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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과 무엇이 달랐을까. 박진희의 최자혜에 만족하셨나요?

너의길을가라 2018. 2. 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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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SBS <리턴>이 여러가지 의미에서 제2막을 맞이했다. 첫 번째 의미는 이야기 흐름의 변화다. 우선, 제멋대로 날뛰던 상류층 망나니들(악벤저스)들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또, 사분오열(四分五裂)됐다. 태석(신성록)은 학수(손종학)의 살인 용의자로 몰려 독고영(이진욱)에게 현행범 체포됐다. 학범(봉태규)은 죽은 병기의 문자를 받고, 병기의 시신을 묻었던 곳으로 갔다가 인호(박기웅)에게 발각됐다. 


그런가 하면, 최자혜(박진희)의 정체도 밝혀졌다. 병기가 묻힌 곳을 파헤쳐 휴대전화를 꺼낸 것도 그였다. 예상대로 최자혜는 이 모든 사건의 배후였다. 또, 10년 전 김정수(오대환)의 동생 김수현 성폭행 사건의 배석 판사(재판에서,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들 중 재판장 이외의 판사)였다. 또, 온몸의 화상 흉터는 그가 죽음의 위기를 겪었었다는 걸 암시했다. 물론 그 상처는 저 상류층 망나니들과 관계가 있을 게 분명하다. 


결국 최자혜가 드라마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쯤에서 두 번째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전국민이 알게 된 <리턴> 제작진과 고현정과의 의견 충돌로 고현정은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그 빈자리를 박진희가 채우게 됐다. 아무래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박진희가 최자혜 역을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맞춰져 있었을 것이다. 과연 고현정 → 박진희으로의 변화는 어땠을까. 시청자들은 만족했을까?



물론 지난 16회 마지막 장면에서 박진희가 잠깐 등장하긴 했었다. 일부 기사들은 '박진희의 눈빛에 카리스마가 넘쳤다'며 칭찬을 쏟아냈지만, 본격적인 출연은 아니었기에 섣부른 감이 있었다. 여전히 기대감과 우려감이 교차했다. 17, 18회를 통해 박진희의 연기를 확인했고, '이질감'과 '아쉬움'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질감은 당연한 결과(이자 겪어야 할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쉬움은 어찌할 도리가 업었다.


박진희는 고현정의 최자혜를 연기했다. 의뭉스러운 표정과 말투를 고스란히 가져왔고, 고현정 특유의 대사를 끊어 읽는 방식도 빌려왔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고현정 따라하기'에 가까웠다. 박진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고현정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가 존재하고, 시청자들은 여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갑자기 캐릭터를 완전히 뒤바꾸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변화는 외양(外樣)에 있었다. 박진희는 화려한 명품 옷과 짙은 화장으로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그런데 이 부분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다. 애초에 최자혜라는 캐릭터는 30대 후반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흙수저 출신이고, 판사로 임용됐으나 곧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현정은 화장기 없고, 수더분한 옷차림으로 최자혜를 표현했었다. 



박진희는 고현정의 그림자를 좇으면서도 고현정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캐릭터의 연속성을 지키면서 변화의 지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분명 연착륙은 아니었다. 숏커트로의 변신은 복수를 위한 독한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명품을 두른 건 캐릭터의 파괴에 가까웠다. 시종일관 강렬한 눈빛을 보여줬고, 도도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줬다. 그러나 고현정 특유의 카리스마를 잊게 만들진 못했다. 


박진희는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니다. 자신만의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온 관록 있는 연기자다.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준수한 활약을 펼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고현정의 빈자리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차라리 처음부터 최자혜 역을 맡았다면 모르겠지만, 고현정의 아우라가 버젓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그의 분투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고현정의 최자혜와 박진희의 최자혜, 그 사이의 간극엔 무엇이 있을까. 박진희는 고현정의 최자혜를 연기했다. 달라진 건 무엇일까? 좀더 앙칼진 목소리와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눈빛이었을까? 안타깝게도 기억에 나남는 건 최자혜가 걸쳤던 명품 옷뿐이었다. 제작진이 바랐던 '최자혜'가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최자혜가 무엇인지와는 별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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