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라이브>(연출 김규태, 극본 노희경)가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시청률은 착실하게 상승 곡선(1회 4.337%, 13회 7.058%)을 타고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평일색이다. 연출, 극본, 배우들의 연기까지 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삼박자가 제대로 갖춰졌고, '경찰'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몰입도 역시 훌륭하다. 신뢰의 이름, 노희경 작가는 시청자들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라이브>는 분명 웰메이드다. 


그렇다고 해서 <라이브>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이화여대 시위를 묘사하며, 이를 진압하는 장면(2회)은 논란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경찰 교육생 신분이던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의 시선을 견지했고, 시청자들은 '경찰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경찰 1,600명이 투입된 진압 현장은 아비규환이었고, 그 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은 심리치료를 받는 등 당시의 괴로움 속에 살고 있기에 논란은 커졌다. 



"힘들었던 현장에 대한 기억이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분들이 당시 상황이 연상되는 장면으로 인해 다시금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 그리고 제작진 일동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경찰을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수뇌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는 제작진의 해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연출에 있어 세심함과 배려가 부족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라이브> 제작진은 곧바로 사과에 나섰다. 제작진의 진심이 담긴, 재빠른 사과로 <라이브>는 초반의 악재를 털어낼 수 있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전해 받은 시청자들은 그제서야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라이브>, 그 상승세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노희경의 힘'일 것이다.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경찰'이라는 직업은 노출이 될 대로 노출됐다.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는 이야기다. 경찰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나 드라마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제대로, 깊숙이 다룬 작품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많이 엉성했고, 혹은 많이 부풀려졌다. 그나마 진지했던 작품들도 직업적 특성, 그 일부분만 강조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 속에 경찰은 '무능력하다', '우스꽝스럽다'에 가까웠고, 가끔 '멋지다'는 감상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디테일'이다. <라이브>는 경찰 조직의 생리, 지구대 시스템, 사건 처리 및 수사 과정 등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졌다고 평가받는다.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현직 경찰관들도 큰 불만 없이 시청하고 있다니 디테일의 견고함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노희경은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끄집어 냈다. 비록 경찰이 특수한 직업이라지만,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걸 이해시켰다. 그들도 중년의 고독을 겪으며, 청춘의 비애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러자 공감의 여지가 생겨났고, 몰입의 강도는 더욱 커졌다. 


거기에 더해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들, 세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화두들은 <라이브>의 백미다. 홍일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을 비롯해 은경모 팀장(장현성), 퇴직을 앞둔 이삼보 주임(이얼), 완벽에 가까운 최명호 경장(신동욱) 등은 단지 주인공의 주변인물이 아니라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진 의미있는 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상 주조연을 가리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강력계의 레전드이자 사이코 오양촌(배성우),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안장미(배종옥)가 그려내고 있는 중년 부부의 갈등과 사랑이라든지, 양촌부(이순재)와 오양촌의 부자 관계는 드라마에 묵직한 울림을 더한다. 특히 오랜기간 병상에 누워있던 모친의 존엄사(연명치료 중단)를 받아들이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했는데, 세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가 중심이 된 청춘들의 삶은 <라이브>의 중심 이야기인데, 이들이 자신의 삶에 부과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과정들은 같은 고통을 짊어진 세대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서로를 못마땅해 하며 반목했던 이삼보 주임과 부사수 송혜리(이주영)가 점차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노희경은 이를 통해 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 노희경은 드라마의 소재로 삼은 경찰(의 권한과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데, 경찰의 입을 빌려 여성을 겨냥한 범죄들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속시원히 쏟아내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범인의 잘못이"라는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따뜻한 위로, "네 허락없이 네 몸에 손대는 거 정당화 될 수 없어. 이해받을 수도 없고. 그건 범죄."라는 데이트 폭력의 가피해자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은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전작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노희경은 <라이브>에서도 '결핍'을 통해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딘가 부족하고, 약점이 있기 때문일까. 노희경의 드라마 속 인물들에선 '사람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가만히, 어느새 스며든다. 그가 만들어낸 세상 속의 사람들은 미성숙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모습이기에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 또,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로부터 한걸음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힘을 얻게 된다. 


