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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2>는 결혼 장려 프로그램이 아니다

너의길을가라 2017. 10. 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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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래희망은 현모양처였어. 근데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게 뭐냐면, 나는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알콩달콩 이러고 싶었던 거지. 그 어린 나이에는 결혼을 하면 따라오는 현실들을 몰랐던 거지." (MBN <비행소녀> 7회 방송 중 조미령의 말)


결혼이 필수였던 시대가 지나지고, 결혼이 선택인 시대가 오고 있다. 너무 단정적인 것 아니냐고? 2016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만 13세 이상 국민 3만 8,600명 대상)에 따르면, '결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1.9%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추세'일 텐데, 결혼은 필수라는 생각은 2010년 64.7%, 2012년 62.7%, 2014년 56.8%에 이어 2016년엔 51.9%로 지속적이고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은 42.9%로 증가세다. 이쯤되면 단정적인 어조를 사용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실제로 결혼(혼인)도 줄어들고 있다. 2016년 혼인 건수는 28만 1600건이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2만 1000건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여성의 달라진 결혼관'이 자리잡고 있다. 남성(56.3%)보다 여성(47.5%)이 결혼의 필요성을 덜 느끼고 있었다. 대상을 '미혼 여성'으로 특정한 조사('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의 결과는 더욱 또렷하다. '결혼을 원한다'는 대답은 고작 31.0%에 불과(미혼 남성의 경우는 42.9%)했다. 추세는 2010년 46.8%, 2012년 43.3%, 2014년 38.7%로 역시 감소세였다.



이미 만혼(晩婚)이 일반적인 추세가 되고, 비혼(非婚)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한켠에선 '혼전 동거'를 의미하는 '결혼 인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전히 결혼을 '연애의 완성' 혹은 '인생의 필수 코스'라 여기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거와 달리 '결혼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영역에도 '다양성'이 스며들어 '개인의 선택'이 좀더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TV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MBN <비행소녀>는 비혼(非婚)을 선택한 여성 배우의 일상을 관찰한다. 조미령은 "결혼에 대한 현실을 몰랐다"며 "커 가면서 보게 되는 결혼의 현실은 꿈꾸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채영은 "결혼하지 않아도 즐겁게 잘 살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한편, '생존'에 내몰린 청년들에겐 선택권조차 없다. 그들에게 '결혼'은 사치스러운 일에 지나지 않는다.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두 주인공 남세희(이민기)와 윤지호(정소민)는 애정이 아닌 필요에 의해 '계약 결혼'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tvN <신혼일기2>처럼 진짜 (연예인) 부부가 출연해 자신들의 깨가 쏟아지는 신혼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구혜선 - 안재현 부부(시즌 1), 장윤주 - 정승민 부부에 이어 오상진 - 김소영 부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결혼한 지 100일밖에 되지 않은 신혼 부부답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꿀 떨어지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달콤하게 만들었다. '육아의 피로'가 강조됐던 장윤주 편과 달리 '신혼의 달달함'이 부각되자 시청자 반응도 부드러워졌다. 


일부 언론은 몇 걸음 더 나아가서 '결혼장려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 없는' 기사를 쓰기도 한다. 물론 오상진 - 김소영 부부가 보여주는 신혼 생활은 충분히 예쁘다. 심지어 귀감이 되기까지 한다. 저렇게 사랑하고, 저렇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고, 서로를 아끼고 보듬으면서 말이다. 요리와 청소 등 가사 노동을 함께 하고,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줄 긋듯 가르지 않는다. 취향과 취미가 달라도 억지로 맞춰려하기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지켜본다.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다보니, 오상진이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하면 정말 좋다"며 결혼을 장려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시청자들이 신혼의 달콤함이 가득한 <신혼일기2>를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신혼일기2>는 결혼장려 프로그램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신혼'은 길고 긴 결혼 생활에서 '예외적' 상황에 가깝다. '신혼이니까 그렇지, 뭐.', '신혼 때는 우리도 그랬다'는 반응이 많은 건 단순히 시기와 질투 때문이 아니다.


게다가 <신혼일기2>에서 '신혼'은 일상이 제거된 '판타지'에 가깝다. 그들은 현재 강원도 인제라는 비일상적인 공간에 잠시 머물고 있고, 그들에겐 장윤주 - 정승민 부부와 달리 시달릴 '육아'가 없다. 그뿐인가. 부부 간의 불화를 조장하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인 '시월드'도 없다. 오상진 - 김소영 부부는 오로지 두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마련돼 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다. 물론 두 사람의 성품이 온화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애가 목적이 될 순 없지. 너랑 나랑 결혼해서 사는 게 더 먼저지."라고 말하는 오상진 같은 감동스러운 남편이 어디 흔하겠는가. EBS <까칠남녀>에 출연해 "결혼했는데 나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이기적"이라 주장하는 황현희가 좀더 보편적인 남성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피규어를 만드는 남편의 취미에 어떻게든 공감을 해주려 애쓰는 아내가 그리 흔하겠는가. 육아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없고, 가사 노동으로 인한 피로가 없는 '결혼' 생활이라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담고 있기에 <신혼일기2>는 결혼장려 프로그램이라 할 수 없다. 그리 '읽는다면' 그건 사기에 가깝다. 오히려 <신혼일기2>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 반대, 즉 '더욱 신중하게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라고 본다. 어쩌면 결혼을 하면 따라오는 현실들만 없다면,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한 두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됐든 한 가지는 분명히 하자. 결혼은 결코 '감히' 누군가에게 장려할 만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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