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뒤의 풍경은 왜 아름다운 건지 계속 궁금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어떤 영화들은 관객을 수다스럽게 만든다. 자꾸만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든다. 주인공에 대해서, 혹은 영화의 여러가지 부분들에 대해서, 어쩌면 반전에 대해서. 한편, 어떤 영화들은 관객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마치 태풍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남은 고요한 '청명(淸明)함'처럼. 같은 영화는 후자에 속한다. 말을 잃게 만든다. 끊임없이 '침잠'하게 만든다.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났지만, 글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이제야 겨우 몇 마디를 지어내본다.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첫머리에 쓴 구절이라고 한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