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 20

'음악이 힘이 세다'는 김윤아, <비긴어게인2>을 통해 증명했다

도시에는 이미 밤이 찾아왔다. 걱정이 앞선다. 낯선 나라, 낯선 곳의 어둠은 두렵다. 캄캄함은 나를 감추기도 하지만, 타인도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표정이 없는 얼굴은 공포다. 그래도 다행이다. 도우루 강변, 포르투의 히베리아 광장은 빛으로 가득하다. 이제야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때부터 그들은 경계해야 할 타인이 아니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감의 대상이다. 그들은 청자다. "가사가 한국어든 영어든 포르투갈어이든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정답이다. 동양인 네 명이 대뜸 노래를 불렀을 때, 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던 자우림의 김윤아에게 대답이 됐을까. 외국에 나가서 우리의 노래가 통한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게 아니냐며 구시렁대던 사람들에게 대답이 됐을까. 물론 가사는 노래의 중요한 ..

TV + 연예 2018.03.31

끊임없이 아재를 변명하는<나의 아저씨>의 기만

인물 관계도가 급하게 수정됐다. '애정'을 뜻하는 빨간색이 몽땅 사라졌다. 논란의 남녀 주인공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이지은)의 것만 지우기 민망했을까. 도준영(김영민)과 강윤희(이지아), 박기훈(송새벽)과 최유라(나라)의 관계에서도 빨간색이 사라졌다. 그래서 놀랍게도 tvN 에는 (적어도 관계도에서 만큼은) 애정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들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제작진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설정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솔직하게 들리진 않는다. 정확히는 '사랑은 나누는 설정이었는데 이젠 아닙니다'라고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애시당초 그럴 의도가 추호도 없었다면, 인물 관계도에서 그들 사이를 빨간색으로..

TV + 연예 2018.03.29

<윤식당>과 달랐던<현지에서 먹힐까?>만의 매력 포인트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홍셰프' 홍석천은 프로페셔널했다.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고, 배치하는 기본적인 스킬부터 제대로 였다. 음식 조리는 (당연히) 능숙했고, 맛도 (물론)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진지했고, 집요했다.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수없이 연습했다. 그가 누구인가. 이미 10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오너이자 셰프가 아니던가. tvN 의 'the most' 요리사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태원에 있는 홍석천의 음식점을 찾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요리 솜씨는 방송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JTBC 에 출연해 감각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셰프로서의 능력을 뽐냈다. 또, tvN 시즌1과 2에 등장해 조리법을 전수했고, 메뉴 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의 성공에는 홍석천의 지분이 꽤 ..

TV + 연예 2018.03.28

과거 MBC의 저급한 욕망이 <무한도전>을 망쳤다

묵언 수행을 하기 위해 월정사를 찾았던 조세호는 스님에게 질문했다. "당장 눈앞에 헤어짐이 있는데요. 다시 만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야 좋을까요?" 스님은 '지금(현실)에 충실히라'는 조언을 건넨다. 김태호 PD는 조세호에서 "만약 기다리던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유재석은 "다음 주에 또 마지막 인사를 멤버들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방송을 마무리 짓는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소름이 확 끼쳤다. 뉴스를 통해서 숱하게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왠지 거짓말 같았다. 믿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익살스럽게 '힝, 속았지?'라며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MBC 의 종영이 코앞으..

TV + 연예 2018.03.25

고혜란을 주저앉힌 <미스티>, 시청자들이 원한 건 도덕책이 아니다

misty : ① 안개 낀 ② 안개가 자욱한 ③ 어렴풋한 (기대했던) 반전은 없었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진범을 가리고 있던 안개는 서서히 걷혀 나갔다. 케빈 리(이재영)를 살해한 범인으로 강태욱(지진희)이 유력해졌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 제3의 인물이 등장하길 바랐다. '사건 현장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을 거야!' 설령 그 전개에 논리적 결함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모완일 작가는 고집스럽게 비극을 선택했다. 제목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걸까. 안개는 더욱 자욱해졌다. 뭔가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줄 것 같았던 마지막 회는 당혹 그 자체였다. 세계를 제패한 골프 선수답게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했던 케빈 리는 너무도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허탈한 죽음이었다. 그리고 강태욱은..

TV + 연예 2018.03.25

송은이는 희망이 될 것인가, 돌연변이가 될 것인가?

