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라임' 하지원이 의사가 돼 돌아왔다. 그를 '황진이' 혹은 '기황후'라는 캐릭터로 기억해도 무방하다. '무엇이든 간에 하지원이 훌륭한 연기자이고, 그가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에 (거의) 매번 부응해 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이 두터운 신뢰감은 그의 치열한 노력이 쌓아올린 결과일 것이다. 하지원이라는 배우와 '의학 드라마'의 만남은 그 자체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하지원의 연기 인생에서 의학 드라마 출연이 '처음'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게 사실이다. 

 

 

8월 30일 방송된 <병원선> 1회와 2회의 시청률은 10.%, 12.4%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출발이 매우 상쾌하다. 게다가 경쟁작들과의 차이도 압도적이다.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SBS <다시 만난 세계>조차 5.4%(25회), 6.8(26회)%에 불과하고, 진짜 '맨홀'에 빠져버린 KBS2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은 2%로 바닥을 기고 있는 형편이다. 큰 기대를 불러 모았지만, 어설픈 리메이크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tvN <크리미널 마인드>도 2.036%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사실상 무주공산이라 해도 무방할 전쟁터였다. 거기에 전작인 <죽어야 사는 남자> 마지막 회가 12%, 14%로 훈훈하게 마무리됐으니 물러받은 유산도 제법 든든했으리라. 그뿐인가. <종합병원>(1994), <하얀거탑>(2007), <뉴하트>(2007), <골든타임>(2012) 등 의학 드라마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수작들과 MBC가 연결돼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러나 4년 전, <메디컬 탑팀>의 실패를 잊어선 곤란하다. <병원선>을 향해 혹평이 쏟아지고 있는 걸 보면 실패의 반복이 먼 얘기는 아니다.

 

 

 


"보통 환자들이 병원에 찾아가지 않나. 병원선은 섬에 있는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서 치료를 하고, 그분들의 마음도 치료한다는 점이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 달랐다. 진정성 있게 다가와서 드라마를 선택하게 됐다" (하지원)

 

<병원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외과의사 송은재 역을 맡은 하지원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병원선, 그러니까 배[船]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한 의학 드라마라는 설정만 참심했을 뿐, 최근 방영됐던 여러 의학 드라마들의 장면들과 설정이 반복되는 양상을 띠었다. 우연하게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생명을 잃을 위기에 놓인 환자를 심폐 소생술 끝에 살려내는 장면은 이제 지겨운 레퍼토리가 아닌가. 게다가 그 환자가 재벌 후계자라니! 


송은재와 그 엄마 오혜정(차화연)과의 갈등, 이어진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다소 의아하게 다가온다. 이는 최연소 외과 과장을 꿈꿀 만큼 출세지향적인 송은재가 모든 공중보건의(병역 의무 대신 3년 동안 무의촌에 들어가 진료 활동을 하는 의사)가 기피할 만큼 열악한 '병원선'에 자원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던 작가의 무리수처럼 느껴진다. 재벌 후계자를 수술한 공을 자신의 교수인 김도훈(전노민) 과장에게 바쳤던 송은재가 어렵게 쌓아올린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게 만들려면 극단적인 사건이 필요했으리라.

 

 

엄마를 잃은 슬픔을 연기하는 하지원의 감정선은 훌륭했지만, 드라마의 배경인 '병원선'으로 주인공을 몰아넣는 방식은 진부했다. 송은재와 마찬가지로 병원선에 자원한 곽현(강민혁)의 경우에도 부모와의 갈등이 그의 삶을 뒤바꾼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곽성(정인기)의 아들인 곽현은 가족을 등한시했던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뼈저리게 경험해야 했다. 히스테릭한 엄마를 버텨내기 지쳐버린 곽현은 병원선으로 향하는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주인공들을 한 공간에 불러모으는 작가의 솜씨가 상당히 거칠고 상투적이지 않은가. 문제는 연기로 캐릭터와 스토리의 부재를 어느 정도 커버했던 하지원과 달리 강민혁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지원의 연기가 탁월했다고 할 순 없다. 의학 드라마가 처음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감정선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들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강민혁의 단순한 표정 연기와 분명치 않은 발음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아이돌밴드 씨엔블루의 멤버 출신이라는 '나쁜' 꼬리표를 떼기 어려워 보인다. 

