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 16

그리운 故 김주혁, <독전>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아직도 2017년 10월 30일을 또렷히 기억한다. 무심코 집어든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보(誤報)에 비판적이지만, 그 소식만큼은 잘못된 것이길 바랐다. '김주혁 교통사고로 사망' 단 열 글자로 설명된 그의 죽음. 참으로 황망했다. 믿기지 않았다. 한 배우의 죽음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슬퍼했다. 함께 고통을 나눴다. 그만큼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었고, 게다가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였다. 원인에 대한 여러 추측들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올해 1월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차량에 대한 감정 결과를 '결함 없음'으로 결론지었고, 강남경찰서는 이 결과를 인용했다. 의문은 풀리지 않았으나 우리는 받아들여야 했다. 무..

버락킴의 극장 2018.05.31

“너 꽃뱀이지?” <런닝맨> 이광수의 발언이 문제인 까닭

더 이상 그를 예능인이라 부르기가 어색하지 않다. 8년이면 중견 예능인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에서 그가 보여주는 역할이나 분량을 놓고 보면, 이제 든든한 ‘에이스’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아시아 프린스’라는 오글거리는 별명도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미 수 차례 해외 로케를 통해 그의 인기가 증명됐기 때문이다. SBS 의 ‘기린’, ‘배신의 아이콘’ 이광수 이야기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묻는다면, ‘이광수를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다. 8년 전부터 그랬다. 그는 예능계에서 유일무이한 캐릭터였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겁을 상실한 채 김종국과 맞서고, 지석진과 연대와 배신을 반복하고, 예측불허의 언행으로 웃음을 연출한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게스트를 구분하지 않았다..

TV + 연예 2018.05.28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13. 지베르니, 당신이 꼭 가봐야 할 최고의 풍경

솔직히 '파리 여행기'를 다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한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고,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이상한 고집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번 갔던 여행지를 다시 들리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경제적 사정이나 일정 등 이런저런 조건이 갖춰지고,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떠날 수 있는 해외여행인지라 굳이 갔던 곳을 또 갈 여유가 없었다. 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한 여행끈 짧은 여행자에 불과하니까. 2016년 11월에 처음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으니 불과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파리에 가게 됐다. 그 사이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한번에 묶어 다녀왔고, 뜨거운 햇볕이 작열하는 터키 이스탄불을 다녀왔다. 이번엔 내심 이탈리아 로마..

현직 부장판사가 <미스 함무라비> 통해 고백한 법원 내 만연한 성차별

검찰의 성추행 문제를 세상에 알렸던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던졌다. ‘미투 운동’을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는 한편,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던 음습하고 저질스러운 문화를 밀어내는 데 큰힘이 됐다. 혼자 속앓이를 해야만 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건넸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살았던 수많은 가해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 서지현 검사가 증폭시킨 미투의 불씨는 사회 각계각층으로 삽시간에 번져 갔다. 물론 많은 피해자들의 고뇌와 결단, 생존의 두려움을 이겨낸 용단이 더해진 결과였다. 그런데 시끌벅적했던 검찰과는 달리 법원의 분위기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법원은 성폭력 및 성차별이라는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던 걸까. 오히려 미투 운동이 전개되지 않는 ..

TV + 연예 2018.05.25

무협만화 같은<무법변호사>, 이준기의 복수를 응원하게 된다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제목, tvN 는 실제로도 굉장히 '무협스러웠다'. 마치 무협 만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고, 감정이입의 대상이 분명했다. 기승전결이 선명했고, 강약 조절이 명쾌했다. 위기가 있으되 무겁지 않고, 오히려 경쾌한 리듬이 느껴졌다. 그건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는 영리하게 '무협스러움'을 잘 이용하고 있다. 굵직한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고,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뚜렷하다. 주인공인 변호사 봉상필(이준기)의 스토리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시청자들은 봉상필의 상처와 복수에 공감하고 공분하게 됐다. 또, 그밖의 주조연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색깔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다. 거기에 연기의 구멍이 없는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높였다..

