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술 마시고 자고 간다는 시누이, 이것도 혹시 설정 아닌가요?

너의길을가라 2018. 8. 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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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라고 하기 이전에 남편을 위주로 하고! 너가 솔직하게 말을 하니까 엄마도 내숭 떨 필요는 없잖아.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야. 내 새끼를 위해서 신경 써달라고."


시어머니의 방문 소식에 회사에서 급히 돌아온 며느리(소이)가 애써 밥상을 차렸다. 맛있게 식사를 하던 시어머니가 "야! 너는.."이라며 시동을 건다. 말투가 벌써 공격적이다. 벌써부터 불안불안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들어봤더니 "(음식의 간을) 윤우 위주로 하냐, 네 신랑 위주로 하냐?"는 어이없는 타박이다. 다시 말해서 왜 '내가 사랑하는 아들 위주로 음식을 하지 않느냐?'는 시집살이인 셈이다.


방송은 그런 시어머니를 '돌직구', '카리스마'로 포장했다. 시어머니 역시 '내숭 떨지 않겠다'면서 자신은 솔직한 거라 말한다. 며느리는 "어머니가 딱 말해주시니까 저도 할 말 딱 하고 좋아요."라며 호응한다. 소위 '뒤끝 없다'는 사람들의 배려없음과 무례함은 솔직함과 쿨함으로 어물쩍 넘어갔다. 남편(최현준)은 뭘하고 있었냐고? 멀뚱하니 등갈비를 뜯어먹고 앉아 있다. 시어머니에 맞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아내가 안쓰럽긴 했을까?



"오늘 이쪽에 모임이 있었어. 그래가지고.. 술도 한잔했고 가기 좀 뭐해서 왔어. 이해하지?"


역대급 시어머니에 이어 이번에는 시누이가 등장했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8회에는 난타 배우 고창환과 일본인 아내 시즈카가 새롭게 출연했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모여 있던 부부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고창환은 웃으며 통화를 하더니 시즈카에게 누이가 집으로 온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것도 그냥 잠깐 들르는 게 아니라 친구 만나러 왔다가 늦을 것 같아서 자고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고창환은 태연한 표정으로 "상관없지 않나?"라고 말했고, 시즈카의 얼굴은 굳어갔다. 고심에 빠진 시즈카는 "몇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라고 물었고, 고창환은 "늦으면 자고 있다가.."라고 속 편한 소리를 한다. "어떻게 내가 잘 수가 있어!" 시즈카는 사전에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일을 결정하는 남편의 태도가 마뜩지 않다. 밤 늦게 도착한 시누이는 "이해하지?"라는 답이 정해진 질문을 던지고 집안의 규칙은 와르르 깨져버렸다.



여전히 '이상한 나라'는 계속되고 있었다. 며느리를 '야!', '너!'라고 부르는 시어머니의 몰상식한 언행은 보기에 매우 불편했고, 당연히 남편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며느리를 구박하는 것도 짜증스러웠다. 또, 술을 마신 채 다짜고짜 찾아와 이해를 요구하는 시누이의 행태도 어이없었다. 가족끼리 그럴 수도 있다는 남편의 말에 아내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송에 '몰입'이 되지 않았다. 이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 예능'으로서의 '리얼함'을 상실했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김재욱-박세미 부부가 SNS에 올린 글이 결정타였다. 김재욱과 박세미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악마의 편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송에 일정한 콘셉트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자신들은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우리 집만 악랄한 집안을 만드는구나 다정한 집안 섭외 감사합니다!!! 촬영을 그만두었기에 이러시는지..좀만 유하게 만들어줘도 제가 묵묵부답 고구마 남편이 되지 않았을텐데" (김재욱)


"나 챙겨주는 부분 온 가족이 날 도와주는 부분, 다 빼고 편집하면 우리 시부모님은 날 안 챙겨주시는 분 #악마의 편집 그게 바로 #편집의 힘" (박세미)


물론 김재욱-박세미 부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고지곧대로 믿을 생각은 없다. 방송에서 보여졌던 모습이 완전히 거짓이라고 보긴 어렵다. 김재욱의 고구마스러운 행동들이 분명 있었고, 방송 중에 박세미가 흘린 눈물은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 사실적이었다. 또, 박세미는 패널로 출연했음에도 방송 내용에 대해 딱히 변명이나 해명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시어머니가 출연을 해야 방송이 성립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콘셉트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측에서 어느 정도 설정을 제시했다는 의혹은 분명 따지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마치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김재욱-박세미 부부의 불만을 제기했고, 그 바통을 이어받아 시청자들 역시 강한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제작진 측은 묵묵무답이다. 



축구 중계를 이유로 결방을 하고 돌아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새로운 출연자들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일종의 재정비를 한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반론도, 해명도, 사과도 없었다.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방송의 성립을 위해 일정한 설정이 불가피하다면 제작진의 개입이 어느 정도까지였는지 밝히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이번 주 방송을 보면서도 시청자들은 '대본이 아니냐', '쇼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시선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좀더 강하게 말씀을 해주세요. 손주보다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 콘셉이니까요.", "시어머니는 많이 등장했으니까 시누이가 나오면 그림이 새로울 것 같아요. 술을 마시고 무작정 찾아오는 설정으로 할게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이런 수준이 아니라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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