 


<병원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장에 '병원선'이라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극대화해야 했다. 좁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런데 지금으로선 별다른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결국 <병원선>은 차갑고 냉정했던 송은재의 성장과 철없는 공중보건의 3인방의 성장을 다루게 될 텐데, 이대로라면 하지원의 개인기에 의존한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병원선을 찾는, 혹은 병원선이 찾아가는 환자들의 이야기'일 텐데, 이런 진부한 투성이라면 그 또한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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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밤'이라는 특집을 한번 해보려고요. 여러분 각자가 여러분 위주의 특집을 하나씩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자신 위주의 특집을 만들라'는 숙제를 제시했다. 각자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코너를 만들되 직접 기획하고 연출까지 하도록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방송을 만들어 보라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해 하던 멤버들은 기탄없이 생각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유니크한 방송을 만들어 나갔다. 정준하 · 하하 · 박명수의 코너가 먼저 방송을 탔는데,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Mnet <프로듀스 101>을 패러디 해서 자신을 슈퍼스타로 만들 PD를 뽑는다는 역발상을 한 정준하의 기획 '프로듀서101'은 멤버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었다. 박명수는 '돈 주고 사고 싶다'고 말했고, 유재석도 '이건 대박이다'라며 치켜세웠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는 정준하의 말처럼 어쩌면 얻어걸린 면이 있지만, 그의 발상은 그 자체로 <무한도전>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게다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방송을 만들라는 김태호 PD의 숙제를 가장 원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작아파티'를 기획한 하하도 호평을 받았다. 하하는 키 작은 연예인들의 연대를 도모했다. 우선, '식스맨 특집' 등 <무한도전>과 인연이 깊은 유병재를 섭외하고, 양세형과 쇼리를 불러 모았다. 지난 '예능 연구소' 특집의 '꼬꼬마 친구들'이 다시 모인 셈이다. 하하는 키 작은 이들을 위한 파티를 기획하면서 빅뱅의 태양에게 전화를 걸어 섭외를 시도하고 워너원의 연습실까지 찾아가 하성운을 초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성미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확실히 방송의 맥을 짚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박명수였다.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박명수는 타성에 젖은 과거의 아이템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아바타를 내세우고 자신은 무전기로 지휘를 하는 'AI 개그'를 제시했지만, '웃음사냥꾼'의 자기복제와 다름없는 시도는 실패로 끝이났다.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다짜고짜 '박명수식' 질문과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사냥하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약간의 웃음이 유발되긴 했지만, 그마저도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명수는 첫 번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에는 '프레쉬맨' 특집을 기획했다. 미세먼지로 가득한 도심에서 퀘퀘한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서울 시민들을 위해 제주도 한라산에서 맑고 신선한 공기를 담아 오겠다는 발상이었다. 문제는 한라산 등반 과정에서 박명수가 보여준 태도였다. 그는 산을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못 가겠다'며 앓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바람 빠진 풍선마냥 퍼져버린 박명수와 달리 유재석은 거침없이 산을 오르며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을 과시했다.

 

 

유재석이라고 왜 힘들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TV를 보고 있을 수많은 시청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그의 태도는 박명수와 확연히 비교됐다. 이런 비판 여론에 대해 박명수는 '재석이 너 때문에 나 망했어'라고 투덜댈지 모르겠지만, '유재석 섭외권'을 뽑은, 그리고 그걸 과신했던 자신을 탓하는 게 먼저 아닐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짜 사나이 특집'을 통해 '웃음사냥꾼'의 부활을 알렸던 박명수였기에 지금의 냉담한 반응이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박명수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의 노쇠함은 한때 <무한도전>에서 하나의 콘셉트가 될 만큼 흥미로운 소재였다. 하지만 그것이 장기화되자 시청자들은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나아지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방송을 날로 먹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경규를 보라. 50이 넘은 나이에도 패널 출연을 마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프로그램에 열정을 쏟아붓는 그의 자세가 후배인 박명수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걸까.

 

무엇보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본질이 '도전'이라는 점에서 박명수의 지리멸렬함은 시청자들에겐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박명수의 이미지를 최악으로 몰고 간 결정타는 그의 아내 한수민의 방송 출연이었을 것이다. '가족 예능'에 대한 불편함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던 시점에서 <무한도전>을 통해 방송에 데뷔하려고 했던 것은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었다. 시청자가 납득할 만한 상황이나 프로젝트에서 자연스레 등장한 것이 아니라 쌩뚱맞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더욱 컸던 것이다.