유대와 연대는 노희경의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결국 사람은 부대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표현하기에 경찰은 가장 적절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장 없는 드라마, 자극적인 소재 없는 드라마, 노희경은 매번 성공했다. 가능성은 낮겠지만, <라이브>가 시즌제로 제작되는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분명, 한정오는 안장미처럼 훌륭한 경찰관이 될 것이다. 또, 염상수도 오양촌을 뛰어넘는 레전드(이자 또라이)가 될지도 모른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하여간 대한민국 여편네들 큰일이야. 남편은 밖에서 7천원짜리 밥 사먹으면서 하루 종일 일하는데, 집에서 펑펑 놀고 먹으면서 이런 데서 칼질이나 하고. 진짜 말세다. 말세야." 


한숨부터 나온다. 가사 노동을 하찮은 것인마냥 생각하게 만드는 성차별적 언어다. 명백한 여성 혐오다. 그런데 이 참담한 문장이 지상파 드라마의 대사라는 게 믿겨 지는가. 벌써부터 놀라면 곤란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어디서 여자가 술 먹고 들어와서 고성방가야!" 술 먹고 귀가해 소리를 지르는 건 꼴보기 싫은 일이고,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어디서 여자가'라는 단서를 붙일 이유가 있었을까?



"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겠어요." SBS <아임 쏘리 강남구> 

"안주인 되려면 식구들 끼니는 챙겨야지. 못하면 배워. 분만 뽀얗게 바르고 입술만 빨갛게 칠하고 있으면 되는 줄 아니"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야, 남자가 깎으면 당도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 모르냐?"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돈을 만나 이혼을 종용한다. 여성을 오직 출산의 수단으로 여기는 성차별 사례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예비 며느리에게 가사 노동을 강요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한다. 남자가 과일을 깎으면 당도가 줄어든다는 말은 '과일을 깎는 건 여성의 몫'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조장한다.


위의 어처구니 없는 대사와 장면들은 2017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5월 1~7일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 1사, 케이블 1사의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 22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다.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달았고, 그 변화의 물결은 미투 운동으로 이어졌다.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 그 근간을 뒤흔든 미투 운동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조금이나마 나아졌을까? 당연히 그랬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딱히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생각마저 든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 3월 1일부터 7일까지 지상파 3사를 비롯해 JTBC, TV조선, MBN, tvN 등 총 33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성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는 장면이 무려 56건이나 발견됐다. 



"가족의 아침을 여는 것은 엄마들의 몫" TV조선 <사랑은 아무나 하나>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해요" MBN <속풀이쇼 동치미>

"진짜 예쁜 관객들이 많이 왔으면 많이 웃겨 줘야지" tvN <코미디빅리그>

"아빠가 그랬잖아. 엄마 성격은 못 고친다, 내 돈으로 얼굴을 고치더라. 실리콘 3봉지는 들어갔을 거야 KBS2 개그콘서트>


그래도 위의 사례들은 듣는 즉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경우들에 해당한다. 눈살이 찌푸려지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명확히 지적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직감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론 일부(라고 믿고 싶은지 모르겠지만)의 사람들은 '저 정도 가지고 왜 그러냐'며 너무 예민하게 살지 말라고 말하거나, 이런 지적을 하는 이들을 '프로불편러'로 규정해 조롱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틀렸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TV 속 내용들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는 수준까지 성숙됐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TV는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전히 매우, 지독히 남성중심적이다. 



KBS2 <라디오 로맨스>에서 톱스타 지수호(윤두준)가 막내 작가인 송그림(김소현)을 어깨에 들쳐 매고 걸어가 차에 태운다. 데려다 준다는 남성의 제안을 거절하자 돌발적인 행동을 취한 것이다. 납치라고 할 수 있는 폭력적 행동이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남자의 사랑으로 묘사된다. SBS <리턴>에서 강인호(박기웅)은 불륜의 대상인 염미정에게 "넌 변기야, 내가 싸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싸는 변기"라고 소리친다.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로빈 월쇼는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에서 "대중문화는 남성의 공격성과 위력, 성을 혼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확실히 우리의 대중문화는 거기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더욱 위험한 건, 위의 사례들과 달리 교묘하게 성차별적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일지 모른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전혀 깨닫지 못한 채 흘러넘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의 달달한 연애를 보여준다. 연상의 여성과 연하의 남성이 그려가는 비밀연애가 설렘을 증폭시키고, 역경을 마주한 두 남녀의 진정한 사랑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윤진아와 서준희의 관계는 기존의 익숙한 젠더구도를 답습한다. 윤진아의 전 남친의 거듭된 젠더 폭력을 서준희가 '짠' 하고 나타나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이 사적 관계의 남성이며, 여성을 두고 남자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는 가부장적 구도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드라마는 윤진아를 남성의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그려 나가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애교', '순진성' 등이 강조된다. 여전히 남성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 그것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보여주는 여성의 모습이다. 



