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작은 집> 첫회 시청률은 4.7%였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외딴 숲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활. 오프 그리드(Off Grid)의 삶.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소지섭과 박신혜의 출현. tvN <숲속의 작은 집>은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기대감을 품게 하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나열됐고, 사람들은 그 조각들로 저마다 자신만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제각기 달랐던 모양이다. 편차가 너무 컸던 탓에 반응의 온도도 차이가 크다. 


피실험자 A(박신혜)와 B(소지섭)가 외딴 숲 속에 위치한 오프 그리드(Off Grid) 하우스에 도착했다. 자연 경관은 수려했고, 집은 아기자기했다. 예고됐던 것처럼 피실험자들은 전기, 수도, 가스가 없이 살아가야 했다. 문명의 혜택에서 벗어났고, 이기(利器)와 생이별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겐 최소한의 필수품만 제공됐다. 씻고, 먹고, 조리하는 데 쓸 적은 양의 물. 그리고 간단한 식기류와 버너 정도가 전부였다. 


먹을거리를 잔뜩 싸왔던 피실험자 A는 '꼭 필요한 것만 남기라'는 '행복추진위원회(제작진)'의 제안에 당황했고, 아쉬워하며 사과와 대파 등의 음식을 절반 이상 덜어내야 했다. 여벌로 챙겨왔던 옷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B는 놀랍게도 이미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단출한 백팩에 몇 가지 짐만 챙겨왔다. 음식은 소고기(그에겐 고기가 주식이라고 한다)와 바나나 3개가 전부였다. 심지어 여벌의 옷도 없었다. 



덩그러니 혼자 고립된 A와 B에게 여러가지 실험 미션들이 주어졌다. '갓 지은 쌀밥에 단 한 가지 반찬으로 식사하세요', '해와 함께 눈 뜨기',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계곡 소리를 담아 오세요), '가는 길에 만나는 식물들에게 이름표를 한번 붙여보세요.' 같은 것들이었다. 그건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그들(혹은 시청자들)에게 제법 낯선 일들이었고,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들이었다. 


'천하의 나영석 PD도 겁이 났던 걸까?' <숲속의 작은 집>의 시청 소감을 한줄로 적으라면 이렇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숲속의 작은 집>은 매우 실험적인 방송이었다. '통섭(統攝)'이 시대적 화두가 된 지 오래이고, '크로스오버(cross-over)'를 통해 장르를 뒤섞는 게 일상화 됐다지만, 그런 시도들은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돈'이 들어가는, 그래서 성공과 실패의 명암이 명확히 갈리는 방송에선 더욱 그러하다.



<숲속의 작은 집>은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기획이었다. 예능이라기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훨씬 더 가까워 보였다. 웃음을 유발하는 그 어떤 장치도 없었다. 출연자들도 전문적인 예능인이 아니라 배우였기에 다큐적 성격은 더욱 강했다. 그래서 '여백'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나 PD는 그 빈 공간을 무언가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조차도 자신의 실험이 불안했던 걸까. 


기존의 그의 방송에서 없었던 세 가지가 등장했고, 끊임없이 흐름을 잘라 먹었다. 바로 내레이션, 혼잣말, 인터뷰였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설명'이다. 나영석 PD는 시청자들에게 이 낯선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해야한다는 압박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내레이션을 계속해서 집어 넣었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까지 과도한 친절을 베풀어 오히려 몰입을 깨트렸다. '설명충'을 연상케 했다. 


또, 박신혜와 소지섭은 혼잣말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끊임없이 중계했다. 카메라 앞에 선 자들의 숙명일까. 이들의 과도한 '대사'는 보는 이들은 조금씩 지치게 만들었다. 오히려 원래의 취지대로 조용히 그들을 관찰하게 했더라면 훨씬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게다가 무슨 인터뷰가 이리도 많단 말인가. JTBC <효리네 민박>의 연출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궁금한 건 궁금한 대로 묻어두지 못하는 나 PD의 수다스러움이여!



비우는 삶, 버리는 삶을 이야기하는 미니멀 라이프 예능에서 '투머치(too much)'가 웬말인가. 순간순간 분주하고 번잡스러운 유튜브 1인 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굳이 노트북을 통해 미션을 제시해야 했을까. 그저 있는 그대로, 일상을 조용히 관찰하는 건 어땠을까. 자연스럽게 그들이 무언가를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 가지 투머치는 시청자들에게 무언가를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숲속의 작은 집>의 실험은 흥미로웠다. 서로 다른 성향의 피실험자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그들의 변화 과정 역시 기대가 된다. 특히 완벽한 '슬로 티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의지가 강력히 엿보였다. 중간 중간마다 장작이 타는 모습(과 소리), 계곡 물이 흐르는 모습(과 소리)을 상당히 길게 내보내는 시도는 획기적이었다. 그 장면들은 분명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 됐으리라. 


메시지도 분명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그려보게 했다. 현재의 내 삶을 구성하는 있는 요소들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게 했다. 또, 외부의 것들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조금 더 진하게 남는지도 모르겠다. 좀더 과감했더라면 어땠을까. 흐름을 끊지 않고 진득하게 있게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언제 이런 파격적인 기획을 또 해볼 수 있겠는가.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