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 15

월화 드라마 저주 끝낸 <키스 먼저>, 감우성과 김선아였기에 가능했다

길이 끝나는 곳에도 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드는 겨울의 바닷가. 두 남녀가 그런 바다를 묵묵히 바라보며 서 있다. 어쩌면 삶이란 그런 것일까. 둘 사이의 거리는 제법 멀다. 카메라는 그들로부터 한참 떨어진 뒤편에서 움직임을 주시한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사연을 가진 이들일까. 곧바로 내래이션이 잔잔히 깔린다. 정호승의 '봄길'이라는 시다. 목소리는 감우성의 것이다. 감미로운 목소리에 참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담담함과 단호함, 얼핏 회한도 보인다. 그럼에도 희망이 내재돼 있다. 어떤 기대가 있다. 이윽고 여자가 남자를 향해 걸어 온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모든 게 계획이었냐고 묻는다..

TV + 연예 2018.02.28

대배우의 아우라, <마더> 이혜영에게 반했다

"이진아, 엄마는 아버지가 다른 딸 셋을 키우면서 아버지가 누군지 상관하지 않도록 가르쳤다. 너희들이 내 딸이라는 것만 기억하라고 얘기했어. 그리고 너희들 중에는 엄마가 낳지 않은 아이도 있지만, 내 친딸이 아닌 아이는 하나도 없어. 엄마가 키웠으면 다 내 친딸이야." 말 그대로 전율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저릿했다. 둘째 딸 이진(전혜진)은 언니 수진의 등장이 마뜩지 않았다. 엄마의 사랑과 유산이 분산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복(허율)을 데려온 수진(이보영)을 두고,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데려왔다며 날카롭게 몰아세웠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영신(이혜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리고 "엄마가 키웠으면 다 내 친딸"이라고 다시 한번 선언한다. 한 치의 의심도, 그 ..

TV + 연예 2018.02.25

고현정과 무엇이 달랐을까. 박진희의 최자혜에 만족하셨나요?

논란의 SBS 이 여러가지 의미에서 제2막을 맞이했다. 첫 번째 의미는 이야기 흐름의 변화다. 우선, 제멋대로 날뛰던 상류층 망나니들(악벤저스)들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또, 사분오열(四分五裂)됐다. 태석(신성록)은 학수(손종학)의 살인 용의자로 몰려 독고영(이진욱)에게 현행범 체포됐다. 학범(봉태규)은 죽은 병기의 문자를 받고, 병기의 시신을 묻었던 곳으로 갔다가 인호(박기웅)에게 발각됐다. 그런가 하면, 최자혜(박진희)의 정체도 밝혀졌다. 병기가 묻힌 곳을 파헤쳐 휴대전화를 꺼낸 것도 그였다. 예상대로 최자혜는 이 모든 사건의 배후였다. 또, 10년 전 김정수(오대환)의 동생 김수현 성폭행 사건의 배석 판사(재판에서,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 중 재판장 이외의 판사)였다. 또, 온몸의 화상 흉터는..

TV + 연예 2018.02.23

<마더>를 보며 빌었다. ‘윤복이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지상파 3사가 평창 동계 올림픽 중계에 올인하느라 드라마 결방을 결정했을 때, tvN 는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올림픽 무대에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도 감동적이었지만, 가 시청자들을 향해 던진 묵직한 울림도 그에 못지 않았다. 비록 시청률은 2.7%(닐슨 코리아 기준)에 그치고 있지만, 는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각인돼 가고 있다. "엄마, 나 이제 가야할 것 같아요. 엄마가 나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지면 안 되니까요. 나는 윤복이인 게 좋았어요. 하늘만큼 땅만큼 엄마를 사랑해요." 윤복(허율)이가 수진(이보영)을 떠났다. 아니,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만 했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엄마 수진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담담함이 놀라웠고, 그만큼 슬..

TV + 연예 2018.02.22

윤아의 눈물과 효리의 배려,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좋다’라는 말이 상대적이고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도움을 구해보자. 작가 황광우는 자신의 책 에서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서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나쁜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여전히 어렵다. 언뜻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어렴풋이 그 심오한 의미를 알 듯 하다. 한번 더 도움을 구해볼까. 요즘 JTBC 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안의 이효리(와 이상순)를 보면서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꾸밈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통해 이효리라는 사람에 대해 좀더 가..