tvN <나의 아저씨>는 어떠한가. 이지안(아이유)은 자신을 향해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하는 이광일(장기용)에게 "너 나 좋아하지?"라고 묻더니, 이번에는 박동훈(이선균)에게 "내 뒤통수 한 대만 때려줄래요?"라고 요구한다. 당황해 하는 박동훈에게 "그러니까 한 대만 때려달라고. 끝내게. 왜, 내가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 좋아하나?"라고 소리친다. 끝내 뒤통수를 얻어맞고 길 위에 쓰러진다.


혹자들은 "극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 "긴 호흡으로 봐달라"고 애원한다. 그것이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설정이라 하더라도, 폭력에 지나치게 둔감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가 매번 폭력에 쉽사리 노출되고, 심지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폭력을 선택하는 듯한 연출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누가 봐도 명백히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장면들을 걸러내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웰메이드라는 타이틀 아래, 영리하게 감춰져 있는 문제들을 지적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간과하기 쉽다. 모른 척 하기 쉽다. 우리는 좀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좀더 고민하고, 좀더 지적해야 한다. 설령 그리하여 '프로불편러'라고 불리더라 할지라도 말이다. TV 속 여성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세상 속 여성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서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는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소확행(小確幸)은 무엇입니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小) 확실하게(確) 실현 가능한 행복(幸).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소확행>에서 시작된 질문이었다. 피실험자 B, 소지섭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떤 미션이든 간에 손쉽게 뚝딱뚝딱 해내던 그가 멈춰섰다. "여태까지의 미션 중에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는 자세를 바꿔가며 한참을 고민했다. 


진지한 성격 탓이었을까. 작게 생각을 하지 못하는 성향 탓이었을까. 소지섭은 계속 머뭇거렸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건 소지섭이 스스로 찾아낸 답이기도 했다. 그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그렇게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또, '나에게 이런 행복이 괜찮은지 매번 되뇌는 사람'이었다. 물론 불행하다고 느끼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은 거라고 저는 느끼거든요." 그런데 소지섭뿐일까. 만약 당신에게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주어진다면 어땠을까. 선뜻 행복을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솔직히 쉽지 않았다. 아마 tvN <숲속의 작은 집>을 지켜보고 있었던 수많은 시청자들이 소지섭의 침묵에 공감하고, 그와 함께 침잠(沈潛)에 빠졌을 것이다. 


반면, 피실험자 A, 박신혜는 그다지 어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연필을 손에 쥐더니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얼굴에 예쁜 미소가 맺히기 시작했다. 삶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하나씩 써내려 갔던 모양이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는데?" 쉽사리 행복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소지섭과는 달랐다. 다소 길지만, 박신혜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용해 보자.  



첫 번째는 가족입니다. 엄마 아빠랑 오빠랑 볼링장 가서 아빠랑 저랑 엄마는 오빠랑 팀 나눠가지고 볼링 게임해서 내기 같은 거. 아니면 가족들하고 낚시 가는 것도 너무 좋아하거든요. 댐에서 물 위에 동동 떠서 붕어 낚시를 하고 있으면 그렇게 시간이 잘 가요. 그리고 다 같이 밤에 고기 구워먹고, 새벽 내내 떡밥 던지면서 낚시할 때. 진짜 가족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꿈 꿀 수 있는? 순간순간들이 가족들하고 되게 많았던 거 같아요. 힘들었던 시절도 겪으면서 그것들을 가족들과 함께 이겨냈을 때의 행복함. 감사함.


두 번째로는 친구들. 동네에 저희가 자주 가는 아지트가 있어요. 거기 모여서 다 같이 맥주 먹으면서 파스타 먹을 때. 


그리고 가끔은 사람에게 위안을 받지 못할 때, 반려 동물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고양이들이랑 같이 지내고 있는데. 제가 잘 때 약간 만세하고 자거든요. 그러면 손끝에서 만져지는 고양이 털의 부드러움. 잠이 되게 솔솔 잘 와요. 손 이렇게 대고 있으면, 와서 막 얼굴을 부벼요. '왔니?'라면서. 그럴 때 되게 행복하죠.


그리고 스포츠. 자전거 타고 딱 나갔는데, 뭔가 날씨도 너무 상쾌하고, 옷도 가볍고. 끝없이 달리다보면 바람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소리. 그런 순간순간들이 막 지나쳐 가는데, '내가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 때가 많거든요. 


