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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추석 연휴에 '몰아보기' 딱 좋은 미드

너의길을가라 2016. 9. 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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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5, 16, 17, 18일. 바야흐로 추석이다. 게다가 연휴가 제법 길다. 이럴 때 우리는 '몰아보기', 이른바 '정주행'을 위해 몸과 마음을 정비한다. "정주행 할 드라마(웹툽, 영화 시리즈 등 무엇이든 좋다) 추천 좀 해주세요!" 자신만의 리스트에 여러 (추천) 작품들을 집어 넣고, 어떤 게 좋을지 세심히 살펴보고 꼼꼼히 따져본다. 마치 고가의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와 마찬가지의 심정이 된다. 그럴 만도 하다. 이건 꿀 같은 '연휴'를 함께 할 친구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친구'를 찾는 게 좋을까?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무엇이든 좋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등 각종 영웅들이 등장하는 히어로물을 섭렵하는 것도 좋을 테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숨은 보물들을 찾아보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 그에 적합한 콘텐츠를 손수 꾸려나간다면 연휴 기간 동안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binge-watching : DVD나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TV시리즈 몇개를 한번에 몰아보는 현상. 1990년 말 처음 등장한 신조어였으나 2013년이 되어 넷플릭스 등 온디맨드 비디오 스트리밍이 주류를 이루면서 주류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가 되었음. (출처 : DAUM 영어 사전)


하지만, 기왕에 '몰아보기(binge-watching)'를 할 거라면, 그에 최적화되어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우리는 '넷플릭스(Netflix)'를 떠올려야 한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는 기존의 TV 드라마 시장과는 달리 완성된 작품을 한꺼번에 공개하는 전략을 취한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게'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당연히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몰아보기'를 할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 하도록 제작된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력과 몰입도가 기존의 매체보다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 큰 그림 속에서 작품의 유기적인 연결은 더욱 탄탄하다. 기존의 드라마가 '다음 회를 봐주세요!'라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편집'에 공을 들여야 했다면, 넷플릭스의 방식에는 그런 제한 요소가 전혀 없다. 자극적인 소재를 던져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연출자의 입장에선 시청률을 신경쓰며 조급함을 느낄 필요가 없이 한 회를 '완성된 작품'으로 마무리 짓는 구성도 가능하다. 





자, 이제 선택에 들어가보도록 하자. 어떤 드라마가 좋을까? 넷플릭스가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대량의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을 통해 시청자의 성향을 파악한 후 드라마 제작에 나섰던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라면 고퀄리티의 드라마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미드를 추천하는 까닭은 단순히 '몰아보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만은 아니다. 


house of cards : 놀이용 카드를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 탑처럼 쌓아 올리는 구조물에서 유래한 말이다. 카드 탑(card tower)이라고도 한다. 카드의 두께가 매우 얇기 때문에 카드 탑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발휘해 공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카드 탑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엉성한 구조라 무너지기 쉽다. 이 모습을 빗대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나 불안정한 계획 등을 말할 때 이 단어가 쓰인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하원의원 프랜시스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는 무언가가 차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황급히 집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차에 치여 고통에 허덕이는 개 한 마리를 발견한다. 프랭크는 어떤 행동을 할까? 개를 살리기 위해 동물 병원으로 향할까? 프랭크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고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지. 사람을 강하게 하는 종류의 공통, 아니면 쓸모 없는 고통. 괴롭기만 한 그런 고통이지. 난 쓸데없는 건 용납하지 않아.



그리고 개의 목숨을 직접 끊어주며 이렇게 읊조린다. "이런 상황은 누군가 행동할 사람을 필요로 하지. 불쾌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할 사람 말이야." 개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통제하면서 담담히 신념을 밝힌다. 개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의 압도적인 오프닝은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프랭크라는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이 드라마를 봐야 할 이유를 설명한다. 