TV + 연예 2018.02.20

주인공이 사라진 <리턴>, 과연 좋은 드라마라 할 수 있나?

시답잖은 질문으로 글을 시작해보자. JTBC 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론의 여지 없이 고혜란(김남주)이다. 분량만 놓고 봐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 뿐더러(모든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주목도가 높다. 무엇보다 고혜란은 사건을 이끌어 가는 주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주인공은 사건의 중심에 있고, 그 사건의 전개와 밀접하고 긴밀한 관련을 맺는다. 다시 말하면 주인공은 사건 그 자체다. 얼마 전에 종영했던 KBS2 를 떠올리며 똑같은 질문을 해보자. 이번에는 좀 헷갈릴지도 모르겠다. 이견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만의 멜로에 집중하며, 알콩달콩을 시전했던 문수호(김래원), 정해라(신세경)라는 대답이 많으리라..

TV + 연예 2018.02.18

[버락킴의 칭찬합시다] 25. 서현진의 뚝심과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나 했더니

서현진은 꾸준하다. 또, 단단하다. 저력이 있다고 할까. 단련된 내공이 느껴진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다. 고집스러우면서도 유연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서현진을 표현할 다른 말을 찾아보자면 ‘사랑스럽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형적인 뉘앙스는 아니다.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는 분명 사랑스럽지만, 그는 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랑을 갈구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주체적이다. 그래서 더욱 남다른 포지션을 점하고 있는 배우다. 서현진은 배우로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더 이상 의심은 불가하다. 아니, 무의미 하다. 그만큼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 시작은 tvN (2016)이었다. 에릭과의 로맨스 연기는 탁월했고, 시청자들은 서현진을 ‘로코퀸’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김남주의 상대역이 지진희라서 정말 다행이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김남주는 역시 김남주였듯이 지진희도 역시 지진희였다. 경찰서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던 고혜란이 형사 강기준(안내상)의 압박에 눈빛이 흔들리던 시점에 강태욱(지진희)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참고인 고혜란은 지금 이 순간부터 변호인의 동의 없이 그 어떤 임의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겠습니다." 케빈 리(고준) 살해 용의자가 된 아내 고혜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가 하면 이혼 서류를 발견한 어머니(김보연)가 혜란을 추궁하며 '깨끗이 갈라서라'고 강권하자 "이 사람 잘못 아니에요. 내가 모자라서 내가 못나서 좁아서 그런 거예요."라며 감싸고, "이 사람하고 제 문제예요. 우리 둘이 알아서 해결합니다. 어머닌 그만 돌아가세요...

TV + 연예 2018.02.13

시청자를 분노케 한 김미화의 사과, 그가 '균형'을 되찾길 바란다

김미화는 일반 시청자(혹은 청취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인이었다. 어렵기만 한 전문가들의 언어를 쉬운 말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러기 위해 쉼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래서 부유(浮遊)하는 전문 용어들이 소비자들에게 착 달라붙게 만들었다. 그는 대중의 언어를 구사하는 보기 드문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였다. 손석희 앵커는 김미화를 두고 "시사 프로그램을 따뜻하게 진행하는 능력이 있다"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코미디언이 무슨 시사 프로그램이야?'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코미디언이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때서?'라고 당당히 맞섰다. 그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항상 대중들의 시선에서 생각하는 게 습관화돼 있고, 대중..

TV + 연예 2018.02.11

[버락킴의 이스탄불 여행기] 8. 베벡에는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있다

이번 겨울은 유독 춥다. '춥다'는 말로 그 차가움을 모두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매서운 한기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벌어진 사달이라고 한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약해져 그 한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MBC 의 유재석, 정준하, 조세호는 '이한치한'으로 추위와 맞서싸웠지만, 방송인도 아닌 우리가 그리 할 필요까진 없으리라. 이럴 때 이스탄불을 여행했던 기억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한여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터키의 9월 햇볕은 엄청나게 강렬했다. 정수리로 쏟아지는 그 뜨거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고, 그 따가움은 살갗이 익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지하궁전 예레바탄 사라이를 피난처로 삼아 더위로부터 벗어나곤 했다. 당시에..