아, 언제 어디든 무얼 먹든 행복해. 먹는 건 어디에 껴놔도 행복한 것. 나에게 먹는 비중이 너무 큰가? 다들 그러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가족. 친구들. 반려동물. 스포츠. 음식. 바로 박신혜의 소확행이었다. 그의 삶을 구성하는, 지탱하는, 지켜내는 요소들이었다. 아마 그 소확행들은 박신혜가 살아가며 곤경에 처하고, 어려움에 빠졌을 때마다 버팀목이 돼 줄 것이다. 행복이란 그런 것이니까. 이미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왔으리라. TV 속에서 박신혜를 볼 때마다 느껴지던 그 밝은 힘의 원천은 그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확행들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박신혜의 이야기가 다소 길지만, 전체를 몽땅 옮긴 까닭은 그 어떤 글보다, 어떤 설명보다, 어떤 해석보다 완한 문장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복에 대해, 그것도 확신에 찬 상태에서 꺼내놓는 이야기보다 더 완벽한 풀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한한 힐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안갯속에 숨겨져 있는 듯 했던 우리 자신의 소확행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근데 어떤 때는 저도 자꾸 불만 불평이 되게 쌓이는 거예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자존감도 낮아지고. 근데 엄마께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감사하면 행복하다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지 자꾸 사람이 큰 것에만 감사하면 나중에 진짜 그 큰 것들이 사라졌을 때 불행 아닌 불행들? '행복하지 않다', '좋은 일이 없다'고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그러다 보니까 그냥 유독 진짜 짜증 나고 화나는 날에 곰곰이 생각해봐요. 나한테 오늘 감사한 일이 어떤 게 있었나."


박신혜는 불만과 불편이 쌓일 때마다, 유독 짜증이 나고 화나는 날에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고 한다. '나한테 오늘 감사한 일이 어떤 게 있었나.'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지침 삼아서 아주 사소한 것에 감사를 떠올린다. '오늘 하루 건강하게 눈뜰 수 있음에 감사.' 그렇다. 어쩌면 '행복'이란 '감사할 줄 아는 태도'에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숲속의 작은 집>이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이유,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생에서 자신만의 소확행을 사색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발견하는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경로를 통해 거기에 도달하든 간에,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 또, 그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우리의 삶 곳곳에 장식해 둘 자격이 있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그날은 아빠가 잘못한 거야. 사과해." 


오양촌(배성우)은 딸 오송이(고민지)의 말에 어이가 없다. 차 안에서 남자친구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딸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지는데, 그 남자친구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아빠를 112에 신고 하다니. 딸은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날 난 혹시 몰라서 차 문이랑 창문을 다 열어 놓고 있었어." 참을 수 없었던 오양촌은 "네 쪽 창문은 운전석에서도 컨트롤 되는 거 몰라? 그게 어떻게 안전하다는 증거야?"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송이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112앱'이 설치돼 있었고, 언제든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끔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있던 장소는 외진 곳이 아니라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아파트 주차장이었다고 항변한다. 송이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남자친구, 그러니까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를 옹호하기 시작한다. 



"어제 내가 다른 남자랑 있는 거 그 친구가 봤거든. 그래서 그 친구는 착한 애야."


송이는 자신이 바람을 피웠고, 남자친구가 그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친구의 폭력적 행동은 정당하다고 설명한다. 놀랍지만,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많은 경우, 데이트 폭력(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향해 '제대로' 분노하지 못한다. 오히려 원인을 피해자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찾는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권력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범죄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이런 범죄들의 경우에 그 책임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전가해 왔다. '네가 화가 나도록 만들었겠지.', '네가 바가지를 긁었겠지.', '네가 짧은 치마를 입었잖아.' 화살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꽂힌다.



"범죄의 대부분이 범죄자가 악해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욱해서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거야. 그때 차 안에서 넌 분명 싫다고, 말로도 행동으로도 두번 세번 그놈한테 하지 말라고 경고했어. 그런데 놈은 계속.. 그놈이 착하고 안 착하고는 아무 문제가 안돼. 이미 사리분간 못할 만큼 욱한 게 문제라고, 알아들어? 네가 양다리 걸친 거 그거 정말 나쁜 짓이지만, 그렇다고 그 놈이 네 허락없이 네 몸에 손대는 거 정당화 될 수 없어. 이해받을 수도 없고. 그건 범죄야."


