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목소리'로 충분하다. 많은 악기가 필요하지 않다. 기교도, 전략도 그 목소리 앞에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의 목소리는 간단히 공간을 채우고 빈틈을 허용치 않는다.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묘한 '힘'을 지녔다. 특유의 음색은 마치 '마법'처럼 듣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어떤 노래에선 커다란 호수처럼 차분하고, 어떤 노래에선 골짜기의 개울처럼 장난기가 가득하다. 어떨 땐 마음을 휘어잡듯 매혹적이다가, 어떨 땐 맑고 투명한 청초함이 그득하다. 화려함을 능숙하게 활용하다가도 깨끗하고 순수한 매력을 어필한다.


여전히 종잡을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꾸미지 않은 '편안한 목소리'가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수로서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거기에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까지 갖췄으니, 그가 '최고'가 아니라면 더 이상한 일이다. 아이유 말이다. 이미 '가수 아이유'로서 독보적인 지위에 올라있던 그는 JTBC <효리네 민박>에 출연하면서 '인간 이지은'까지 대중들에게 '설득'시키고야 말았다. 감히 말할 수 있다. 아이유는 전 세대를 '통합'하는 전무후무한 뮤지션의 자리에 가닿았다. 


ⓒ페이브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9월 22일 발매)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 효리 언니 덕분에 '아이유(이지은)'라는 이름에 대한 '친근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시점에 어떤 앨범을 냈더라도 성공을 거뒀겠지만, <효리네 민박>의 주 시청층에게 친숙한 명곡들을 끄집어낸 전략은 아주 '영악(긍정적인 의미로)'했다. 게다가 선공개 곡으로 골랐던 '가을 아침'은 예능에서 보여줬던 소탈하고 수수한 이미지를 이어가는 징검다리와도 같았다. 훌륭한 연결고리를 골랐던 덕분일까. <꽃갈피 둘>은 음원차트에서 승승장구했다.


"음악적으로 존경하는 두 분(이병우, 양희은)의 당시 음반은 어린 시절 풋풋함과 청량함을 느낄 수 있어 정말 많이 들어왔다. '가을 아침'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아이유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가을 아침'은 풋풋함과 청량함이 노래 전반에 녹아 있다. 원곡에서 양희은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유도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화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지극히 평화로운(?) 아침 풍경들이 묘사된 가삿말이 귓가에 살며시 스며든다. 지금의 계절과도 맞닿아 있어 더욱 가슴 깊이 와닿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뭔지 모를 '불편함'이 피어난다. 그건 아마도 아이유의 음색과 노래의 분위기가 익숙해지면서 '가삿말'이 선명해지면서 생긴 불편함일 것이다.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이른 아침 작은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 할까 말까


이 얼마나 평온한 아침의 풍경인가. 새들의 노랫소리가 잠을 깨우고, 창문에는 햇살이 가득 비치고 있는 가을 아침. 마치 제주도의 효리네 집에서 작사를 했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의 감수성이다. 물론 이 노래는 원작자(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있으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마음', '무릎', '밤편지' 등에서 표현됐던 아이유의 감성과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가사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아니, 더할나위 없이 좋다. 문제는 그 다음에 묘사된 아침 풍경들이다. 


'가을 아침' 속의 화자는 자신의 '평화로운 아침'을 위해 '어머니'를 등장시킨다. 노래 속에서 어머니는 이렇게 묘사된다. '딸각딸각 아침짓는 어머니의 분주함',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 반면, 아들(화자이기도 하다)은 늦잠을 자고 겨우 일어나선 '엉금엉금 냉수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을 피우고, '동기동기 기타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을 뽐낸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뭘 하고 계실까? 어머니가 분주하게 요리를 하는 동안 집안 청소라도 하고 계셨을까?


그럴리가, 아버지는 유유자적하게 '산책갔다 오시'다가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를 하나 가득' 들고 오셨다.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라던 '가을 아침' 속 화자가 떠올린 아침의 풍경이란 오로지 어머니의 희생만으로 채워져 있었다. 여기에서 '화자'는 이 노래의 원작자인 이병우다.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그때는 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중앙일보>, "30년 전 만든 '가을 아침' 1위 신기" 양희은과 달라서 매력)"며 소회를 밝힌 것을 보면, 자전적인 노래임을 알 수 있다. 그의 나이 23살 때라고 한다.



아직까지 '가을 아침'이라는 곡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아침을 묘사하는 노래로 들리는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노래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니 말이다. 물론 이 노래가 처음 발매된 시기가 1991년이라고 하니, 당시에 이 노래를 들었다면 지금의 불편함 없이 감상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지고, 성역할의 잘못된 고정관념에 대한 교정(矯正)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2017년에 듣기엔 참으로 거슬리는 노래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가을하면 추석이 아니던가. 평소의 끔찍한 '가사 노동'에 이어 답 없는 '명절 노동'까지 감내해야 할 수많은 '어머니'들을 생각하니 더욱 듣지 못할 시대착오적인 노래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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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상황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25일 서해순 씨가 故김광석-서연 부녀에 대한 타살 의혹에 대한 반론(좀더 정확히는 서연 양의 사망신고를 늦게 한 부분에 대한 해명에 포인트가 맞춰졌지만, 실질적인 의혹은 타살 여부에 맞춰져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제기를 위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하지만 인터뷰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후로 논란은 더욱 커졌고, 의혹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편, 故김광석 씨가 사망했을 당시 시신을 부검했던 권일훈 권법의학연구소장(전 국과수 법의관)은 "말도 안 된다"며 타살 의혹을 (별다른 의학적 설명 없이) 일축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JTBC <썰전>도 이 사건을 다뤘는데, 그만큼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됐다는 방증일 것이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해명하지 못한 서해순 씨의 자업자득이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의혹'만으로 한 사람을 마치 명백한 범죄자인양 몰아세우는 사회적 분위기는 '광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하다. 


