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파리 여행기] 5. 파리 맥도날드의 '빅맥'은 얼마인가요?

너의길을가라 2016. 12. 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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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어디 다녀왔어요?"

"어떤 음식 먹고 왔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지인들에게 듣게 되는 질문이다. 뻔한 질문이지만, 본래 '여행'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먹고' 오는 것. '경험'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위이자 감각이란 본디 시각과 미각이 아니던가. 첫 번째 질문에는 곧잘 대답을 잘 하다가도, 두 번째 질문에선 이내 말문이 막힌다. 이유는 간단하다. 딱히 먹은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편이다. 게다가 입도 짧다. '먹는 행위'를 '쾌(快)'로 받아들이기보다 '당위(當爲)'쯤으로 여기는 성향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파리를 여행한 사람에게 기대되는 대답은 마카롱, 바게트 샌드위치, 몽블랑,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 푸아그라.. 와 같은 음식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겐 그저 '맥도날드(McDonald's)'가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구원이다. 가장 안심스러운 '공간'을 제공하고, 가장 안정적인 '맛'을 제공한다. 허기가 진 상태에서 도시의 길거리를 헤맬 때, 저 멀리서 보이는 'm' 마크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저 곳으로 가자. (맛에 있어) 실패 없는 햄버거와 시원한 콜라가 있는 안락한 저 곳으로 가자. 오해는 마시라. 그렇다고 매끼마다 '맥도날드'를 찾는 건 아니니까. 


La Motte Picquet Grenelle 역 근처에 위치한 맥도날드(위)와 샹젤리제 거리의 맥도날드(아래)의 모습


그렇게 여행지에서 '맥도날드'를 꼬박꼬박 찾다보니 각 나라의 맥도날드를 '탐방(?)'해보자는 하나의 목적의식이 생겼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franchise)'이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사회와 문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어떤 차이가 있을지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소재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버거의 수만 해도 10가지가 훌쩍 넘는 대한민국과 달리 외국(파리, 홍콩, 일본)의 맥도날드는 메뉴가 조촐하다. 빅맥을 비롯해서 몇 개의 버거가 있을 뿐이다. 홍콩의 경우에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쓰레기를 따로 버리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나중에 직원들이 테이블을 정리하는 데, 그래서 다소 지저분한 느낌이었다.


파리의 맥도날드는 특별한 점을 찾긴 어려웠다. 지점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 정도? 워낙 다양한 국가에서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피자나 햄버거, 프렌치 프라이 대신 미슐랭 3스타급 학교 급식이 제공되는 프랑스 공립학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다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거나(최근에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며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패스트푸트를 먹는 것을 마뜩지 않아 한다. 


 - 단출한 느낌을 주는 심플한 메뉴 -


물론 파리의 맥도날드는 제법 붐비는 편이었다. 특히 샹젤리제 거리의 맥도날드 지점은 매장이 제법 컸음에도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워낙 다양한 인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파리이기에 구분이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 중의 대다수는 나와 같은 '여행자'였으리라. 그들 옆에서 무거운 가방이나 캐리어를 쉽게 찾을 수 있었으니까. 또, 10대나 20대 초반(내 눈이 정확하다면)의 연령대가 주를 이뤘는데, 이는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어쩌면 파리는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나타난 프랑스의 전통적인 식문화와 패스트푸드('Quick'이 대표적이다)가 잠식해가는 또 다른 식문화가 부딪치고 있는 최전선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파리의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버거는 얼마일까? 이 궁금증은 사회 · 경제적으로도 의미있는 질문인데, 흔히 '빅맥지수(Big Mac index)'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맥지수'란 맥도날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빅맥'의 가격에 기초해서 각 나라들의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해 보는 지표인데,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1986년부터 분기마다 한번씩 발표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고, 그래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빅맥'은 좋은 비교 기준이 된다. 스타벅스 커피 가격을 기초로 하는 '라테지수'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매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몽마르트르 지역의 Pigalle 역 근처의 맥도날드에선 빅맥 세트(물론 빅맥지수는 버거 단일품을 기준으로 한다)가 7.3유로였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9,052원 정도다. 햄버거 세트 하나에 9,000원이 넘는다면 상당히 비싼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빅맥세트(맥딜리버리 기준)가 6,100원이니 차이가 확연하다. 샹젤리제 거리의 맥도날드에서 먹었던 맥치킨 세트는 7.7유로(9,548원)였다. 거주를 하지 않는 이상 그 나라의 '물가'를 체감하는 건 어려운 일인데, '맥도날드'는 여행을 통해서도 여행지의 물가를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된다. 



가령, 작년 8월에 들렀던 도쿄에선 빅맥 세트가 660엔(6,659원)이었고, 올해 4월에 방문했던 홍콩에선 39.3달러(5,918원)에 사먹었다. 아시아권에선 대체로 6,000원 선에서 빅맥 세트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물론 단순히 그 상품의 가격만으로 '물가'를 이야기할 순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빅맥을 사는 데 일해야 하는 시간을 계산한 '빅맥 최저임금 지수'다. 올해 3월 보도된 <MBN>의 영국 생활임금제 선진국 첫 도입, 빅맥 사려면 '18분'만 일하면 된다)에 따르면, 빅맥을 사기 위해 프랑스는 25분을 일해야 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46분을 일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일본은 32분이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눈에 보이는 숫자 상으로는 프랑스 사람들이 더 비싼 빅맥을 사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이 프랑스보다 훨씬 낮은 우리가 훨씬 더 비싼 빅맥을 먹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최저임금이 턱없이 낮다는 결론도 도출된다. 2016년 6,03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고작 7.3% 인상돼 2017년에는 6,470원으로 정해졌다. 최저임금을 심의 · 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여전히 노동자의 입장보다는 기업과 사업자의 입장에 치우쳐 있다.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가능케 하는 '최저임금 1만 원' 주장이나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생활임금제(최저임금에 주거, 교육, 문화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더한 임금) 전면 도입은 아직 요원하다.


입 짧은 한 여행자의 '불가피한 선택'이자 '더할나위 없는 구원'이었던 파리의 맥도날드가 던진 화두가 민망하게도 제법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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