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팀 버튼의<미스 페레그린>, 독특한 것은 이상한 게 아냐

너의길을가라 2016. 10. 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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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크린 수 : 1,248 VS 810

2. 상영횟수 : 6,199 VS 2,915

3. 예매율 : 24.8% VS 30.7%

4. 좌석 점유율 : 35.4% VS 62% (10월 2일 기준)


그 이름만으로 '취향 저격'인 '팀 버튼'이 4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의 상승세가 놀랍다. 같은 날 개봉한 <아수라>의 존재감에 밀려 움츠리고 있다가 '입소문'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飛翔)하는 모양새다.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에서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터라, 누적 관객 수 180만 3,294명 VS 74만, 2,568명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2일 일일 관객 수는 43만 2,292명 VS 28만 1,83명으로 차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예매율'과 '좌석 점유율'에서 <아수라>를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스 페레그린>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가족 단위의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도 청소년관람불가의 <아수라>에 비해 유리한 부분이다. 물론 영화의 흥행을 결정하는 건 '등급'이 아니다. 관객의 발길을 인도하는 '입소문'의 원천은 역시 '영화' 그 자체다. <아수라>를 폄훼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그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까닭에 대해선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욕설이 난무하고, 연신 때리고 찌르고 총을 쏜다. 유혈(流血)이 낭자(狼藉)하다. 잔혹함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어느덧 그 짙은 폭력에 '무감각'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는 건 되려 끔찍하다. 그야말로 '아수라판'이 돼 버린 <아수라>는 관객들을 질리게 만든다. 영화 속의 '안남시'가 현실의 축소판이자 직유(直喩)라지만, 끔찍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영화에서조차 바라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 피로감이 생각보다 오래간다. (그 피로감을 깨끗하게 해소해줄 영화가 바로 <미스 페레그린>이다!)



반면, <미스 페레그린>은 보는 내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인간을 극단까지 몰아치는 잔혹함으로 가득한, 그야말로 '아수라판'이 돼 버린 <아수라>와는 달리, 팀 버튼 감독이 만들어낸 '세계'와 그 속의 '캐릭터'들은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너무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미스 페레그린>은 랜섬 릭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팀 버튼은 원작의 기발한 상상력을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고어(gore)에 대한 기존의 집착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더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고민거리를 심어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도록 만든다. 


여전히 팀 버튼이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은 '아이'들이다. 공기보다 가벼운 소녀 엠마 블룸(엘라 퍼넬)는 납으로 만든 구두를 신은 채 살아간다. 여기에 식물을 성장을 증폭시키는 피오나(조지아 펨버튼), 천하장사급 괴력을 발휘하는 브론윈(픽시 데이비스), 불[火]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올리브(로렌 맥크로스티), 뒤통수에 이빨이 달린 수줍은 클레어(라피엘라 채프먼), 밤 사이 꿨던 꿈을 영화로 보여주는 호레이스(헤이든 킬러 스톤), 몸 속에 벌을 키우는 휴(마일로 파커), 몸이 투명한 장난기 넘치는 밀라드(카메론 킹), 무생물에 '심장'을 넣어 자신의 뜻대로 다루는 에녹(핀레이 맥밀란), 마지막으로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쌍둥이도 있다. 



이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상한' 아이들을 돌보는 존재가 바로 '미스 페레그린(에바 그린)'이다. 그는 '새'로 변신하는 능력과 함께 '시간'을 다루는 힘을 가졌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폭격으로 집이 폭파되기 직전, '타임루프'를 만들어 아이들을 보호한다. 매일마다 같은 시각에 루프를 재설정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불멸의 삶을 얻었다. 언뜻  <엑스맨> 시리즈에서 돌연변이들을 지키는 찰스 자비에 교수가 떠오르지만, 팀 버튼의 손을 거친 이 영화는 화려한 블록버스터 '슈퍼 히어로물'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분위기로 흘러간다. 


제목에서처럼 영화 속에는 '이상한' 아이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팀 버튼은 그 아이들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주인공인 제이크(아사 버터필드)는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였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평범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는 할아버지 아브라함 포트만(테렌스 스탬프)가 들려준 신비한 이야기를 믿었고, 상상의 세계를 동경했다. 제이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팀 버튼은 '특별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고 선언하는 듯 하다. 그러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시선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한다.



현실에는 '특별한' 제이크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부모(어른 세대)가 있고, 그들은 제이크가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한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상상력을 가진 이들에 대해 '이상하다'는 딱지를 너무 쉽게 붙여버리는 폭력성을 팀 버튼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이크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특별한' 아이들과 함께 자신들이 가진 능력으로 악당 바론(사무엘 L. 잭슨)과 괴물인 할로게스트를 무찌른다. (어른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들이 펼치는 협력과 유쾌한 액션은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인 동시에 관객들의 '행복감'을 배가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캐릭터로만 볼 때, 가장 돋보이는 건 미스 페레그린인데, 에바 그린은 깊은 눈빛과 원숙한 연기력으로 이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정확하면서도 빠른 발음으로 수많은 대사들을 전달하는 카리스마와 일반적인 모성애라고 하기엔 좀 색다른 뉘앙스의 '애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킹스맨>에 이어 또 한번 악역으로 등장한 사무엘 L. 잭슨은 캐릭터에 자신만의 개성을 불어 넣었다. 엠마 역을 맡은 엘라 퍼넬은 청초한 아름다움과 소녀스러운 귀여운 매력을 보여줬는데, 특히 납구두를 벗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은 모든 이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당신의 납구두를 벗고 날아 올라라. 팀 버튼의 속삭임이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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