ⓒ권우성


이 사건의 중심, 발화점에 <go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있다. 그는 SBS 수습기자 시절이던 21년 전 故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가 데스크로부터 물을 먹었다고 한다. 한번 물었다 하면 놓지 않는 기자 근성을 지닌 이상호 기자는 끈질지게 관련 자료를 모아왔고, 故김광석의 가족 및 주변 인물들로부터 진술을 확보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광석>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김광석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 당했다'는 의혹(확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상호 기자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진실을 어둠속에 묻을 순 없습니다. 김광석-서연 부녀 타살의혹 재수사 요청하는 '고발장'을 내일(21일) 11시 서울지검에 접수하고 직후 서해순씨 출국금지 촉구하는 기자회견 갖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자신이 품고 있는 '의혹'을 '진실'과 동의어로 사용했다. 짐짓 '타살 의혹'이라 말하고 있지만, 그는 김광석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그 살인범으로 故김광석 씨의 부인 서해순 씨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진실'이라 이름 붙인다. 과연 그럴까. 영화를 본 다수의 사람들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살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담겨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하물며 서해순 씨를 살인범이라 지목하는 건 얼마나 앞서 나간 추론이겠는가. 당시 서해순 씨의 진술에 이상한 부분이 있고, 딸 서연 양의 사망신고를 늦게 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것이 ‘살인’과 곧바로 연결되진 않는다. 설령 그에게 내연남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MBC 노조


이상호 기자는 유명 언론인이다. 우리 사회에 '언론인'이라는 카테고리로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 그리 많진 않다. 손석희, 주진우, 김주하 등과 함께 이상호라는 이름이 앞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유명세와는 별개로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나뉜다. 기자로서 그가 보여준 집념과 노력, 혹은 ‘곤조’에 환호하고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가령, 삼성 X파일 사건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전두환 씨 자택 취재 사건(2011년 12월)으로 MBC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일은 그에게 ‘진정한 언론인’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또, 세월호 사건 당시 현장을 발로 뛰며 대안 언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이상호 기자가 언론인으로서 우리 사회에 세운 공이 혁혁하지만, 한편으론 기자로서의 역할을 벗어나는 등 '저널리즘'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들고, 과도한 영웅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세월호 침몰 현장 생중계 도중,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이라는 대목에 분개해 <연합뉴스> 기자를 향해 "개XX야. 너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라며 욕설을 내뱉는 행동은 스스로도 '모범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고 반성했을 만큼 지나친 면이 있다. 


고 김광석 씨의 죽음과 관련해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서해순 씨를 살인범으로 지목한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기자로서 의혹을 제기할 수 있고, 그와 관련해 팩트들을 모아 기사로 내보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능력이 된다면 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해순=살인범’이라는 등식을 성립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이상 적정선을 지키며 보도를 해야 한다. 서해순의 진술과 행적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고, 심지어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위의 등식을 증명하진 않는다. 


서해순 씨가 남편의 죽음 이후 20년 동안 저작권료를 10억 원 상당 수령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살인'을 설명하진 않는다. 또, 서해순 씨가 남편과의 불화를 겪던 중 남편의 친구와 눈이 맞았고, 현재 그와 사실상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또, 서해순 씨의 오빠가 전과 13범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로 그 사실이 '살인'과 곧바로 연결될 수는 없다. 여전히 우리는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그 어떤 단정도 섣부르며 위험하다. 



"기자는 영웅이 돼선 안 됩니다. 사람들은 영웅의 말을 믿고 싶어하니까요. 저는 그저 제가 틀렸다는 걸 말하겠다는 겁니다. 저도 틀리고, 다른 기자 누구도 틀릴 수 있다는 걸 말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틀리는 바람에 세상에 해를 입혔다고, 그러니까 당신들은 뉴스를 믿는 게 아니라 판단해 달라고,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26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이자 백미는 김백진 앵커(기자)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대목이었다. 미드타운 쇼핑몰 부실공사와 그 배후를 캐고 있던 김백진은 3년 전 보도했던 착한병원 시민단체 사건이 미드타운 쇼핑몰 건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시 아내의 죽음에 대한 분노 때문에 제대로 된 취재를 하지 않고 감정에 치우친 보도를 했고, 그로 인해 미드타운 비극의 싹이 자라났다는 걸 깨닫고 처절히 반성한다. 