 

 

이쯤되면 '박명수 위기론'을 거론해도 될 듯 싶다. <무한도전>의 골수 팬마저도 그에게 등을 돌린 실정이다. 물론 비판의 칼날이 온전히 박명수를 향하고 있지만, <무한도전> 제작진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맥락 없는 가족 출연을 용인한 것도 제작진이었고, 방송 아이템을 기획하고 선정해야 할 제작진이 이 역할을 출연자들에게 자꾸 미루는 건 아쉬운 일이다. 협업은 필요한 일이지만, 역할 분담은 적절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대성공을 거둔 전례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캐릭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지만, 기획력에서 다소 약한 면모를 보이는 박명수에겐 다소 가혹한 미션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박명수에 대한 날선 비판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그의 태도에 기인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아무래도 박명수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는 지금의 방식으론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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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신' : 
오로지 돈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외면했던 아니 이용했던 한 실존인물을 록오페라 형식을 빌려 비판한 노래.


가수 이승환이 신곡 '돈의 신'으로 돌아왔다. (이쯤되면 풍자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제목에서부터 풍자의 기운이 왕성히 느껴지는 이 노래는 "늬들은 고작 사람이나 사랑 따윌 믿지 / 난 돈을 믿어 고귀하고 정직해 날 구원할 유일한 선"이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돈을 사랑하고 신봉하는 1인칭 화자의 시점. 우리는 그런 인물을 너무도 알고 있다. "이 노래를 각하께 봉헌한다"는 이승환의 설명이 없더라도 이명박(MB)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사회적 참여를 포기했던 친구들이 이해가 간다. 그래도 누군가는 깃발처럼 있어줘야 할 것 같다."던 이승환은 정말이지 '깃발'처럼 우리 곁에 있어줬다. 바람은 그를 쉼없이 그리고 거칠게 흔들었지만, 단단히 뿌리내린 그는 기꺼이 나부꼈다. 이승환의 몸짓은 경쾌했고, 희망적이었다. 그는 암울했던 시기에 하나의 표상이 되어 주었다. 거침없이 발언했고, 주저없이 나서주었고, 어김없이 힘을 주었다. 고맙다는 말로는 모두 갚기 어려울 만큼 큰 빚을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환은 '돈의 신'이라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그러니까 '가사 속에 적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담기 위해' 주진우 기자와 작사를 함께 진행했다. 또, 가사 내용에 대해 변호사의 검증까지 마쳤다고 한다. '노래 한 곡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워낙 꼼꼼하신 분이니 이 정도의 준비는 필수일 것이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를 쓴 일명 '이명박 전문 기자'인 주진우는 '돈의 신'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는데, 직접 MB 분장을 하고 제대로 감정이입이 된 연기를 펼쳐보였다.


"내 노래는 나,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기쁨과 슬픔, 분노를 담고 있다. 페북 소개에 써놓은 대로 정의와 자유를 노래하고 싶다. 음악하는 사람은 본디 많은 걸 느끼고 담고 자기 방식대로 표현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과 함께 웃을 줄도, 아파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승환은 정말이지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와 자유를 노래하고 있다. <돈의 신>은 그러한 지향 속에서 발견한 하나의 결과물이자 앞으로 그가 걸어갈 창작의 길의 또 다른 출발점일 것이다. 역시 이승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돈의 신'은 공영방송 MBC에서는 들을 수 없게 됐다.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KBS와 SBS에선 아무런 문제도 제기되지 않은 이 노래가 어째서 MBC에선 방송 불가라는 결정을 받았을까. 안타깝게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MBC 심의 관계자는 "'돈의 신'은 가사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있어서 방송에 부적절하다고 판단, 심의를 통과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 '일부 부적적한 표현'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확인하기 힘들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알려주지 않으니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우선 '노래'에서 문제를 찾아보는 고생스러움을 단행해보자. 굳이, '부적절한 표현'을 찾아보자면  '오 나의 개돼지'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표현은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 덕분에 이미 일상화된 것이 아니던가. 게다가 '개 돼지'라는 표현이 들어간 노래가 이미 MBC <쇼! 음악중심>을 통해 방송에 나온 적도 있었기에 설득력도 없다. (방탄소년단의 <AM I WRONG>이라는 곡에는 '우린 다 개 돼지'라는 가사가 들어있다.)


