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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모든 질문을 삼켜버린 <소사이어티 게임>

너의길을가라 2016. 12. 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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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의 권아솔이 '높동'으로 둥지를 옮겼다. 일종의 '정치적 망명'이다. 홀로 남겨진 박서현은 리더인 이병관에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탈락을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소사이어티 게임>을 떠나게 됐다. 반란을 통해서만 리더가 교체되는 폐쇄적인 구조의 '마동'은 일찌감치 '연대'에 의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양상국은 '더 이상 연대는 없다. 각자 새로운 연대를 만들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 선택은 오히려 독이 돼 '마동'은 심각한 반목에 시달렸다. 


굳건한 리더였던 양상국이 떠난 후폭풍을 남은 멤버들이 가까스로 봉합한 듯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주민 교환'으로 촉발된 갈등은 끝내 '마동'을 산산조각내버렸다. 권아솔은 내부적으로 판을 뒤집을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끝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스스로 '마동'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이병관은 계속해서 리더의 자리를 지켰지만, 현결렬과 기존의 연대였던 이해성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불씨'를 남겼다. 이해성은 높동에서 넘어온 황인선과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높동'은 황인선을 '마동'으로 보내고, '블랙리스트(챌린지에서 승리한 팀의 리더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 2번 이름이 쓰이면 탈락한다.)'를 통해 '브레인' 홍사혁을 탈락시켰다. 이를 위해 엠제이킴은 마초에게 리더 자리를 넘겨줬다. 같은 여성 멤버이자 계속해서 의견을 주고받았던 황인선을 직접 보내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다. 리더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높동은 엠제이킴이 주도하고 그가 설계한 계획대로 흘러간다. "제가 시키는 대로 하면 결론은 제가 리더인 거잖아요"라는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남았다. 막강한 권아솔의 합류는 향후 '신체' 분야의 경쟁과 갈등을 야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파로의 입지가 불안해졌다. 엠제이킴은 '주민 교환'이 이뤄지기 전에 권아솔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고, 마초도 "그림을 그려봤을 때 형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며 여지를 남겼다. 어차피 <소사이어티 게임>은 리더의 선택에 따라 최종 3인을 선발해 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승을 위해선 가장 강력한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권아솔이 파로보다 강하다면, 그가 살아남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마동 : 이병관(리더), 정인직, 이해성, 현경렬, 황인선

높동 : 마초(리더), 엠제이킴, 파로, 한별, 권아솔


12부작으로 예정된 tvN <소사이어티 게임>이 후반으로 치닫고 있다. 파이널 멤버의 윤곽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예측이 어려운 혼돈으로 전개되자 시청률도 제법 올랐다. 지난 9회는 0.92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이미 시즌2 제작을 확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반등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소사이어티 게임>은 매우 야심찬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모의사회 게임쇼다. '반란'을 통해서만 리더를 교체하는 사회(마동)와 '투표'를 통해서 리더를 교체하는 사회(높동)을 제시하고, "당신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프로그램 소개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사회' 와 '리더'에 대한 특별한 실험을 시도한 셈이다. 결론부터 내려보자. 과연 <소사이어티 게임>은 그 실험에 성공했는가? 아쉽게도 유보적인 대답을 내려야 할 것 같다. 표면적으로 '마동'과 '높동'은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과정이 현격히 다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강인한 리더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마동'은 '독재 사회'를 반영하고, 매일마다 대중들의 투표를 통해 리더를 선출하는 '높동'은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방송에서 나타난 것처럼 두 사회는 체제 상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무의미해졌다. 왜냐하면 '서바이벌'이라는 게임의 특성은 끊임없이 개인 간의 갈등과 경쟁을 유발시켰고,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쳐야 했던 멤버들은 자신을 탈락시키지 않을 리더를 선정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했다. 또, 가장 강력한 조합으로 파이널 3인을 구성해야 한다는 '당위'가 점차 강해지자 사회 간의 차이점은 더 이상 두드러지지 않게 된 것이다.


일전의 글에서 <소사이어티 게임>을 '체제가 아닌 리더와 사람에 대한 담대한 실험'이라 봤던 까닭은 체제의 특성은 짧은 기간에 나타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작 14일로 한 체제의 속성을 파악하긴 불가능한 일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의 역사를 생각해보라. 단기간에 돋보이는 건 '사람'이고, 그래서 <소사이어티 게임>은 "당신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오히려 "리더가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가?"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다시 질문을 해보자. 그렇다면 <소사이어티 게임>은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 그들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을까. 애석하지만, 위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그 대답은 실패에 가깝다. 개인의 생존이라는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 체제와 리더를 포함한 다른 문제들은 부차적인 것이 돼버렸다. 오히려 '정치(질)'의 필요성과 중요성만 더욱 강조됐을 뿐이다. 또,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지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표본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안정된 상태'를 원한다는 결론을 찾았을 뿐.



<소사이어티 게임>은 홍사혁의 탈락에 대해 "챌린지를 주도했지만 정치에는 무관심했던 주민이 탈락했다. 민주주의는 냉담과 무관심에 의해 서서히 소멸되고 그 첫 번째 피해자는 바로 무관심의 주인공이었던 당신입니다"라는 멋드러진 코멘트를 남겼지만, <소사이어티 게임> 속에서의 '정치'란 '협잡'에 가까웠고(현실에서는 다를까마는), 뒤에서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홍사혁에게 민주주의 소멸의 책임까지 덮어씌우는 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체제와 리더의 변별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소사이어티 게임>이 다음 시즌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 전작인 <지니어스 게임>에 비해 단순화된 게임도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신체, 두뇌, 감각으로 나눠 참가자들의 특성을 강조한 것은 색달랐지만, '신체'와 '두뇌'에 비해 '감각'은 '운'에 의존하는 양상으로 변질돼 게임상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내에서도 영향력을 잃어버렸다. 현경렬의 생존력은 두뇌의 회소성 때문이고, 권아솔 · 이병관 · 파로의 존재감은 그들의 압도적 신체능력에서 나온다.


아쉬운 점이 다소 눈에 띄지만, 이런 부분들은 시즌을 이어가면서 조금씩 수정 · 보완하면 될 일이다. 체제의 차이와 리더의 역할을 좀더 극대화시킨다면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단편적이라 할지라도 <소사이어티 게임>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들은 우리 사회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되어준다. 그것이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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