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42)

너의길을가라 2015. 12. 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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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운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왜 그렇지?"

"무슨 말이냐면, 정말로 아름다운 소녀가 하나 있다고 해봐. 만일 지금이 그녀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고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가 늙을 것이고 죽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모른다면, 아마도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을 거야. 어떤 아름다운 것이 그 모습대로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것도 기쁜 일이겠지. 하지만 그럴 경우 난 그것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이렇게 생각할걸. 이것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것이다. 꼭 오늘 봐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야. 반대로 연약해서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난 그것을 바라보게 되지. 그러면서 난 기쁨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동정심도 함께 느낀다네."

"그렇겠군."

"그래서 난 밤에 어디선가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것을 제일 좋아해. 파란색과 녹색의 조명탄들이 어둠 속으로 높이 올라가서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은 곡선을 그리면서 사라져버리지. 그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금세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돼."


- 헤르만 헤세, 『크눌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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