홍일점(紅一點). 현재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여성'이 소비되는 사실상 유일한 방식이다. 달리 표현하면 여성들은 홍일점이 되지 않고서는 예능에 출연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좀더 현실적인 언어로 말해볼까. 홍일점은 생존 방식이 돼 버렸다. 그것말고는 살아남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꽃병풍이 돼야 하고, 치어리더가 돼야 한다. 그리고 남성 고정 출연자를 위해 애교를 부려야 한다. 홍일점은 '많은 남자들 틈에 하나뿐인 여자'를 뜻하는 말이다. 그만큼 예능계가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 '남탕 예능'이라 불러보자. 그 예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MBC , JTBC , MBC , SBS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부분의 예능이 해당되니 말이다. 이렇듯 '남탕 예능'이 주류를 넘어 전부가 된..

TV + 연예 2018.03.23

영포티 판타지와 나쁜 남자 재생산,<나의 아저씨>가 거북했던 이유

회사에서 잡무를 하고, 퇴근 후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남은 음식은 비닐봉투에 싸서 집으로 가져 왔다. 회사에서 몰래 슬쩍한 믹스 커피를 타서 뒤늦은 저녁을 먹었다.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다. 사채까지 빌려썼다.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의 병원비를 내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병원의 감시가 소홀한 틈에 할머니를 침대째 옮겨 왔다. 버거운 삶은 그를 고립시켰고, 그래서 지안(아이유/이지은)에게선 한기(寒氣)가 가득하다. 처절한 삶이다. 큰형 상훈(박호산)은 오래 몸 담았던 회사에서 잘렸다. 장사를 시작했지만, 여러 번 말아 먹었다. 신용불량자가 됐다. 동생 기훈(송새벽)은 영화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살아가지만, 데뷔는커녕 별볼일 없는 처지다. 불쌍한 삼형제의 둘째인 동훈(이선균)은 번듯한 회사의..

TV + 연예 2018.03.22

경찰의 애환을 다룬 <라이브>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한 이유

경찰이라는 직업이 참으로 애처롭다. 걸핏하면 밤을 새워야 하니 몸이 온전할 리 없다. 그런 패턴으로 계속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몇 년 지나지 않아 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될 것이다.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주기적으로' 밤을 세운다는 것 정도다. 불규칙의 규칙화랄까. 게다가 그들의 '밤'이 아름다울 리 있겠는가. '주폭'이라 불리는 주취자들과 매일같이 씨름해야 하고, 토사물까지 깨끗이 치워야 한다. 불법 주정차 단속(은 엄밀히 말하면 구청 소관이다)에서부터 소음 처리(역시 경찰의 본 업무는 아니다)까지 온갖 잡다한 신고를 처리해야 한다. 물론 그런 일들만 처리하는 건 아니다. tvN 에서 한정오(정유미)는 모텔에서 발생한 성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해 참혹한 현장을 목격해..

TV + 연예 2018.03.19

<마더>의 놀라운 발견, '허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라!

아직 여운이 남아있다. 몇몇 장면들은 여전히 또렷하다. 심금을 울렸던 대사들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방심(?)하면 눈가가 금세, 그것도 심하게 촉촉해진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근래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다. 얼마 전에 종영한 tvN 이야기다. 배우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시청자도 애정을 쏟았던 드라마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이다. 윤복(허율)은 수진(이보영)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테니까. 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모성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고민을 던졌다. '모성이란 이러하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기존의 관습적인 해석에서 벗어났고, 그 어떤 고정된 대답도 거부했다. 소위 '기른 정'이 생물학적인 유대감에 못지 않은,..

TV + 연예 2018.03.18

<윤식당2>가 선물한 힐링과 고민 덕분에 행복했다

"안타까워요! 여러분들은 이미 가라치코의 가족의 일원 같아요.""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모로 감사드려요. 정말 고마워요. 안녕히 가세요." 가라치코 마을에서의 꿈 같았던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tvN 가 끝이 났다. 일주일 동안의 짧은 영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윤식당을 찾았던 현지 주민들은 제대로 된 한식 요리에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 대부분 한식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라 낯설어 하기도 했지만,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식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타터였던 김치전을 비롯해 비빔밥, 갈비, 잡채, 닭강정, 거기에 후식이었던 호떡까지 완벽했다. 영업을 막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윤여정을 비롯한 직원들은 '과연 손님들이 찾아올까?'라며 전전긍긍했다. 가게 문 앞에서 서성이다 이내 발길을..

