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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 넘은 <소사이어티 게임2>, 탈락에도 예의와 명분이 필요하다

너의길을가라 2017. 10. 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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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동 : 전원 투표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장동민(개그맨), 줄리엔 강(방송인), 고우리(연기자), 정인영(방송인), 학진(연기자), 김회길(피트니스 모델), 유리(모델), 박현석(대학원생), 캐스퍼(래퍼)이준석(정당인), 김하늘(외국 변호사)


마동 : 소수 권력에 의한 독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이천수(전 축구선수), 조준호(유도 코치), 손태호(취업 준비생), 권민석(MMA 선수), 알파고(기자), 구새봄(방송인), 유승옥(모델), 김광진(전 국회의원), 엠제이 킴(MMA 선수), 박광재(연기자)정은아(대학생)


어느덧 <소사이어티 게임2>도 중반을 넘어섰다. 1차 주민교환을 통해 소속 사회를 바꿨던 엠제이 킴과 김하늘이 차례로 탈락했고,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던 박광재도 탈락했다. 줄리엔 강과 대적할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유일한 인물이었던 박광재의 (이른) 탈락은 의외였고, 이는 마동을 내부적으로 뒤흔들었다. 비록 박광재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리더 손태호의 독단적인 판단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예상을 벗어난 결정을 내리는 리더의 존재는 주민들 모두에게 불안 요소였다.


결국 손태호는 '패배 후에는 리더를 바꾼다'는 마동의 기존 원칙과 마동 내에서 배척된 정은아와 가깝다는 이유 때문에 리더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2차 주민 이동을 앞둔 시점에서 높동으로 '탈출'하고 싶어하는 정은아의 존재는 마동의 큰그림과 어긋났고, 탈락자 선정이라는 큰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손태호가 정은아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자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지 모르겠다. 역시 마동의 실질적인 리더 이천수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야말로 진짜 이유가 아닐까.



마동과 마찬가지로 높동도 그 사회의 성격을 점차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높동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원만한 분위기를 이어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연합'이라는 암초가 서서히 사회를 갉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마동에서 높동으로 함께 넘어온 고우리, 정인영, 학진은 처음부터 공고한 연합을 구성했고, 이들은 다수결이 원칙인 높동에서 '3표'를 형성하며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보여준) 이들의 능력치가 파이널 맴버로서의 경쟁력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높동의 또 다른 연합인 장동민과 줄리엔 강은 상대적으로 높은 능력치를 가졌음에도 이 세 명의 연합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물론 고우리, 정인영, 학진이 보여주고 있는 생존 방식은 비교적 약자들이 서바이벌 시스템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교과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이 흥미롭긴 하지만, 우승을 위해서 최강자를 가려내야 하는 상황에서 높동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때문에 김회길은 학진에게 "정치하지 말자"고 요구했지만, 그 말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소사이어티 게임 나와서 그냥 한국이랑 미국이랑 문화가 다르다는 걸 느꼈던 거 같아요. 조그마한 사회니까 실제에서는 뭐 어떤 사람이 절 싫어한다고 제가 뭐 굽히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7회 탈락자는 마동의 정은아였다. '개밥 사건(박광재와 조준호가 강아지가 먹는 소고기 파우더를 김치찌개에 넣어 정은아가 이에 항의했던 사건)' 이후 절대권력 이천수의 눈밖에 났던 정은아였기에 그의 탈락 자체는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정은아는 수식 등 두뇌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음에도 자유분방한 미국 사회에서 성장했던 터라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유교적 문화가 짙은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경직된 마동의 분위기를 못 견뎌 했고, 2차 주민교환을 앞두고 자신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챌린지에서 패배하며 탈락자가 필요했던 마동은 정은아를 희생양으로 삼았는데, 이에 반발심이 생긴 정은아는 마동이 획득했던 파이널 챌린지에 대한 힌트를 쪽지에 적어 높동에게 넘겼다. 일종의 '이적(利敵) 행위'를 한 셈이다. 이로써 마동은 높동에 대한 우위를 잃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 또한 자업자득이기에 정은아를 탓할 필요는 없다. 이전부터 마동은 탈락자에 대한 예의가 결여된 사회였다. 



1차 주민교환을 통해 높동으로 보냈던 김하늘도 마찬가지였다. 이천수와 대립 관계였던 그는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높동으로 가게 됐다. 당연히 마동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반면, 높동에서 마동으로 옮겨갔던 엠제이 킴은 끝까지 높동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자신이 알고 있는 힌트를 말하지 않은 채 원형 마을을 떠났다. 충분한 설명과 함께 눈물로 자신을 보냈던 높동에 대한 신의를 저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을 걱정해 챌린지 중에도 장갑을 챙겨주는 기존의 팀원들을 어찌 배신할 수 있었겠는가.

 

<소사이어티 게임2>에서 패배 후의 탈락자 선정은 필수적인 절차다. 누군가는 탈락자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탈락자에게 '명분'을 만들어주고, 그 마음을 달래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함께 동고동락했던 주민에 대한 예의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네가 탈락자로 선정됐지만, 우승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는 명분을 얻을 때 탈락자는 기꺼이 떠날 수 있다. 비록 그 탈락의 실질적인 이유가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정은아의 탈락 과정에서 보여준 마동의 태도는 철저한 '배척'이었고, 이는 최악 중의 최악이라 할 만 했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정은아의 이적 행위는 그 맥락에서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비난의 표적은 구성원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한 경직된 사회를 향해야 마땅하다. 이처럼 <소사이어티 게임2>는 탈락에도 예의와 명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는 단지 원형마을이라는 자그마한 사회에만 국한된 명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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