고현정은 <리턴>에서 주연 배우였나? 고현정 죽이기가 불편하다

'에서 고현정은 주연 배우였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지금의 논란과 사태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핵심이라 생각한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누구라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고현정은 SBS 에서 주연 배우가 아니었고, 최자혜(고현정) 변호사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사실상 이견의 여지가 없다. 오태석(신성록)과 김학범(봉태규)는 알아도 최자혜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신성록과 봉태규가 주인공 주인공 아니야?'라는 이야기가 있었을 만큼, 심지어 '그 드라마에 고현정이 나와?'라는 질문이 나올 만큼 에서 고현정은 '배제'돼 왔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배제'라는 표현이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중반 이후 최자혜를 위한 반전이 준비돼 있었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주연과 ..

TV + 연예 2018.02.08

<염력>의 악당 정유미, 자본주의는 '윰블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덕분에 불면증이 나았다'는 감사(?)의 댓글에서부터 '은 피했는데 은 못 피했다'는 자조의 댓글까지.. 파안대소하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평가들이 난무한다.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개봉 전만 해도 기대가 훨씬 컸다. 의 감독이 무려 천만 영화(1156만 6,862명) 을 만든 연상호였기 때문이다. 또, 주연 배우 류승룡과 심은경의 조합도 제법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 '초능력(염력)'이라는 소재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작비와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도 '좀비'라는 소재를 한국적으로 소화했던 연상호 감독이었기에 '초능력'이라는 낯선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 그라면 뭔가 해결책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을 보고 나온 관객들의 전체적인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앞서 소..

TV + 연예 2018.02.06

한파마저 녹인 <효리네 민박2>, 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다.

"아, 우리 그런 거 얘기했잖아. 이번에는 되게 잘 먹이고 싶다고.""잘 먹고, 잘 자고." 집 안 곳곳에 다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기분 탓인지 지난 번보다 왠지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매일마다 차를 마시고 시간을 보내던 공간이 갑자기 어색하기만 하다. 오랜만의 방송이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주 보고 앉은 이효리와 이상순은 민망한지 서로를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이윽고 여유를 찾았는지 농담을 건네며 긴장을 풀어 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두 사람은 민박집 운영에 대한 자신들의 '욕심'을 꺼내놓는다. 전문가(?)답게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말투도 다부지고, 의욕이 넘친다. "오시는 분들이 갈 때 얼굴이 뽀얗도록!" 두 부부의 목표는 '(손님들을) 잘 먹이고..

TV + 연예 2018.02.05

강렬했던 <미스티>, 김남주는 역시 김남주였다

김남주는 역시 김남주였다. KBS2 (2012) 이후 6년만에 JTBC 금토드라마 (연출 모완일, 극본 제인)로 돌아온 김남주는 공백 기간을 무색케 할 만큼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배우의 아우라가 카메라를 뚫고 나오는 듯 했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단박에 확인할 수 있었다.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목소리 톤과 말투, 몸짓 등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아니, 애초부터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매료될 수밖에 없는 기분 좋은 끌림이었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완벽히 몰입된 상태의 배우를 만나고, 그 완숙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시청자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어느새 김남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이자 성공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욕망의 화신, 그리고 ..

TV + 연예 2018.02.03

의뭉스러운 고현정의 연기, 숨겨진 반전이 없다면 납득 불가

주인공치고는 분량이 지나치게 적었다. 이상하리만치 존재감도 없었다. SBS 의 최자혜 변호사(고현정) 이야기다. 분량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의 연기도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갸우뚱했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고현정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해석 때문이라 여겼다. 차별화된 연기일 뿐이고, 곧 설득력 있게 다가올 거라 믿었다. 고현정이 평범한 변호사 역할에 꽂혔을 리가 없지 않은가. 드라마가 10회까지 진행된 지금, 갸우뚱은 조금씩 의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천하의 고현정을 향해 연기력 논란이 제기될 거라고 말이다. 초반에 쏟아졌던 외모 논란은 난데없었고, 외모지상주의의 민낯을 보여주..

TV + 연예 201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