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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명과 함께 했던 스타들, 그들의 촛불과 참여를 우리가 지켜줄 차례

너의길을가라 2016. 11. 1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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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하라", "퇴진하라", "사퇴하라"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만 100만 명이 모였다. 1987년 6·10 항쟁 이후 최대 인파다. 경찰 추산으로는 26만명이라지만, 이는 '특정 시점의 최대 인원을 세'는 집계 방식을 적용한 탓이다. 12일 광화문 광장과 서울 광장 등 인근 지하철 역에 하차한 사람이 86만 명(지난해 11월 토요일 평균 이용객보다 52만 명이 많은 숫자다)이라는 지하철 이용 통계 등 여러 자료가 그날, 100만 명이 '촛불'을 들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드리운 거대한 암흑을 밝히는 그 '빛'들이 목소리는 하나였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나라"


스스로 '주권자'임을 깨달은 청명한 목소리, 허수아비에 불과한 '대리인'이 머무르는 청와대를 향해 꽂히는 명료한 목소리에는 '나이'가 없었고, '성별'이 없었고, '지역'이 없었고, 또한 '직업'도 없었다. 구분이 필요치 않았다. 오로지 '시민'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스타'라 불리는 '연예인'들이 그곳에 있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들도 시민의 한 사람이니까. 김제동김미화는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과 호흡했고, 이승환 · 전인권 · 조PD · 크라잉넛 · 정태춘은 '공연'으로 시민들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외친이 내친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 우리가 큰 소리로 외치겠다. 내가 쓰리랑 부부를 할 때 마지막에 외치던 말이 있다. '무조건 방 빼!'" (김미화)


 "저는 헌법학자도 아니고 TV에 나오는 정치전문가도 아니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법을 유린하고 헌법의 단 한 개의 조항도 지키지 않은 것이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 정치는 삼류, 국민은 일류입니다. 여러분과 한 곳에 서 있을 수 있어 영광입니다" (김제동)


▲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한, 그래서 마냥 창피한 요즘 더욱 분발하고 있는 이승환이다. ('덩크슛'의 후렴구인 '주문을 외워보자. 야바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야야'를 개사해 부르며) "하야하라 박근혜, 박근혜는 하야하라하야하라" (이승환)


한편, 시민의 위치에서 시민들 틈 속에서 촛불을 들었던 스타들도 있었다. 배우 문성근 · 김여진 · 김규리("버스 안에서 교대하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의경들을 봤다. 내 동생 같고 내 아들 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 이엘('독일 검찰과 공조해서 비자금 규모 파악해라. 왜 수사 거꾸로 하냐!' 피켓 촬영해 게시) · 오창석("광화문 촛불집회 바른 나라를 위해 바른 소리를 냅시다")을 비롯해 작곡가 윤일상(광화문역 상황 생중계), 가수 지소울 · 김동완, 래퍼 치타, 코미디언 안소미("다음주에도 갈 거다. 변화가 있길")도 현장을 함께 했다. 


공개 연애 중인 이기우 · 이청아 커플("광화문 촛불들 함께 합니다", "돌아가는 길. 쓰레기는 쓰레기통에를 외치며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교복입은 학생들. 이들이 우리나라의 빛이다")도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방송인 허지웅("저는 지난주 왔었고 요번주는 철야작업도 있어서 오지 않으려 했는데 지방 사는 엄마가 갑자기 광화문이라고 해서 강제소환 되었다"), 작사가 김이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순간을 100만 명과 함께 했다. 한편, (여러가지 이유에서) 현장을 찾을 수 없었던 다른 스타들은 SNS를 통해 '지원'에 나섰다. 



