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김부선이 꼬집은 건강보험료의 부조리, 어떻게 개편해야 할까?

너의길을가라 2015. 2.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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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으로 제작됐던 KBS 예능 프로그램 <작정하고 본방사수>가 지난 12일 예정됐던 6회까지의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기획 의도로, 배우 김부선과 그 딸인 이미소 가족, 개그맨 장동민 가족과 그 외 다양한 직업군의 일반인(이라는 표현이 마뜩진 않지만) 가족 등 열 가족이 TV에 둘러앉아 '작정하고 본방사수'를 하며 나누는 이야기들을 담아낸 참신한 기획의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본방사수하는 프로그램은 드라마, 예능을 비롯해 시사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시청자'인 우리들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시청자'인 우리들이 그러한 것처럼, TV를 보면서 잊지않고 한마디씩 던진다. '공감'이 화두인 이 시대에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가감없는 솔직한 멘트들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마치 TV를 시청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다시 시청하고 있다고 할까? 흥미로운 기획임에는 틀림없다. 


아파트 난방비 비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당시 사회적 고민으로까지 부각시켰던 '열사(烈士)' 김부선은 <작정하고 본방사수>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지난 1월 29일에는 <진짜사나이 여군특집2>를 보며, 탈락한 멤버들이 퇴소를 하지 않고 다시 소대장을 만나러 가는 '쇼'를 선보이자 "저게 뭐냐. 왜 다시 돌아오냐. 저건 시청자를 우롱하는거다"라며 꼬집었다. 이 장면을 봤던 시청자들이라면 김부선의 발언을 통해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건강보험료'가 김부선의 타깃이 됐다. 김부선과 그 딸 이미소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혐료 개편안 연기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미소가 "나도 건강보험료 0원 내고 싶다"고 운을 띄우자 김부선은 "진짜 난방 한 번 못 켜고 사는데건강 보험료는 몇 십 만원씩 내야 한다. 약 올라서 미치겠다"면서 건강보험료의 부조리를 언급했다.


김부선의 한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한 번 따지러 갈 거다. 수입이 없어서 은행 이자도 못 내지 않냐. 은행에서 돈을 빌려다시 그 돈을 은행에 내는데 건강 보험료는 30만원 낸다. 이 집도 빚이 있지 않냐. 빚이 있어도 일괄적으로 차 몇 대, 집 몇 채 이러면 부과시킨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면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했다.


"전셋집에서 살고 소득도 없는 송파 세모녀의 건강보험료는 매달 5만원이었다. 하지만 퇴직 후 수 천 만원의 연금소득과 수 억 원의 재산이 있는 전직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건강보험료는 0원이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료 문제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겼던 때문이었다. 지난해 2월 4일, 서울시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지하방에서 '생활고'를 이유로 세 모녀가 동반 자살을 한 '송파 세모녀'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고 그만큼 분노하게 했었다. 전셋집에 살고 소득도 없었던 이들이 매월 냈던 건강보험료는 5만 원이었다.


한편, 퇴직 후 수천 만 원의 연금소득과 수 억 원의 재산이 있는 전직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건강보험료는 0원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부조리인데, 그 이유는 김 이사장이 직장인이 가족이 있어 피부양자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 이사장이 피부양자 자격이 아니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는 매달 19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만 한다.




이런 '큰 구멍'을 영악한(혹은 영리한?)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소득이 있는 260만 명이 건강보험료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투자용으로 쓴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퇴했던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건강보험료 26만 원을 내지 않기 위해 3달 동안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었다. 지난 6년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위장 취업을 했다가 적발된 고소득자만 해도 7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들에겐 이것이 돈을 절약하는 절세 노하우로 통하진 않을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건강보험공단 직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일까?)가 나올 만큼 복잡하기 짝이 없다. 가입자의 직장 유무, 자식의 직장 유무, 소득과 재산의 정도에 따라 기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실무적인 혼선은 불가피하다. 건보공단 직원조차 헷갈리는 판국인데, 일반 시민들은 어떠하겠는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작스럽게 개편 논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오락가락하는 정부를 비판하자 정부는 다시 말을 바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선안을 마련하면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정부안을 만들어 당정협의를 하도록 하겠다"면서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고소득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현재의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고소득 직장가입자에게 유리한 역진적 제도"라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 부분을 개선하는 것, 다시 말해서 '소득 중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로의 개편'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이 적절한 건강보험료를 내게 하는 개편 방향은 상식에 부합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앞서 언급한 개편 방향은 필연적으로 직장가입자들의 부담을 야기한다. 우석균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가난한 사람의 건보료를 줄인 데 대한 부담을 과연 직장가입자가 지는 게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건보료 국가지원 비율이 일본은 37%, 프랑스 47%, 대만 25%인데 우리나라는 14%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가책임을 강화하자는 우석규 정책위원장이 제시하는 논거이다. 충분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의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함께 논의의 대상에 올려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험료 부과의 상한선 폐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현재 재산 부과 상한액은 30억원으로 묶여 있는데, 이 때문에 30억 원의 재산가와 100억원 재산가도 똑같이 26만원만 내게 되어 있다. 어떠한가?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상한액은 누가 만든 것일까? 그리고 왜 만든 것일까? 적어도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자영업자나 전쟁터에서 고통받는 월급쟁이들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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