 보고 얼른 한입 먹어보는 이영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송은이는 박장대소를 한다. 김숙은 끊임없이 언니들과의 에피스도를 꺼내 놓는다. 맛있는 음식을 더욱 맛깔스럽게 하는 건 그들의 끊임없는 수다였다. 밑도 끝도 없는 대화와 농담을 기꺼이 받아주며 그들은 더욱 행복한 식탁을 만들어 나간다.


그렇다고 해서 <밥블레스유>는 단순한 먹방을 지향하진 않는다. '밥이 당신에게 행운이 되기를' 이라는 제목은 괜히 붙여진 게 아니다. 일명 '푸드 테라피(food therapy)'다. 음식이 시청자들에게 치유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유효했다. 시청자들은 '일상 속의 아주 간단한 고민들'을 'OOO할 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라는 형식으로 보내고, 4명의 언니들은 자신만의 메뉴를 꺼내놓으며 피드백을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고민 상담을 한다고? 어찌보면 '가볍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밥블레스유>는 '경청'이라는 무기를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사실 대개의 경우, 고민을 털어놓는 우리가 원하는 건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정답'이 아니라 '공감' 그 자체니까 말이다. 최화정과 이영자, 송은이와 김숙은 시청자들의 사연에 듣고 마치 자신의 일인양 몰입하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야말로 이미 최고의 소통 전문가가 아닌가? 최화정은 무려 21년 째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진행하고 있고, 이영자 역시 KBS <안녕하세요>에서 8년째 시청자들의 고민을 만나고 있다. 이영자의 공감 능력과 진심을 담은 조언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또, 팟캐스트 <비밀보장>, SBS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을 통해 수많은 사연을 만난 송은이 · 김숙의 내공은 또 어떠한가.



"화정 언니 온통 자기있을때" 

"자기애(自己愛)가 있을 때?

"자기 이 쓸 때(=자신의 치아를 쓸 때)"


우리가 언제부터 친분이 있었는지 말해보자는 이야기에 이영자는 특유의 화법으로 웃음 바다를 만든다. 이처럼 <밥블레스유>가 편안하고 유쾌한 웃음을 주는 이유는 오랜 친분으로 다져진 언니들의 케미에서 비롯된다. 한때 '우정(友情)'은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은 여자들의 연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고, 여자들의 우정은 업신여김을 당했다. 


하지만 <밥블레스유>의 최화정 · 이영자 · 송은이 · 김숙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여자들의 우정이 얼마나 돈독하고 각별할 수 있는지 말이다. 또, 이들은 '여성 예능'의 가능성을 다시금 활짝 열어젖혔다. 방송 중에 이영자는 여러 이름들을 언급했다. 김원희, 엄정화, 박나래, 신봉선, 김민경.. 정말이지 <밥블레스유>는 이들이 모두 모인 여성 예능을 성사시킬 것만 같다. 송은이가 더 많은 친구들을 놀이터로 불러모으길 기대한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결혼이라는 제도 혹은 관계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결혼을 당연시 했던 과거와 달리 비혼(非婚)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여전히 필수적인 단계라 생각하는 관점도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결혼이 필요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지금까지 (저마다의) 수많은 답이 존재했지만, 그 끝없는 문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좀더 간단히 생각을 해보자. 위의 철학적 질문들은 상당히 골치가 아프지만, '모범적인 모델'을 마주하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바뀌게 된다. '저런 남편이라면..', '저런 아내라면..' 또는 'OOO과 OOO 부부처럼 산다면야..' 연예계에서 OOO에 해당하는 이름을 찾아보면 어떨까. 차인표 · 신애라 부부, 션과 정혜영 부부,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 등이 떠오른다. 


- 티엔터테인먼트 -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쌍의 커플들이다. 서로를 끔찍히 사랑하고, 상대방을 위하고 배려하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에 올랐고, 그렇게 확보한 사회적 영향력을 선(善)한 곳에 쓸 줄 아는 이들이다. 한마디로 존경할 만한 근사한 부부다. 앞서 언급한 부부 외에도 소개할 부부가 또 있다. 바로 유지태 · 김효진 부부다. 이름만 들어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5년의 연애 끝에 2011년 12월 2일 결혼한 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김효진은 자신의 SNS에 "틈새 데이트 요런 게 또 사는 행복♥. 모두 잘자요"라는 글과 함께 유지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지만, 이들 부부의 깨가 쏟아지는 사랑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들처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이라는 속마음이 입 밖으로 절로 나온다.


유지태 · 김효진 부부가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누구보다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결혼 전부터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두 사람(김효진은 2008년부터, 유지태는 2009년부터)은 결혼식 축의금을 미안마에 학교를 짓는 데 기부하는 등 '개념 부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나무엑터스 -


김효진은 동물권 신장(伸張)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앞장 서 왔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동물권단체 케어의 1호 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1천 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7년 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반려견 효심이와 화보를 촬영하고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다. 또, 5월에는 유기 동물을 위해 사료 1톤을 기부하는 등 꾸준히 활동 중이다. 


"동물을 너무 좋아했다. 어느 순간 좋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나 한 사람이라도 동물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는 김효진은 동물들을 생각하면서 전체적인 삶의 방향이 바꼈다고 한다.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고, 거창한 게 아니라도 작은 움직임이 모이면 커지리라 믿게 됐다고 한다. 화보 촬영 등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영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김효진, 그 따뜻한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 CJ E&M -


"예전엔 익명으로 기부하다가 '아름다운 재단' 간사가 배우 유지태라는 이름으로 기부하면 다른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 기부하게 된다고 해 실명을 공개했어요. 기부한다는 사실을 알리면 제겐 창피한 일이에요. 하지만 나로 인해 기부문화의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배우로서 자존감을 느끼게 했어요."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청춘 스타로 떠올랐던 유지태는 범상치 않은 배우였다. 눈앞의 인기를 좇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이나 작품성을 우선순위로 고려했고, 그 결과 유지태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윽한 눈빛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은 배우로서 유지태의 큰 자산이다. 안주하지 않는 열정과 치열한 자기계발은 그를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앉혔다. 