제대로 소개를 해야겠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2013년 첫 선을 보인 후, 시즌제로 공개되고 있는 미국의 정치 드라마다. 현재 시즌 4까지 진행됐고, 2017년에 시즌5가 공개될 예정이다. 마이클 돕스의 동명의 소설과 1990년 영국 BBC에서 제작된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세븐>,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총감독을 맡았고, 케빈 스페이시가 주인공인 프랜시스 프랭크 언더우드 역을 맡았다. 단순히 이 조합만으로도 전 세계의 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주인공인 프랭크는 20여 년의 정치 경력을 자랑하는 노련한 정치인이자 밑바닥부터 다지고 올라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권력욕'에 의해 움직인다. 하원의원으로 출발해 부통령의 자리를 오르고, 결국 대통령의 자리까지 차지하는 프랭크의 성공 스토리는 '감동'스럽기보다는 '처절'하고 '끔찍'하다. 욕망 덩어리인 프랭크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이용하고, 어떻게든 쟁취한다. 그 사고와 행위에는 일말의 회의(懷疑)도 없고, 일초의 망설임도 허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을 죽이는 것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특종에 목말라 있던 <워싱턴 해럴드>의 기자 조이 반스(케이트 마라)를 이용해 정적들을 제거한 후, 그가 걸림돌이 되자 지하철 플랫홈으로 유인해서 달려오는 열차 앞으로 밀어 죽여버리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시즌 1의 내용) 또, 권모술수와 협잡(挾雜)을 통해 대통령과 그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억만장자 레이먼드 터스크(제럴드 맥레이니)를 갈라서게 만들고, 결국 대통령을 무너뜨려 사임토록 함으로써 백악관의 주인 자리를 투표 한번 없이 꿰차기도 한다. (시즌 2의 내용)


한편, 프랭크 못지 않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그의 아내인 클레어 언더우드(로빈 라이트)이다. 두 사람은 부부이자 동업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묘한 사이인데, '권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다가 모든 것을 이루고 난 후 새로운 갈등이 시작된다. (시즌3의 내용) 재선에 도전하는 프랭크는 선거 운동 중에 총에 맞게 되고, 반목하던 프랭크와 클레어는 부통령 직을 담보하는 대가로 다시 힘을 합치기로 한다. 그리고 '전시 상황'을 선포하며 더 큰 혼란을 조장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나고자 한다. 정치의 비열함이 더욱 진해졌다. (시즌 4의 내용)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꼭 연출되는 풍경들이 있다. 정치인들은 서울역으로 향할 것이고(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는 이번 추석에는 귀향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시민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보내며 '호객 행위'를 할 것이다. 오랜만에 모인 친지들이 둘러 앉은 추석 밥상은 또 어떤가. 최근에는 서로 조심한다지만, 역시나 '아저씨'들의 정치 이야기는 발동이 걸릴 테고, 그 대화는 언제나 욕설로 점철되곤 한다. 


논리도 근거도 없는 비난과 막말 앞에 우리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게 된다. 그 자리에 앉아 괴로움을 느끼느니, 차라리 제대로 된 '정치 드라마'에 빠져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느새 정치는 알고 싶지 않은 피하고 싶은 것이 돼버렸지만, '정치'만큼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없다. 그 중요성을 시민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치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정치 드라마'를 감상하면서 정치를 바라보는 눈을 업그레이드 하는 건 어떨까. 물론 미국의 정치와 우리의 정치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그 또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점은 다를 게 없다. '욕망'이 움직이고, 작동하는 방식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데이비드 핀처는 현실 정치를 드라마 속에 절묘하게 투영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또,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감탄을 자아낸다. 


내년에 시즌 5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 이상 늦기 전에 '정주행'을 시작해 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시즌 4까지 진행된 분량이 걱정된다고? 불필요한 장면이 없어 1편의 길이가 45~60분 정도로 짧고, 시청자를 꼬이기 위한 맥거핀(macguffin)이 없기 때문에 금세 '정주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하우스 오브 카드>는 추석 연휴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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