오양촌은 딸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대부분의 범죄가 범죄자가 악해서가 아니라 욱하기 때문에 벌어지며, 어떤 나쁜 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허락없이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는 건 범죄일 뿐이라고 말이다. 뭐가 옳고 그른지 정확히 알라고 다그쳤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tvN <라이브>의 일침이었다. 또, 오양촌의 입을 빌린 노희경 작가의 일갈이기도 했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의 실상은 매우 심각하다. 여성긴급전화(1366)에 따르면, 데이트폭력과 관련한 상당이 2014년 1591건에서 2015년 2096건, 2016년 4138건, 2017년에는 8291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찰 측의 자료를 살펴보자. 2015년 7692명, 2016년에는 8367명, 20187년에는 1만 303명이 형사 입건됐다. 검거된 숫자가 저러하다. 그렇다면 신고만 접수된 경우, 신고조차 되지 않은 경우는 얼마나 된단 말일까.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폭력을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간다. 피해자조차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467명에 달한다. 또, 데이트폭력이 상해로 이어진 케이스는 1만 3252건에 달한다.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강간도 매년 500건에 이른다. 이제야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조금 감이 올까. 


데이트폭력은 결코 연인들 간의 애정 문제로 내버려 둘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데이터 속의 가해자들도 송이의 말처럼 '착한 애'였다고 두둔해야 할까. 데이트폭력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만, 더 심각한 건 데이트폭력이 곧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피해자의 46.4%가 폭력을 가한 상대방과 결혼을 했고, 그 중에서 17.4%가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결과) 



모든 범죄는 연결돼 있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데이트 폭력은 사실상 모든 문제의 출발점인 셈이다. 데이트폭력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고를 해봐야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속적 괴롬힘(경범죄처벌범 제3조 41호)'은 고작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등에 불과하다. 정부는 징역 · 벌금 형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역시 실무적으로 먼 나라의 이야기다. 


20대 중에서는 '여성 혐오 분위기 확산'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폭력은 용인되는 순간, 점점 더 강도가 세지기 마련이다. 또,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작은 불씨부터 초장에 제압해야 한다. 오양촌의 일침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피해자로부터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모든 시도를 멈춰야 한다.



"모든 게 범인의 잘못이라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야. 왜 수많은 길을 놔두고 동생과 도서관에 가기 위해 그 산길을 택했을까. 왜 좀더 저항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힘이 약한가. 왜 처음부터 강해서 자신을, 동생을 지키지 못했나. 내가 12년 전 그때 범인보다 그 장소를 지나갔던 나를 미워했던 것처럼, 너 역시 사는 내내 수만가지 자책할 거리가 떠오르겠지만, 분명하게 알아야 돼. 그 어떤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범인의 잘못이지."


강간 사건의 피해자를 찾아 간 한정오(정유미)는 위와 같이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꺼내놓으며 위로한다. 역시 한정오의 입을 빌린 노희경의 위로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 어떤 것도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결코 피해자에게 범죄의 책임을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데 데이트 폭력을 이야기하다 왜 갑자기 강간 사건을 병치시키냐고? 앞서 설명하지 않았던가. 두 범죄는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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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딸의 사생활을 구속하는 아빠. 딸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4~50통씩 전화를 걸고, 20분 간격으로 동선을 체크한다.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치마를 갈기갈기 찢고,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딸은 숨이 막히고, 무섭기만 하다. 그런데 아빠는 이 모든 게 딸을 걱정하는 아빠의 마음이라며 '딸 몸에 손을 댄 적은 없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소름이 돋는다. 끔찍하기만 하다. 


명백히 가정폭력에 해당하는 사연이다. 화가 난다고 딸이 보는 앞에서 TV를 때려 부수고, 대걸레를 부러뜨리고 던지는 건 정상 범주를 벗어난 행동이다. 그런데도 아빠는 태연하게 '화를 낼 때는 액션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생동감 있는 연출이었다고 웃어 넘기려 든다. 이런 상황에서 패널로 출연한 조성모는 자신은 이해가 된다며, "바르게 길을 이끌어주려는 행동이 과한 것"이라며 아빠를 두둔하는 코멘트를 던진다. 어이가 없다.


