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배우와 진실된 연기는 말도 안 되는 것도 있을 법하게 만드는 힘이다. 저는 배우들의 연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JTBC <품위있는 그녀>의 김윤철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막장 요소가 짙은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고, 주저없이 '배우들의 힘'이라 대답했다.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은 백미경 작가의 찰진 '대본'이 없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주연과 조연을 가릴 것 없이 캐릭터에 몰두해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훌륭한 대본이 좋은 배우를 만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란 점에서 <품위있는 그녀>의 궁합은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우아진'이라는 완소 캐릭터를 탄생시킨 김희선을 비롯해서 밉상 남편인 '안재석'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정상훈, 복수심에 불타는 재벌가의 첫째 며느리 '박주미' 역의 서정연 등 <품위있는 그녀>의 배우들이 펼치고 있는 열연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군계일학을 꼽으라면 역시 박복자 역의 김선아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김선아의 연기가 개연성'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의 다양한 얼굴과 표정, 그리고 폭넓은 감정 연기는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는데, '대체불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날 우아진 당신처럼 만들어줘. 그럼 나도 회장님 살릴게."

"까불지 마. 한번만 더 까불면, 널 갈아서 김치 담글 젓갈로 쓸 거니까. 갈치 대가리를 보내? 미치지 않고서는."


박복자는 우아진 앞에 섰을 때는 한껏 주눅 들어있다. 쭈뼛거리고 머뭇거린다. 목소리 톤도 완전히 달라져 있다. 가장 놀라운 건 '눈빛'이다. 자신이 동경하는 이상형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다양한 감정이 묻어 나온다. '저 여자처럼 되고 싶다'는 부러움과 '저 여자를 넘어서고 싶다'는 시기와 질투가 뒤섞여 굉장히 묘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한 가지 감정을 담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여러가지 감정을 동시에 드러내는 건 얼마나 버거운 일이겠는가. 그 어려운 걸 김선아는 해내고야 만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우아진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을 대할 때 박복자의 눈빛이 180도 달라지는데, 김선아는 이 변화를 전혀 이질감 없이 연기해낸다는 것이다. 특히 풍숙정의 사장인 오풍숙(소희정 분)과 한판 붙을 때의 살벌함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또, 안태동 회장(김용건)의 어리석은 자녀들을 쏘아붙일 때의 카리스마는 왜 이리 강렬하고 짜릿한지 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처럼 김선아는 박복자의 두 얼굴을 천연덕스럽게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설득시켜 버렸다. 

 

 

 

박복자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다. 김선아는 "촬영하면서 복자의 복잡한 감정에 고민이 많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박복자는 단순히 선과 악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그는 가지지 못한 부(富)에 대한 갈망을 지녔고, 상류층에 편입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가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 뿐이라면, 박복자는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과감함을 지녔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안태동 회장에게 접근해 그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주식을 증여받아 사모펀드에 넘기고 현금을 차지했다.


여기까지라면 김선아의 고민이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돈을 거머쥔 박복자는 상류층 행세를 하며 살아가지만, 왠지 모를 허무감에 시달린다. 서울의 야경을 내려보며 홀로 소주병을 기울이던 그는 "서울 사람들, 나 돈 많아유. 나 부자여유. 근디 하나도 행복하지가 않아유. 뭘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져유."라며 오열한다. 악독하게만 보였던 박복자가 처연하게 느껴지고,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그건 우아진의 말처럼 "나쁜 사람이 아니"었던 박복자를 완벽히 설명해 냈던 김선아의 공이었다. 

 

 

<품위있는 그녀>를 보면서 '김선아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라며 수없이 감탄했다. 김선아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어수룩한 모습뿐만 아니라 내재된 욕망과 탐욕을 온몸으로 표출하는 모습까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변화를 그려냈다. 또, 박복자라는 한 인물의 흥망성쇠를 야무지게 연기해냈다. 솔직히 말하면, 김선아는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한동안 뇌리에서 잊혔던 배우였다. 김삼순'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남아 있어 발목이 잡힌 케이스라고 할까.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딱히 눈에 띠지 않았다. 2009년 SBS <시티홀>을 제외하면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 개인적인 슬럼프도 겪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품위있는 그녀>라는 작품을 만난 김선아는 그야말로 '박복자'와 혼연일체가 돼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잠재돼 있던, 발휘할 수 없었던 능력을 발휘한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김선아는 '김삼순'을 뛰어넘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박복자'로 또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김선아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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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삼시세끼>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시즌제로 운영해 왔고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시청자가 그만 보고 싶다고 할 때까지 열심히 만들려고 한다"


나영석 PD가 <삼시세끼>로 다시 돌아왔다. 이름하야 '바다목장 편'이다. 배경은 지난 시즌에도 찾았던 '득량도', 그러니까 섬이지만 '낚시(어업)'가 아닌 '목장 운영(목축업)'을 주업(主業)으로 삼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출연진이 낚시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아서 어업이 아닌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낚시에 소질이 없음이 판명(어촌편 시즌3)된 '출연진'은 바로 나PD의 페르소나인 이서진을 필두로 에릭과 윤균상이다. '득량도 삼총사'가 다시 뭉친 것이다. 

