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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아에게 박수를 고안나에게 변명을, 용두사미 된 웰메이드 <더 케이투>

너의길을가라 2016. 11. 1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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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tvN 금토 드라마 <더 케이투>가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5.467%(닐슨코리아), 준수한 마무리였다. 명암(明暗)은 명료했다. 화려한 영상미와 수려한 액션,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던 송윤아(그는 단연코 가장 큰 '명(明)'이었다)를 비롯해 주연 배우들의 열연, '정치는 쇼(show)'라는 명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장면들은 그 빛이 두드러졌던 부분이다. 반면, 허술한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전개, 무엇보다 당혹스럽기까지 했던 지창욱과 임윤아의 멜로 라인은 지탄의 이유였다. 이토록 지지를 받지 못했던 주인공들의 사랑이 또 있었던가 싶다. 



그래도 명()이 암()에 비해 훨씬 더 도드라졌기에 전체적으로 '웰메이드'라 평가할 만 했다. 하지만 기대감을 모았던 초반과 달리 중반에 접어들면서 힘이 빠졌던 건 두고두고 아쉽다. 이는 KBS2 <용팔이>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은 장혁린 작가의 숙제로 남겨졌다. '애정'했던 만큼 강렬히 남는 아쉬움을 좀더 드러내자면, <더 케이투>는 '용두사미'로 귀결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사이즈가 컸던 용인지라 그 꼬리도 웬만한 구렁이보다 훨씬 컸던 건 사실이다.


결말은 권선징악이었다. 반전은 없었다. '교과서'처럼 전형적이라 아쉬움은 남았지만, 깔끔하고 단정했다. 박관수(김갑수)와 손을 잡고(실은 함정에 빠진 것이지만) 최성원(이정진)은 '시한폭탄'을 들고 클라우드 나인을 급습했고, 이를 저지하려던 최유진(송윤아)는 최성원이 쏜 총에 복부를 맞아 쓰러졌다. 잠시동안 고안나와 단둘이 남게 된 최유진은 엄혜린(손태영)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는다. 고안나의 엄마를 죽이라 지시한 건 자신의 아버지였고, 살라달라 애원하는 엄혜린을 외면했던 그 역시 결국 '살인'을 저지른 거라 고백한다.  


십수년 동안 '증오'를 낳았던 오해의 고리가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니, 적어도 '이해'는 가능해졌다. 꼬여있던 실타래가 풀어지고, 악인들은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했다. 어긋난 사랑과 욕망에 휩쓸려 '쇼윈도 부부'로 살아왔던 최유진과 장세준(조성하)은 '시한폭탄'과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 마지막 순간에야 서로를 존중하고 진심 어린 포옹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의지도 느껴졌다. 표현이 분위기를 망치긴 하지만, '우리가 싼 똥은 우리가 치우자' 정도일까.



김제하(지창욱)는 박관수(김갑수)를 찾아가 숙원이었던 복수에 성공한다. 희대의 정치꾼이자 악인의 표상이었던 박관수는 '자살을 당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최성원은 김실장(신동미)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주군의 복수를 단행하는 김실장의 표정은 단호했다. 악인들이 사라진 후 드라마 속 세상은 평온해졌다. 최유진으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고안나는 '이런 삶은 재미 없다'며 모든 것을 버리고, 김제하와의 사랑을 선택한다. 죄를 지은 과거 세대는 '죽음'으로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청명한 다음 세대가 시작됐다는 동화 같은 해피 엔딩이었다.


손쉽게 설명하기 위해 '악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실상 그들은 욕망에 휩쓸린 나약하고 불행한 인간들이 아니었던가. 최유진과 장세준, 최성원과 박관수가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깨끗히 맑아질까. 분명 또 다른 장세준과 박관수가 나타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진흙탕 싸움을 벌일 테고, 그 뒤를 최유진이나 최성원과 같은 자들이 서포트하거나 좌지우지할 것이다. '농단'은 계속될 것이고, 눈치를 보는 검찰은 여전히 머리를 조아릴 게 뻔하다.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스페인으로 떠난 주인공들의 행복 찾기는 이질감이 들고 어색하다. 게다가 감정선을 깡그리 망치는 PPL 가득한 엔딩이라니. 



<더 케이투>의 가장 큰 '명(明)'이 희대의 악역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심지어 그를 응원하도록 만든 '송윤아'였다면, '최대의 암(暗)'은 바로 '고안나'라는 캐릭터였다. 얼굴의 모든 것으로 연기를 하는 송윤아를 당할 배우가 어디있겠는가. 그는 최고의 배우가 분명하다. 고안나 역을 맡은 임윤아가 그와 비교되면 초라해지는 건 당연하다. 굳이 두 사람의 연기력을 비교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논란의 '고안나' 캐릭터는 임윤아의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걸핏하면 '인질'이 되는 민폐 여자 주인공이라니! 예쁘지만, 연약한 고안나는 끊임없이 김제하의 약점이었다. 사랑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과 멜로가 사직되면 '걸림돌'처럼 묘사되는 건 <더 케이투>만의 문제는 아니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홍삼놈' 홍라인(김유정)은 얼마나 당차고 주체적인 캐릭터였던가. 거기에 김유정의 노련한 연기가 더해지니 시청자들의 미소가 떠날 날이 없었다. 하지만 이영(박보검)과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홍라온 캐릭터는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부에는 '여주인공 실종'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역적' 홍경래의 딸이라는 홍라온의 처지는 왕의 자리에 올라선 이영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SBS <달의 연인>도 마찬가지였다. 해수(정지은)는 황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정작 4황자 왕소와의 멜로가 시작되자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존재가 돼갔다. 그 역시 수없이 인질로 잡히며 왕소의 앞길에 부담이 됐다. 



이쯤되면 작가들의 '고질병'이 아닌가 싶다.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연약한 여자 주인공을 보호하고 지키는 장면들을 과하게 집어넣다보니 여자 주인공은 항상 도움을 받는 수동적 역할로 제한된다. 다시 말해서 여자 주인공은 '사랑을 받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 그래야만 한다. 여자 주인공의 다음 '역할'은 상황을 고착시키고 위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작가들의 이 노력 없는 반복재생산이 한심스럽지 않은가. 


캐릭터에 대한 분석도 부족했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예쁨'을 표현하는 등 임윤아의 한계는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장혁린 작가의 '고안나'라는 캐릭터는 안일했다. <더 케이투>가 용두사미로 추락하고, 진정한 웰메이드로 인정받지 못했던 결정적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중반 이후 갈대처럼 흔들리는 드라마의 중심을 잡으며 끝까지 하드캐리했던 송윤아에게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 클래스가 남다른 그의 다음 연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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