그가 범상치 않았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유지태는 일찌감치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추앙 받는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하며, "배우는 자신을 경영할 줄도 알아야 해요.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공헌도 해야"는 소신을 밝혔다. 유지태는 지속적인 기부와 봉사를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쳤고, 누구보다 훌륭한 자기 경영자가 됐다.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는 영화인'이 꿈이라던 그는 이미 그 꿈을 이룬듯 하다. 



현재 유지태는 다양한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등 대중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했던 약속을 지켜 나가고 있는 셈이다. 또, 지난 2006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고, 수시로 '나눔의 집'을 찾아 할머니들과 말동부가 되어 드렸다는 사실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유지태와 김효진, 두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결혼이라는 관계를 통해 서로가 매우 행복해질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된다. 배우자를 향한 뜨거운 사랑,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존중을 느낄 수 있다. 애초부터 '된 사람'이었던 그들은 부부가 됨으로써 더욱 단단한 기반 위에 설 수 있었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유지태와 김효진, 너무나 예쁜 두 사람이 앞으로도 든든한 '지표'가 되어주길 바란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레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썼다. 소름끼치는 분석이다. 이 통찰을 드라마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잘 되는 드라마는 대개 엇비슷하다. 연출, 극본, 연기의 3박자가 안정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달라붙는다. 바로 조연 배우들의 탁월한 감초 연기 말이다. 신스틸러의 활약은 잘 나가는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힘이다.


MBC <허준>에서 미워할 수 없었던 임현식의 존재감을 떠올려 보라. 그의 맛깔스러운 연기는 드라마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했다. tvN <도깨비>의 얄미웠던 이모 염혜란은 또 어떠한가. '콩쥐 엄마'를 연상케 하는 악독한 연기는 드라마의 감칠맛을 더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연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는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기도 한다. 비록 그 역할이 작더라도 말이다. 



요즘 가장 잘 되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역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주 연속 화제성 지수 1위(굿데이터 코퍼레이션)를 차지했고, 3회에서 최고 시청률 6.9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지상파 1위 KBS2 <슈츠>를 위협했다. 지난 5회는 6.855%로 여전히 강세를 보였는데, <슈츠>가 떠난 빈자리를 차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성공의 일등공신은 아무래도 주연 배우 박서준과 박민영일 것이다. 박서준은 재력, 얼굴, 능력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남자 이영준 역을 맡았는데, 자기애로 똘돌 뭉쳐 재수 없을 법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 역할을 매력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싱크로율 100%라 극찬받고 있는 박민영은 또 어떤가. 완벽한 수완을 자랑하는 '김비서' 김미소 역을 너무도 사랑스럽게 연기하고 있다.


아무리 '로코 장인'끼리의 만남이라 할지라도 1시간 내내 꿀 떨어지는 장면만을 내보낼 수는 없다. 이쯤에서 필요한 게 바로 임현식이나 염혜란 같은 배우의 역할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그 중요한 임무를 맡은 건 바로 박유식 역의 강기영과 봉세라 역의 황보라다. 두 배우는 감초 연기가 무엇인지, 신스틸러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너야~"

"자넨 멈추는 게 좋을 거야. 인도지사로 발령 나기 싫으면"


연극 무대로 데뷔했던 강기영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 또, 유쾌하고 즐겁다.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수 셰프 허민수로 출연하며 분위기 메이커로 톡톡히 활약했던 그의 역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강기영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이영준의 절친이자 유명그룹의 사장 박유식 역을 맡았다. 이영준이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상이다. 박유식이 자신의 이름처럼 유식을 뽐내는 분야는 바로 '연애 상담'이다. 


연애가 서툰 이영준을 마음껏 놀리면서도 적절한 조언을 건네는 박유식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특히 이영준을 요리조리 공략하며 자극한 후, 이영준이 정색을 하면 태세를 갑자기 전환하는 연기는 전매특허라 할 만 하다. 강기영과 박서준의 연기 호흡은 박서준과 박민영의 그것만큼이나 훌륭한데,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감칠맛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다.



"저도 부회장님 비서 하고 싶어요. 내가 김비서보다 못한 게 뭐야!"


강기영도 그렇지만, 황보라 역시 개성이 강한 배우다. 그의 연기는 전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황보라의 내공을 무시해선 곤란하다. 2003년 SBS 1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을 전공한 황보라는 말 그대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배우다.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간파할 만큼 영리했고, 그 재능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노력과 성실함을 갖고 있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황보라는 부속실의 팜므파탈 '봉 과장' 봉세라 역을 맡았다. 자칫 진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들조차 그가 연기하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된다. 노래방에서 만취해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김 비서의 후임이 된 또 다른 김 비서 김지아와의 신경전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오버 연기마저도 밉지 않게 표현할 줄 아는 황보라의 내공이 놀랍기만 하다.



강기영과 황보라. 풍부한 표정과 다채로운 연기력을 지닌 두 배우는 분량에 관계없이, 혹은 분량을 뛰어넘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제는 박유식과 봉세라가 등장하기만 하면 '웃음'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고, 어느덧 두 캐릭터가 없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시청하는 또 다른 이유가 돼 버렸다고 할까.


이번 작품에서의 활약을 계기로 두 배우의 얼굴을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또, 강기영과 황보라가 자신의 역량을 더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배역을 맡게 되길 기대한다.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배우들이니 말이다. 또, 그리 되는 편이 시청자들에게도 엄청난 이득 아닐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