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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정면으로 다룬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특별한 이유

너의길을가라 2016. 11. 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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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


1. 억울한 연기는 역시 이선균이 최고!

2. 김희원의 능구렁이 연기, 예지원의 복수는 언제쯤?

3. 새로운 발견, 보아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나? 넘버원!



우연히 보게 된 아내의 휴대전화. 그리고 카톡 메시지. "함부로 예약해버렸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힐즈호텔 3시, 기다리겠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이게 뭐지? 천장이, 아니 하늘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그때부터 의심이 시작된다. 아내의 모든 행동이 수상하다. '그럴 리 없어! 우리 가정은 완벽한데, 내가 아내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하고 세뇌하지만, 불안은 가시질 않는다. 남편 도현우(이선균)의 고군분투가 안쓰럽다.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 같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을 사람도 마땅치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주식 갤러리'에 익명으로 글을 남겨도 본다. 이게 웬일?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조언들. 취사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현장'을 덮치기 위해 초초히 기다리면서도, 이곳에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모든 걸 덮고 넘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제발, 나타나지 마라. 제발, 여기에 오지 마!



하지만 불안은 곧 현실이 됐다. 아내는 낯선 남자와 함께 호텔에 나타났고, 두 사람은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이럴수가! 아내의 외도, 불륜은 사실이었다.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1, 2, 3,회에서는 '불륜'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스도들이 제법 현실감 있게 다뤄졌다면, 4회부터는 '팩트 체크'가 끝난 후의 상황들이 보다 리얼하게 펼쳐졌다. 지금까지 '불륜'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심층적으로 다뤘던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만큼 섬세하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답습했던 '불륜'은 '불륜=악'이라는 1차원적 공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고, 그 태도 역시 고민의 여지 없이 너무도 간단히 '매도(罵倒)하고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남편의 외도를 확인한 아내(대부분 이런 구도다)가 울고불며 머리끄댕이를 잡는다든지 혹은 내연녀와 카페에서 마주 앉아 몇마디를 나누다가 얼굴에 물을 사정없이 끼얹고마는 식이었다. 이럴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저 죽일 놈들, 속이 시원하다!'



한편,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 <공항 가는 길>이 '남다른' 호응을 얻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 두 사람의 감정선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일종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설득력 있게 그리면서, 주인공들의 선택에 공감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공항 가는 길>도 남편인 박진석(신성록)을 '악역'으로 설정해 시청자들의 분노가 향하는 물길을 터두는 '비겁한' 작전을 구사한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기존에 '불륜'을 다룬 여타의 드라마들과 달리 '특별한'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나쁜 남편(아내)' 따위의 쉬운 설정을 통한 '기만'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륜'이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히려 부부(夫婦)라는 관계에 있어 실은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를 대고 줄을 긋듯 '가해자와 피해라'를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주 프로덕션 10년차 PD인 도현우와 그래픽 디자이너 정수연(정수연)은 결혼 8년 차에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기에 이 가정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인다.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현우는 제법 가정적이기까지 하다. 수연은 직장에서 똑부러지는 팀장이자 가사와 육아를 완벽히 수행하는 '슈퍼맘'이다.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안정적인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수연은 왜 바람을 피운 것일까?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남편인 도현우(이선균)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릴 순 없다. 물론 추정은 가능하다.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은 타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삼십대 여성 린다의 '불륜'을 그린다. 기자로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고, 성실하면서 자상한 남편에 귀여운 두 아이까지 더할나위 없어 보이는 인생이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다. 린다는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의 연인이자 유명 정차가 야코프를 취재하게 되면서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우리는 질문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린다는 왜 안정적인 자신의 삶을 뒤로한 채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리스크' 속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것일까. 똑같은 질문을 '수연'에게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 모든 것이 안정돼 더 이상 변화하지 않을 것만 같은 권태와 불안이 린다를 외도로 몰아넣었던 것처럼 수연에게도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가정이 오히려 족쇄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회사일부터 집안일, 그리고 아이와 남편에게도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지치게 만들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로 살아가야 하는 삶에 지친 그가 온전히 '나', 그러니까 '정수연'으로 살게 만드는 사람에게 이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남편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누구의 잘못일까?' 등 머릿속을 헤집는 질문들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마련이다.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등 풀리지 않는 질문들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갈팡질팡하던 현우는 아내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자신이 올린 글에 달린 댓글 가운데 '참치마요'라는 아이디가 남긴 조언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분노를 누그러뜨린 채 어렵게 시도한 대화였지만, 두 사람은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어긋나버린다. 현우는 배신감을 이기지 못하고 언제부터냐고 몰아세우고, 수연은 속일 생각은 없었다고 대답한다. 대화는 단절된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없었던 대화가, 유지되지 않았던 대화가, 방법을 잃어버린 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리 없다.


과연 현우와 수연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그 결정을 위해 어떤 과정들이 이어지게 될까. 불륜은 나쁜 것이고,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라는 심판자의 위치에 머문다면 남는 것은 '욕'뿐이겠만, 부부라는 관계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 각자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면서 이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훨씬 더 의미있지 않을까? 불륜은 그 결과도 과정도 '비겁'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왜'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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