따라서 '노래'에서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그 노래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MBC에서 이유를 찾아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결국 MBC는 '이명박 헌정곡'인 <돈의 신>이 불쾌했고, 소셜테이너로서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이승환이 못마땅했던 건 아닐까. 무슨 방송사가, 그것도 공영방송이 그런 '자의적인' 태도를 취하느냐고? 현재 MBC의 상태를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MBC는 그야말로 폐허로 변해갔다. 공정성은 무너졌고, 윗선의 입맛에 맞는 인물과 방송으로 채워졌다.

 


김재철 · 안광한 · 김장겸 사장을 거치는 동안 MBC는 자사의 언론인 10명을 해고했고, 110명을 징계하고, 157명이 유배를 떠나야했다. 무너진 자긍심을 다시 세우려고 애쓴 언론인들은 철저히 보복 당했다. 그 과정은 매우 모욕적이었고, 그 결과는 매우 참담했다. 능력있는 아나운서와 PD, 기자들은 MBC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제살을 깎아먹은 것이었지만, 이미 '비정상'의 극한 단계에 접어든 MBC 사측은 그 사실을 눈치챌 최소한의 판단 능력마저 상실한 상태였다.


현재 MBC의 구성원들은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찬반투표에 들어갔고, 25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투표율 75%를 기록했다. 29일까지 진행될 이 투표의 찬반 결과를 통해 파업 여부가 결정된다. 이미 아나운서, PD, 기자 350명이 제작 거부에 들어간 상황이다. 물론 전망은 녹록치 않다. 김장겸 사장은 "퇴진은 절대로 없다"는 뜻을 밝혔고, 파업에 대해서도 "낭만적 파업"이라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지난 2012년의 170일 간의 파업에 못지 않은 장기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명 험난하고 지난한 싸움이 예고되지만, 그럼에도 이번 파업을 통해 2012년 170일 동안의 싸움으로도 되찾지 못했던 공영방송의 자긍심, 그래서 유예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저항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성과를 거두길 희망한다. 카메라 기자들의 성향을 '충성심'으로 나눠 '충성', '회유 가능', '회색분자', '강성이고 격리가 필요한 전복세력'으로 구분하는 천박한 '사측'은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또, 노래 한곡조차 마음껏 틀 수 없도록 만드는 기괴한 '사측'은 이제 그만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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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 앞에는 '산소 같은 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퀴즈로 내더라도 100%의 정답률을 기록할 것 같다. 바로 이영애다. 1991년 태평양의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 CF에 출연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으니 어언 27년이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산소 같다'는 말은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강조한 표현일 텐데, 이영애의 깨끗한 이미지와 완벽히 부합해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렸다. 마몽드도 대박을 쳤고, 이영애 역시 최고의 CF 스타로 등극하며 전성기를 보내게 된다. 


'산소 같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극상의 찬사일 수 있겠으나, 당사자에겐 족쇄와도 같은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어떤 행동으로 그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부담감, 자신의 어떤 변화가 그 이미지를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려야 했을테니 말이다. 물론 그로 인해 이영애가 얻은 이익, 가령 명예나 경제적 이득도 엄청나지만, 한 평생을 시달려야 했을 그의 삶의 무게를 누가 책정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산소 같은' 이라는 수식어와 '여자'가 결합됐을 때 발생하는 '대상화'도 그가 감당해야 할 무게였을 텐데 말이다.


이영애는 자신에게 주어진 왕관의 무게를 견뎌냈다. MBC <대장금>(2003)으로 최고 시청률 57.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고, 아시아 전역에 인기리에 방영되며 한류 스타로 거듭났다. 영화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연기 변신에 시도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아쉬움이 왜 없겠는가. 최근에는 SBS <사임당, 빛의 일기>로 13년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지만, 오랜만의 복귀 때문인지 연기력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영애의 존재감은 배우 이외의 모습을 통해서도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다. 지난 8월 18일, 강원도 철원의 육군부대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사격 훈련 도중 폭발 사고로 인해 2명의 사망자와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기꺼이 내어준 저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또, 그 가족의 슬픔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이 소식을 알게 된 이영애는 21일 육군부사관학교 발전기금에 "이번 사고로 순직하거나 부상당한 장병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해달라"며 위로금 5천 만 원을 기탁했다. 


