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28

제대로 터진 <도깨비>, 성장한 김은숙의 마법이 시작됐다

"은 나와라 뚝딱! 금 나와라 뚝딱!" 맙소사, 그 도깨비가 그 도깨비? 그, 렇, 다. tvN (이하 도깨비)의 주인공 도깨비 김신(공유)은 우리네 민간신앙의 초자연적 존재이자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그 도깨비가 맞다. 또, '매우 상스러운 갓'을 쓴 저승사자(이동욱)는 인간이 죽으면 저승으로 데려가는 그 저승사자가 맞다. 무려 5년을 준비했기 때문일까. 전통 샤머니즘의 과감한 재해석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토속적인 소재들을 세련되게 살린 감각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소름이 돋을 정도다. 명불허전. 김은숙 작가의 준비는 헛되지 않았고, 세월은 '숙성'의 열매를 맺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뜬금없는' 전개와 작위적인 유행어 제조의 야욕("애기야 가자", "~하는 걸로", "나 너 좋아하냐?", "~이지 ..

TV + 연예 2016.12.09

김기덕 감독이<판도라>를 '필요한 영화'라고 한 까닭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영화 로 제37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은 현실이 을 이겨버린 상황"이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현실이 영화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어버린 상황, 사람들은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작년 이맘때, 정경언 유착을 밀도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을 지금에서 본다면 우리는 '시나리오가 좀 약하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2월 7일 개봉한 영화 는 매우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개봉한 셈이다. 는 지진 발생에 이은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재난 영화'다. 예고 없이(사실 예고와 징후는 숱하게 있었다. 단지 외면하고 회피하고 은폐했..

버락킴의 극장 2016.12.08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4. 몽마르트르, 낭만과 사랑이 숨쉬는 그곳

"뭐야, 왜 계단이 끝이 없어?" '거리'가 돋보이는 몽마트르트(Montmartre) 지역을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고, 그 첫걸음은 '아베쎄(Abbesses) 역'에서 시작된다. 아베쎄 역은 깊이가 무려 30m나 되는데, 파리의 지하철 역 가운데 가장 깊다. 계단을 따라 그림과 사진 등이 장식돼 있으므로 구경을 하며 천천히 올라가는 것도 좋은 '운동(?)'이 될 것이다. 사실 끝이 쉽사리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당신의 숨을 헐떡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자. 그럴 바엔 파리에서 가장 큰 엘리베이터(총 정원 100명)를 타고 지상으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아르누보(Are nouveau,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 양식의 지하철 역 입구를 중심으로 아베쎄 ..

<K팝스타6-더 라스트 찬스>, 그들이 마지막을 맞이하는 방법

박수칠 때 떠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미련'은 생각보다 질기고, 억척스럽게 얽혀든다. 잠깐 프로야구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달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39)과 LG 트윈스의 이병규(42)가 은퇴를 발표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두 선수는 등 떠밀리듯 자신의 선수 인생을 마무리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의 퇴장치곤 씁쓸하고 서글펐다. 그렇다고 팀의 입장에서 노장 선수들을 무조건 배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팀의 리빌딩 등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타자' 이승엽(40)은 지난 2015년 팀과 2년 계약을 맺으면서 2017년 시즌이 끝나면 은퇴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석민(NC), 채태인(넥센), 최형우(KIA) 등 주축 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가면서 삼성의 입장에..

TV + 연예 2016.12.06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61)

그때 나를 내리친 것이 빗자루방망이였을까 손바닥이었을까 손바닥에서 묻어나던 절망이었을까. 나는 방구석에 쓰레받기처럼 처박혀 울고 있었다. 창밖은 어두워져갔고 불을 켤 생각도 없이 우리는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침침한 방의 침묵은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느껴져 하마터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을 뻔했다. 그러나 마른번개처럼 머리 위로 지나간 숱한 손바닥에서 어머니를 보았다면, 마음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들었다면, 나는 그때 너무 자라버린 것일까. 이제 누구도 때려주지 않는 나이가 되어 밤길에 서서 스스로 뺨을 쳐볼 때가 있다. 내 안의 어머니를 너무 많이 맞게 했다. - 나희덕, 「너무 많이」 -

엄지원과 공효진이 만난 <미씽: 사라진 여자>가 특별한 이유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의 시나리오에서 '엄마' 역할을 제외시켰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없어진 자식을 찾는 엄마는 너무나도 강하다. 약점이 없는 주인공이 나오면 영화가 성립이 안 된다." 모성(母性)의 위대함은 '인간'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을 간단히 뛰어넘어버린다. 그래서 그 힘은 초인적이고, 심지어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섣불리 끝을 잴 수 없고, 애시당초 깊이를 알 수 없다. 한계가 없다. 그걸 간파했던 봉 감독은 를 통해 '모성'을 따로 다루는데, 김혜자가 구현한 '마더'는 '엄마'라기보다는 '어미'에 가깝다. 그밖에 '모성'을 이야기한 영화로 김윤진이 주연을 맡았던 를 빼놓을 수 없다.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한 엄마의 사투가 강렬히 표현됐는데, 과감함 ..

버락킴의 극장 2016.12.04

<내게 남은 48시간>, 아쉬움보다 가치가 돋보이는 새로운 예능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더 정확히는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그래서 그 누구로부터도 배울 수 없는 무언가는 공포스럽다. 일생에 한번은 꼭 맞닥뜨려야 하고, 그러나 그것이 '언제'일지 알 수 없는, 그리하여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과정이자 결과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장황스러운 말을 거두고, 그 대상을 명확히 하자면 그건 '죽음'이다.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때 '회피'하고 '외면'한다. 죽음은 그리 다뤄져왔다. '금기(禁忌)'처럼 말이다.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 사유해선 안 되는 개념이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낳은 기피 현상은 단지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EBS 다큐프라임 죽음』(EBS 를 활자로 엮은 책)은 죽음의 예측불가능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을 두려..

TV + 연예 2016.12.03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김여진 · 김제동 · 허지웅이 '답'을 제시했다

"국민이 고분고분하면 국가가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 진중권의 투철한(?) 국가관을 잘 보여주는 한 문장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지나치게 고분고분했다. 때문에 국가의 버르장머리는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상투를 잡힌 지 오래다. 대통령은 비리를 주도했고, 부정(不正)과 불법(不法)의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꼭대기에서 세심히 관장했다. 참담한 상황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진 국민들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11월 12일, 무려 100만 명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촛불을 들었다. 1987년 6월 10일, 전두환의 호헌(護憲)이라는 기만을 깨부수고, 직선제(直選制)를 쟁취했던 민주화 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광화문에 운집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바람이 불면 꺼진..

TV + 연예 2016.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