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공효진이 만든 현실공포, 후반에는 과유불급이었던 '도어락'

너의길을가라 2018. 12. 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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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은 현재 1,189,291명(14일 기준)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인 16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경민(공효진)은 연말만 되면 재계약을 걱정하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그래도 실적이 괜찮은 편이 아니라 정규직 채용을 꿈꿔 보지만, 현실은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적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경민은 소형 오피스텔만 옮겨다니고 있다. 아파트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피스텔이 1인 가구 시대에 적합한 주거지임에 틀림없지만, 권장할 만한 거주 형태는 결코 아니다. 그만큼 불안 요소가 많다. 


아무래도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보안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민은 빨래걸이에 남자 옷을 걸어두고, 현관에는 남자 구두가 보이게끔 놓아둔다. 남자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여자 혼자 사는 집'으로 인식될 경우, 범죄에 쉽사리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위험도를 낮추려는 심리를 남자들이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해답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믿을 건, 좀처럼 믿음이 가지 않는 경비원들과 도어락뿐이다. 생각해보면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분을 확인할 수도 없는 경비원들에게 안전을 맡겨야 한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무작정 신뢰해야 할까? 도어락은 또 어떤가. 비밀번호를 조합하면 누구에게나 쉽게 열리는 도어락은 보안에 매우 취약하다. 경민은 매일마다 열려 있는 도어락 덮개와 지문으로 뒤덮인 키패드를 볼 때마다 두려움에 잠긴다. 



퇴근 후 잠을 청하는 경민,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도어락의 키패드를 누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손잡이를 마구 흔들어 댄다. 경민은 공포감에 휩싸여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수없이 비슷한 신고를 겪은 경찰은 섣불리 '주취자'일 거라 속단한다. 물론 정말 집을 착각한 술에 취한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집안에서 경민이 느꼈을 두려움은 상상 그 이상이고, 경찰의 무신경하고 고압적인 태도는 되레 경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누군가 나의 집에 침입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자 경민은 모든 것이 두렵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빠른 속도로 뒤따라오는 남자에 몸이 움츠러들고, 늦은 밤 엘리베이터에 모르는 남자와 단둘이 타게 됐을 때 공포감이 엄습한다. 누군가는 과잉 공포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경민은 스스로 과잉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자신을 지켜야만 했다. 그런데 경민의 그것이 정말 호들갑이었을까? 


공효진과 스릴러.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섬뜩했다. 그동안 스릴러(혹은 공포) 영화들이 안 그래도 큰 눈을 가진 배우들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는 놀란 표정을 요구하고, 데시벨을 측정할 수 없는 고음의 비명을 지르도록 하는 안이한 연출을 해왔다면, <도어락>은 공효진을 통해 상황과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연기를 통해 공포를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공효진은 현실적인 연기를 통해 관객들이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효진만이 지닌 특유의 무기력한 얼굴이 경민이라는 소극적인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져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가 배가된다. 실제로 압도적인 공포를 마주했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계속된 경민의 무력한 대응은 사실적일뿐더러 설득력이 있다. 공효진은 그 부분을 영리하게 잘 그려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오피스텔, 편의점 등 일상의 풍경 속에 공포를 직조해 넣음으로써 관객에게 '현실 공포'를 불러 일으키며 분위기를 잡아 나갔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자극적인 설정에 맥없이 영화의 운명을 맡겨 버렸다. 빠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신감이 없었던 걸까. 오히려 뒷부분은 과감히 덜어냈다면 훨씬 더 깔끔한 영화가 됐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공포감도 극대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긴장감을 이끌어내야 할 범죄 용의자들의 캐릭터 설정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의심스러워 오히려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거나 아예 뜬금없이 공개되는 식이다. 공간에 불어넣은 현실감이 작위적인 캐릭터들로 인해 공중분해 되는 느낌이다. <도어락>은 '현실 공포'라는 테마를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던지며 주목을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과유불급이 생각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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