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 19

한정오가 흘린 눈물, <라이브>가 들려주는 사명감의 의미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려는 마음을 사명감(使命感)이라 한다. 뜻은 간단하고, 쉬워 보인다. 그 정도의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으니까. 그런데 현실에서 그 말은 좀더 신성하게 들린다. 자신의 일을 천직(天職)으로 받아들이고, 그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자 하는 마음 쯤으로 여겨진다. '너희는 사명감이 없어!, '사명감을 좀 가져!'라는 호통에 우리가 매번 쪼그라드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사명감이 필요없는 직업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경찰(또는 소방관)처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는 직종에서 사명감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사명감이 없는 경찰은 시민의 입장에서 불안하다. 그래서 tvN 의 오양촌(배성우)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명감을 강조하다. 그가 잠시동안 경찰학교 교수로 부임했을 ..

TV + 연예 2018.04.30

이효리가 이사를 갔는지 팩트체크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가요?

질문으로 글을 시작해보자. 합리적인 대답이 도출되리라 믿는다. 이효리가 이사를 갔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꼭 알려져야 하는 사실일까? 이효리가 '소길댁'인지 '선흘댁'인지를 파헤쳐서 알리는 게 공익적인 가치가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매체 더팩트는 '[FACT체크] 관광객 방문 불편호소 '소길댁' 이효리, 이사했나?'라는 기사를 통해 이효리의 사생활을 들쑤셔 놓았다. √FACT 체크1=이효리, 이제 '소길댁' 아닌 '선흘댁?√FACT 체크2=소길리 주민들 "며칠 전에도 봤는걸요"√FACT 체크3=소길리 주택 등기부상 여전히 거주? 더팩트는 "2년 전 이효리가 소길리를 떠났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고, "제주도에 있는 다른 마을로 이사했다", "주택 매각 얘기가..

TV + 연예 2018.04.26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향한 공분, 며느리를 위한 나라는 없다

앨리스라는 이름의 소녀가 흰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아내라 불리기 시작한 여성이 남편의 손에 이끌려 '시댁'으로 간다. 그리고 아주 이상한 나라를 만난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곳, 적어도 나는 아닐 거라 여겼던 곳, '세상에 이런 일이!'라 저절로 외치게 되는 곳. 정신을 차려보니 그 미지의 세계에 와 있다. 이제 그 여성의 이름은 '며느리'다. 참 괴상한 이름이다. 그곳은 오로지 며느리에게만 이상한 나라였다. 그 낯선 공간에서 며느리는 가족도 아니었고, 손님도 아니었다. 며느리(=아들의 아내)라는 매우 난해한,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일 뿐이었다. MBC 는 현 시대의 가정의 모습을 며느리의 시선에서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그 시선으로 바라본 가정과 시댁의 풍경은 충격과 공포 ..

잘 나가는 <라이브>의 비결, 노희경의 디테일과 진정성 아닐까?

tvN (연출 김규태, 극본 노희경)가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시청률은 착실하게 상승 곡선(1회 4.337%, 13회 7.058%)을 타고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평일색이다. 연출, 극본, 배우들의 연기까지 드라마의 성공을 위한 삼박자가 제대로 갖춰졌고, '경찰'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몰입도 역시 훌륭하다. 신뢰의 이름, 노희경 작가는 시청자들의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는 분명 웰메이드다. 그렇다고 해서 에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이화여대 시위를 묘사하며, 이를 진압하는 장면(2회)은 논란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경찰 교육생 신분이던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의 시선을 견지했고, 시청자들은 '경찰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경찰 1,600명이 투입된 진압 현장은 아비규..

TV + 연예 2018.04.23

성차별, 여성혐오.. TV 속 여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하여간 대한민국 여편네들 큰일이야. 남편은 밖에서 7천원짜리 밥 사먹으면서 하루 종일 일하는데, 집에서 펑펑 놀고 먹으면서 이런 데서 칼질이나 하고. 진짜 말세다. 말세야." 한숨부터 나온다. 가사 노동을 하찮은 것인마냥 생각하게 만드는 성차별적 언어다. 명백한 여성 혐오다. 그런데 이 참담한 문장이 지상파 드라마의 대사라는 게 믿겨 지는가. 벌써부터 놀라면 곤란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어디서 여자가 술 먹고 들어와서 고성방가야!" 술 먹고 귀가해 소리를 지르는 건 꼴보기 싫은 일이고,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어디서 여자가'라는 단서를 붙일 이유가 있었을까? "대를 못 이으니 이혼시켜야겠어요." SBS "안주인 되려면 식구들 끼니는 챙겨야지. 못하면 배워. 분만 뽀얗게 바르고 ..

