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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고의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진화 중이다.

너의길을가라 2018. 12. 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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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골목상권을 되살리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2018년 1월 5일 '거리 심폐소생 프로젝트'라는 호기로운 기치(旗幟)를 내걸고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나라님'도 두손 두발 다 들어버린 골목상권 구제를 한낱 예능 프로그램이 무슨 수로 해낸단 말인가.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럼에도 <골목식당>이 자신만만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백종원 때문이었을 게다.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둔 백종원은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SBS <백종원의 3대천왕>, tvN <집밥 백선생>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어느덧 백종원은 프로그램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 정도의 스타가 돼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소유진의 남편'으로 인식됐던 그가 소유진을 '백종원의 아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백종원은 이미 사회적 현상이었다. 


백종원의 대중적 인기와 (국내 최대 외식 전문 프랜차이즈 더본코리아의 대표라는) 직업적 전문성은 <골목식당>의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거기에 솔루션 과정에서 통해 백종원의 '인간적인 신뢰감'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거칠 게 없어졌다. 백종원은 '신계(神界)'에 이르렀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골목식당>의 기본 골자인 만큼 다분히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돌파구는 '백종원의 진정성'이었다. 



프로그램만 놓고 보자면,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보아의 합류(3월 중순)로 안정감을 띠기 시작했다. 김성주는 깔끔한 진행으로 기여했고, 조보아는 '맛없슐랭'과 '서빙 천재'라는 별명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골목식당>의 또 다른 재미로 자리잡았다. 본래 금요일에 방송되던 <골목식당>은 수요일로 방송 시간대를 변경한 후 또 한번 도약했다. 


MBC <라디오 스타>, JTBC <한끼줍쇼> 등과 경쟁 체제를 만들었던 <골목식당>은 '포방터 시장' 편을 계기로 평균 5~6%를 오가던 시청률이 8.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까지 치솟으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게다가 비드라마 부문 TV 화제성(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4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2018년 최고의 예능으로 꼽는데 주저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는 외식업을 하기가 너무 쉽지만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자영업을 시작할 분들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이나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골목식당>에 놀랄 수밖에 없는 건, 한낱 예능에 불과한 이 프로그램이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파장의 크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송이 끝난 후 이슈가 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골목식당>은 '요식업의 교과서'처럼 인식되고 있다. 장사를 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손님들을 대할 때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메뉴 선정이나 가격 책정은 어찌해야 하는지 세세한 부분에까지 가르쳐주고 있다.



섣불리 요식업에 발을 들인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훌륭한 교본이 되고 있을 뿐더러 장사를 쉽게 생각했던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엄중한 경고 장치가 돼 주었다. 또, 소비자의 입장에선 '좋은 식당'을 판별할 수 있는 선구안을 키워줬다. 적어도 '위생'에 관해서만큼은 국민 전부가 전문가가 됐으니, 그것만으로도 <골목식당>의 성과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골목식당>을 통해 일종의 발언권을 획득한 백종원은 국정감사 자리에 나가 '자영업을 시작할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골목식당>의 역할이 커지고, 백종원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커질수록 자영업(특히 요식업)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차원의 대안들이 절실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골목식당>의 메시지는 뚜렷하고 명징하다. 


"내가 진짜 왜 미친 듯이 이러는지 알아? 돌아 갈까봐 그래. 원래대로. 이러면 돌아간다니까. 출발했으면 끝이야. 당신이 뭘 했든 무슨 잘못을 했든. 엄마에게 철없는 짓을 했든.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는 거잖아 지금. 진심으로 마음이 나가야 되는 거야 밖으로. 과거로부터 탈출해서 나가야 되는 거야." 



잘 나가는 <골목식당>의 가장 큰 적은 내부(제작진)에 있다. 과도한 개입을 통해 자극적인 '드라마'를 의도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대전-청년구단' 편에서 막걸릿집 사장님과 막걸리 맛을 맞히는 장면에서 '악마의 편집'을 한 부분이나 '홍탁집 아들'의 섭외 등이 그러하다. 설령 그것이 제작진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 할지라도, 백종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그 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백종원의 인간미와 진정성을 통해 일시적으로 그 상황들을 타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양상이 장기화되거나 시스템화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백종원은 요식업 전문가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은 출연자 섭외에 좀더 신중해야 하고, 그후에는 편집에 만전을 기할 의무가 있다. 방송의 파급력이 훨씬 더 커진 만큼 손에 쥔 양날의 검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럼에도 <골목식당>의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 12일 방송에서 3회에 솔루션을 받았던 공덕동 주꾸미집 사장님을 폽방터 주꾸미 형제들에게 연결시켜 준 대목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출연자들끼리의 도움을 주고받는 장면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경쟁자로만 인식했던 자영업자들 간의 연대의 장을 마련한 것이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백종원이 없는 <골목식당>, 다시 말해서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았던 이들이 또 다른 백종원이 돼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8년 한 해동안 가장 논쟁적이었던 <골목식당>은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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