생후 18개월 된 아이를 두고 순직한 이태균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쌍둥이 남매의 엄마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아이들이 더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군이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육군부사관학교 발전기금 측에 따르면, 이영애는 위로금뿐만 아니라 이태균 상사 아들의 대학 졸업까지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물론 순직한 장병들에 대한 예우는 국가의 책무이겠으나, 이영애의 마음이 따뜻한 온기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이영애는 이와 같은 기부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5년 8월에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도발로 2명의 부상자(김정원 · 하재헌 하사)가 발생하자 지체없이 5천 만 원의 위로금을 보냈고, 2016년 9월에도 6·25 참전용사의 자녀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성금 1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영애의 국군장병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은 그의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였던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애인재단

 

 


한편, 이영애의 나눔 실천은 장르와 분야, 국가를 가리지 않았다. 2015년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5살의 베트남 소년을 위해 치료비 전액을 지원했고, 4월에는 에콰도르 지진 구호 기금으로 5만 달러를 쾌척했다. 올해 3월에는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가족, 다문화 가정을 위해 강릉 아산병원에 1억 원을 전달했고, 강원도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1억 5천 만 원을 기부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를 촬영하면서 강원도 강릉과 맺은 인연의 연장선이었다. 


또, 4월에는 저소득층 산모를 위해 서울 제일병원에 5천 만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또, 6월에는 스리랑카에서 홍수가 발생하자 5천 만 원을 보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처럼 이영애의 기부 활동은 단순히 나열만 하기에도 숨이 찰 정도다. 알려진 기부 액수만 따져도 올해 기준으로 5억 원이 훌쩍 넘고, 총액은 14억 원 이상라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기부' 등 타인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주는 행동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정말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사회와 그 구성원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박수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이영애는 자신의 기부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나라가 많다. 우리가 도와주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서 "미얀마, 베트남, 대만 등 모두 한류를 사랑하는 나라이고, 이것도 하나의 외교"라고 강조한다.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던 만큼 그의 사랑이 세계 각지로 향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산소 같은 여자'라는 수식어로 대중들로부터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영애는 자신의 머리에 놓인 왕관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그리고 그는 '산소 같은 사람' 되어 대중들 앞에 섰다. 맑고 투명한 그의 선한 영향력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전해져 세상을 밝게 빛나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좀더 고민해보겠다는 그가 어서 '배우'로서도 자신의 진가를 다시 펼치길 기대한다. 그때는 그를 '산소 같은 배우'라고 부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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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버스킹(Busking) : 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말한다. 공공장소에서 하는 모든 공연이 버스킹에 속하지만, 주로 음악가들의 거리 공연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다음백과)


JTBC <비긴 어게인>은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비긴어게인>, 애초에 이소라와 버스킹은 어울리지 않았다'의 시작 문장을 빌려와 고쳤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음악' 때문이다. 수치로 정확히 계량할 수는 없지만, 존 레논(John Lennon)의 'imagine'이 세계 평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 노래를 흥얼거려 본 사람들은 안다. 그만큼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만들고, 평온함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 그건 음악을 하는 사람과 그 음악을 듣는 사람,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마법이다.


처음에는 '평가'가 중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당시 제작진의 속내도 그랬을지도.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세 명의 뮤지션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니까. 단순히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음악적 가치도 뚜렷했기에, 세 뮤지션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으리라.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평가'가 궁금했다 그것만이 유의미 했다. 

 

 

그러기 위해선 '외국'으로 나가야 했고, 형식은 '버스킹'이 적당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그리고 계속해서 모아 놓는 '힘'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지난 3회, 아일랜드의 항구 도시 골웨이에서 '관객'의 입장에서 버스킹을 지켜보던 노홍철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무대가 끝난 후, 카페에서 노홍철은 "그냥, 내가 아는 형이 너무 초라해 보이고, 너무 혼자 있고, 그게 내가 너무 싫어. 너무 불쌍해. 우리나라에서 봤던 형, 누나가 아니고.."라며 눈물의 이유를 밝힌다.


이것이 <비긴 어게인>이 끄집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평가'일 것이다. 노홍철이 느꼈던 개별적 '감정'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다수의 시청자들이 고개를 가로저었던 까닭은 애당초 '음악'에 그와 같은 '평가', 다시 말해서 사람이 얼마나 모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뮤지션은 그 순간 음악에 심취했고, 자신들 앞에서 귀를 기울여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교감했다. 분명 TV를 지켜보던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소통이었다. '버스킹의 묘미'는 이미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다.

