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김선아, 김희선, 신혜선, 이보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은 그 어떤 상보다 경쟁이 치열해 보였다. 누가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쟁쟁한 후보들이었다. 심사위원들도 제법 골머리를 앓았으리라. 어쩌면 후보로 오른 배우 모두에게 상을 돌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수상자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지만, 시치미를 떼고 각 후보들의 활약상을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자. 


JTBC <미스티>에서 고혜란을 연기한 김남주는 최고의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고, JTBC <품위있는 그녀>의 김선아와 김희선은 선명히 구분되는 각자의 캐릭터 박복자, 우아진을 누구보다 완벽히 연기했다. KBS2 <황금빛 내 인생>의 신혜선은 최고 시청률 45.1%의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던 tvN <마더>의 이보영은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의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기운을 받고 있었다.



"앞으로도 공정하고 투명한 연기로 시청자 분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결국 TV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의 주인공은 김남주였다. "지난 6개월 동안 고혜란으로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던 그는 눈물을 겨우 삼키며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받은 자격이 있었다. 김남주는 고혜란 그 자체였으니까.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나가던 김남주는 갑자기 고혜란으로 돌변해 뉴스 클로징 멘트처럼 수상소감을 마무리지었다. 김남주의 위트에 객석은 환호했다. 


애초부터 김남주는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8.452%를 기록했던 <미스티>는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였고, 그 안에서 김남주가 보여준 임팩트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두려움 가득했을 6년 만의 복귀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던 그의 역량은 대상감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수상자가 김남주라서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지만, 경쟁이 뜨거웠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다름 아니라 김선아 때문이다.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선아가 보여준 연기는 가히 파격적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감탄스러웠다. 김남주가 고혜란 그 자체였다면, 김선아는 박복자 그 자체였다. 그는 충청도 사투리와 표준어를 넘나들며, 수상한 간병인 역할을 신들린듯 100% 소화해 냈다. 능청스러움과 표독스러움을 자유자재로 표현했고, 비틀린 욕망의 화신이 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품위있는 그녀>는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운 막장 드라마가 될 수 있었지만, 김선아의 연기력이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나갔기에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김희선의 고급스러운 연기가 빛났던 것도 김선아가 받쳐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박복자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였고, 그 전무후무한 에너지는 앞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김선아였기에 가능했던 역할이었고, 김선아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다.



더구나 SBS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도 순도 높은 감성 연기를 펼친 터라 김선아의 무관은 너무 안타까웠다. 마음 같아서는 '공동 수상'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김선아는 시상식 내내 밝게 웃으며 축제를 만끽했다. <품위있는 그녀>가 TV 연출상을 받았을 때나 예지원이 TV부문 여자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마치 자신의 일인양 아이처럼 기뻐했다. '품위있는 그녀'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아쉽게 수상은 놓쳤지만,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김선아라는 배우의 가치,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말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김선아, 누구보다 뜨겁게 연기했던 김선아에게 시청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의 수상소감을 듣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기대한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시아버지의 칠순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민지영과 '엄마 찬스'에 불려나온 친정 어머니가 하루종일 바쁘다. 미역국과 탕수육, 불고기 등 간단히(?) 준비한다지만, 음식 장만이라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위도 돕는다고 거들고 나섰다. 주방의 풍경은 시댁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깃든다. 장모는 '우리 사위'라며 편을 들어준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을 떠오르게 한다. 



"잠깐만, 근데 아버님 소원 안 빌고 끄신 거 아니에요?"

"지영아, 근데 소원을 말하면 골치 아픈데? 스트레스 받을 것인데?"


생일상을 받은 시아버지가 소원을 빌지 않고 케이크 촛불의 불을 끄자, 민지영은 거듭 소원을 빌라고 권유한다. 시아버지는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 지영이 스트레스를 받은 거라며 주저한다. MC들은 소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분위기를 몰아가지만, '뭔지 알 것 같다'는 박세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소원이 뭔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뻔한 거 아니겠는가.


시어머니는 "특혜를 주겠어요. 그냥 말하세요. 과감하게."라며 멍석을 깔아준다. 시아버지는 그제서야 입을 뗀다. "떡두꺼비 같은 손주 한번!" 시어머니는 속이 시원하다는듯 "옳소, 옳소. 좋아요. 나도나도!"라며 동조한다. 연기자답게 아닌 척하고 있던 지영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선물이라며 초음파 사진을 건넨다. "아버님! 할아버지 되신 거 축하드려요." 시아버지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


지영의 임신 소식이 전해진 순간, 집안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근데 그 몸으로 이걸 다 한 거야?", "지영이가 복인이네요." 시부모들의 걱정과 덕담이 오간다. 무엇보다 시아버지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평소와는 달리 밥상 차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그래봤자 고작 수저를 놓는 걸 돕는 정도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시아버지가 달라졌어요!



며느리가 주방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지영이는 앉아라~"라며 살뜰히 챙긴다. 일어나지 말고 앉으라고 성화다. 음식을 뎁혀 오겠다고 해도 그냥 두라고 한다. 이제 며느리는 고된 주방 일에서 해방됐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말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일견 화목한 가정을 보는듯 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이 장면을 보는데 씁쓸했다. 웃어 넘길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임신을 했을 때, 며느리는 그제야 시댁에서 '사람 대접'을 받는다. 좀더 정확하게 말해볼까. '떡두꺼비 같은 손주'를 낳을 가능성이 생겼을 때에야 며느리는 사람 대접을 받는다. 서글프지만 이것이 현실인듯 싶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은 아무런 조건 없이 시전되지만,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옛말은 특정 조건 하에서만 발현되는가 보다. 


시아버지로부터 자연분만을 강요받았던 박세미의 경우를 보더라도, 여성들이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얼마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산모의 건강과 안위를 염려하기보다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의 IQ를 걱정하는 시아버지의 태도,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며느리의 주방일을 막아서는 시아버지의 태도는 매한가지다. 


출산 과정에서 시아버지는 그 어떤 고통도 분담하지 않고, 며느리의 시댁살이의 고충을 덜어주는 시아버지는 그 어떤 주방일도 하지 않는다. 그건 고스란히 '여성'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단지, 몇몇 가정의 문제일 뿐일까. 국가는 여전히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고, 사회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쯤으로 여긴다. 그 고통과 아픔을 나눠 짊어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며느리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꼬집어' 냈다. 뒤늦게 영상을 지켜 본 남편들은 '좀더 도와줬어야 하는데..(김형균)'라고 자책하고, "남편이 신경 써야 우리 집 식구가 되겠구나. 안 그러면 정말 남의 집 딸로 평생 갈 수 있겠구나. 아내에게 좀더 안테나를 곤두세워야겠다.(김재욱)"라고 쓸데없는 의욕을 불태운다. 


그런데 집안일은 도와줄 일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일이고, '아내를 우리 집 식구'로 만들겠다는 생각에는 가족의 주체가 부부가 아니라는 인상만 강조될 뿐이다. 정규 편성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스스로 던진 문제의식을 잘 풀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여전히 조선시대 어디쯤에 정체돼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데 일조하길 기대한다. 


"정말 힘들게 이렇게까지 나오게 된 건 아픔은 저만 겪은 게 아니라 신랑도 함께 겪었고, 오히려 아픔 속에 빠져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내 몸을 만들고, 좋은 엄마아빠가 될 수 있게 공부도 더 많이 하고. 다시 찾아와 준다면 그 아이한테는 정말.." 아울러 유산의 아픔을 딛고 카메라 앞에 선 민지영에게 심심한 위로와 무한한 응원을 건넨다. 그 무엇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