그래도 MC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정찬우는 "연락이 안 되는 상황도 아니고, 너무 많이 연락을 하시고 체크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지적했고, 신동엽은 "집어던지가 깨부수고 하는 건 진짜 잘못된 겁니다. 앞으로 절대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따금하게 일침을 놓았다. 이영자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일견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난 늘 방황했어요. 지금도. 우리 아버지도 한번도 (표현해 주지 않았어요.). 표현해줘야 돼요. 알려줘야 돼요. 아버지가 그렇게 못하면, 엄마라도 번역해줘야 돼요. 아버지는 널 사랑하는 거란다. 나도 널 사랑하는 거란다. 아버지도 안 해줬고, 엄마도 안 해줬어요. 끝끝내 안 해줬어요. 내가 50이 됐는데도. 그래서 우리 세 딸은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받지 못한 마음을 나눠요. 또 남은 세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무조건 자식은 사랑이에요. 그래야 세상을 나가서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언론은 '이영자의 눈물'에 포커스를 맞춰 기사들을 쏟아냈고, 시청자들은 이 끔찍한 사연을 '감동'이라는 프레임에 갖혀 소비했다. 정작 문제의 본질은 흐트러졌고, 사연의 주인공인 19세 딸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가정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의 방식, 무려 8년동안 지속해 왔던 괴상한 태도이자 회피적 자세이다.


위의 사연만 해도 '웃음'으로 넘기고, '눈물'로 포장해 버릴 간단한 것이 아니다. 엄밀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아도 가정폭력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최소한 여성긴급상담전화(1366), 한국여성상담센터(02-953-2017) 등 전문기관과의 상담이 필요하거나 경찰의 수사 내지 개입이 필요한 사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안녕하세요>의 아슬아슬함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시청자들은 매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365일 술을 마시고 다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를 말려달라는 사연(2017년 6월 12일), 전화와 문자 내역까지 확인하는 엄마의 집착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중학교 2학년 딸의 사연(2017년 7월 17일), 여자친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여자친구를 자신의 소유물인양 생각하는 남자친구를 고발하는 사연(2017년 8월 28일), 아내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남편 때문에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연(2017년 10월 17일)까지.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이렇듯 심각한 문제들을 놓고서 <안녕하세요>는 안이한 포맷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스트 투표를 통해 '고민이다', '고민이 아니다'를 판단하게 하고, 객석에 있는 방청객들에게 투표를 하게 해 그 결과로 '우승'을 가린다.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과정은 매우 불필요하고, 쓸모없어 보인다. 자극적인 소재 선정과 작위적인 연출을 조장할 우려가 농후하다. 


또, 서로에게 서운했던 점을 말하게 하고,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라며 분위기를 몰아간다. 출연자들은 엉겹결에 화해를 하고, MC들은 합의점을 도출해 낸다. 그러면 패널들은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듯 개운한 표정을 짓고,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한마디로 얼렁뚱땅이다. 전문가가 없는 상황(정신과 의사를 게스트로 부르기도 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의 한계는 수박 겉핥기식의 문제해결로 이어진다. 



<안녕하세요>는 무려 8년동안 사랑받고 있는 장수프로그램이지만, 결코 안녕하지 못한 사연을, 전혀 안녕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시청자들은 매주 '이거 실화냐?'라고 되묻게 될 만큼 믿어지지 않는 사연들을 접하게 된다. 그것이 방송을 위해 설정과 연출이라 한다면 지금의 포맷에 대해 심각히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고, 만약 꾸며낸 것이 아니라 실화라면 지금과 같이 은근슬쩍 넘어가는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안녕하세요>에서 다루고 있는 사연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신동엽의 일침, 이영자의 공감과 같이 MC들의 역량에만 의존하고 있다. 또, 웃음과 눈물을 통해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희석시킨다. 자칫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해결 지침을 내려줘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랑하니까 혹은 가족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라. 화해해라는 건 매우 심각한 폭력이자 2차 가해일 뿐이다.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불안하다. 방송에 출연한 저들은 괜찮을까. 이해하라고 얼버무리지 않고 헤어지라고 강권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살라고 하지 않고, 이혼하라고 해야 했던 건 아닐까. 방송에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담을 받거나 경찰의 도움을 빌리거나 가정법원에 가도록 해야 하지 않았을까. <안녕하세요>를 보는 시청자들은 전혀 안녕하지 못하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 한계를 아는 나이가 됐다. 요즘에는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누군가, 통념을 뛰어넘고 세상의 기준에서 몇 걸음 정도 벗어난 누군가, 남다른 감각을 발산하는 누군가를 발견하면 그저 반갑다.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다. 청량감을 느낀다. 그 시선에 질투가 전혀 섞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칭찬해주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2016년 10월 6일이었다. '스텔라장(Stella Jang, 장성은)'을 처음 발견한 날 말이다. 범상치 않은 이름이었다. 음원 서비스에서 '최신 음악'을 뒤적이며 음악 세계를 확장하곤 하는데, 평소와 다름 없이 목록을 뒤지다가 그 이름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느낌이 왔다고 할까.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괴상한(?) 혹은 개성 넘치는 이름의 가수들이 많아졌지만, 스텔라장이라는 이름에선 뭔가 유쾌한 고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빠져 들었다. 우선, 음색이 좋았다. 부드러우면서 달콤했다. 감미로웠다. 자꾸만 듣고 싶어졌다. 멜로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멜로디 겉을 통통 튀는 매력으로 감쌌다. 색다르고 독특했다. 그건 기존의 것이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그 남다름이 어색하지도 불편하지 않았다. 어떤 장르, 어떤 분위기의 노래와도 어우러지는 목소리였다. 스텔라장은 개성적인 음색으로 청자를 설득하는 힘을 지녔다. 