 

 

 

'어촌 편' 하면 아무래도 '차승원 가족'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지난해부터 바뀌긴 했지만), 어째서 나PD는 '이서진 가족'을 내세운 걸까? 캐스팅의 이유 역시 단순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바쁘"기 때문이란다. "드라마와 영화 때문에 섭외가 어려웠다. 그래서 마침 쉬고 있던 이서진과 같이 하게 됐다."는 것이 나PD의 설명이다. 사실 차승원과 유해진의 조합을 다시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들이 본업에 바빠서 섭외가 어려웠다는데.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반면, '이서진 가족'에 대해선 기대보단 우려가 많았다. 2014년 <삼시세끼>가 첫선을 보일 때부터 함께 했던 이서진은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존재이지만, 그만큼 익숙하다(달리 말하면 뻔하다)는 단점도 따라왔다. 이와 같은 우려는 실상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또, 에릭과 윤균상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지적됐다. 두 사람이 '열심히' 하는 건 사실이지만, '재미' 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서진은 역시 이서진이었고, 나PD는 몇 가지 '장치'들을 통해 <삼시세끼>를 또 한번 성공시키고 있다.

 

 


"이거 내가 시작한 프로야~"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은 1회에 10.568%를 기록하며 상쾌한 첫걸음을 뗐다. <알쓸신잡> 마지막회가 6.067%였던 점을 감안하면, <삼시세끼>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과 관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비록 2회 시청률은 9.233%로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막강함을 과시했다. '바다목장 편'의 성공적 시작을 설명하려면 역시 이서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의 말처럼, "나영석과 함께하는 이서진은 현존하는 예능 최고의 콤비"이면서 "시간이 지나도 매력이 반감되지 않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이서진은 변함없다. 귀찮아 하고, 투덜거리고, 불평한다. 핵심은 그런 모습들이 결코 밉지 않다는 점이다. 일을 안 하는 듯 보여도 해야될 때가 되면 모든 일을 말끔히 처리한다. 게다가 못하는 게 없다. '설거지니'란 별명답게 설거지는 기본, 채소 다듬기를 비롯해 요리 재료 준비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해낸다. <윤식당>에서  '상무' 역할에 몰입해 어르신들을 모시며 부지런히 일했다면, <삼시세끼>에선 '할배' 역할을 하며 독특한 재미를 이끌어낸다. 이서진은 <삼시세끼>의 '뼈대'와 같아서 그가 중심을 잡아주니 에릭과 윤균상도 편히 촬영에 임하게 된다.

 


"이전 시즌은 사실 마을 주민과 큰 교류가 없었다. 이번엔 바다목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민과 얽히는 일이 생겨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왔다" (김대주 작가)

제작진이 <삼시세끼> '정선 편'에 등장했던 산양 '잭슨'을 데려온 건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바다 목장'을 만들어 잭슨 패밀리를 풀어놓고,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그들로부터 신성한 고급 산양유를 얻는다. 이러한 설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삼시세끼>를 부흥시켰다. 우선, 이서진과 잭슨의 재회를 그려냄으로써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삼시세끼>의 오랜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한 셈이다. 또, 식상함을 토로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그림을 보여줘 <삼시세끼>의 영속성을 설득시켰다. 


무엇보다 '바다 목장'이 가치있는 까닭은 잭슨 패밀리가 생산한 산양유를 통해 득량도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이는 정자에 냉장고를 마련하고, 매일마다 신선한 산양유를 넣어둔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과 다양한 대화가 이뤄지는데, 그 모습이 정겹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정 많은 주민들은 산양유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게나 김치 등 음식들을 넣어두기 시작한다. 나PD는 이 간단한 '장치'를 통해 그동안 이서진 가족이 (차승원 가족과 달리) 마을 주민과의 교류가 없었던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냈다. 

 



"이번 시즌에는 한지민처럼 게스트를 한 명씩 초대할 생각이다. 여름을 즐기면서 나는 법, 좋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밥도 먹는 MT처럼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바다목장 편'을 빛내는 또 하나의 '장치'는 게스트 섭외다. 첫회에 한지민을 투입한 것 역시 최고의 한 수였다. MBC <이산>을 통해 만난 적 있었던 이서진과 한지민은 '남매 케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또, 한지민은 에릭과도 친분이 있던 터라 촬영 분위기에 쉽게 스며들었다. 그의 밝고 청량한 에너지는 <삼시세끼>의 익숙함과 지루함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오죽했으면 이서진이 한지민에게 고정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했을까. <삼시세끼>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언젠가 한지민이 호스트로 출연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까. 


이처럼 <삼시세끼>는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에도 스스로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추억을 끌어오는 한편, 새로운 변화도 도모했다. 그저 몇 가지 '장치'들을 통해서 말이다. <삼시세끼>가 놀라운 점은 4년째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정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시의 회색빛 삶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휴식을 선물한다는 기본 취지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주를 시도해 새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나PD는 '시청자가 그만 보고 싶다'고 하면 끝을 내겠다지만, 과연 그럴 때가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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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