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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으로 돌아온 고지용, 그의 행보가 의아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16. 12. 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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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젝스키스 고지용입니다"


5천 808명의 함성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무려 16년 만에 '그들'은 함께 무대에 섰다. <무한도전>이 기획하고, 수많은 팬들의 바람이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여섯 개의 수정 '젝스키스', 추억 속의 그 이름이 2016년 4월 14일 다시 돌아왔다. 과거의 무대 의상을 차려입고 열광적인 공연을 펼치던 다섯 명의 멤버 사이로 갑자기 말끔한 정장을 입은 '직장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합류 여부가 불투명했던 '고지용'이었다. 비로소 6인 완전체가 된 '젝스키스', 고지용의 극적인 합류로 감동은 배가 됐다.


신선했다. '젝스키스' 해체 후 고지용의 행보는 남달랐다. '연예계'의 테두리 안에 머물렀던 다른 멤버들과 달리 그는 자신의 터전을 과감히 벗어났다. 연락도 완전히 끊어진 상태였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고지용은 사업가이자 직장인이 돼 있었다. "방송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느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고지용은 "끼가 없는 것 같은 생각에 방송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어린 나이에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돼 괜시리 마음이 아팠다.



이미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던 고지용은 끝내 '젝스키스' 합류를 거절했다. "<무한도전>을 계기로 해서 멤버들이 더 왕성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팬의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던 고지용이 '토토가' 특집 무대 위에 올랐던 까닭은 찬란했던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들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고,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 준 팬들에 대한 작은 예의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지용은 다른 멤버들처럼 '젝스키스'의 무대 의상이 아닌 '정장'을 입어 분명히 선을 그었다. 


누구도 그에게 이기적이라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지용의 결정은 수많은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일반인('비연예인을 가리키는 연예계 용어'로 이해해주길 바란다)'으로 돌아간 그를 향해 대중 매체들이 과도한 관심을 가지자, '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라'며 호통을 치며 보호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바람을 지켜주자', '관심이라는 명분으로 그의 삶을 헤집어 놓지 말자'는 여론이 형성됐고, 유명인의 잊히고 싶은 권리를 존중하자는 성숙함이 빛나기도 했다.


사진 출처 :  허양임 씨(고지용 씨의 아내)의 SNS


▲ "2000년 5월 젝스키스 공식 해체 이후 연예계를 떠난 뒤 사업가로 변신한 고지용이 오랜 고심 끝에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결정했다" (2016년 11월 30일)

  "고지용은 1월 초부터 출연할 것 같다. 현재 편집 중으로, 기대해달라" (2016. 12월 16일)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선함은 의아함으로 돌아왔다. 팬의 입장에서 '젝스키스'의 활동을 지켜보겠다던 그가, '끼가 없는 것 같은 생각에 방송을 하지 않았다'던 그가, 갑작스레 방송 출연을 결심했다고? 게다가 '끝물'을 향해 가고 있는 육아 예능이라니. 처음에는 '서툰 아빠'의 노력과 변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던 육아 예능은 점차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공감'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육아 예능은 '평범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부자(경제력이 뒷받침 된) 아빠'를 보여줌으로써 '공감'보다는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줬다. 여러가지 체험을 떠나고, 캠핑을 가거나 워터파크로 물놀이를 가고, 고급 식당을 찾아 음식을 먹는 등 '시간 걱정, '돈 걱정' 없이 이뤄지는 일련의 활동들은 어느덧 '대리만족'의 범위를 넘어서버렸다. 아무리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지만, 실제 육아와는 동떨어진, 경제력이 (상당히) 갖춰진 집안의 육아는 점차 흥미를 잃어갔다.




방송 출연을 결정하면서 고지용은 다음과 같은 변을 내놓았다. "맞벌이 부부로 바쁜 일상을 보내며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 항상 미안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좀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연예인 출신의 한가로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방송'을 통해(이용해) 아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바람은 이젠 '이기적'으로 들린다. 굳이 방송이 아니어도 가능한 일들 아닌가. 


그러면서 고지용은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이제 젝스키스 멤버로 활동한 순 없지만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팬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며 '팬'들을 볼모 삼았다. 방송에 출연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고지용의 몫이다. 하지만 기존의 입장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고지용을 향해 '젝스키스 빼고 다 하겠다는 건가?', '결국 돈 때문인가?'라는 의구심이 쏟아지는 건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신선했던 고지용이 이제야 '사업가'로 보이기 시작한다. '끝물'에 접어든 육아 예능, 공감을 상실한 부자 아빠들의 육아 예능으로부터, 그리고 자신이 한 말과 태도를 뒤바꾼 고지용으로부터 대중들은 무엇을 발견할까. 과연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아이의 아빠'를 찾아낼 수 있을까. 대답은 회의적이다. 오랜 팬들조차 이해시키지 못한 그의 패착이 두고두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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