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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흑기사>가 빠진 늪, 샤론만 돋보여서 곤란해

너의길을가라 2018. 1. 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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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KBS2 <흑기사>가 날벼락을 맞았다. 지난 8회(12월 28일)에서 13.2%(닐슨 코리아 기준)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9회는 9.2%로 무려 4%가 떨어져 나갔다. 시청률 경쟁이 도토리 키재기로 전락한 요즘, 이런 큰 폭의 변화는 이례적이다. 여전히(혹은 간신히)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지만, 상승세가 확실히 꺾인 모양새다. 반면, 지난 한 주를 몽땅 쉬고 돌아온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9.095%까지 올라섰다. 두 드라마의 시청률 차이는 0.105%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가 내일까지 이어진다면 역전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흑기사>의 갑작스러운 시청률 하락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외부'에서 이유를 찾아보자. 아무래도 지난 주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완성도를 위해 휴방을 결정했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흑기사>의 시청률 점프는 경쟁작인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휴방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완전한 설명이 된다고 볼 순 없다. 그 이전부터 <흑기사>가 꾸준한 상승 곡선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자릿수로 떨어진 시청률은 '내부'의 문제를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흑기사>는 판타지와 타임슬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그 본질은 '로맨스' 드라마다.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이 온갖 역경을 딛고 완성되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인 셈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역경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샤론(서지혜)이다. 세 사람의 삼각 관계는 <흑기사>라는 드라마의 추동력이(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여자 주인공보다 조연, 그러니까 샤론의 존재감(과 분량)이 더 커져 버린 것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김래원 무게를 잡아주며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였다면, 그 이후에는 서지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서지혜는 감탄을 자아내는 미모와 매력, 그리고 성숙한 연기로 '미워할 수 없는 악녀' 샤론이라는 캐릭터를 100% 소화해 냈다. 샤론은 주인공들의 사랑을 훼방놓는 악역이지만, 귀여움과 허당끼를 갖춰 기존의 악역과는 달리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서지혜는 샤론으로 완벽히 빙의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장백희(장미희)와의 콤비는 극의 코믹함을 더해주기도 했다. 


이런 기묘한 역전 관계는 드라마의 비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해라의 경우 '흑기사' 문수호의 사랑을 받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역할이 없다. 캐릭터 면에서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샤론은 자신의 사랑(집착)을 이루기 위해 본격적인 마수를 드러내고 있다. 정해라와 문수호로 변신을 하기도 하고, 정해라의 전 남자친구인 최지훈(김현준)을 끌어들여 사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사실상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이야기의 진전 없이 샤론의 질투만 계속되는 상황은 조금씩 피로감을 자아내고 있다. 결국 이 분위기라면 샤론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이야기와 따로 노는 듯한 주인공들의 로맨스도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소다. 마치 다른 두 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김래원은 여전히 '멋짐'과 '달달함'을 연기하고 있지만, 신세경과의 케미가 완벽하다곤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서지혜와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게다가 중간중간 삽입되는 과거들은 불필요해 보일 정도다. 흐름을 갉아 먹는다. 


잘 나가는 듯 보였던 <흑기사>의 시청률 하락은 결국 드라마가 갖고 있는 '힘'의 부족을 의미한다. 아무리 조연들의 활약이 뛰어나다고 해도, 주연의 이야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드라마는 힘있게 뻗어갈 수 없다. '흑기사'라는 식상한 설정에도 신선한 전개를 통해 주목 받았던 <흑기사>였지만, 지금에 와선 배우들의 번뜩이는 개인기만 남아 버렸다. 초반부에 이미 할 이야기를 다 했고,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줘 급격히 쇠락한 느낌이랄까. 더 이상 <흑기사>에게 '추동력'이 존재할지 의문이다. 파격적인 키스신으로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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