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드는 겨울의 바닷가. 두 남녀가 그런 바다를 묵묵히 바라보며 서 있다.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일까. 둘 사이의 거리는 제법 멀다. 카메라는 그들로부터 한참 떨어진 뒤편에서 움직임을 주시한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사연을 가진 이들일까. 곧바로 내래이션이 잔잔히 깔린다. 정호승의 '봄길'이라는 시다. 목소리는 감우성의 것이다. 감미로운 목소리에 참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담담함과 단호함, 얼핏 회한도 보인다. 그럼에도 희망이 내재돼 있다. 어떤 기대가 있다. 이윽고 여자가 남자를 향해 걸어 온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모든 게 계획이었냐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