TV + 연예 2018.03.17

<마더>에서 빛난 배우들.. 고성희의 재발견, 이보영의 재확인

"편지를 쓰고 싶어요. 옛날 혜나한테.""뭐라고 쓸 건데?""혜나야, 울지 마. 너도 행복해질 수 있어. 내가 안아줄게. 난 이제 괜찮아." 지난 15일 종영한 tvN 는 굉장히 특별한 드라마다. 놀랍게도(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연예계의 현실이다. 비단 그것이 연예계뿐이겠냐마는.) 이 드라마는 성별이 여성인 배우들이 전면에서 활약했던, 그래서 남성들의 전유물이 돼 가는 우리네 연예계의 최근 추세와는 대척점에 서 있었다. 는 매우 희귀한 작품이었다. 제목이 ‘마더’였기 때문이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봉준호 감독의 처럼 대부분의 경우에 엄마는 '아들의 엄마'였다. 흥미롭게도 드라마 에 등장하는 여러 명의 엄마들은 죄다 '딸의 엄마'이다. 영신 역을 맡은 이혜영은 "몇번 엄마 역할을 해왔지..

TV + 연예 2018.03.16

노희경이 그린 청춘과 경찰, <라이브>는 어떤 드라마일까?

노희경은 직설적이다.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지긋지긋하면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그 언어(를 말하는 화자/캐릭터는 찌질할지언정)에는 구차함이 없고, 비겁함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수 없다고 본다, 나는." (KBS2 )이라고 선언했던 노희경이 아니던가. 노희경은 수다스럽다. 김수현(작가)만큼 쏘아붙이진 않지만, 그에 못지 않게 청산유수다. 감정에 솔직하고 상황에 충실한 날것의 언어들이 쉼없이 쏟아진다. 그의 어법이 낯선 사람들은 특유의 까칠함에 당혹스러워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만큼 속시원한 화법도 없다. 체증이 쑥 내려가는 시원함이랄까. 남성들의 머릿속이 뿌리 깊게 박힌 ‘여성차..

TV + 연예 2018.03.13

김태리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는 류준열도 있다

평일 저녁에도 관객들이 꽉 들어찼다. 는 사이즈가 큰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멀티플렉스에서 작정하고 밀어주는 영화도 아니다. 순 제작비 15억 원의 저예산 영화다. 이 작은 영화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사람들, 애정이 가득한 그들 속에 함께 있는 기분이 제법 좋다. 게다가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영화를 보고 머리가 맑아진 건 나뿐이 아니었나 보다. 지난 7일, 가 손익 분기점(80만 명)을 넘겼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누적 관객 수는 860,572명(8일 기준). 100만 돌파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비수기라는 점도 한몫 했겠지만, 역시 영화의 만듦새가 뛰어나다. 좋은 영화는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고, 관객들이 찾게 돼 있다. 는 언제 개봉했더라도 관객들의 사랑을..

버락킴의 극장 2018.03.09

"엄마, 한번 더 유괴해주세요." 윤복의 말에 펑펑 울고야 말았다.

울고야 말았다. 또, 울고 말았다. 암 투병으로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딸을 지키기 위해 인터뷰를 자청하고, 직접 증언대에 올라 사력을 다해 딸을 변호하는 영신(이혜영) 때문에. 마지막까지 방청석을 지키며 묵묵히 딸의 재판을 지켜보고, 지쳐버린 딸에게 진심을 담은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홍희(남기애) 때문에. 그들이 보여주는 엄마의 사랑, 그 위대함 때문에 울고야 말았다. 엄마와 떨어져 보육시설에 던져졌(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음을 이해하기 바란다)음에도 담담히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견뎌내는 윤복/혜나(허율)이가 눈에 밟혀서. 모든 힘을 소진하고, 자신을 변호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채 재판정에 앉아있는 수진(이보영)이 애처로워서. 그럼에도 엄마로서, 윤복이의 엄마로서, 자신과 윤복을 위해 최후진술을 하는 그를 ..

TV + 연예 2018.03.09

남다른 관찰 예능, <효리네 민박>이라는 희한한 별종

"카메라가 더 많아진 거 같은데?" 효리는 집안에 숨겨진 카메라의 수를 세어 보다가 이내 포기해야 했다. 그럴 만도 하다. 고도화된 관찰 예능은 수많은 카메라를 곳곳에 배치하고, 대상자를 24시간 내내 들여다 본다. 카메라는 더 많을수록 좋고, 사각지대는 없을수록 좋다. 그리하여 일거수 일투족이 노출된다. 잠든 모습은 물론 잠버릇과 잠꼬대까지 카메라에 담긴다. 잠에서 막 깨어나 눈곱이 낀 부스스한 모습까지도 말이다. 그러니까 관찰 예능은 '‘보여줄 수 있는 데까지' 보여준다. 그 한계는 '대중들이 원하는 데까지' 점차 확장된다. 이렇듯 관찰 예능은 본질적으로 관음적이다. 들여다 보고, 좀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훔쳐 본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중의 수요가 있는 모든 사람)의 집, 연예인의 민낯, 연예인의..

