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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라는 이름의 치트키, 트로트의 중흥을 이끌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9. 11. 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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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침체가 거론된 지 제법 오래 됐다. 소비층이 고령화되면서 적극적인 소비가 줄어들었고, 수요가 감소하자 방송에서 트로트를 듣게 되는 기회마저 사라졌다. 음원 사이트의 순위, 음악 프로그램의 가수 구성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대중 음악을 소비하는 핵심 연령층은 10대와 20대이고, 트로트는 대중 음악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었다.

올해 초에 방영된 TV조선 <미스트롯>은 그 흐름을 바꾼 프로그램이었다. 트르트에 오디션을 가미해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최고 시청률이 18.114%에 달했을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 트로트의 재부흥을 이끌어냈다. 특히 송가인이라는 스타를 발굴해 냈는데,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존속시켰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이처럼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지지를 받는 송가인이라는 치트키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로트의 중흥기가 도래했다고 보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었다. 송가인 개인의 인기가 폭발적인 것이지 트로트 자체의 인기가 올라갔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트로트계에 새로운 (어쩌면 더욱 강력한) 치트키가 등장했다. 바로 트로트 신인 가수 '유산슬'이다.


유재석을 드럼 신동으로 만들어 기어코 독주회까지 열었던 MBC <놀면 뭐하니?>가 이번엔 유재석을 트로트 영재로 키워냈다. '위플래쉬'를 통해 대중가요계의 대단합을 이끌어냈다면 '뽕포유'는 트로트계의 저력을 발휘하게 하고 있다. 던트로트를 주말 저녁 황금 시간대로 가져온 김태호 PD의 기백에 화답하기 위해 트로트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뽕포유'는 트로트계의 자존심을 건 프로젝트로 진화했다. 작곡의 신 '박토벤' 박현우, 편곡의 신 '정차르트' 정경천, 작사의 신 이건우 등 대가들이 참여해 '합정역 5번 출구'를 탄생시켰고, 김이나 작사가, 조영수 작곡가 등은 고속도로 뽕짝 '사랑의 재개발'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태진아, 진성, 김연자, 박상철, 박현빈, 홍진영 등이 물심양면 유산슬의 성공을 도왔다.

('위플래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뽕포유' 프로젝트가 물 흐르듯 원만히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역시 유재석의 힘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유재석이 아니라면 김태호 PD 역시 섣부르게 '무모한 도전'에 나설 수 없었을 테고, 트로트계 역시 지금과 같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결국 유재석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가 만들어 낸 효과인 셈이다.


우리 시대에 유재석은 특별한 이름이다. 오랜 무명 생활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반전'을 증명한 이름이고, 20년 넘는 기간동안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정상을 지켜 온 '성실함'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도전'을 상징하고, 성공의 단맛에 취해 변질되지 않는 '한결같음'을 보여준 극소수의 이름이기도 하다.

맡은 일을 무한한 노력으로 끝내 해내고야 말기에, 적어도 비겁하게 회피함으로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에 그의 행보에 사람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김태호 PD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유재석이라는 치트키를 활용하는 최적의 방법도 완벽히 터득하고 있다. 유재석이라면 '트로트'도 가능하리라는 걸, 유재석이라는 트로트계가 발벗고 나설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결국 유재석은 유산슬이 됐고, 정말 트로트 가수가 됐다. <놀면 뭐하니?>는 유산슬의 데뷔 무대가 되는 동시에 트로트 중흥의 베이스 캠프가 됐다. 그리고 살짝 언급됐다시피 송가인과의 듀엣의 성시 여부도 관건이다. <놀면 뭐하니?>는 송가인과 유재석이라는 두 명의 치트키를 보유할 수 있을까? 주말 황금 시간대를 제공함으로써 트로트의 확실한 부활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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