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근현대사를 들춰보는 건 참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역사의 굴곡을 살펴보고 있자면 심리적인 괴로움이 몰려 온다. 마음 둘 곳이 없다. 느긋하게 쉬어갈 틈이 없다. 쇠락(衰落)의 기운과 함께 절망이 흐르고, 눈물과 분노가 솟구친다. 그 안에서 발버둥치는 인물들의 삶이 안쓰럽기만 하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그 가운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이자 잊힌 이름 덕혜옹주(德惠翁主, 1912년 5월 25일 ~ 1989년 4월 21일)가 있다. 고종이 환갑의 나이에 얻은 고명딸(아들 많은 집의 외딸)인 덕혜옹주는 황실에서 태어났기에 그 존재 자체가 '정치적 도구'로 기능한다. 일제와 친인파들은 덕혜옹주를 이용해 자신들의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자 하고, 그 정치 게임 속에서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