TV + 연예 2018.05.24

황정음의 뻔한 연기, <훈남정음>은 식상했다

대중이 배우에게 바라는 건 무엇일까. '치열함'이 아닐까. '아, 저 배우는 끊임없이 자기 발전에 힘쓰고 있구나.', '변화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뜨거운 고민과 치열한 도전에 뛰어들고 있구나.'라는 느낌 말이다. 대면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중들이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대중만큼 훈련된 심사위원이 또 있을까. 단숨에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법이다. 매번 똑같은 배우에게 대중은 실망감을 느낀다. 변함없는 표정, 달라지지 않는 대사 톤, 뻔하디 뻔한 연기 습관. 이쯤되면 일관성은 칭찬이 아니다. 같은 얼굴과 같은 스타일, 심지어 같은 캐릭터로 일관한다면 대중들은 지루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드라마 제목만 바뀌었을 뿐,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다면 그건 배우로서의 치열함이 부족하다..

TV + 연예 2018.05.24

사람의 얼굴을 한 판사, 고아라의<미스 함무라비>가 기대된다

대담한 주제의식을 가진 드라마는 많다. 따지고 보면 정의 · 진실 등 거창한 담론을 꺼내들지 않는 드라마가 없다. 시작은 창대하다. 그런데 중반이 채 지나기 전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얼마 못 가서 결국 고꾸라진다. 차이는 '디테일'이다. 이야기의 힘을 끝까지 우직하게 끌고 나가는 힘은 그 세밀함에서 나온다. 세밀하다는 건 성실하다는 뜻이고, 그 정성스러움은 감동을 이끌어내기 마련이다. JTBC 를 보면서 든 첫 번째 생각은 디테일이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법원이라고 하는 공간, 법관이라고 하는 직업, 판사라고 하는 사람을 이토록 정밀하게 다뤘다는 게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 설명들이 듣기에 좋았다. 다시 말해 거슬리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해가 됐다. '生리얼 초밀착 법정 드라마'라는..

TV + 연예 2018.05.23

딸의 얼굴을 핥는 경악스러운 아빠, <안녕하세요>는 또 웃어넘겼다

"저랑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뽀뽀를 하시고, 얼굴을 혀로 핥으셔서 침 냄새가 나서 정말 싫고요.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볼 때 꼭 안고 계시고, 그 상태로 배를 만지시고, 바람을 부시는데.. 그리고 설거지를 할 때도 뒤에서 엉덩이를 만지셔서 정말 싫어요." 경악스러웠다. 방송을 보는 내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차라리 방송을 위한 거짓말이었으면 싶었다. 작가가 시켜서 지어낸 이야기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2 의 첫 번째 출연자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다. 18살인 그는 아빠의 도를 넘은 스킨십이 고민이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눈만 마주치면 뽀뽀 세례를 쏟아붓는 아빠. 그것만으로도 딸이 얼마나 힘들지 공감이 되는데, 얼굴을 혀로 핥는다는 대목에서 경악..

TV + 연예 2018.05.22

<전참시>의 세월호 조롱, 이영자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과실이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실수였고, 고의라고 한다면 정말이지 저열한 행태였다. MBC (이하 )의 제작진이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최승호 MBC 사장도 직접 사과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만큼 실체적 진실을 곧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아직까지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고의'에 방점이 찍힌다. 매일마다 각종 뉴스 영상이 제작되고, 그 데이터가 쌓이고 쌓여 있을 방송국에서 굳이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특보 영상을 가져 올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상식적인 판단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이 담긴 장면을 (모자이크로 지웠다고 하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에 쓸 생각을..

TV + 연예 2018.05.10

'언제까지 사명감으로 퉁칠 거야?' <라이브>가 전한 메시지

여전히 경찰을 보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경찰은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존재다.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어디서나 경찰을 만날 수 있고, 드라마와 영화에서 경찰이 등장하는 않는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적어도 낯설진 않다. 그리고 경찰은 굉장히 만만한 존재다. 재빠르기보다 굼뜨고, 전문적이기보다 무능하고, 자신의 일에 투철하기보다 비리나 일삼은 존재, 미디어는 경찰을 그렇게 소비해 왔다. tvN 는 달랐다. 노희경이라서 달랐다고 해야 할까. 전국에서 가장 바쁜 '홍일지구대'를 배경으로 일선 경찰들의 삶에 천착했다. 드라마는 경찰을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수뇌부와 현장을 직접 뛰는 비수뇌부로 구분한다. 그리고 비판의 화살을 전자로 향하고, 따뜻한 시선을 후자로 향한다. 방송을 통해 확..