TV + 연예 2018.04.22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 박신혜가 들려준 행복론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서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는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소확행(小確幸)은 무엇입니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小) 확실하게(確) 실현 가능한 행복(幸).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에서 시작된 질문이었다. 피실험자 B, 소지섭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떤 미션이든 간에 손쉽게 뚝딱뚝딱 해내던 그가 멈춰섰다. "여태까지의 미션 중에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는 자세를 바꿔가며 한참을 고민했다. 진지한 성격 탓이었을까. 작게 생각을 하지 못하는 성향 탓이었을까. 소지섭은 계속 머뭇거렸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건 소지섭이 스스로 찾아낸 답이기도 했다. 그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그렇게 ..

TV + 연예 2018.04.21

데이트 폭력을 다룬 <라이브>, 노희경의 일침과 위로

"그날은 아빠가 잘못한 거야. 사과해." 오양촌(배성우)은 딸 오송이(고민지)의 말에 어이가 없다. 차 안에서 남자친구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딸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지는데, 그 남자친구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아빠를 112에 신고 하다니. 딸은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날 난 혹시 몰라서 차 문이랑 창문을 다 열어 놓고 있었어." 참을 수 없었던 오양촌은 "네 쪽 창문은 운전석에서도 컨트롤 되는 거 몰라? 그게 어떻게 안전하다는 증거야?"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송이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112앱'이 설치돼 있었고, 언제든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끔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있던 장소는 외진 곳이 아니라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아파트 주차장이었..

TV + 연예 2018.04.18

이영자의 눈물로 <안녕하세요>의 꿉꿉함을 덮을 수 없다

19세 딸의 사생활을 구속하는 아빠. 딸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4~50통씩 전화를 걸고, 20분 간격으로 동선을 체크한다.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치마를 갈기갈기 찢고,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딸은 숨이 막히고, 무섭기만 하다. 그런데 아빠는 이 모든 게 딸을 걱정하는 아빠의 마음이라며 '딸 몸에 손을 댄 적은 없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소름이 돋는다. 끔찍하기만 하다. 명백히 가정폭력에 해당하는 사연이다. 화가 난다고 딸이 보는 앞에서 TV를 때려 부수고, 대걸레를 부러뜨리고 던지는 건 정상 범주를 벗어난 행동이다. 그런데도 아빠는 태연하게 '화를 낼 때는 액션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생동감 있는 연출이었다고 웃어 넘기려 든다. 이런 상황에서 패널로 출연한 조..

TV + 연예 2018.04.18

'엄친딸'로 소비하기엔 너무도 놀라운 재능, 스텔라장의 음악에 빠져들다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이 되고 싶었지만, 이제 한계를 아는 나이가 됐다. 요즘에는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누군가, 통념을 뛰어넘고 세상의 기준에서 몇 걸음 정도 벗어난 누군가, 남다른 감각을 발산하는 누군가를 발견하면 그저 반갑다.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다. 청량감을 느낀다. 그 시선에 질투가 전혀 섞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칭찬해주고 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2016년 10월 6일이었다. '스텔라장(Stella Jang, 장성은)'을 처음 발견한 날 말이다. 범상치 않은 이름이었다. 음원 서비스에서 '최신 음악'을 뒤적이며 음악 세계를 확장하곤 하는데, 평소와 다름 없이 목록을 뒤지다가 그 이름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느낌이 왔다고 할까. 대중의 시선을 끌기..

TV + 연예 2018.04.17

배성우 아닌 오양촌을 상상할 수 있나요?

안판석 감독의 세계는 '욕망'으로 그득하다. 그곳의 사람들은 제각기 욕망을 뒤집어 쓴 군상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연대의 대상과 적대의 대상이 명확히 구분된다. 그런가 하면 노희경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우리는 상처 입는 존재이며,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희경은 끊임없이 말한다. 우리는 온기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노희경의 군상들은 따뜻한 인간성을 지녔다. 지구대를 배경으로 경찰의 애환과 상처를 그려내고 있는 tvN 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다른 드라마들도 그렇다. 그뿐이라면 놀랄 일이 아니다. 분명한 차이점은 '이야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는 점 말이다. 그래서 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이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늘상 그래 왔..

