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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멤버 돋보였던 <알쓸신잡2>가 알려준 배움을 향한 태도

너의길을가라 2017. 10. 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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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빈자리는 최소화 됐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2>(이하 <알쓸신잡 2>)가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6.61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준수한 시청률도 긍정적이었지만(<알쓸신잡 1>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6.543%이었다.), 무엇보다 김영하 소설가, 정재승 박사와 배턴 터치를 하고 합류한 새로운 멤버들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다는 점이 낙관적이다


시즌 1에서 기존 멤버들이 워낙 좋은 '합'을 만들어냈던 터라 (불가피한) 멤버 교체에 대해 우려가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롭게 합류한 유현준 건축가(홍익대 건축대학 교수)와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 플랑크 사회인지신경과학 박사)는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염려를 기대로 바꿔 놓았다. 제작진은 시즌 2를 시작하면서 첫 여행지로 경상북도 '안동'을 선택했는데, 이는 새로운 멤버가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이라는 필살기를 머릿속에 탑재하고 있는 '21세기의 제사장'인 과학자들은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정재승 박사가 그러했듯, 장동선 뇌과학자는 온갖 논문과 연구 결과를 나열하며 순식간에 '제사장'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건축가에게 '장소'는 꽤나 중요하다. 물론 어느 곳이든 건축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건축학적 지식을 좀더 수월하게 쏟아낼 수 있는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병산서원, 소수서원을 비롯해 고택(古宅)들이 살아 숨쉬는 안동은 바로 최적의 장소였다. 


유현준 건축가는 화경당(북촌댁)에 들어오자마자 건축 자재인 보의 두께와 나무들의 반듯함을 보고 부의 정도를 알아차렸다. 또, 한옥의 처마 끝이 올라가 있는 이유가 아름다움을 추구했기 때문이 아니라 젖은 나무를 말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위도에 따라 햇볕이 드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처마가 올라가는 정도가 다르다는 부연 설명에선 듣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건축'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합류가 가져온 흥미롭고 즐거운 지적유희였다.  



이처럼 새로운 멤버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알쓸신잡 2>의 지난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배움에 대한 태도'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겠지만, 프로그램 초반과 후반 두 번에 걸쳐 등장해 마치 <알쓸신잡2>의 주제의식처럼 느껴졌다. 장동선 뇌과학자가 다른 교수들과 달리 후학을 너그럽게 도와주는 정재승 교수에 대해 칭찬을 하자, 유시민 작가는 『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의 저자인 프리먼 다이슨(미국의 물리학자)을 언급하며, 그가 20여 년간 제자와 독자들이 보낸 온갖 질문에 대답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장동선 뇌과학자가 다시 말을 이어받았는데, 그는 "과학은 틀렸음을 인정하는 자세를 처음부터 배워야 해요. 다른 분야에서 대가의 이론이 있으면 항상 반증이 가능한 게 아닌데, 과학의 경우는 증거가 반대로 나오면 언제라도 내 의견이 달랐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진리를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은 알 수 없다'부터 시작한다는 부분에 있어서 공부하면서 겸손함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아요."라며 배움에 대한 태도에 대해 언급했고, 이 말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처음 만나면서부터 견문이 좁은 제가 박식한 그대에게 도움받은 것이 많습니다." (이황)

"평생을 우러르며 그리워했는데 함께 논하고픈 생각이 구름처럼 쌓이고 말았습니다." (기대승)


'배움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언급하는 대목은 후반에서 다시 반복된다. 바로 이황 선생과 젊은 학자 기대승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였다. 이황과 기대승, 두 사람은 인간의 본성인 '사단칠정(四端七情)'을 놓고 8년에 걸쳐 4번을 만나고 120통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까닭은 당대 최고의 학자였던 이황이 무명의 청년, 무려 26살이나 어렸던 기대승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였다는 데 있다. 


황교익의 말처럼 이황과 기대승의 논쟁에서 그 내용은 (지금에 와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사단으로부터 칠정이 비롯됐든, 사단이 칠정의 부분집합이든 그것이 우리에게 무어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러나 두 사람이 보여줬던 양상과 관계, 다시 말해서 나이와 지위를 뛰어넘어 '배움'을 대하는 태도는 시대를 뛰어넘어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그건 조선시대의 경직도에 비하진 못하겠지만, 여전히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도 나이와 지위가 다른 것들에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알쓸신잡2>는 배움을 향한 열린 자세와 틀림을 인정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이미 사회적 지위를 획득한 '아재'들의 수다를 보여주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 배움과 공부에 관해 '과학의 애티튜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신선하다. 현실의 아재들과 다르게 <알쓸신잡2>(시즌 1도 마찬가지다)의 아재들이 불편하지 않은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다. 나이와 지위가 아니라 이야기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경청한다는 점 말이다. <알쓸신잡2> 속 깨알지식뿐만 아니라 잡학박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큰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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