단지 그것뿐이었다면 '좋은 가수'를 발견했다고 여기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스텔라장에겐 일반적인 가수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한 가지, 범상과 범상치 않음을 가르는 무언가가 내재돼 있었다. 그건 아마도 '이야기'다. 스텔라장은 노래라는 도구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직접 가삿말을 쓰며,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스텔라장은 훌륭한 화자다. 


화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핵심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일 것이다. 스테라장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그가 왜 훌륭한 화자인지 알 수 있다. 스텔라장은 유쾌하다. 게다가 해학적인데, 유머감각이 날카롭다. 또, 현실적이다. 가사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이다. 생활밀착적이다. 상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험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대표곡 중의 하나인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에서는 월급을 의인화했는데,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 가요", "난 그대 없인 살 수 없어/왜 자꾸 나를 두고 멀리 가"라는 가사는 신선하고 참신하다. 월급을 떠나가는 연인에 빗대다니, 참으로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프랑스 명문대학 그랑제꼴 3년 과정을 마치기 위해 화장품 회사에 인턴으로 10개월 가량 근무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걸까.


또, '월요병가'에서는 각 요일의 체감 시간을 음의 길이로 표현했다. "워어어얼 화아아 수우 목 금 토일"이라는 가사만으로 간단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셈이다. 기발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분명히 얼마 전에 월요일이었는데 그랬는데/근데 왜 내일이 또 월요일이라는 건데/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웬수 같은 자식/없는 병도 너만 보면 생길 것 같다"는 듣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통쾌하다. 



스텔라장은 솔직하다.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가지기도 싫고/남 주기는 아까운/거리를 두지만/생각보다 가까운/가지기도 싫고/남 주기는 아까운"은 애매한 남녀 사이를 그린 '계륵'이라는 노래의 가삿말이고, "난 나중에 아주 아주/부자가 될 거야/어딜 가든 택시만 타고 다닐 거야/아니면 내 차를 몰고 다닐 거야/다신 내가 갈아탈 일이 없게"는 '환승입니다'의 가삿말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노래라는 그의 설명이 재밌다. 


"사람들은 공부한 게 아깝다고 하는데, 제 인생에 대해서 그분들이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매체에선 제 '스펙'만 공개될 뿐, 유학 생활을 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느라 괴로워했던 제 마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전 어렸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했어요."


스텔라장을 소개하는 글의 대부분은 그의 학력을 강조한다. '엄친딸'로 소비한다. 유희열이나 이적 앞에 서울대가 붙고, 루시드폴 앞에 생명공학 박사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학력과 스펙이 그를 홍보하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스텔라장은 분명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한다.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고,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본질을 채우기보다는 겉치레에 치중하고, 이를 강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있고/많은 사람들 가운데/나라는 한 사람이 있네", "그대는 그대로/그냥 그대인 채로 남으면 돼"('그대는 그대로')라고 위로한다. 물론 그 자신을 향한 다독임이기도 하다. 학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음악에 뛰어든 스텔라장의 행보는 당차고 거침없다. 



2014년 디지털 싱글 앨범 <어제 차이고>를 발매하며 데뷔했고, <Colors>(2016. 10. 6.),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2017. 4. 30.) 등 싱글앨범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또, SBS <사랑의 온도>('나만의 온도'), <로봇이 아니야>)('날 알아줄까) 등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tvN<시를 잊은 그대에게> '요즘 청춘'이라는 곡으로 참여했다. 