TV + 연예 2018.04.16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27. 전셋집 살았던 가왕 조용필, 존경받아 마땅한 기부왕!

​ 사람들은 그를 '가왕(歌王)'이라 부른다.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압도적인 위엄이 느껴지는 수식어다. 이 찬란한 수식어는 오로지 한 사람, 그의 이름 앞에만 허용된다. 그럼에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것은 수학의 완전한 공식처럼, 과학의 결점 없는 법칙처럼 명징한 사실이다.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영원한 오빠, 그의 이름은 바로 조용필이다.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른 사람의 여유일까, 아니면 몸에 벤 겸손함일까. 그도 아니라면 애초에 조용필이라는 사람의 수수함 때문일까. 조용필은 "'선생님', '가왕' 이런 말들이 부담스럽"다면서 "그러려고 노래하고 음악한 거 아니거든요. 음악이 좋아서 한 것인데 그런 말들 들으면 저한테는 부담으로 옵니다."라고 말한다. "음악이 좋아서 ..

TV + 연예 2018.04.14

<나의 아저씨>가 괜찮다는 사람들에게

ⓒ CJ E&M"'사랑'이 아닌 '사람'을 느껴 결정했다." 지난 11일 tvN 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극중에서 이지안 역을 맡고 있는 아이유는 "저로 인해 굳이 떠안지 않아도 될 논란을 안게 될까 걱정했"다며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언젠가 김원석 PD에게 이와 같은 걱정을 꺼내놓았는데 "괜찮다"고 대답해줬다면서 "저도 글을 읽으면서 떳떳하지 않았다면 거절했을 것"이라 밝혔다.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는 방영 전부터 뜨거운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극중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이가 24살(실제로는 18살)이나 됐는데, 40대 아저씨와 20대 초반 여성의 로맨스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사랑 이야기..

TV + 연예 2018.04.13

돈만 된다면 성희롱에 미투 이용까지? 한심한 기업 마케팅

"[단독] 체육관에서_타이트한_의상_입은_A씨_유출사진_모음.zip" 할 말을 잃었다. 위의 문구가 영화 홍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게 믿어지는가. 부적절할뿐더러 비상식적이다. '디지털 성폭력' 연상케 하는 막돼먹은 마케팅을 한 주체는 바로 롯데엔터테인먼트다. 지난 9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자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 의 스틸 사진을 게시하며, 위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주연 배우 이성경씨가 레슬링복을 입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어그로를 끌어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여겼던 걸까. 어느 쪽이라도 문제다. 전자라면 고의적으로 해당 배우에게 성희롱을 저지른 것이기에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후자라면 좀 더 심각하다. '디지털 성폭력'을 떠올리..

TV + 연예 2018.04.11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26. 쓴소리 아끼지 않는 연예계의 어른, 이순재가 든든하다

품위 있게 늙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타인의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료들의 인정을 받는 선배,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어른이 되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생을 사는 우리들에게 그 목표는 한없이 멀어 보인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의 말에는 권위가 실릴 것이고, 사람들은 그의 조언이나 충고에 귀를 기울일 게다. 요즘 연예계가 혼란스럽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냐고? 물론 연예계는 국회만큼이나 사건 사고가 많은 집단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완벽히 신뢰를 잃은 시절은 없었다. 미투 운동의 성과로 선량한 이미지로 자신을 분장했던 연예인들의 추악한 범죄 행각들이 드러났다. 대중의 인기가 마치 자신의 권력인양, 그 알량한 힘으로 활개쳤던 숱한 연예인들..