▲ "반드시 변할 것이고, 변해야 한다. 응원합니다" (배우 김효진)

▲ "Pray for Korea(한국을 위한 기도)" (남보라)

 "오늘 하루, 평소보다 특별히 고된 하루를 보낸 그대들에게. 어둠속에서도 우리는 해, 낸다" (류준열)

 "어둠속에서 빛을 밝히는 촛불처럼 우리의 마음들이 모여 다시금 밝고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길 바라 본다" (솔비)

 "100만 명 애국가 부르니까 소름 돋는다" (샘 해밍턴)

 "스페인 출장중 몬세랏 수도원에서 초를 밝혔다. 몸은 스페인 있지만 마음은 광화문에" (손미나 전 아나운서)

 "다치지 않으셨음 좋겠다.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있는 자리에서 함께 외치겠다. 꼭 승리하길" (나르샤)

 "나가신 많은 지인 분들과 이름 모를 국민분들. 부디 추운데 사고없이 무사히 깊은 뜻 나누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못간 이 비루한 요리사 반성하고 있습니다" (레이먼 킴)

 "지금도 걷기 괜찮은 날씨다. 오늘 오후엔 더 좋은 날씨이기를 바란다" (테이)

 "광화문에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켠다" (조민기)

 "너무나도 아름다운 불빛" (나인뮤지스 혜미)

 "대체 취임 후 촛불집회를 몇 번을 하게 만드는 건지" (써니힐 승아)



KBS2 <1박2일>에 출연하면서 교복 위에 '노란 리본'을 달아 화제가 됐던 김유정은 '항의의 전등끄기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대신했다. "2017.11.12 암흑의 세상 7:00~7:03 #항의의전등끄기 집에서 함께 참여해주세요" 아역배우 출신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는 서신애도 촛불 켠 사진과 함께 '항의의 전등끄기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런 #암흑의세상 에서 살고 있는 점을 항의하는 의미에서!" 고소영도 인스타그램에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캠페인 참여를 알렸다.


이처럼 '스타'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상당히 낯선 풍경이다. 그동안 연예계에는 '정치 참여는 금기'라는 암묵적인 불문율이 존재했고, 스타들은 과도한 자기검열(自己檢閱)을 통해 스스로를 억압해 왔다. 물론 '밥줄'이라고 하는 생존의 문제도 결부돼 있는 문제(실제로 검열해야 할 9473명의 명단이 담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던가)이기도 하니, 덮어두고 그들의 자기검열을 타박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그들은 '공인(公人)'도 아니지 않은가. 그들에게 '말할 책임'은 없을 지라도, '말할 자유'조차 빼앗을 순 없다. 



정치적 소신을 밝혀도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승환이 Daum tv팟 <양세형의 숏터뷰>에 나와서 "미국에선 연예인들이 트럼프 뽑지 말라고 한다. 로버트 드니로가 그런 말하면 멋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런 말하면 선동이라고 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장면은 우리 사회의 수준이 얼마나 엉망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그들의 '입'을 막고 있었던 건, '대중'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변덕스러웠던 '우리'들이 아니었나 싶다. 


벌써부터 '린치'가 시작된 듯 싶다. 타깃이 된 이승환은 "절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깎아내리고 음해하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시네요"라며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자신을 향한 비방이 거세다면서 "이 정도에 흔들릴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안했어요. 언제나 전 정면승부죠"라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특히 횡령범, 기다려요"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전히 단단한 멘탈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당당한 모습이 '작은 거인'을 연상케 한다.



이제 '우리'들의 차례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소신을 자유롭게 밝혀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그 주춧돌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따뜻하게 위로해줬던 이승환, 시민으로서의 자각을 통해 '촛불집회'에 참여(參與)했던 많은 스타들을 지켜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되면, 그런 흐름이 마련되면 마음 속으로 촛불을 들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스타들도 이 시국선언에 동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여(參與)란 '어떤 일이나 모임에 참가하여 관계하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관련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주인됨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혹자는 그 힘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보라, 100만 명이 촛불을 들자 그 영향력이 가시적으로 발현되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좋다. 무엇이든 하자. 그리하여 바꿔 나가자. 당신이 들었던 '촛불', 마음 속에서 꺼뜨리지 않았던 '촛불'의 힘을 믿자. 시민과 참여, 그 아름답고 경건한 '조합'이 찬란히 빛나길 기원한다. 



"나는 무관심한 사람들을 증오한다. 프리드리히 헤벨이 그랬듯이 나는 "산다는 것은 지지자(혹은 참여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라는 말을 믿는다. 세상에 시민만 존재할 수는 없다. 도시에는 이방인도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있는 사람들은 시민일 수밖에 없으며, 무언가를 지지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무관심은 무기력이고 기생적인 것이며 비겁함일 뿐 진정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무관심한 사람들을 증오한다."


- 안토니오 그람시,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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