"나 빼고 행복해 보여/다들 행복해 보여/좋은 날이 오기는 할까"라는 가사는 청춘의 고단한 삶을 그리고 있는는데, 스텔라장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살다가 보면/웃을 날도 좋은 날도 있어/뭐 그렇게 믿고 사는 거지"라고 냉소적인 덕담(?)을 건넨다. "내가 앞으로 발매할 앨범도 내 진정한 생각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나길 바란다"는 그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지 손꼽아 기다려진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안판석 감독의 세계는 '욕망'으로 그득하다. 그곳의 사람들은 제각기 욕망을 뒤집어 쓴 군상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연대의 대상과 적대의 대상이 명확히 구분된다. 그런가 하면 노희경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우리는 상처 입는 존재이며,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희경은 끊임없이 말한다. 우리는 온기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노희경의 군상들은 따뜻한 인간성을 지녔다.


지구대를 배경으로 경찰의 애환과 상처를 그려내고 있는 tvN <라이브(Live)>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다른 드라마들도 그렇다. 그뿐이라면 놀랄 일이 아니다. 분명한 차이점은 '이야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는 점 말이다. 그래서 <라이브>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이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늘상 그래 왔다.)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역시 오양촌(배성우)이다. 


극중에서 오양촌은 그야말로 팔색조의 매력을 발산한다. 경찰에 대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강력계의 레전드와 불같고 괴팍한 성격으로 앞뒤 가리지 않는 사고뭉치를 오간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을 보이지만,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다. 누군가는 화끈하다고 생각할, 그렇지만 '또라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이미 자타칭 그리 불리고 있다.



한편,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오양촌은 확실히 낙제점이다. 일에 바빠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가족들과의 대화도 부족했다. 아내 안장미(배종옥)은 그런 오양촌에게 점점 지쳐가고,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이혼을 통보한다. 딸 송이(고민지)와 아들은 부재했던 아빠를 어색해 하고 불편해 한다. 아버지 양촌부(이순재)와의 관계도 틀어졌다. 젊은 시절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오양촌을 미워할 수 없는 까닭은 그 특유의 인간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오양촌의 진심을 말이다. 그가 흉악한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진정한 경찰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지 가족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갖고 있음을. 다행스럽게도 오양촌은 조금씩 변화 중이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던 홍일 지구대 동료들과도 융화되기 시작했다. '마현 발바리 사건' 전담팀에 차출되는 등 다시 레전드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 또,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젊은 날 소홀했던 자녀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다소 늦었다 할지라도 의미 있는 변화다. 또, 아버지와 막걸리를 나누며 진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오양촌의 변화야말로 드라마의 중심축이자 시청자들의 큰 관심사다.


<라이브>가 매회 최고 시청률(12회, 6.654%)를 경신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오양촌의 활약이 큰몫을 차지했다. 초반부터 강렬한 카리스마로 화제성에 기여했고, 웃음뿐만 아니라 짠내나는 연기까지 전방위적 활약을 펼쳤다. 이처럼 오양촌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와닿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배성우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배성우가 아닌 오양촌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했던 배성우는 이후 약 10년 동안 연극 무대를 누볐다. 이어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개성 강한 연기로 감초 연기를 펼치며, 또렷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남자사용설명서>(2012), <공정사회>(2012), <뷰티 인사이드>(2014), <베테랑>(2014) 등에 출연하면서 신스틸러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한때 개봉하는 영화의 배우 이름에서 배성우가 어김없이 포함돼 있을 정도였다.


그 기세를 몰아 <오피스>(2014), <더 폰>(2015)에서는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섬뜩한 살인범 역할이었지만, 배성우는 독특한 개성으로 캐릭터를 풀어내며 남다른 해석력을 보여줬다. 또, <더 킹>(2016)에서는 소름끼치는 욕망의 화신이자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양동철 역을 맡아 능글맞은 연기를 펼쳤다. <더 킹>으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받으며 인정받았다. 


코믹스러운 역할부터 살인범까지, 배성우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장르는 물론 캐릭터를 불문한다. 충무로가 왜 배성우를 그토록 찾았는데, 대중들이 그토록 많은 작품에서 배성우를 만났으면서도 늘 새롭다고 느꼈는지 알 법하다. 이제 TV를 통해 더욱 대중들과 가까워진 배성우가 앞으로 어떤 연기를 펼쳐나갈지 기대가 된다. 오양촌은 시작에 불과하다.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