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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반복되는 <무한도전> 위기설, 이제 제발 그만하길..

너의길을가라 2016. 10. 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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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잔치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다 

①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공연히 간섭하고 나섬을 비꼬아 이르는 말

② <무한도전> 시즌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기자들의 오지랖을 이르는 말



2015년 12월 8일, '무한도전', 노홍철보다 시즌제가 필요하다 (<마이데일리>, 이승록 기자)

2016년 2월 15일, '무한도전' 시즌제, MBC 모험심에 달렸다 (<스포츠동아>, 곽현수 기자)

2016년 4월 18일, '무한도전', 시즌제로 전환 가능할까 (<마이데일리>, 이승록 기자)

2016년 9월 29일, 국민 예능이 새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2016년 10월 1일, 국민예능, 1000회 향해 '시즌제' 필요하다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2016년 10월 5일, '무도', 과연 지금 이대로 1000회까지 갈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 김교석 칼럼니스트)


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시작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던 '위기설'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멤버들이 이젠 '늙었고 지쳤다'는 것이다. 매주 새로운 기획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제작진의 고통에 대한 애잔함도 덧붙여진다. 역사적인 '500회'를 맞은 MBC <무한도전>을 향해 언론은 너나없이 '시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원년 멤버 노홍철이 '음주 운전'으로 하차했고,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정형돈이 '공황 장애' 때문에 프로그램을 떠났다. 두 멤버의 이탈은 <무한도전>이 '캐릭터 쇼'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타격이었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사기꾼' 캐릭터로 확고히 자리잡은 노홍철과 '뭘 해도 안 웃긴 개그맨'에서 '손만 대면 터뜨리는 개그맨'이 된 정형돈은 <무한도전> 내에서 '핵심적인' 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우지 못할 빈자리(유재석은 예외다)는 없는 법이다. 투표를 통해 '식스맨'으로 합류한 황광희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추격전', '웹툰' 등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꿋꿋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추석 특집으로 방송됐던 MBC <아이돌 요리왕>에서 출중한 요리 실력을 뽐내기도 했는데, 앞으로 <무한도전>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또, 새롭게 합류한 '양세바리' 양세형은 <무한도전>의 멤버들과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프로그램 속으로 녹아들었다. 특유의 '깐족' 캐릭터는 정체돼 있던 멤버들의 흐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박명수의 '위세'에 눌리지 않으면서, 다짜고짜 하하의 멱살을 잡기도 한다. 무엇보다 영리함과 순발력, 재치가 '추격전'에서 빛을 발하면서 <아수라> 팀이 출연한 '신들의 특집'에선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양세형의 합류'가 중요한 함의를 갖는 건, 침체돼 있던 황광희와 '막내 라인'을 형성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시에 <무한도전>의 어두웠던 '미래'를 밝혔다는 점이다. 기존의 멤버들과 '세대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을 황광희가 양세형이라는 '가교(架橋)'를 만나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젊고 활기찬' 두 멤버, 양세형과 황광희는 '늙어가는' 멤버들의 틈 속에서 활력소가 되고 있다.


모든 멤버가 '추격전'에 최적화될 필요는 없다. 박명수가 예전(이라고 잘 뛰었나?)처럼 추격전의 핵심으로 활약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애초에 황광희에게 '조커' 역할을, 양세형에게 '킹' 역할을 맡긴 건 멤버들이 이를 수긍했기 때문이다. 기대처럼 두 사람은 만점짜리 활약을 보이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기'로 인식하는 건 다소 오버스럽게 여겨진다.


<무한도전>은 '추격전'만 하는 프로그램도 아닐 뿐더러, 설령 또 다시 '추격전'을 기획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식의 변주를 통해 멤버들의 체력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에도 기존의 멤버들이 더 부각됐다면, 황광희와 양세형이 설 자리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지 않았을까? 이번 '추격전'을 근거로 '시즌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시즌제를 도입하면 박명수가 갑자기 회춘이라도 한단 말인가? 



애초에 '무한도전 시즌제'가 논의의 장으로 나온 건, 지난해 11월 25일 김태호 PD가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특별강연을 하면서 "사실 '무한도전'이 토요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2009년까지 웬만한 건 다 했다. 그때부터 (TV)플랫폼 밖으로의 도전이 필요했던 상황인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한도전>이 시즌제가 되는 게 제일 좋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1년 동안 <무한도전>을 이끌어 온 김태호 PD는 걸어다니는 '아이디어 보물창고'라고 할 만큼 끝없는 기획들을 쏟아냈다. 그는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를 더욱 확장하길 원하고, 머릿속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현할 구상을 하고 있다.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무한상사' 영화화를 시도했던 건 그와 같은 계획의 일환이었다. 500회 특집으로 꾸며질 '무도리 GO'는 <무한도전>과 '게임'의 결합이라는 혁신적인 아이템이다. 


물론 매주 방송되는 TV라는 플랫폼 밖으로 벗어난다면,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은 더욱 자유롭게 자신들의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한도전>과 함께 울고 웃었던 '시청자'라고 하는 '뿌리'를 잊는다면, 오히려 진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록 제한적인 틀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그 안에서 다양한 '결합'들을 시도하는 게 <무한도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여기저기에서 '위기설'을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한도전>은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무한도전>은 24개월 연속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로 선정됐다. (한국 갤럽) 여전히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원하고, 매주 토요일 저녁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드는 웃음을 보길 원한다. 이 불가능한 '약속'을 지켜나가는 '도전'을 계속하길 바란다. 


설령, <무한도전>이 '시즌제'를 시도한다고 해도, 그건 <무한도전> 팀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결정이어야 한다. '무한도전 위기설'을 점검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불러 진지하게 '경청'했던 것처럼, 아직 <무한도전>에겐 냉철한 자기 분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 지금처럼 외부에서 '감나라 배나라'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무한도전>을 괴롭히는 건, 각종 '스포일러'를 함부로 흘려 그들의 힘을 쭉 빠지게 만드는 '언론'이 아니었던가. 


유재석에서 <무한도전>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면 그는 어떤 대답을 할까? "시청자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어서 못 견디겠어요"라고 말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하겠다고, 웃음 전달에 매진하겠다는 저들의 사기를 애써 꺾는 짓은 하지 말자. <무한도전>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고, '꿈의 열차'이다. <무한도전>은 계속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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