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견뎌볼게요"


지난 3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오랜만에 돌아온 '무한뉴스'로 꾸려졌는데, 멤버들의 근황에서부터 이효리와 NBA 최고의 스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출연 예고 등 다양한 소식들로 채워졌다. 뒤이어 박명수의 최고층 빌딩 외벽 청소와 하하의 마포구 보안관 에피스도가 이어졌고, 피날레는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 씨의 '방송 데뷔'가 장식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지난 방송을 요약하자면, '롯데월드타워' 홍보로 시작해서 '한수민' 홍보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민망하고, 불편했다. 


혹자들은 예능에 '의미' 따위를 두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무한도전>이 그리 호락호락한 프로그램이었던가. 김태호 PD가 그리 허술한 사람이었던가. 63빌딩의 경우에는 '극한알바'라는 명분이 있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리스펙트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 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도대체 왜 박명수는 '롯데월드타워'에 올라야 했는가. 과거에 그가 내뱉은 말 때문이라기엔 너무 궁색하지 않은가. 



게다가 하하의 마포구 보안관 에피소드는 뜬금없이 '한수민 소환'으로 연결됐다. 마포결찰서 홍보대사가 된 하하는 도보 순찰을 나섰고, 아내인 별이 노래방에서 가무를 즐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재밌게 놀다가 들어가'라며 아내의 '사생활'을 존중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배부른 것이었다. 하하는 별을 찾아 그가 있는 노래방을 급습했다. 의미를 찾기 힘들었던 '노래방 습격'의 비밀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그 자리에 별과 함께 박명수의 아내 한수민이 있는 게 포착된 것이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박명수는 당황했고, 멤버들은 그 모습을 보며 놀려댔다. 하하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자며 자연스럽게 한수민을 박명수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고, 이로써 극적인(?) 부부상봉이 이뤄지게 됐다. 시청자들은 난데없이 박명수 · 한수민 부부의 '아침 방송'을 지켜봐야 했다. 이쯤되면 '롯데월드타워'의 안정성을 알리는 '홍보'를 위해 가장 담력이 센 박명수를 올려보냈던 제작진의 '박명수 달래기 카드'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토록 염원했던 방송 데뷔를 <무한도전>을 통해 이뤘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예능'은 '웃음'을 전제로 한다. 또한,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한도전> 제작진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롯데월드타워' 외벽 청소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가? 또, 한수민을 비롯해 멤버들의 '가족'을 출연시키는 선택은 웃음을 위한 절박한 결정이었는가? "셀럽 한수민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무한도전>의 역할인가? 물론 군데군데 '웃음'이 섞여들긴 했지만, 그 뒤에 남는 씁쓸함은 여운이 제법 길게 남았다. 


당장 "국민방송이 개인방송으로"라는 비판적인 댓글이 붙었다. 모르긴 몰라도 '사유화(私有化)'라는 개념은 최근 들어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가장 분노케 했던 단어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유화라는 말은 사유(私有)할 수 없는 것 혹은 사유해서는 안 되는 것을 '사사로이 소유'하려 드는 행위를 뜻한다. 가령, '권력'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이미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권력의 사유화'를 뼈저리게 경험했고, 이를 '촛불'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하지 않았던가.



▶ 황금소나무 : 지들끼리 좋아함. 전혀 공감이 안 감. 무도 이런식이면 곤란함.

▶ 오뚜기 : 무도 팬 이지만 이거는 쫌 그러네. 방송인이 되기 참 쉽네. 짜고 찍으니깐..

▶ 행복한 비명 : 무한도전의 컨셉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무한도전팬으로써 멤버들끼리 가족들끼리 친한 건 잘 알겠지만 시청자는 연예인의 가족들에 대해 별로 안 궁금합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며 함께 '성장'해 왔던 <무한도전>은 그 개념이 가장 뚜렷하게 '이입'되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지난 방송에 대해 언론은 '무한도전' 박명수 아내 한수민, 준비된 방송인이었네요', '[어제TV]'무한도전' 초토화 시킨 부부, 사랑꾼 박명수♥셀럽 한수민', '[TV톡톡] '무도' 신인 셀럽 한수민, 부부가요제도 나와줘요 제발'라며 오글거리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냉담하기만 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무한도전>은 "한번 견뎌볼게요"라며 방송 출연에 따른 후폭풍의 책임을 한수민 개인에게 미뤘지만, '한수민 데뷔 방송'으로 전락한 지난 방송의 부끄러움은 온전히 제작진의 몫일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유재석의 아내 나경은도 출연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그들의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방송에 노출될 것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무한도전> 멤버들의 가족 모임은 아니지 않은가. 그 과정에 아무리 자연스레 연출된다 하더라도 멤버들의 가족과 지인을 위한 '쉬운 통로'가 되는 건 <무한도전>의 컨셉, 기본 취지에 걸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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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