 

 

현재 JTBC <비긴 어게인>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이소라'일 것이다. 분명 그는 예민하고 민감하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컨디션에 따라 음악적 완성도의 진폭도 큰 편이다. 수준급 세션들과 호흡을 맞추는 완벽한 환경에서 노래를 해왔기 때문에 '길거리'라는 환경이 낯설고 어색하다. 이소라의 그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급기야 '애초에 이소라와 버스킹은 어울리지 않았다.'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애초에 이소라와 버스킹은 어울리지 않았다'는 단정(斷定) 속에는 '버스킹'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각자마다 '버스킹'에 대한 이미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버스킹'의 전부일 수는 없다. '애초에' 버스킹에는 '장르'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공연'이 그 주체이고 대상이다. <비긴 어게인>의 출연자 중에서 윤도현이 가장 버스킹에 익숙한 멤버일 수는 있겠지만, 그가 가장 버스킹에 어울리는 멤버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윤도현의 락이 분위기를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면, 이소라의 재즈 풍의 음색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비긴 어게인> 제작진이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수를 섭외한 까닭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가수만을 섭외하거나 애초에 밴드를 데려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상이한 두 가수가 만들어 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획일적인 음악이 아닌 다양성이 있는 음악을 통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여전히 여러 종류의 '낯섦'이 잔존해 있지만, 그런 '긴장감'조차 없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된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해 왔던, 각기 다른 성향의 뮤지션들이 '함께' 음악을 하는데 그 정도의 '충돌'이 없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저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과 어려움을 순조롭게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 변화는 회가 거듭할수록 뚜렷하게 느껴진다. 유희열은 키보드의 위치를 바꿔 윤도현과 이소라의 얼굴을 보며 연주를 하고, 이소라도 한층 더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킹'에 녹아들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9회만 보더라도 저들이 얼마나 '버스킹'이라는 무대를 즐기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표정에서부터 여유와 편안함이 넘치지 않던가. 일요일의 늦은 밤, 그들의 음악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감'이라는 게 반드시 눈에 보이는 어떤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회차가 진행되어도 관객을 외면하고 노래를 부른다' 한 칼럼니스트의 지적은 '교감'에 대한 모독처럼 들린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비긴 어게인>의 무대를 즐기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분명 훨씬 더 많은 '평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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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숙정 총각 김치 맛의 비결은 '조미료'였고, 박복자(김선아)를 죽인 진짜 범인은 운규(
이건희)였다. 마지막 회 시청률 12.065%(닐슨코리아 기준)로 JTBC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성대하게 막을 내린 <품위있는 그녀>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소위 상류층의 '입맛'이라는 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조선족 청부 폭력범이 "조미료 범벅이 뭐가 맛있습네까"라며 인상을 찡그릴 만큼 별 볼일이 없다는 것과 대한민국에서 고3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된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첫 번째 교훈의 경우에는 강남 상류층의 허상을 거침없이 드러냈던 풍자극답게 짜릿함을 선사하며 폭소를 선사했지만, 두 번째의 경우에는 제법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파격적인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미성년자를 살인범으로 만들 필요까지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미경 작가는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의 나쁜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부유층 자제들의 행태를 접하면서 범인을 재벌 3세인 운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흡족할 만한 설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우아진(김희선)을 필두로 한 상류층 '어른'들이 공동으로 꾸민 사건으로 몰고가는 편이 완성도 면에서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품위 있는' 우아진을 지켜주고 싶었다면 그를 제외시킨 나머지 인물들 간의 카르텔을 도모하는 건 어땠을까. 그러나 상류층의 추악한 민낯을 까발리는 한편, 박복자의 욕망과 파멸 그리고 그 대척점인 우아진을 멋드러지게 그려내며 수작(秀作) 대열에 합류한 <품위있는 그녀>에서 박복자 살인범 찾기는 보너스 영상(사실상 사족)에 가까웠기에 그 결과에 대해 굳이 심드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의 성공을 일군 일등공신은 <사랑하는 은동아>,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JTBC와 또 한번 손을 잡은 백미경 작가일 것이다. 그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JTBC 드라마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 그의 가치가 급상승한 건 두 말할 나위 없다. 한편, 전작들의 경우에 흥미로웠던 전반부에 비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의식했던 탓일까. <품위있는 그녀>에서는 박복자를 살해할 동기가 충분한 용의자들을 통해 후반부까지 긴장감을 유지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 역시 성장한 것이다.


