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단과대학사업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독자적' 투쟁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존재와 그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 입학 과정과 재학 중 여러가지 특혜를 받았다는 '고구마 줄기'를 캐냈다. 학생들이 2,000여 건에 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등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덕분이다. 아득바득 버티던 최경희 전 총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었고, 이화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열어젖힌 역사적인 사건이 됐다. 역사는 그리 기록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져라"


지난 2일 전국대학생시국회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을 개최했다. 87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인 3일에는 각 캠퍼스 별로 집회를 개최했고, 5일에는 '동시다발 전국 대학생 지역별 시국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12일로 예정돼 있는 '민중총궐기'에 맞춰 일정을 맞추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2030 청년들의 모임 '청년하다'는 인터넷 구글 지도에 시국선언에 참여한 대학교를 표시한 '시국선언 지도'를 제작했는데, 4일 현재까지 107개 대학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4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라는 국가 부도 사태를 야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6%보다도 낮은 수치다. 세대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20대 1%, 30대 1%, 40대 3%, 50대 3%, 60대 이상이 13%였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60대 이상조차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이다. 워낙 밑바닥까지 떨어진 처절한 지지율 탓에 20대의 낮은 지지율이 표가 나지 않지만, 사실 박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외면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18대 대선 직후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20대로부터 33.7%를 득표할 것이라 예측됐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65.8%였다. 30대에서는 33.1% VS 66.5%, 40대에서는 44.1% VS 55.6%로 표가 갈렸던 점을 보면, 결국 18대 대선을 결정지은 건 연령대별 유권자 비중이 높았던 50대와 60대 이상이었다. 그들은 62.5%, 72.3%라는 몰표를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에게 줬다. '미래'를 위한 선택을 '미래'를 열어가야 할 세대에게 맡기지 않고, '기득권'을 쥐고 있거나 쥐었던 '과거' 세대가 좌지우지한 셈이다. 


18대 대선에서부터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마주하는 일련의 흐름은 분명한 사실 한 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20대 개새끼론'은 그 이름을 빌려 자신들의 욕망을 드러냈던 이른바 '386 세대'의 깊은 반성으로 귀결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거리로 나와 민심을 이끈 건 언제나 학생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권은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본능적으로 '구린 것'과 '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거부하는 정신을 갖고 있었다.



"어른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저희도 다 알고 있어요.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있거든요."


지난 29일, 광화문 일대에서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 사실을 전혀 들은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모였고, 각자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기 시작했다. <오마이 TV>의 생중계를 보고 있던 중, 인터뷰에 응한 한 고등학생(남)의 발언은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품게 만들었다. 그는 '얼느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자신들도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고, 적절히 판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전국의 중 · 고등학생들은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은 "박 대통령은 4·19혁명, 서울의 봄,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장구한 민주투쟁의 역사를 지닌 민주법치국가의 수장임을 스스로 부정했다. 더 이상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전북 김제에서는 중학생 20여 명이 스스로 만든 피켓을 들고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중고생연대와 중고생혁명추진위원회, 전국중고등학교총학생회연합 등 3개 청소년 단체는 5일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중ㆍ고등학생들의 집회'를 열 계획이라 밝혔다. 최준호(19) 중고생혁명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은 4ㆍ19혁명, 6월 민주항쟁 등의 가장 앞에 학생들이 있었다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통해 책임을 지는데도 우리 중ㆍ고등학생들이 가장 앞장설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시국 선언의 '들불'의 중심에 이처럼 학생들이 자리하고 있다. 


'20대 개새끼론'에 대한 반성 못지않게, 중 · 고등학생들을 '철없는 어린애'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쯤으로 여기며,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일쑤였던 '어른'들의 낡은 생각도 각성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20대에겐 왜 투쟁하지 않느냐, 너희는 왜 우리처럼 학생 운동에 뛰어들지 않느냐고 타박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부모'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386 세대의 '민낯'은 아니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세종 온빛초등학교 정유진 선생님은 알파고 시대, 공부보다 사는 법 가르치는 가정 이뤄야(<한국일보>) 라는 기사를 통해 '좋은 부모는 좋은 시민'이라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에 대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헌법과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을 권한다. 그의 조언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자. 주입식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과 학벌주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끔찍한 세계, 그 안에서 지옥 같은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깨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건강한 방식으로 사고할 줄 알고, 그 판단과 생각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할 줄 알고 있었다. 취업 전선에 내몰린 청년들이 다시 '정치'를 이야기하고,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고3도 시국선언에 동참한다. 중학생들도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끝없이 교차한다. 또한, 부끄러움이 스친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어른'들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박근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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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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