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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스러웠던 '안녕하세요', 성추행은 장난도 스킨십도 아니다

너의길을가라 2019. 1. 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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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과 '스킨십'은 가치중립적이다.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이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그 둘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 혹은 누군가가 '장난기가 많다'고 말할 때, 그건 마치 성격이 좋다는 의미로 들린다. 또, 스킨십의 경우에는 인간 관계에 있어 권장해야 할 테크닉으로 이해되고, 여러 맥락에 자연스럽게 활용돼 무한히 '확대'하고 '강화'해야 마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스킨십이 많으면 사랑이 넘치는 거라나?


그렇다면 장난과 스킨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상대방이 좋아해야 한다는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든, 부모 사이든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규칙이다. 물론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명쾌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수용치가 다르고, 관계의 점성에 따라 허용치가 다르기 마련이다. 하나의 기준을 정해 일관되게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즉시 멈추면 되니까.



지난 14일 방송된 KBS2 <안녕하세요> 396회에는 '가족의 고통을 즐기는 남편'의 사연이 소개됐다. 자신이 입었던 팬티를 아들의 얼굴에 뒤집어 씌우고, 퇴근 후 하루종일 신었던 양말을 벗어 딸의 얼굴에 비비는 아빠, 그는 자신의 행동을 '장난'이라고 말한다. 또, 수영장에 아이를 집어 던지고, 발버둥치는 아이를 건져낸 후 재미있지 않냐며 낄낄댄다. 그런가 하면 아이가 우는 모습이 귀엽다며 일부러 화를 내며 공포감이 들도록 만든다. 


사연의 주인공인 아내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아빠의 '악행'을 마저 꺼내놓았다. 너무 충격적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의 아빠는 아이의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힘으로 제압하고 무릎으로 배를 누른 후, 아이의 온몸에 뽀뽀 세례를 하는 '장난'을 하면서 더 나아가 아이의 성기에도 뽀뽀를 한다고 한다. 아이는 분명히 싫다는 의사표현을 했지만, 아빠는 계속해서 장난일 뿐이라 항변한다. 


"내 새끼인데 왜! 내가 우리 아들 사랑해서 뽀뽀하고 그러는 건데 뭐가 문젠데!"


이건 명백한 추행(醜行)이고, 형법상 강제추행에 해당되는 범죄행위다. 아동학대를 적용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아빠는 아이들의 항의를 완력으로 묵살했고, 그저 사랑에서 비롯된 장난이라며 가볍게 웃어 넘겼다. 아내가 문제를 제기하자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가친척이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아들의 바지를 훌렁 벗겨 놓고서 '자랑을 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미친' 장난의 대상은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아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가슴을 만지고, 바지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진다고 한다. 신동엽은 듣다 못해 "거의 짐승 수준"이라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은 마트나 동물원 등 바깥에 있을 때도 아내의 가슴을 기분나쁘게 툭 치고서 "별 거 없네. 왜 이렇게 작아."라며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남편의 변명은 "내 마누라인데 어때, 넌 내 거야."였다고 한다. 


(이미 한참 전에 선을 넘었지만) 이쯤되면 '장난'의 영역이 아니다. 상대방은 괴로움을 표출했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당장 멈춰야 한다. 이건 상식적인 반응이다. 그저 철이 없다고 여겨야 하는 걸까? 임신 7개월의 아내가 밤중에 한기를 느껴 보일러를 틀어달라고 하는데도 귀찮다며 방치했다는 대목에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아내는 기침 감기를 심하게 앓아 7개월 만에 양수가 터져 자궁 치료약 주사를 맞아야 했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는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고 한다. 처방약을 먹고 잠이 쏟아져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남편은 자기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옆에 있다가 들어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렇듯 남편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면서 사과를 하기보다 아내의 잘못을 지적하며 자신의 합리화하기 바쁘다. 말로는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가 하는 행동들은 말과 정반대였다. 


<안녕하세요>는 웃음을 좇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다보니 심각한 수준의 사연들도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다. MC들과 게스트들은 적당히 진지해야 하고, 따끔하게 충고를 하면서도 웃음기를 유지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고민은 해결돼야 한다. 이번에도 남편은 어영부영 사과를 하며 달라지겠다고 선언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겠다던 남편이 그 짧은 시간 안에 달라질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사연의 주인공은 그 와중에도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말의 진실 여부를 떠나 저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아내의 심리 상태가 너무 안타깝다. <안녕하세요>를 시청하고 나면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 저들이 다시 끔찍한 현실 속으로 돌아갈 것이기 뻔하기 때문이다.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다. 부디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폭력과 무례를 합리화 하는 남편이 정신을 차리기를..! 그저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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