물론 김희선과 김선아, 두 주연 배우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백 작가는 우아진이라는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처음부터 김희선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혔는데, 우아진이라는 옷을 입은 김희선은 그야말로 최고의 연기로 화답했다. 그러나 역시 김선아를 빼놓고 <품위있는 그녀>를 논할 수는 없다. 그의 연기는 한마디로 전율이었다. 선과 악을 넘나들고, 욕망과 갈망의 감정들을 과감히 표현했다. 표정 하나조차 치밀했고 강약 조절도 섬세했다. 박복자에 완벽히 빙의한 그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대본 리딩을 하러 가면 단 한 장면, 한 줄의 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을 볼 때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작은 배역들도 자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한번은 주인공이 되도록 쓰려고 노력했다. 작품 속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캐릭터를 드러내 연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 <스포츠한국>, [인터뷰] '품위녀' 백미경 작가 "당신의 인생은 그런대로 괜찮다"


드라마를 이끌었던 김희선과 김선아의 연기가 강렬했던 게 사실이지만, <품위있는 그녀>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조연 배우'들이 빛이 났다. 우선, 안태동 가(家)의 인물들을 떠올려보자. 안태동 회장 역의 김용건을 비롯해서 막돼먹은 장남 안재구 역의 한재영, 철딱서니 없는 둘째 딸 안재희 역의 오나라, 첫째 며느리 박주미 역의 서정연은 드라마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셋째이자 우아진의 남편 안재석 역의 정상훈은 뻔뻔하면서도 밉지 않은 코믹 연기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살리며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강남 상류층의 특권의식이 잘 드러났던 브런치 모임의 멤버들과 그 남편들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도도한 카리스마를 뽐냈던 차기옥 역의 유서진은 진짜 강남 사모님이라 해도 믿을 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또, 오경희 역의 정다혜는 차기옥의 남편 장성수(송영규)와 불륜을 저지르는 '밉상'을 연기했지만, 참담한 가정폭력의 현실을 보여주는 등 내면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사람이 벌인 파스타 난투극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자유분방한 캐릭터인 김효주를 연기한 이희진도 제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송영규는 돈을 잘 버는 성형외과 원장 장성수 역을 맡아 아내인 차기옥과 내연녀 정다혜 사이를 오가는 불륜 연기를 펼쳤는데, 그의  뻔뻔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뒷목을 여러 번 잡게 했다. 김효주의 남편 서문탁 역을 맡은 김법래는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맞바람을 용인하는 부부의 모습은 경악스럽기도 했는데, 상류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설정이라 더욱 씁쓸했다. 프로골퍼 출신으로 아내인 오경희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김봉식 역의 채동현도 정형적이지 않은 연기로 주목받았다.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서 대표 역의 전수경, 오풍속 역의 소희정, 천방순 역의 황효은 등도 캐릭터 속에 그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쏟아부어 신스틸러로서 활약했다. 또, 풍숙정에 모여 자신이 일하는 집의 상류층에 대한 뒷담화를 쏟아내는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렇듯 단순히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로 인상적인 조연들이 많았던 까닭은 역시 백미경 작가의 세심함 덕분이다. 그는 '조연'을 단순히 '주연'을 위해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만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백미경 작가가 한 언론과 했던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가 참 괜찮은, 아니 그 이상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에 대해 '그 정도의 관심'을 기울이는 건 자연스러우면서 당연한 책임감일 것이다. <품위있는 그녀>가 '막장'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백 작가의 책임감과 그 대본을 받아든 모든 배우들의 책임감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앞으로 백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훨씬 더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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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名不虛傳) :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이 날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


'대한민국 드라마의 역사는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가장 완벽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던 tvN <비밀의 숲>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전작이 받았던 경이로운 찬사와 뜨거운 사랑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텐데, tvN <명불허전>은 우려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바통 터치에 성공했다. 시청자들도 마음속이 허전하던 차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법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나 만족하는 눈치다. 첫회 2.715%에 불과했던 시청률은 2회에서 3.995%로 급등했다. 과연 <명불허전>은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명불허전>은 조선시대를 왕복하는 메디활극이다. 그러니까 그 지겨운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tvN <시그널> 이후 타임슬립 드라마가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터라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쌓여있었기 때문에 우려가 상존했던 게 사실이다. KBS2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의 경우에는 2.2%까지 곤두박질치며, 역대 드라마 최저 시청률 5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 않던가. 그러나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만듦새'에 있고, '잘 만들면 재미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명불허전>은 (아직까진) 증명해 냈다.