"내가 보고 싶은 진실만 본 거야. 기사라는 새끼가 사적인 감정으로 보도를 한 거야. 내가 미드타운 세우는 데 일조한 거야." 아르곤의 김백진은 참된 언론인, 우리가 희망하는 언론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온힘을 다 쏟고, 설령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오가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모든 언론인의 귀감이라 할 만 하다. 감정에 치우친 기사가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기사가 아니라 오로지 팩트에 입각한 공정한 기사만이 진리임을 설파한다. 


특히 '기자는 영웅이 돼선 안 된다'는 말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우리는 뉴스를 믿는 객체가 아니라 뉴스를 판단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기자를 믿는 게 아니라 팩트를 신뢰해야 한다. 이상호 기자의 의혹 제기 자체에 불만을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 그의 '의혹'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명백한 증거 없이 파편화된 조각들을 제시하며, 섣부르게 '의혹'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 믿지 말고 판단하자. 또, 영웅이 되려는 기자를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자. 그 정도면 충분하다. 김백진이 보낸 조언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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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손만 대면 그것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만드는 미다스(Midas)의 손. 예능계에서 나영석 PD의 존재감은 그에 못지 않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름은 매번 기대감을 품게 했고, 그의 작품들은 어김없이 만족감을 줬다. 실패를 몰랐다. '불패의 신화'를 이어갔다. <삼시세끼> 시리즈, <꽃보다 할배>를 비롯한 '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 시리즈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의 행보는 더욱 거침없이 이어졌다.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해 참신함과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확장'을 도모했다. 이우형 PD와 <신혼일기>, 이진주 PD와 <윤식당>, 양정우 PD와 <알쓸신잡>을 선보였다. 올해 방송됐던 세 작품 모두 여러모로 호평을 받았다. 나영석 PD 특유의 '판타지'가 대중들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퇴 후 자영업'이라는 키워드로 대중의 판타지를 자극했던 <윤식당>은 '대박'을 쳤고, 인문학과 예능을 '여행'이라는 틀 안에 집어넣는 데 성공한 <알쓸신잡>은 '지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예능의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신혼일기>의 경우에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상(假想)'에 코웃음을 치며, '진짜 부부'의 신혼 생활을 보여주는 승부수를 띄웠다. '가짜 부부'들의 어설픈 '흉내내기'에 짜증이 났던 대중들의 호기심과 판타지를 절묘히 자극한 셈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구혜선 - 안재현 부부의 극상의 달달함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제법 괜찮은 성적표를 거뒀다. <신혼일기>라는 프로그램의 제목과 콘셉트에 부합하는 '섭외'와 '콘텐츠'가 맞아떨어졌던 게 주효했다. 


물론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신혼일기> 시즌 1의 시청률의 추이를 살펴보자. 첫회는 5.585%(닐슨 코리아 기준)로 준수한 출발을 알렸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결국 3.187%로 마무리 됐다. 이런 추세는 시즌 2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시즌 1의 시청률을 이어받은 듯한 시청률인 3.172%로 시작해 2.061%, 1.714%로 떨어지더니 1.533%로 종영됐다. <신혼일기> 시리즈가 보여준 이와 같은 일관된 흐름은 '대중들의 호기심과 판타지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분석할 길이 없다. 



시즌 1의 경우에는 '재미' 면에서 국한해서 지적을 받았다면, 시즌 2의 경우에는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다. 장윤주 - 정승민 부부의 경우에는 '재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가족의 탄생'이라는 부제에 '육아'를 포함시키는 선택은 패착에 가까웠다. 육아의 피로가 강조되자 신혼의 달달함은 상쇄됐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콘셉트가 혼란스럽기만 했다. '리얼'을 강조하려 했다지만, '고충'만 늘어놓는 장윤주 - 정승민 부부의 <신혼일기>는 그 어떤 '판타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했던 건 말 그대로 '신혼일기'였지 '육아일기'가 아니었다. 물론 어떤 신혼에는 '육아'가 포함되기도 하지만, 애초에 시청자들이 <신혼일기>에 기대했던 건 육아가 이뤄기지 전 시기의 '알콩달콩함'이 아니었던가. 시청자와의 기대를 저버린 프로그램이 외면을 받는 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장윤주는 육아로 인한 고충 때문에 기존의 예능에서 보여줬던 시원시원한 성격이라든지 화끈한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출연자의 캐릭터가 살아나지 않으니 재미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신혼일기 2>의 실패는 나영석 PD 사단의 첫 실패다. 승승장구했던 그의 앞에 나타난 첫 '균열'인 셈이다. 물론 매번 성공만 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도전을 하다보면 실패는 자연스레 뒤따른다. '공동연출'로 이름을 올리곤 있지만, 후배들이 보다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혼일기2>의 실패를 나영석의 위기로 몰고가는 건 분명 과하다. 그러나 최근 <삼시세끼>가 '게스트에 의존한 쿡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걸 보면 일정한 '균열'은 분명 감지된다.