TV + 연예 2018.05.07

누가 <예쁜 누나>의 윤진아를 망쳐놨나? 민폐가 된 손예진이라니!

도대체 누가 JTBC (이하 )를 망쳐놓은 걸까. 설렘으로 가득했던 드라마가 어느 순간부터 짜증을 유발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분노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가 돼 버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윤진아(손예진)를 망가뜨린 걸까.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 여자 주인공을 '민폐'로 전락시킨 저의가 무엇일까. 역량 부족이라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윤진아와 서준희(정해인)가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던 시기만 해도 는 정말이지 예쁜 드라마였다. 비가 내리던 날 함께 술을 마시고, 빨간 우산 하나를 펼쳐들고 걸어가던 두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예뻤던가. 또, 직장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테이블 아래로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마음을 확인하던 순간, 심장이 터질듯 뛰었던 건 두 사람만이 아니..

TV + 연예 2018.05.06

백상에서 무관으로 그친 김선아,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김남주, 김선아, 김희선, 신혜선, 이보영. 제54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은 그 어떤 상보다 경쟁이 치열해 보였다. 누가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쟁쟁한 후보들이었다. 심사위원들도 제법 골머리를 앓았으리라. 어쩌면 후보로 오른 배우 모두에게 상을 돌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수상자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지만, 시치미를 떼고 각 후보들의 활약상을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자. JTBC 에서 고혜란을 연기한 김남주는 최고의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였고, JTBC 의 김선아와 김희선은 선명히 구분되는 각자의 캐릭터 박복자, 우아진을 누구보다 완벽히 연기했다. KBS2 의 신혜선은 최고 시청률 45.1%의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던 tvN 의 이보영은 ..

TV + 연예 2018.05.04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언제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냐면..

시아버지의 칠순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민지영과 '엄마 찬스'에 불려나온 친정 어머니가 하루종일 바쁘다. 미역국과 탕수육, 불고기 등 간단히(?) 준비한다지만, 음식 장만이라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위도 돕는다고 거들고 나섰다. 주방의 풍경은 시댁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깃든다. 장모는 '우리 사위'라며 편을 들어준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을 떠오르게 한다. "잠깐만, 근데 아버님 소원 안 빌고 끄신 거 아니에요?""지영아, 근데 소원을 말하면 골치 아픈데? 스트레스 받을 것인데?" 생일상을 받은 시아버지가 소원을 빌지 않고 케이크 촛불의 불을 끄자, 민지영은 거듭 소원을 빌라고 권유한다. 시아버지는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 지영이 스트레스를 받은 거라며 주저한다. MC들..

이 조합이 최선인가요? 남성 MC 돌려쓰는 예능이 지겹다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식상함을 넘어 지겹다. 넌더리가 난다. 무려 87개(4월 기준)의 예능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는데,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유명 예능인들의 다작 출연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볼까. 전현무는 고정 출연만 9편이나 되고, 이상민은 총 11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김구라도 11개로 ‘다작왕’으로 이름을 올렸다. 출연 작품이 많으면 그만큼 (그들끼리) 만날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비슷한(심지어 똑같은) 조합의 MC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방송사와 제목을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오해할 정도다. ‘그 밥에 그 나물’, ‘돌려막기’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들이 대체불가의 존재라서? 아니면 예능계의 ..

TV + 연예 2018.05.03

번지수 잘못 찾은 국민청원, 드라마 수위 조절까지?

"OCN 미스트리스 드라마 수위 검토해주세요." 6년 만에 컴백한 한가인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OCN 가 파격적인 스토리 전개로 논란에 휩싸였다. 불륜, 살인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인데다 수위 높은 베드신이 등장하기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드라마는 은밀하게 사회 범죄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직 분별력이 없는 청소년들이 이런 불륜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자란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냐." 애초부터 19세 이상 관람가(1, 2회만 해당)' 등급을 달고 방영됐지만, '은밀하게 사회 범죄를 조장하는' 드라마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다. 드라마에 대해, 그 소재나 표현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저 불만이 담긴 글이 '청와대 ..

TV + 연예 201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