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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했던 <런닝맨>의 감동 몰이, 과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7. 1. 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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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 유종지미(有終之美)


방송을 보는 내내 몇 개의 사자성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는 법이고, 가급적 그 '이별'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한번 시작한 일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로 매조지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그래야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또 하나의 필연(必然)을 반가이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그 과정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거기에 억지스러움이 묻어있다면 사람들은 감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뿐이다.


다름 아니라 2월 종영을 앞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이하 <런닝맨>) 이야기다. <런닝맨>은 방송국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이며서도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7년동안 프로그램을 함께 했던 원년 멤버를 가벼이 여긴 것이다. 시즌 2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김종국과 송지효에게 일방적으로, 그것도 며칠 전에야 하차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런닝맨>의 오랜 팬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대중들도 분개토록 만들었다. 결국 '종영'이 결정됐고, 남은 2개월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으로 입이 맞춰졌다.



그래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멤버스 위크'였던 모양이다. 멤버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것이 제작진의 바람이었을까. 그 첫 번째 주자는 에이스 송지효였다. 멤버들과 '하나가 되는' MT를 떠나고 싶었다던 그의 바람대로 제작진은 멤버들을 강원도 평창으로 불러냈다.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한바탕 슬랩스틱도 하고, 바비큐 파티로 배도 채웠다. 마지막은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캠프파이어로 꾸려졌다. 멤버들은 7년 동안 서로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미.고.사) 타임'을 통해 털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송지효를 제외한 6명의 멤버들은 '연결고리 줄'에 묶여 '하나'가 돼야 했다. '논란'이 벌어지기 전이었다면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비춰졌겠지만, 지금에 와선 '하나'를 강조하는 그 모양새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런닝맨> 멤버들의 우애, 즉 그들이 '하나'라는 건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나 다름 없는데, 제작진이 나서서 멤버들로 하여금 '우리는 하나다'라 외치도록 만드는 모양새는 불쾌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은 이날 줄곧 계속 됐다. 




"7년동안 묵묵히 그 자리에서 지켜주셔서 고맙고 사랑합니다." (송지효)

"섬세하지 못한 오빠들 옆에서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그랬는데.. 7년 동안 진짜 옆에서 잘 견뎌주고 재밌게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하하)

"나한테 가족 같은, 친누나 같은 누나가 돼줘서 고마워." (이광수)

"다른 배우들 나올 때, 재미를 위해서 꽝 취급한 거 진심 아닌 거 알지? 그게 마음에 걸리긴 했었거든." (지석진)


그 절정은 바로 '미.고.사'였다. 멤버들은 모닥불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억지) 감동을 끄집어 내려는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일종의 구색 맞추기나 다름 없었다. 제작진의 약은 꾀가 눈에 훤히 보여 시작부터 마뜩잖았다. 물론 7년의 노하우와 호흡으로 단련된 멤버들은 각별한 우애를 드러내며 '웃음'과 '훈훈함'을 이끌어냈긴 했지만, 과연 그 상황에 멤버들이 얼마나 몰입했는지는 의문이다. 저들의 우정마저도 방송의 재료로 써먹으려는 방송사의 가벼움이 한없이 구차해 보였다. 


방송이 나간 직후, <런닝맨>과 관련한 여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맥락은 '제작진이 싸놓은 똥(!)을 멤버들이 치우느라 애쓴다'로 수렴됐다. 논란이 일단락된 후 제작진은 방송 마지막에 사과 자막을 내보내는 등 시청자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번 무너져버린 믿음이 어찌 하루아침에 다시 원상복구 되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멤버스 위크'라는 기획을 들고 나오고, 억지스럽게 '하나'를 외칠 수밖에 없는 미션들을 강요하는 건 시청자 입장에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분투하는 멤버들의 마음이 애처롭기만 하다. 2010년 7월에 만나 무려 7년을 함께 달린 7명의 멤버들, 그들은 여전히 '7명의 영원히 하나'를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이 참으로 짠하고 안타깝다. 회자정리는 필연이라지만, 그 이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당사자들의 몫일 것이다. 부디 <런닝맨> 제작진이 멤버들의 외침을 헛되이 만들지 않길 바란다. 결자해지(結者解之)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선 억지스러운 감동을 걷어내고, 보다 담백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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