'나영석 월드'에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혹은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대리 체험'이라는 '판타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나영석 PD의 프로그램들에는 그 부분이 사라져버린 듯 하다. 그것이 후배들 양성이라는 '확장'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인지, 6년 동안 휴식기 없이 달려온 나 PD의 창작력의 소진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한편,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졌던 나 PD가 이 균열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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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착잡하다. 그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두 가지 중 하나는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있어야 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명쾌한 해명을 하든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격정적인 태도로 감정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든지. 남편인 故 김광석에 이어 딸 김서연의 죽음까지 자신의 '탓'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언론인과 생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숨 죽인 채 지켜보고 있는데, 그는 마치 '남의 일'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진정성? 미안하지만, 없었다.


25일 JTBC <뉴스룸>에 가수 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 씨가 출연했다. 지난 주 故 김광석 씨 가족 측 변호인(김성훈 변호사)과의 인터뷰가 나간 후, 서 씨가 반론권을 신청했기 때문에 성사된 인터뷰였다. 다시 말해서 이번 인터뷰는 JTBC 측이 요구했던 것이 아니라 서해순 씨가 스스로 원했기에 성사된 것이었다. 손석희 앵커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돌입하기 전에 "저로서는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서해순 씨를 인터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려 했다. 쉽지 않은 30분이었다. 


서해순 씨는 인터뷰 내내 횡설수설했다. 질문과 맞지 않는 동문서답도 많았다. 저작권 관련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을 헷갈려 하며 인터뷰 상대인 손석희 앵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머릿속을 혼동시켰다. 그것이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진실 감추기인지, 그의 말처럼 "하도 재판이, 소송이 많아서" 착각을 한 것인지 본인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다. 물론 어떤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인터뷰를 지켜 본 각자의 몫일 게다. 분명한 건 서해순 씨는 인터뷰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7년 12월 23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떠올리기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왜 주변에는 알리지 않으셨을까요? 10년이 지났는데."


손석희 앵커는 딸 김서연 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는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가 '故 김광석의 딸이 실종이 아닌 10년 전인 2007년 17세의 나이로 이미 사망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의혹이었다. 서해순 씨는 "응급차를 불러 급하게 병원에 갔다. 갑자기 사망이라고 해서 놀라고 황당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제들과 사이도 안 좋고 소송이 안 끝나서 힘들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아이의 사망을 알린다는 게 너무 겁이 났다."고 대답했다. 


정리하자면 ①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황당하고 겁이 났고, ② 시댁 식구들과 소원해져 시댁 측엔 알리고 싶지 않았고, ③ 친아버지가 사망 후 친정 식구들과 돈 문제로 감정이 나빠져 친정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④ 경황이 없었다는 것도 포함해야 할 듯 싶다. 그러나 딸의 사망신고를 과태료를 낼 때까지 하지 않았다는 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진 않을 듯 싶다. 손석희 앵커가 누누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서연 양의 죽음 뒤에 판결이 났던 '저작인접권(실연자 · 음반제작자 등의 권리)'에 대한 답변도 의아했다. '서연 양의 생존이 재판에 유리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서 씨는 "변호사 말이 이미 판결이 난 것이라고 하더라. 상관이 없다고 들었다. 오해를 하시는데, 그건 이미 종결된 것이었다. 판결은 나중에 와서 해결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역시 명쾌하지 않은, 오히여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답이었다.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것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그때 서우 아빠가 누구 만나시고 오셔서 거실에서 맥주 한잔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저는 이제 방에 들어가고 서우 아빠는 항상 음악을 들으러 방에 들어가니까 저는 자는 줄 알고 제가 계속 잤으면 모르겠어요. 아침에 발견될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중간에 항상 방에서 나와서 나오니까 안 보여서 보니까 이렇게 층계 저희 옥상 올라가는 데 기대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들어가서 자지 왜 여기 있어 그랬더니 힘이 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술을 많이 마셨나, 해가지고 이렇게 보니까 줄이 쭉 내려와 있고."


인터뷰의 후반부는 故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문 제기로 채워졌다. 손 앵커는 ① 메모광인 故 김광석 씨가 유서 하나 남기지 않았다 ② 119를 부른 시간이 한 50분 지나서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③ '술 먹고 장난하다 그렇게 된 거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이상하다 ④ 현장에 오빠가 있었던 것에 대한 의혹도 있다 ⑤ 거실에 두 종류의 담배가 있었다는 내용의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서해숙 씨는 어느 것 하나 분명히 대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경황이 없었다'는 대답이 줄기차게 반복됐다. 


① "그때 채팅방이 있었는데 그때 마지막에 그때 팬클럽들이 워낙 말들이 많았을 때 사무실에 컴퓨터가 있었는데 아마 마지막에 '민석아 잘 있니' 그걸 자판으로 쳤다고 그렇게 얘기를 저도 들었어요. 그게 마지막… (손석희 앵커 : 그게 유서는 아닌 것 같은데.) 글쎄, 그렇게 하고 특별하게 남기지는 않으셨죠."


② "응급조치를 제가 했습니다, 살아 있는 줄 알고. 50분은 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글쎄요. 저는 경황이 없으니까."


