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까지 다 하시네요?"


남편 제이블랙은 아내 마리보다 일찍 일어난다. 간단히 씻고 나서 곧바로 주방으로 직행해 아침을 준비한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MC들은 "(남편이) 음식을 하시네요?",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라며 의아해 한다. 그러나 마리는 담담히 말한다. "평소예요." 제이블랙은 마리가 좋아하는 차돌박이를 하면서 신이 나 있다. 아내가 자신이 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해진 것이다. 


한편, 마리는 해가 중천에 떴을 때에야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 노래를 듣고 있다. 그리고 음식이 다 준비됐을 무렵 거실로 나온다. "공주님이 깨셨어요~" 제이블랙은 마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마리가 가스레인지 근처로 다가오자 "위험해, 위험해."라며 접근을 막는다. 제이블랙은 차돌박이에 마리가 좋아하는 고수를 듬뿍 넣고, 서둘러 상을 차린 후 마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가 끝난 후, 제이블랙은 자연스럽게 설거지까지 하기 시작한다. MC 이지혜는 이 장면이 낯선 모양이다. '주방일은 아내의 몫인데, 설거지는 아내가 하겠지'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모양이다. 마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렇게 일상적인 집안일은 신랑이 해주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을 뒤집어서 정리하고 반찬을 만들어 놓고 하는 건 제가 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가 행복한 방법으로, 이 부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진짜 시댁 갈 때 저거 입고 가요?"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며느리'들은 마리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보라색 레게 머리의 비주얼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일반적 기준에서 단정하지 않아 보이는) 주황색 원피스를 입고 시댁에 간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마리는 시어머니와의 통화도 그리 어려워하지 않고, 시어머니가 주방에 들어간 뒤에도 거실에서 편안하게 다과를 즐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런 마리를 '상상 그 이상의 며느리'라 이름 붙여 놓았다.


지난 27일 정규 편성 후 첫 방송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제이블랙-마리 부부를 통해 새로운 토론의 장을 열어젖혔다. 그 토론의 주제는 통념(通念)과 고정관념이었다. '왜 대개 짐은 여자가 쌀까?', '왜 집안일은 아내의 몫인 걸까?', '왜 며느리는 시댁에만 가면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일까?', '왜 며느리는 시댁에 갈 때 단정한 옷차림을 해야 하는가?', '왜 시댁에 연락하는 건 며느리 몫일까?'



우리가 질문 없이, 당연히 받아들였던 관념들이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생각들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들어왔던, 혹은 익히 봐왔던 풍경들이다. 그래서 마음 속에 굳어버려 더 이상 변하지 않는, 바꿀 수 없는 사고방식이었다. 세상은 점차 변하고 있지만, 아직 강고한 최면같이 뿌리내린 '시댁'이라는 세계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갈등은 누적되고 상처가 곪아가고 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긴 어려운 법이다.


제이블랙-마리 부부의 일상이 민지영-김형균 부부와 김재욱-박세미 부부의 중간에 배치되자 그 차이가 확연히 보였다. 김재욱은 "사람들이 아빠보고 고구마래! 답답하다고"라며 자책했지만, 아직까지 그가 왜 '고구마'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깨달은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김형균도 파일럿 방송의 말미에서 '좀더 도와줘야 했는데'라며 반성했지만, 여전히 가사 노동을 아내의 몫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제이블랙-마리 부부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그들은 서로 존댓말을 쓰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 서로의 취미 생활을 존중해 줬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쩌면 예민할 부분일 수 있는 가사 노동에 있어서도 성숙한 태도를 보여줬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황과 조건에 맞게 집안일을 분담했다. 통념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 이상적인 부부였다.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부부들의 눈에 제이블랙과 마리의 일상은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왜 제이블랙-마리라는 '이상한 부부'를 부각시켜 보여준 것일까. 답을 찾긴 어렵지 않았다. 시댁에 도착한 마리의 행동, 마리를 대하는 시부모들의 태도에 그 답이 있었다. 마리의 방석은 '가시방석'이 아니었다. 결국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부부'였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편의 역할은 무엇이고, 아내의 역할은 무엇이다'와 같은 성고정관념, '며느리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통념,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제이블랙-마리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 부부 관계가 이상적으로 정립되니 '이상한 나라'도 존재하지 않았고, '며느리'로서의 고충도 없었다. 제이블랙-마리 부부야말로 우리 세대들이 원하는 새로운 이상향이자 끝없이 찾아헤맸던 하나의 답이 아닐까?


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