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공작>이 증명했다. 관객들은 여전히 황정민에 목마르다

너의길을가라 2018. 8. 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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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는 황정민밖에 없냐?’ 


또, 황정민이 해냈다! <공작>(감독 윤종빈·제작 영화사 월광)의 상승세가 무섭다. <신과 함께-인과 연>의 기세에 눌러 있던 <공작>은 개봉 6일 만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은 232만 2644명. <공작>은 1990년대 중반 안기부가 주도했던 북파 공작의 민낯을 그린 첩보물이다. ‘흑금성’은 암호명인데, 안기부의 밀명을 받고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북한의 고위층과 접촉했던 스파이로 실존인물이다. 



<공작>이 흥행에 시동을 걸면서 ‘한국영화에는 황정민밖에 없냐?’는 말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언뜻 칭찬처럼 들린다. 그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니까. 그러나 저 말에는 노골적인 불만이 섞여 있다. ‘왜 이렇게 자주 나오느냐?’라는 불평, 실상 야유에 가깝다. 사실일까? 절반은 그렇다. 황정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쉼없이 일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황정민은 한 해도 쉬지 않았다.


이처럼 황정민이 꾸준히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건 맞지만, ‘영화판에 황정민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잦은 출연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보다 훨씬 다작을 한 배우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황정민에게 <공작>은 <군함도>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왜 ‘황정민 피로감’을 호소하는가? ‘또, 황정민이야?’라는 선입견이 생긴 건 2014년~2016년 무렵으로 짐작된다. 



황정민은 2014년 겨울 개봉한 <국제시장>으로 천만 관객(14,262,766명)을 돌파하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흥행배우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 후 찬란한 ‘황정민 전성시대’가 펼쳐지는데, 그는 2015년에 <베테랑>으로 또 한번 천만 관객(13,414,200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같은 해 <히말라야>(7,759,761명)도 흥행에 성공하며 관객들에게 황정민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주마가편이라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2016년에는 그가 출연한 영화가 무려 3편이나 개봉했다. <검사외전>(9,707,581명)부터 <곡성>(6,879,989명), <아수라>(2,594,420명)까지 영화 관객의 입장에선 ‘또, 황정민이야?’라는 말이 나올 법 했다. 그나마 망했던(?) 영화가 250만 명의 <아수라>였던 점을 고려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영화관에서 황정민을 피해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출연 빈도 때문이었을까? (솔직히 좀 심하긴 했다.) 그렇지만 ‘또, 황정민이야?’라는 볼멘소리의 원인이 단지 그것뿐일까? 어쩌면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어진 ‘황정민표 연기(휴머니즘 혹은 눈물을 짜내는 신파)’에 대한 식상함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 실제로 황정민에게는 연기톤이 매번 반복된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익숙해지면 당연히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어쩌면 황정민은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개봉일은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이른바 ‘황정민표 연기’도 <국제시장>과 <히말라야>를 제외하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군함도>의 경우, 부성애가 강조되는 신파적 요소가 있었으나 그가 연기한 이강옥은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 당한 후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간사한 캐릭터로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


<아수라>에서는 정경유착의 끝판왕인 악덕 시장인 박성배를 통해 악역의 진수를 선보였다. 소름이 돋는 살벌한 연기였다. 외지인인 무속인 일광을 연기했던 <곡성>에서 황정민은 실제로 접신을 한 듯한 놀라운 연기를 펼쳐 보였다. 황정민만이 할 수 있는 몰입도 높은 연기였다. 이처럼 황정민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꾸준히 변신을 꿰했다. 그 작품들이 죄다 흥행했던 건 관객들의 인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공작>의 황정민도 마찬가지다. 그는 실존인물인 북파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극중 배역 이름은 박석영)를 연기했는데, 특유의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빠르게 인지시킨다. <공작>은 정치적인 요소가 짙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이지만, 황정민이라는 ‘익숙함’이 관객과 영화의 거리감을 대폭 줄여 놓는다. 관객들은 무리없이 <공작>의 ‘공작’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상하게도 그가 연기하는 배역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와닿는다. 그 현실감이야말로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가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가졌다는 사실 말이다. 씁쓸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짊어지고 1년 만에 돌아온 황정민, ‘한국영화에는 황정민밖에 없냐?’는 비난은 온당할까? 오히려 꾸준히 관객들을 찾아오는 그의 성실함을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본업인 연기에 집중하기보다 광고를 찍는 데 급급한 ‘CF 배우’들에 비해 황정민의 행보는 얼마나 칭찬할 만한가? 오히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격려하고 북돋아줘야 하지 않을까? 황정민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금의 열정을 잃지 않길 바란다. 여전히 충무로와 관객들은 황정민이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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