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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혁 · 천우희의 <아르곤>, 언론의 적폐 청산을 원하는 시대와 만나다

너의길을가라 2017. 9. 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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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곤 : 원자번호 18번의 원소.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며, 비활성 기체중 공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무색 · 무취 · 무미의 기체.

 

"좋은 보도 기대할게요."


HBC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 '아르곤'의 미드타운 붕괴 사고와 관련한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자리. 미드타운의 미심쩍은 인허가 미스터리와 '직접적'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국토부 차관은 앵커 김백진(김주혁)에게 '좋은 보도를 기대하겠다'고 넌지시 말한다. 좋은 보도라.. 그렇다, 누구나 '좋은 보도'를 기대한다. 거기엔 생략된 부분이 숨겨져 있는데, 바로 '나한테' 또는 '우리 측에'일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좋은 보도'란 필요치 않다. 그저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도가 요구될 뿐이다.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극본 전영신 주원규 신하은 연출 이윤정)은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오직 팩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열정적인 언론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려낸 드라마'다. 그 중심에 HBC의 간판 앵커이자 탐사보도팀 아르곤의 수장 김백진이 있다. 언론인으로서 그의 자존심은 '팩트'다. 오로지 사실에 기반한 정직한 보도를 추구한다. 수익을 고려한 회사의 압박, '좋은 보도'를 기대하는 외압으로부터 흔들림없이 그 가치를 지켜 왔다. 그것이 김백진의 자부심이다. 

 

 


"경찰 확인 없는 반쪽 특종 빨아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어."

보도국장 유명호(이승준)의 HBC의 '뉴스9'은 미드타운 붕괴 사고를 보도하면서 그 책임을 모두 주강호 현장소장에게 떠넘겼다. 주 소장이 공사 관리에 부실했고, 붕괴가 발생했을 당시 대피방송도 하지 않고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혼자 탈출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자극적인' 보도에 시청률은 뛰어 올랐고, 여론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주강호 현장소장은 순식간에 '악'의 상징이 됐고, 그의 가족들은 죄인이 됐다. 급기야 분노한 유가족들이 던진 계란을 맞는 등 폭행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한편, '아르곤'과 김백진은 섣부른 '마녀사냥'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근원적인 의문을 품고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뉴스9'의 '팩트 없는' 특종 보도를 받아쓰기하지 않고, 자사 보도에 반론을 제기했다. 김백진은 계약직 기자 이연화(천우희)가 현장 소장이 수 차례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는 내용의 문서를 찾아오자 이를 보도한다. 이 소식을 들은 '뉴스9'의 유명호와 그의 팀원들은 '아르곤'의 보도를 막기 위해 생방송 뉴스가 진행되고 있는 데스크에 들어와 몸싸움을 벌인다.


결국 주강호 현장소장의 시신이 지하 2층 무너진 비상 계단에서 발견됐다는 속보가 전해지고, 그가 현장에서 도망친 비겁자가 아니라 실종 아동인 양빛나를 구하기 위해 끌어안은 채 죽음을 맞은 의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된다. '팩트'에 근거한 '정직한' 보도를 했음에도 김백진과 '아르곤'은 위기에 처한다. 회사 측은 일관성 없는 보도로 방송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오히려 질책을 했는데, 그 진짜 이유는 '아군끼리 난사 금지'라는 금기를 어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배신자'로 낙인 찍힌 것이다.

 

 

"이건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희 팀이 살아남는 법에 대한 이야기야. 정말 아르곤의 존속을 원했다면 너는 명호처럼 머리를 조아렸어야 해, 임마. 넌 유 국장이 천하의 기회주의자, 쓰레기로만 보이지? 착각하지 마라. 그렇게 살아남아서 길게 보도하는 거, 그것도 기자야."


'아르곤'은 제작비가 절반으로 삭감될 처지에 놓였고, 계약직 스태프들의 목숨까지 경각에 달했다. 김백진은 '연맹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뉴스9'의 앵커인 선배 최근화(이경영)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최근화는 "회사가 진짜 원하는 거, 사장은 아르곤의 DNA를 바꾸고 싶어 해. 겁 없이 사장 건드리는 애들, 껍데기는 두고 알맹이만 싹 다 바꾸고 싶단 얘기야. 얼굴마담인 김백진, 너만 두고 전부 다."라고 알려주며, 김백진에게 미드타운 붕괴 사고와 관련한 후속 보도를 멈출 것을 조언한다. 


김백진은 '아르곤'의 수장으로서 자신의 식구들을 살리기 위해 그 딜을 받아들이고자 했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을 찾아온 육혜리(박희본), 엄민호(심지호), 허종태(조현철), 오승용(지윤호), 박남규(지일주), 이진희(박민하) 등 팀원들이 자신들이 잘려도 좋으니 제대로 보도해 달라고 요구하자 마음을 바꿔 미드타운 인허가 과정의 비리를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이연화에게 해당 사건의 취재를 계속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둘만의 비밀로 두기로 한다. 앞으로 까칠하지만 빈틈없는 김백진과 겁없이 달려드는 이연화의 팀플레이가 기대된다.

 


첫회 시청률 2.5%를 기록했던 <아르곤>은 2회 2.869%로 상승 기류를 타며 tvN 월화드라마 부활을 알렸다. 웰메이드 드라마의 기본인 대본의 쫄깃함이 전제된 상태에서 미드를 연상케 하는 연출이 돋보여 한층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김주혁과 천우희를 비롯한 배우들의 캐릭터 분석이 선명하고, 연기력도 뒷받침되고 있어 몰입이 수월하다. 김주혁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통해 담백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의 연기는 <아그곤>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천우희는 파업 참여로 해고된 기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특별 채용돼 '용병' 취급을 받는 천덕꾸러기지만, 남다른 기자 정신을 갖고 있는 기자 역을 물흐르듯 연기해냈다. KBS와 MBC의 구성원들이 공영방송 재건을 위해 적폐(積弊)인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간 시점에 올바른 언론, 바람직한 언론인을 다루는 <아르곤>이 던지는 질문들은 무겁게 우리의 가슴을 파고든다. '아르곤'은 산소가 다른 물질을 산화시키지 못하도록 막는 안정적인 기체라고 한다. 이제야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아르곤>인지 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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