③ "그건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기자들이 저는 나이가 그때 29살 어릴 때인데 갑자기 남편이 그렇게 되니까 이게 무슨 장난같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한 게 와전된 거지.. (중략) 하여튼 제가 기자들이 물어보는 말에 제가 정신도 없고 하니까 그냥 무슨 꿈꾸듯이 무슨 연극하듯 연극처럼 간 것 같다고, 장난 치듯이 이렇게 얘기한 게 와전된 것 같은데"


④ 그날 오빠도 다 조사 받고. 오빠가 아무래도 아래층에 여자, 부인하고 강화도에 집이 있어서 왔다 갔다 하실 때라 저는 오빠가 있으니까 내려가서 광석 씨가 이상한 것 같으니까 그래서 아마 시간이 지체됐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바로 119를 한 게 아니고... 아래층에 있어서 오빠를 부르다, 오빠가 마침 그래도 119가 왔을 때 오빠가 반바지에 잠옷바람으로 같이 올라왔어요. 분명히…


⑤ 담배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그때 담배를 피운 것 같지는 않은데 저는 안 핀 것 같은데요. 누가 오셨었나, 그럼? 그 밤에. 새벽에. 저는 모르죠. 새벽에 들어가서 잤고 김광석 씨는 거기가 문을 열면 바로 홍대 앞 내려가는 길이라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담배가 두 개가 있다고 하시니까. 저는 담배를 안 피니까. 왜냐하면 김광석 씨가 담배를 너무 좋아해서 여러 개를 술집에서 피고 그러시는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에선 다뤄지지 않았지만, 故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은 그밖에도 많이 있다. 자살의 동기에 대한 의문은 차지하고서라도 자살의 방법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가령, (서해순 씨의 진술대로) 故 김광석 씨 발견된 자택의 계단은 구조적으로 목을 매달 수 없고, 목을 매기 위해 전깃줄을 지탱시켜야 할 구조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 목에 줄을 3~4바퀴 감겨 있었다는 서 씨의 진술과 달리 삭흔(索痕)은 한 줄뿐이었고 그것도 목 뒤에선 발견되지 않았다. 


경황이 없었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의 주장을 신뢰한다는 가정 하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남편의 죽음을 목도한 충격으로 인해 정말 '경황'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기억에 혼란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팩트'와는 어긋난 발언들이 계속 발견되고, 지금도 말을 할 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에서 의혹 제기가 잇따르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건 서해순 씨 본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 CJ E&M, With33 Entertainment


故 김광석 씨는 1996년 1월 6일 새벽에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최초 목격자이자 부인인 서해순 씨의 진술에 근거해 우울증(부검 결과, 우울증 약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에 인한 자살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죽기 전날 다음 음반을 위한 계약을 맺고, 절친했던 가수 박학기를 만나 다음 해에 공연을 하자고 제안할 만큼 '열의'가 있었던 사람이 자살을 할 리 없다는 것이었다. 죽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팬미팅을 한 사람이었다.


30분 가량의 인터뷰는 그 어떤 의혹도 해소시키기 못했다. 오히려 증폭됐다. 어찌보면 '성공'한 인터뷰라는 생각도 든다. 물밑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故 김광석 씨의 죽음에 대한 의문은 영화 <김광석>을 통해 폭발했다. 또, 故 김광석 씨의 유족들이 검찰에 서연 양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진실을 추구하고,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어쩌면 서해순 씨는 억울할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의심이라 항의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의 인생도 참으로 다사다난 했기에, 참으로 많은 굴곡을 넘고 건너 왔기에.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이상하리만치 정돈되지 않은 자신의 인터뷰가, 진정성이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인터뷰가 논란의 확산에 제대로 한몫 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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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거예요. 그 누군가는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고요. 제 삶, 제가 열심히 살고 있는 틈 사이사이에서 왜곡했어요. 계속 저를. '너 아직도 안 죽었니? 응? 아직도 안 죽었어? 왜 안 죽었어? 죽어, 죽어, 죽어 하니까.. 시도를 했죠.


지난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은밀하게 꼼꼼하게 -각하의 비밀부대' 편을 지켜보면서 또 한번 참담함에 몸서리를 쳤다.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인터뷰를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쉽사리 위로의 말도 찾을 수 없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까.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무려 10년이었다. 배우 김규리가 악랄하고 지독한 '악성댓글'에 시달린 시간 말이다. 지난 2008년 5월이었다. MB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가 협상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었고, 김규리는 자신의 SNS에 이를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전체적인 맥락은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부의 불통을 지적하고,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자 목소리를 놓이는 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길었던 글의 한 부분,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채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부분만 부각됐고, 이 비유적 표현이 확대 왜곡돼 그를 10년 동안 괴롭혔다. 김규리 스스로 '젊은 치기에 쓴 글'이라 밝혔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 끔찍했다. 


"이 글 때문에 있었던 일을 단 한 번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는 김규리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채 꺼내기도 전에 눈물을 쏟아냈다. 당시의 소회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처참한 일상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던 그는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그 다음 날인데 저는 그때 엄마 보러 갔어요. 우리 가족들 오랜만에 성묘 갔어요. 성묘 갔는데, 오랜만에 엄마 보러 갔는데 사람들이 저를 막 욕하는 거예요." 얼마나 맺힌 상처가 크고 깊었을까. 도대체 그는 왜 그토록 욕을 먹어야 했던 것일까. 


