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여행기

[버락킴의 일본 여행기 ②] 6. 조조지, 빨간 모자를 쓴 아기 석상들의 바람개비

너의길을가라 2016. 10. 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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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더 프린스 파크 타워 도쿄 호텔(The Prince Park Tower Tokyo)'의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이던 저 멋스러운 건물의 정체는 '조조지[增上寺(증상사)]'다. 조조지는 1393에 창건된 정토종의 본산으로 6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우에노(上野)에 있는 천태종의 본산인 간에이지[寬永寺(관영사)]와 함께 도쿄의 2대 거찰(巨刹)로 불린다.


 


[버락킴의 일본 여행기 ②] (목차의 제목은 글을 쓰면서 바뀔 수 있습니다)


0. 1년 만에, 다시 도쿄

1. 스카이라이너,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까지

2. 도쿄 여행, 스이카 카드 하나면 만사형통!

3. 도쿄 여행, 숙소(호텔)는 정하셨나요?

4. 롯폰기 힐즈 전망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5. 도쿄 도청에 무료 전망대가 있다고?

6. 조조지, 빨간 모자를 쓴 아기 석상들과 바람개비 

7. 에도성, '가끔' 하는 행사를 만나다

8. 두 번째 도쿄 여행을 마무리하며



호텔에서 조조지까지 가는 길목에는 '시바 공원(芝公園)'이 위치하고 있다. 산책 코스가 잘 조성돼 있는데, 오래된 나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안내판의 白銀の花(백은의 꽃)에서 '白銀'은 비유적으로 많이 쌓인 눈[雪]을 의미하는데, 널찍하게 뻗은 가지들 위에 눈이 한가득 쌓일 겨울을 떠올려보니 정말 아름답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바 공원을 지나 조금만 더 걷다보면, 곧 조조지에 당도하게 된다.



조조지(증산사)의 정문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今月ことば(이번 달의 말)이 게시 돼 있고, 좌측에는 이번 달의 일정표가 정리돼 있다. 이제 정문을 통해 조조지의 안쪽으로 들어가보자.



본당의 뒤편으로 도쿄 타워가 (조조지에겐 미안하지만)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그 조화가 이질적이면서도 묘하다. 제법 웅장한 본당 안에는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다. 



우측(본당에서 바라봤을 때)에는 석상(石像)이, 좌측에는 '종(鐘)'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면 이 곳에서 '타종식(打鐘式)' 행사를 개최하는데, 타종 횟수가 무려 108번이라고 한다. 또, 2월 3일부터 6일 사이에는 '세쓰분 마쓰리(節分祭り)'라고 하는 전통 행사가 열린다. '세쓰분 마쓰리'란 집안의 잡귀를 내쫓고 복을 비는 의미에서 콩을 뿌리는 행위다. 


조조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하나같이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작은 석상'들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면 석상들은 죄다 '아기'의 얼굴을 하고 있다.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알고 보니, 사산(死産)한 태아를 위한 석상이었는데, 아이를 잃은 엄마들이 석상에 빨간 모자를 씌우고, 바람개비를 꽂아둔다고 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세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며 죽은 아이의 영혼이 찾아왔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추모(追慕). 문득, 세월호를 추모하는 바람개비가 떠올랐다. '가만히 있으라', '전원 구조 됐다' 이 끔찍한 두 마디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아이들을 깊은 바다에 수장(水葬)시켰으니, 대한민국 사회가 그들을 사산한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 도쿄의 어느 사찰에서 죽은 아이를 위한 어미의 추모는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세월호 전체 희생자 304명을 위한 추모도 계속되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자 의무, 그리고 양심 아닐까.


도쿄를 여행하게 되면 보통 '아사쿠사(Asakusa, 浅草)'의 센소지[浅草寺(천초사)]를 찾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각종 상점과 음식점 등이 조성돼 있어 센소지가 관광지로서 훨씬 더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만약 주변에 '조조지'만 덩그러니 있다면 추천을 하기 좀 미안했겠지만, 도쿄 타워를 찾을 계획이라면 근처에 있는 조조지도 '세트'로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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