나영석도 겁이 났던 걸까? 미처 덜어내지 못한 <숲속의 작은 집>의 투머치

첫회 시청률은 4.7%였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 외딴 숲에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활. 오프 그리드(Off Grid)의 삶.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소지섭과 박신혜의 출현. tvN 은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기대감을 품게 하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나열됐고, 사람들은 그 조각들로 저마다 자신만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제각기 달랐던 모양이다. 편차가 너무 컸던 탓에 반응의 온도도 차이가 크다. 피실험자 A(박신혜)와 B(소지섭)가 외딴 숲 속에 위치한 오프 그리드(Off Grid) 하우스에 도착했다. 자연 경관은 수려했고, 집은 아기자기했다. 예고됐던 것처럼 피실험자들은 전기, 수도, 가스가 없이 살아가야 했다. 문명의 혜택에서 벗어났고, 이기(利器)와..

TV + 연예 2018.04.07

나영석의 '슬로 티비', <숲속의 작은 집>이 만들 기적이 기대된다

"삶의 필수품을 확보하면 불필요한 것을 더 얻으려 애쓰지 말고 비천한 노동으로부터 한숨 돌리고 삶의 모험을 감행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中에서 - 피실험자 A와 B가 각각 제주도의 외딴 숲 속에서 혼자 살아가게 된다. 그들은 전기, 수도, 가스 등 우리가 가장 기본적으로 누렸던 문명의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다. 자가발전을 통해 동력을 얻어야 한다. 이른바 '오프 그리드'의 삶이다. 최소한의 필수품만으로 살아가야 한다. 카메라는 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과연 그들은 '미니멀 라이프'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언뜻 듣기에 다큐멘터리 같지만,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분명히 예능 프로그램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할까. 연출을 맡은 이가 예능..

TV + 연예 2018.04.06

유인나만 설렜던 <선다방>, 공감하기엔 단편적인 맞선의 한계

썸만 타며 애태우는 청춘남녀들을 위해 친절히 동거의 기회를 선물했던 채널A 에 이어 이번에는 ‘맞선 전문 카페’가 문을 열었다. 이름하야 tvN 이다. 제목에서부터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소개팅도 아니고, 미팅도 아니고, (맞)선이라니! 게다가 카페가 아니라 다방이라니!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도 같다. 가볍지 않은 만남, 진지한 관계 맺기. 그런데 과연 잘 될까? 분명 방송가는 연애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열었던 SBS (2011-2014)의 그림자를 좇고 있는 듯 하다. 하긴 최고 시청률 11.3%를 찍었을 만큼 큰 관심을 받았고, 엄청난 화제성으로 포털 사이트 연예면을 점령하다시피 했던 프로그램이 아닌가. 점차 출연자들의 스펙만을 강조하고, 급기야 촬영 도중 자살이 발..

TV + 연예 2018.04.06

'지금 만나러 가는 예쁜 누나' 2018년에도 손예진의 존재감은 빛난다

손예진,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그는 이름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손예진이라는 이름에는 다양한 얼굴들이 층위를 이루고 있다. (2002), (2003), KBS2 (2003)에서는 청순가련한 멜로의 주인공이었고, (2004)에선 최루성 로맨스로 사람들의 감정을 뒤흔들어 놨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배우 손예진의 초창기 얼굴이다. SBS (2006)는 손예진의 연기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였다. 언제까지나 ‘청순가련한 여자’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자’에 머무를 순 없는 일이었다. 대중이 바라는 요구를 거부하는 건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 선택은 손예진에게 자유를 부여했다. 배우 손예진의 보폭은 여유로워졌고, 그의 얼굴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표출됐다. 틀..

TV + 연예 2018.04.02

손예진이기에 가능한 판타지, 달콤쌉싸름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설렘이 한가득이다.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내리고, 남자는 우산을 하나만 구입해 펼쳐든다. 여자는 묻는다. "너, 근데 왜 우산 하나만 사왔어? 그것도 빨간색으로?" 남자는 능청스럽게 둘러댄다. "몰라? 우산이랑 라이터 사는 돈이 제일 아까운 거?" 여자는 남자의 넉살이 싫지 않다. "이걸로 가다간 둘이 반은 다 젖겠다." 여자의 힌트 섞인 불평에 남자는 슬그머니 어자의 어깨를 끌어 안는다. 우산 하나에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술기운 때문일까. 남자는 장난을 빙자해 용기를 냈고, 여자는 어깨를 감싼 남자의 손길이 새삼스레 설렌다. 우산 아래 웃음이 만발한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어느새 봄비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이 시간이 좀더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걷고 또 걷는다. 배경음악으로 깔린 카를라..

TV + 연예 2018.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