이유는 허탈하게도 '몇 자 되지도 않는 문건' 때문이었다. 이른바 'MB 블랙리스트'라 불린 그것 말이다. 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 연예계 인사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명단을 작성했다. 이 리스트에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방송인 8명, 가수 8명, 영화인 52명 등 82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정원은 이 명단을 토대로 전격적인 소탕 작전에 돌입했다.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해 활동에 불이익을 준 것이다. 자연스레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이들은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김구라, 김미화, 김장훈, 김제동, 김하늘(가수), 명계남, 문성근, 박찬욱, 봉준호, 故신해철, 유준상, 윤도현, 이외수, 이준기, 이창동, 조정래, 진중권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규리와 함께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김미화는 '예능에서 불러줘야지 원.."이라며 농담으로 말문을 열더니, "짐작은 하고 있었잖아요, 우리 모두. 무슨 일인가 있었을 거다 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고.. 지난 9년 사이에 희한한 일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던 거예요."라며 자신에게 있었던 의문스러운 일에 대해 털어놨다.



김미화가 8년 동안 진행했던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는 청취율 1위를 놓치지 않았을 만큼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갑자기 하차를 선언하게 됐는데, 그에 대해 김미화는 윗선의 압박 때문이라 털어놨다. "본부장님이 미화 씨가 시사프로그램 맡는 거는 원치 않으신다. 김재철 사장님께서 요새 라디오가 좀 시끄럽던데.."라는 이야기를 당시 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의혹'으로 남았던 것들이 결국 '블랙리스트' 문건이 확인되면서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그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모르겠다."고 전제한 그는 "저 보고 좌파래요."라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어려운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그리고 제가 코미디언이니까, 그분들과 함꼐 웃고 운 게 왜 죄입니까?"라고 말하는 그는 '반정부 세력'이 아니라 그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코미디언'이었을 뿐이다. 국정원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연예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활동을 막아 생계에 타격을 주는 국가라니. 정말 참담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 김상중의 말처럼,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진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지난 9년동안 일상처럼 존재했'다. 그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지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영원할 것만 같았던 권력도 끝내 지고야 말았다. '촛불'은 어둠을 밝히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오만했던 권력은 낱낱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진실' 앞에 발가벗겨지기 시작하고 있다. 



"가서 똑똑히 전해주라. 당신 임기, VIP 임기는 4년 남았지만 내 유권자로서의 임기는 평생 남았다."


이제 남은 건 부지런히 손발 역할을 했던 국정원을 넘어, 대선 개입을 비롯해 여론 공작과 언론 장악을 시도했던 프로젝트의 정점에 있었던 그 사람, '이명박'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현재 속속 드러나고 있는 모든 적폐의 중심에 그가 있다는 것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지 않은가. 지난 9년, 저들은 참으로 성실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김제동의 말처럼, "그들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권력은 늘 국민에게 있고 (단지) 권한이 저들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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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들보드를 타기 위해 곽지과물해변에 도착한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이지은은 해변이 잘 보이는 장소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는다. 세 사람은 텐트 안에 앉아서 맑고 깨끗한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상순이 패들보드 장비를 대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효리와 지은은 그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그 짧은 침묵이 무엇을 뜻하는지 두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효리가 입을 연다. 늘 그렇듯,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히 만드는 웃음을 동반한 다가섦이다. 


"너 처음 왔을 때 표정이 좀 어둡다가 중간에 밝아지는 듯 싶다가 다시 어두워지는 것 같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뭔가 오늘은 내일 다 끝난다고 생각하니까.."

"쓸쓸한 기분이 들어?"

"네, 네.."


쓸쓸한 기분이 드는 사람이 어디 지은이뿐이겠는가. 마음 속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건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따스한 위안을 얻었던 수많은 시청자들도 매한가지다. 사실 믿고 싶지 않다. 오는 24일 <효리네 민박>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 말이다. 6월 25일 첫 방송 이후 3달 동안 일요일 저녁이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효리네의 느긋함에 빠져 살았던 터라 '종영'이 주는 충격은 예상보다 크게 다가온다. 비록 2주 연장된 것이라 해도, 역시 이별은 너무도 갑작스럽다. 



"진짜 2주 길어 보였는데.. 아까 언니 주무실 대 작업실 앞 의자에 앉아가지고 새소리랑 듣는데 처음 온 날 생각나는 거예요. 근데 그거 진짜 어제 같은데, 내일 간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기분이 이상했어요. 언니랑 처음 여기저기 가가지고, 바다 가가지고 노을 본 게 진짜 대박이었고, 손님들이나 막.. 그런 추억들이랑 그런 게.."


민박집이 운영됐던 15일 동안 총 13팀 39명의 손님들이 다녀갔다. 이효리는 회장, 이상순은 사장, 그리고 이지은은 직원 역할을 맡아 성심성의껏 손님들을 맞이했다. 조식, 청소, 잠자리, 바비큐 파티, 픽업 서비스 때때로 요가 수업까지 <효리네 민박> 임직원은 최선을 다해 자신들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주었다. 자신들의 공간을 거리낌없이 오픈했고, 그곳에 다양한 이야기가 묻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어보였고, 그 친근함에 손님들도 기꺼이 화답했다. 