TV + 연예 2018.03.06

한재영은 사과, 남궁연은 침묵, 고은은 반박.. 가해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너무 힘들어서 술자리에서 극단 선배들에게 대표와 있었던 일을 울면서 토로했다. 그런데 한재영이 '나도 너랑 자보고 싶어. 대표님도 남자야'라고 했다. 한재영은 나보고 나오라고 해서 바로 옆 술집으로 가 단 둘이 술을 마셨고 모텔에 가자고 했다. 거부하고 극단으로 갔더니 따라와서 성추행 했다." 또 한명의 '생존자'가 고발에 나섰다. 극단 '신화' 출신이라고 밝힌 A는 2011년 당시 대표이자 연출이었던 김영수와 배우 한재영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소매에 속옷 차림으로 A의 볼에 뽀뽀를 하고, 그 행위를 이상하게 느끼는 건 '네 생각이 더럽게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A를 모텔로 데려가선 옷을 벗고 샤워를 하더니 침대로 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거부하자 화를 내며 나가자고 했다..

TV + 연예 2018.03.05

웃어주기엔 억지스러운 <착한마녀전>, 이다해의 연기도 어색하다

"착한 척 하지 마. 너만 보면 아빠 생각이 나서 짜증나." 아빠(이철민)는 정의로운 경찰이었다. 천성이 착했고, 용기도 있었다. 그래서 불의를 건너뛰지 못했고, 타인의 불행과 위험을 외면하지 못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았다. 수 차례 표창을 받고, 모범 경찰이라 불렸다. 사회와 동료들의 존경을 받았고, 아내 이문숙(양금석)과 쌍둥이 딸들도 이를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불안 요소이기도 했다.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하던 날,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홀로 현장으로 간 아빠는 괴한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억울한 죽음이었다. 게다가 누명(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을 쓰고, 파면(을 당할 사유를 눈 씻고 찾아봐도..

TV + 연예 2018.03.05

오달수는 억울하다? 다시 가해자 중심주의가 꿈틀된다.

"저는 이미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도 잘렸고, 다리도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 25년전 잠시나마 연애감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언어는 도대체 누구의 것일까.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애매모호하다. 도대체 그가 걸린 '덫'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덫은 누가 놓은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무고하게 덫에 걸린, 그래서 이해받고 동정받아야 할 피해자일까. 대관절 '연애감정'이란 또 무슨 말일까. 상대방이 없는, 상대방이 거부하는, 상대방이 진저리치는 연애감정이 가능할까. 사과의 ABC를 따질 것도 없이 매우 충격적인 사과문이 아닐 수 없다. 바로 배우 오달수의 뒤늦은, 그리고 뒤틀린 사과문이다. 전국민이 알게 된 유명한 사과 문구이기도 하다. 오달수는 지난 2월 26..

TV + 연예 2018.03.03

김태리가 들려준 소신, 그의 단단한 고집을 응원한다

말 그대로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를 만난 기분이었다. 단단한 숲의 힘이, 청량한 숲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난 1일, JTBC 문화 초대석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를 만난 소감이다. 그가 누구인가. 김태리는 단 세 편의 (상업) 영화만으로 충무로가 내세우는 확실한 카드로 자리매김 했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됐던 (2016)로 혜성같이 나타났고, 그해 열린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석권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또,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2017)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태리의 연기는 전형적이지 않다. '생기'가 있다고 할까. 그만의 '고집'이 묻어 있다고 할까. 배우로서의 자의식이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TV + 연예 2018.03.02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일부 남성'의 신화가 깨져야 한다

"나도 겪었다.", "나도 피해자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입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넘어 방송·연예계의 추악한 민낯을 만천하에 들춰내고 있다.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연극계의 대부로 알려졌던 연출가 이윤택 씨를 비롯해 연극계의 거장 오태석 씨의 오랜 성추행 행각들이 드러났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지만, 자칫 끝내 밝혀지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었다.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되물림할 수 없다는 절박한 고발이 없었다면 말이다. 한편, 가해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뻔뻔스러웠다. 이윤택은 전형적인 가해자의 태도를 보였다. 버티기로 일관하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기자회견(19..

TV + 연예 2018.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