 

 

 

 

"태의 허임은 평소 신의 기술을 가진 자로 일컬어져 평생 구하고 살린 사람이 손으로 다 헤아릴 수 없다. 그간 죽어가던 사람도 일으키는 효험을 많이 거두어 명성을 일세에 날렸으니, 침가(針家)들이 추대하여 으뜸으로 삼았다." 『침구경험방』의 발문(이경석) 중에서 


<명불허전>은 '침술의 대가' 허임(김남길)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소환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런데 왜 굳이 허임이었을까. 우선, 허임은 '조선 최고의 명의'라 일컬어지는 허준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한 인물이다. 허준의 경우에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이 다뤄졌고, 이미 확고한 이미지가 맺혀져 있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임의 경우는 흰 도화지나 다름 없었다. 다시 말해 그리는 대로 그려지게 돼 있었다. 


MBC '여왕의 교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아니다.)는 허임을 두 얼굴을 지닌 이중적인 캐릭터로 묘사했다. 그는 조선 최고의 침술 실력을 갖췄지만, 천출이라는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혜민서 최말단 참봉의원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허임은 좌절하기보다,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는다. 낮에는 백성들을 치료해주는 의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몰래 고관대작들을 찾아가 치료하고 돈을 챙기는 것이다. 출세를 못할 바에야 돈이라도 많이 벌자는 속물적인 인물인 것이다. 

 

 

 

 

 


작가가 아무리 캐릭터를 잘 만들었다고 해도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텐데, 아마도 김남길은 허임 역에 최적의 배우였던 모양이다.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과 장난기가 공존하는데, 그 다양한 얼굴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허임이라는 양면적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김남길은 MBC <선덕여왕>, SBS <나쁜남자>, KBS2 <상어> 그리고 영화 <판도라>, <어느날>을 통해 단단히 다져왔던 자신의 연기 내공을 마음껏 발휘하는 듯 하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남길은 "저 밖에는 이곳에 올 기력조차 없는 위중한 병자들이 참으로 많사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후 시간은 양보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며 성인군자와 같은 표정을 짓다가도, "‘조선 최고 의원님’이라는 말도 한 두 번이지, 너 같으면 지겹겠냐 안 지겹겠냐. 너 돈 있냐. 나도 낮에 그만큼 침을 놨으면 밤에는 딴 짓 좀 해야하지 않겠냐."며 180도 다른 얼굴을 만들어 버린다. 그뿐인가, 조선시대에서 갑자기 2017년으로 넘어와 겪게 되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노련함마저 갖췄다. 발군의 연기력이다.

 

 

한편, 허임과 함께 드라마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최연경(김아중)은 신혜병원 흉부외과 펠로우로 현대의학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인물이다. 그 이유는 할아버지 혜민한의원 원장 최천술(윤주상)과 어머니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최연경은 누구보다 프로페서널한 의사다. 학업이 우수하고, 실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수술에도 적극적이다. 환자에 대한 책임감 역시 강하다. 자신의 환자는 절대 죽이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다. 걸크러시한 매력을 발산하고, 차가운 외면을 지녔지만, 한편으로는 상처와 비밀로 가득한 인물이다.


'프로페셔널'과 가장 어울리는 배우를 꼽는다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김아중이다. 그는 SBS <싸인>(2011), <펀치>(2014), <원티드>(2016)를 통해 '장르물의 여왕'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법의학자, 검사, 배우 등 전문직을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더니 이번엔 의사까지 능수능란하게 연기해낸다. 말썽을 피우는 환자를 향해 "네가 병원에 온 이상, 그리고 내 환자가 된 이상 널 살려야 하는 게 내 의무고 책임이야. 그러니까 내가 너 꼭 살려."라며 거침없이 말하는 최연경 역을 연기하는 데 김아중은 최적의 배우임에 틀림없다. 

 

 

 

 

 

좋은 작품과 매력적인 캐릭터만 골라내는 김아중의 선구안은 가히 명불허전이다. 물론 그의 탄탄한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말짱 도루묵'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아중은 눈빛과 시선, 그리고 발성과 발음 등 배우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을 모두 장착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그에게 빨려들어가게 된다. <명불허전>까지 '성공'하게 된다면, 김아중이라는 배우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으로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마 초반에 조성해둔 반짝반짝하는 흐름을 잘 이끌어 가야 한다. 


한의학을 바탕으로 하는 허임과 현대 의학을 추구하는 최연경, 과거와 현재의 두 사람의 첫만남은 분명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설정과 캐릭터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앞으로 두 인물이 만들어 나가는 좌충우돌 스토리가 얼마나 쫄깃하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명불허전>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본방 사수'를 외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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