장기 투숙하며 제주도를 샅샅히 살피고 조사했던 탐험가들, 아픈 가정사에도 밝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사랑스러운 삼남매, 듣기 싫은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지만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없어 아쉽다던 정담이, 일보다 사람 때문에 힘든 직장 생활의 고통을 잊게 만들어 준 대구에서 온 영업사원들, 가고 싶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행복해질 것 같았다는 청춘의 고민을 털어놓는 예고 동창까지. 성별과 세대, 직업과 분야 등을 포괄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소통과 배려, 이해와 감동이 한가득 모였다.



초반에는 포커스가 이효리에게 집중적으로 맞춰졌다. 시대를 호령했던 최고의 스타였던 그의 모든 것이 여전히 궁금했다.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효리가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 호기심이 쏠렸다. 차로 아침을 열고, 요가와 명상으로 감정을 컨트롤하며, 산책과 낮잠으로 여유와 자유를 만끽하는 그의 삶은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자연스레 이상순과의 결혼 생활이 주목됐다. 이효리는 매순간 남편이자 가장 좋은 친구인 이상순과 강하게 연결돼 있었다. 


초점은 이상순에게 슬그머니 옮겨갔다. 아마도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남자이길래, 천하의 이효리가 '선택'한 걸까?'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내면에 화가 없는 사람'이라는 이효리의 설명처럼, 이상순은 감정기복이 심한 편인 이효리를 느긋하게 지켜볼 줄 알았다. 매사에 차분하고 침착했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없었다. 무언가를 요구할 때도 조곤조곤 설득했고, 상대방을 좌지우지하려 들지도 않았다. 자상함과 배려가 돋보였다. 그러다보니 '워너비 남편'이라는 찬사까지 얻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민박 손님들, 여기까지였더라도 훌륭했을 것이다. 하지만 약간의 '단조로움'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화룡점정을 찍은 무언가가 필요했을까. "3달 정도 이야기를 끌어가려면 그 둘과 민박객 이외에 다른 인물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는 정효민PD의 말처럼 말이다. 그래서 투입된 인물이 바로 아이유였다. 가요계를 넘어 연예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효리와 필적할 커리어를 가진, 현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아이유 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됐다.



"그녀는 하얀 얼굴에 가지런한 단발머리/놀란 듯 눈은 동그래/왠지 모를 슬픈 표정/어디서 왔을까/큰 옷에 자그마한/어디로 가는가/하늘하늘 휘청휘청 걸어가네" - '효리&지은 송' 중에서 -


효리가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나 연예인의 모습을 내려놓고 그저 '이효리'로 다가왔던 것처럼, 아이유도 자신을 가두고 있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그저 '이지은'이 됐다. 그러자 꾸밈 없는 순수함이 빛나기 시작했다. 조금 느리지만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고, 뒤뚱거리지만 멈추지 않고 끝까지 완수한다. 항상 밝게 웃고 크게 인사한다. 특유의 청량함이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또, 몸에 밴 예의 있는 태도가 보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한다.


지은은 가요계의 선배이자 인생 선배인 이효리에게 자신의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또, 효리는 지은을 통해 주인공의 자리를 내려놓는 법을 깨다는 등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어느새 깊은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어쩌면 '거울'을 바라보는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값을 매길 수 없는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다르면서 같은, 같은면서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그들의 대화에 깊이 빠져든다. 



<효리네 민박>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예능적 요소'가 전혀 없다. 제작진과 출연진 그 누구도 웃기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저 '민박집을 운영한다'는 콘셉트 속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TV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는 간접 광고도 없다. 결국 이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을 '존재'하게 하는 힘은 이효리에서 발현된다. 오로지 이효리이기에 가능한 프로그램, 그것이 바로 <효리네 민박>인 셈이다.


첫회 6.745%로 시작해서 최고 시청률 9.995%를 기록하기도 했던 <효리네 민박>은 꾸준히 7~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의 중심에 있었다. <효리네 민박>은 느림의 미학, 여유로움의 힐링을 더할나위 없이 증명했고, 성공만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삶을 강제받는 현대의 소시민들에게 인생에 대한 다른 시선을 제공했다. 그것이 경제적 안정 속에서 가능한 판타지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적어도 이효리가 줬던 진심과 힐링은 '진실'이었음을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이별이 한없이 아쉽고 섭섭한 까닭은 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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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높동 : 전원 투표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장동민(개그맨), 엠제이 킴(MMA 선수), 줄리엔 강(방송인), 고우리(연기자), 정인영(방송인), 학진(연기자), 김회길(피트니스 모델), 유리(모델), 박현석(대학원생), 캐스퍼(래퍼), 이준석(정당인) 


마동 : 소수 권력에 의한 독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이천수(전 축구선수), 조준호(유도 코치), 박광재(연기자), 김하늘(외국 변호사), 정은아(대학생), 손태호(취업 준비생), 권민석(MMA 선수), 알파고(기자), 구새봄(방송인), 유승옥(모델), 김광진(전 국회의원)


tvN <소사이어티 게임2>의 세 번째 탈락자는 정당인 이준석이었다. 높동과 마동은 '러시아 장기'라는 종목으로 대결을 펼쳤다. 룰은 간단했다. 두뇌 팀이 장기 대결을 하고, 신체 팀이 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버티는 식이었다. 장기에서 패배하면 진 팀의 양동이에 5L의 물이 추가된다. 승부는 일방적으로 갈렸다. 적어도 '러시아 장기'에선 그러했다. 믿었던 장동민이 첫 판을 허무하게 내주자 높동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필승법이라 여겼던 가장 큰 말을 가운데 놓는 전략은 마동의 파해법에 산산조각났다.

 

 

마동은 '러시아 장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 손태호를 중심으로 두뇌 팀인 정은아, 알파고가 선전하며 손쉬운 승리를 가져왔다. 높동의 신체 팀은 강한 정신력으로 두뇌 팀의 열세를 만회하려 애썼지만, 쌓여가는 물의 무게를 견뎌낼 초능력은 없었다. 승리를 거둔 마동은 1천 만 원의 상금과 닭가슴살 소시지를 부상으로 챙겼다. 마동은 부상인 닭가슴살 소시지의 일부를 높동 측에 던져주며 선심을 썼는데, 높동의 리더 정인영은 여기에서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러시아 장기'에서 전패를 당했던 미안함도 한몫 했으리라.


정인영은 게임에서 부진했지만, 리더이기 때문에 탈락자에서 제외됐다. 장동민은 사실상 리더와 다름 없는 '대주주'였으므로 탈락의 가능성이 낮았다. 결국 '존재감이 없었던' 이준석이 탈락하게 됐다. "엠제이와 내가 불안하다"던 이준석의 불길한 예감이 여지없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엠제이의 경우에는 두뇌와 신체, 두 분야에서 활약이 가능하기에 이준석에 비해 생존의 가능성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준석은 장동민과 이미지나 캐릭터가 중복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선택은 오히려 쉬웠다.

 

 

 

이준석마저 탈락함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스토리가 하나 생겨났다. 출연자 가운데 직업이 '정치인'이었던 두 명이 모두 원형 마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 2회의 탈락자는 전 국회의원 김광진(마동)이었다. 비록 지금은 '무직'인 상태이지만, 그들에게 빨리 '(본업인) 정치로 돌아가라'는 신호를 보낸 것일까. 김광진의 탈락은 이천수가 주도한 측면이 있다. 그는 "정치하는 친구들이 엄청나게 얍삽해."라고 끊임없이 주입시켰고, 주민들도 이천수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김광진은 탈락을 맞이하면서"'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존해야지'라고 하는 것에는 100%를 투자하지 못한 것 같아요. 정치인이니까 '이중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라고 하는 두려움? 제 스스로가 자처한 실패인 것 같아요."라고 자성했다. 하지만 <소사이어티게임2> 제작진의 생각은 조금 달랐는데, 제작진은 김광진에게 '피아식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그가 자신을 제거하려고 했던 이천수를 과도하게 믿고 있었던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적을 모르고 나를 몰랐던' 김광진은 마동 생활에 있어서도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줘 주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그는 먼저 나서서 궂은 일을 하기보다 뒤로 물러서 지시하는 데 익숙한 듯 보였다. 이러한 태도들은 집단 생활이 요구하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두뇌와 신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그의 능력을 어필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요인이었다. 야심차게 예능에 뛰어들었던, 각광받던 젊은 정치인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의 말처럼 자처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합니다. 튀지 않아야 오래 산다고. 하지만 견제가 두려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언젠가 필요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힌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편, 이준석은 어땠을까. tvN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그는 '두뇌' 영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왔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소사이어티 게임2>에서도 그의 분야(혹은 대중들의 기대)는 뚜렷했다. 하지만 이준석의 활약은 미미했다. 장동민과의 직접적 경쟁 관계로 돌입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그는 최대한 몸을 사렸고, 그 때문에 존재감은 더욱 약해졌다. '굳이 이준석이 아니라도 괜찮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준석의 탈락 뒤에는 고우리의 모략이 있었다. 감옥에 갇혀 탈락의 예봉을 피할 수 있었던 고우리는 박현석에게 "(네가) 탈락될 수 있겠다. 이준석을 찍어야 탈락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안감을 심어줬다. 위험을 감지한 박현석은 이준석에게 투표했고, 결국 탈락자는 고우리의 생각대로 이준석으로 결정됐다. 그렇다고 해서 고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궁지까지 몰리는 상황을 만든 건, 결국 지나치게 몸을 사렸던 이준석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광진과 이준석의 탈락은 '정치인의 탈락'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원형 마을에서 주민들이 정치인을 먼저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건, 현실에서 우리들이 정치인을 대하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그들의 직업이 '정치인'이라고 해서 매사에 '정치적'으로 임하진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천수나 고우리가 훨씬 더 '정치적'이지 않았던가. 또, '정치인'이라고 해서 남다른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이준석이야 두뇌를 활용하는 예능의 단골 손님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남다른 포부를 안고 예능에 뛰어든 김광진의 경우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작별을 고하게 돼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으리라. 진짜 정치인들이 사라진 <소사이어티 게임2>는 앞으로 더욱 '정치적'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겐 생존을 위한 특유의 정치적 DNA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정치인들로부터 그것을 야무지게 배워 청출어람 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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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